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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로컬푸드, 이제 ‘질적 성장’이 과제다

전북은 ‘로컬푸드 1번지’로 꼽힌다. 지역에서 생산되는 먹거리를 그 지역에서 소비함으로써 먹거리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생산자와 소비자간 신뢰 형성과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하자는 취지의 로컬푸드운동은 완주군에서 첫 성공 사례를 만들어낸 후 10년 사이 전국으로 빠르게 확산했다. 전북에서는 지난 2012년 4월 전국 첫 완주 용진로컬푸드 직매장 개장을 시작으로 총 77개의 로컬푸드 직매장이 운영되고 있을 정도로 로컬푸드에 관심이 높다. 그런데 농산물 유통의 혁신모델로 전국적으로 주목받았던 전북 로컬푸드의 명성에 흠집이 생기고 있다. 질적 성장이 양적 성장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서다. 대규모 농가 중심의 판매구조에 따른 영세농가 입지 축소와 미흡한 품질관리 등이 문제점으로 꼽힌다. 소비자단체의 모니터링에서는 유통기간 경과 품목 수가 늘고, 잔류농약 검사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농약이 잇따라 검출돼 논란이다. 또 타 지역 생산 상품의 부적절한 진열, 상품 내 이물질 검출, 출하자 정보 누락, 원산지 표시 위반 사례 등이 적발되기도 했다. 로컬푸드 직매장이 장기간 운영되면서 일부 매장에서 로컬푸드 본연의 가치를 훼손하는 경영 행태도 발생하고 있다. 당연히 소비자들의 신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전북 로컬푸드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제 양적 성장을 넘어 질적 성장을 꾀해야 한다. 매장에 출하되는 농산물의 품질관리를 강화하고, 영세·고령농가에 대한 판로를 지원해 농가 소득격차를 줄여야 한다. 또 로컬푸드 직매장이 단순한 수익 창출을 넘어 본연의 가치를 추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 10여년 전 우리 사회 로컬푸드 운동이 시작될 당시 농산물 직거래를 통한 유통비용 절감과 생산자와 소비자의 신뢰형성, 먹거리 안전성 확보, 영세농가 소득증대, 지역경제 활성화 등 그 효과에 대한 기대가 컸다. 그리고 그 기대는 지금도 달라진 게 없다.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은 더 늘었고, 농가 소득증대와 지역경제 활성화에 대한 요구도 더 높아졌다. 전북 로컬푸드가 지금 제기되는 여러 문제점을 해결하고, 지속적인 성장가도를 달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각 지자체와 농민, 농협의 긴밀한 소통과 협력이 요구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12.25 14:33

고병원성 AI 확산 방지에 총력을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잇따라 발생해 비상이다.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전북지역 축산농가에서 가장 많이 확진돼 철저한 방역이 요구된다. 더구나 미국에서 인체 감염 사례까지 있어 불안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고병원성 AI는 언제, 어디서 발병하는지 예측할 수 없어 농장주나 주민들도 경각심을 갖고 당국의 벙역에 적극 협조해야 할 것이다. 지난 10월 강원도 동해의 산란계 농장에서 처음 발생한 고병원성 AI는 계속해서 전국으로 번져가고 있다. 충북 음성, 인천 강화, 전남 영암, 충남 서산 등에서 확진 판정이 나왔고 이후 전북과 경기, 경북, 세종시 등 전국적인 확산세를 보이고 있다. 12월 들어 확산되기 시작한 전북은 김제와 부안을 중심으로 4곳에서 고병원성 AI 확진이 판명됐다. 전국에서 가장 많이 발병된 불명예를 안게 된 것이다. 대부분 육용오리나 산란계 등 가금류를 키우는 농장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철새 등의 분변을 통해 전파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고병원성 AI는 기온이 낮아지는 겨울철에 AI 바이러스 매개체인 겨울 철새가 국내로 들어오면서 기승을 부리게 된다. 국내에서는 2019년을 제외하고 2014년 이후 해마다 발생하고 있다. 더욱이 지난 21일 미국 루이지애나주에서 첫 중증 AI 감염자가 발생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AI 바이러스의 변이 가능성과 인체 감염 위험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다행히 국내에서는 아직 인체 감염 사례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긴장을 늦출 수 없다. 또 최근에는 고병원성 AI 뿐만 아니라 소 럼피스킨병과 아프리카돼지열병(ASF)까지 발생해 가축전염병이 일상화된 감이 없지 않다. 이들 전염병은 한번 걸리면 천문학적인 손실을 초래한다. 발생농가의 가축은 물론 인근 지역 농가의 가축까지 살처분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동원되는 인력과 매립장, 보상금, 추가 소독 등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문제는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백신이 개발되었지만 전적으로 믿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결국 밀집된 축사환경 개선과 함께 초동대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초동 대처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피해 정도가 달라진다. 가용 가능한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해 방역대책을 빈틈없이 실행하는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축산농가들의 피해가 최소화되었으면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12.25 14:33

지역의 미래를 위한 통합 : 기업인이 보는 완주・전주 통합에 대한 단상

필자가 경영하는 비나텍(주)은 지난 2011년, 경기 군포에서 전북 전주시로 이전해 왔다. 그 10여 년 동안 비나텍은 코스닥에 상장했고, 슈퍼커패시터 분야 전세계 1위까지 성장했다. 물론 여기까지 오면서 어려움도 고민도 많았다. 전북이라는 지역에 위치한 ‘탓’에 혹은 ‘덕’에 겪은 일들도 있었다. 그래서 기업을 경영하며 항상 우리 지역에 대해 고민할 수 밖에 없었다. 지금보다 훨씬 더 기업하고, 살기 좋은 지역이 될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한 전북이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전북을 성장시킬 방안을 우리가 이미 잘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바로 완주군과 전주시의 통합이다. 이런 결론을 내린 이유가 있다. 지금껏 지켜본 결과, 두 지역은 상호보완할 수 있는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먼저 전주시는 역사와 전통, 그리고 인프라를 가진 유구한 도시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개발 여건의 한계를 드러내며 새로운 성장 동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반면, 완주군은 풍부한 자연 자원과 개발 가능성이 높은 넓은 부지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도시 인프라와 인력 자원은 다소 부족한 실정이다. 즉, 전주의 도시 인프라와 완주의 개발 잠재력이 결합하면, 기업 유치와 산업단지 조성, 신도시 개발 등 다양한 경제 활동이 촉진되고 강력한 경제적 시너지가 터져 나올 수 있는 여건이 완성되는 것이다. 잠재성과 역량만으로 장밋빛 미래를 장담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다른 지역의 사례를 통해 배울 수 있다. 충북 청주시와 청원군은 초기 우려에도 불구하고, 통합 이후 기업 유치와 민간 투자 증가로 재정 안정과 세수 확대를 실현하고 있다. 인구는 꾸준히 늘고, 낙후 지역에까지 소규모 산단이 자리 잡으면서 지역 전반으로 활기가 번져나가고 있다. 또 다른 사례인 광주광역시는 어떤가. 광주광역시는 송정시와 광산군을 통합하면서 도시 규모를 확장하고, 산단과 KTX 역사를 유치해 지역 경제를 발전시켰다. 이렇듯 통합은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지역을 성장시키는 전환점이 되어왔다. 완주와 전주 역시 각각의 역량을 결합하면, 지역 특화 산업을 고도화하고, 바이오, 방위산업 등 신산업을 활성화하면서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창출된 결과물은, 우리 지역 주민들이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는 경제적 실익으로 돌아갈 것이 분명하다. 다시 기업 경영자의 눈으로 전북을 바라본다. 전북 경제는 점점 더 활력을 잃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외 경제, 정치 상황까지 혼란을 더하고 있다. 맞다. 상황이 어려울수록 내 손 안에 있는 것을 놓기 어려워진다. 하지만 주먹을 쥔 상태로는 손 안에 쥔 것 이상을 얻을 수 없다는 사실을 기억해내자. 가진 것을 잠시 내려두고 옆 사람의 손을 잡아야만 주변과 힘을 합해야 지금 가진 것보다 더 많은, 더 나은 결실을 얻을 수 있다. 완주-전주 통합은 우리 지역은 물론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이러한 전략적 선택은 타이밍이 중요하다. 특히 지금처럼 혼란이 커질 때일수록 우리 안에 안정적인 상황을 구축해야 할 필요성이 커진다. 기업인, 경영인의 눈에는 완주·전주 통합이라는 주머니 안에서 꿈틀거리는 지속가능한 성장 환경과 다양한 기회의 가능성이 또렷하게 보인다. 완주와 전주가 함께 전북자치도의 역사를 새롭게 쓰면서, 대한민국의 경제지도를 다시 그려내길 희망한다. 성도경 비나텍주식회사 대표이사

  • 오피니언
  • 기고
  • 2024.12.23 18:14

[기고]신동진 벼, 미흡한 대응정책으로 깊어가는 농민의 한숨

신동진 벼는 2024년에도 전북자치도의 전체 벼 재배 면적의 47%를 차지할만큼 전북 지역에서 가장 널리 재배되고 사랑받는 벼 품종이다. 밥맛이 뛰어나고 시장 수요가 꾸준한 신동진 벼는 오랫동안 농가의 주요 소득원이 되어왔다. 그러나 지난 해 정부가 신동진 벼를 공공비축미 매입 품종에서 제외되고,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농민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신동진 벼가 다수확 품종이며, 도열병 등의 병해에 취약하다는 이유로 공급중단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제시하는 다수확 기준인 ‘10a당 생산량 570Kg’은 뚜렷한 근거도 없을뿐만 아니라 농촌진흥청 실험 결과 현행 표준재배법을 적용한 생산량은 10a당 536Kg으로 정부 퇴출 기준에 한참 미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신동진 벼가 병해에 약하다는 우려가 과대포장 되었다는 비판과 함께, 대체품종 부재로 인한 농민들의 한숨은 해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정부의 신동진 벼 보급중단 결정이 마치 품질 저하로 인식되는 경우가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신동진 벼는 여전히 소비자들 사이에서 선호도가 높고 시장에서도 일반 쌀보다 2000원 이상 높은 가격을 형성하며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 정책의 변화는 23년간 신동진 벼를 재배해온 농민들에게 새로운 변화에 아무 준비도 없이 적응할 것을 강제로 부여하는 형국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대체품종 보급계획이 여전히 불안정하다는 것이다. 신동진 벼가 제외된 후 그 자리를 대체할 품종으로 알려진 신품종들이 있지만, 농민들 사이에서는 대체품종의 생산성과 시장성을 확신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농민들은 대체품종으로의 전환이 단기적으로 수익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점에서 불안을 느끼고 있다. 이미 유예 기간이 절반 이상 지났음에도 대체품종 준비가 미흡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으며, 농민들은 "어떤 품종을 선택해야 하고, 그 품종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수익을 보장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대체품종으로의 전환을 위한 기술적 지원과 재배 과정에서의 교육, 초기 손실 보전 대책 등이 병행되어야 하지만, 현재까지 이에 대한 명확한 정책적 대안은 부족한 상황이다. 전북특별자치도는 농업 중심 지역으로서 이러한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신동진 벼의 보급중단이 단순한 품종 변경의 문제가 아니라, 농업 경제와 농민의 생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엄중하게 인식해야 한다. 정책이 농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대체품종의 시장 경쟁력에 대한 객관적 검증과 함께 안정적인 유통망 구축이 필요하다. 또한 농민들이 새로운 품종을 도입하는 과정에서의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종자지원, 재배기술 교육, 초기 재배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금융지원 등 실질적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농민과의 적극적인 소통과 투명한 정보 제공을 통해 정책의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신동진 벼 관련 논란은 품종 다변화와 품질 개선이라는 긍정적 목표 아래에서 추진돼야 한다. 그러나 대체품종 보급이 미흡한 상황에서 농민들에게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방식은 정책의 실패를 초래할 수 있다. 농민들의 목소리를 귀 기울이고, 그들의 현실을 반영한 대안을 마련한다면 이번 논란은 단순한 위기를 넘어 농업 정책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농업은 대한민국의 경제적 근간이며, 특히 전북자치도와 같은 농업 중심 지역에서는 그 중요성이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신동진 벼 논란이 농업 정책이 나아갈 방향성을 점검하고, 농민과 소비자가 상생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전북특별자치도의회 김동구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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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2.23 18:11

희극적 주인공의 비극적 결말

희극의 주인공들은 자신의 처지를 과장하거나 비하한다. 가지고 있는 능력이나 재물보다 더 크고 많이 갖고 있다고 여기는 경우를 ‘자기 과시자(alazon)’라 하고, 실제보다 자신의 능력, 처지를 자꾸 축소하려 드는 경우를 ‘자기 비하자(eiron)’라 한다. 이 둘은 섞이기도 하고 겹치기도 한다. 어느 경우든 우스꽝스럽긴 마찬가지여서 종종 사람들의 놀림감이 되고 경멸과 조롱의 대상이 된다. 하지만 자신이 조롱의 대상이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 채 허풍을 떨거나 엄살을 피우면서 점점 더 나락으로 떨어져 가는 것이 이들의 특징이다. 지금 온 세상이 한숨 쉬며 목도하고 있는 이 희대의 코미디는 어디서 시작되었을까? 일단 상대의 능력을 과장하고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축소한다. 대명천지 이십일 세기에 종북 주사파가 판을 치고 있다고 믿는 것이 모든 사달의 출발이다. 자기 앞을 가로막는 모든 것이 건전한 비판이나 이유 있는 반대가 아니라 그 뒤에 도사린 악마 탓으로 보이니 할 일은 병든 말이라도 잡아타고 돌진하는 길밖에 없었을 것이다. 한 번 그 생각에 사로잡히고 나면 건전한 토론과 설득, 타협을 통해서 이견을 해소하고 국민의 여론을 얻어서 상대의 논리를 제압하는 일까지는 생각도 못 한다. 상대의 위협을 과장하고 자신을 왜소하게 여기는 전형적인 에이론의 모습이다. 게다가 과신하면 안 될 스스로의 능력을 느닷없이 과신한다. 마치 전지전능한 왕조시대의 망령이라도 쓰인 듯이 계엄령이라는 칼을 들고 쾌도난마할 수 있다고 믿어버리는 것이다. 군대도 언론도 선량한 국민들도 계엄포고령 앞에서 모두 두 손 들고 납작 엎드려서 일순간 세상이 자신의 뜻대로 변할 것이라 생각한다. 알라존의 전형이다. 결국 대통령으로서 능히 할 수 있는 정치적, 법적 장치와 권한은 지극히 작게 여기고, 해서는 안 될 능력 밖의 일을 능히 할 수 있다고 믿은 게 그의 희극적 결함이다. 여느 희극이라면 주인공이 이처럼 허풍과 엄살을 반복하는 동안 관객들은 그를 손가락질하며 요절복통 재미를 느낄 터, 하지만 이 드라마에서는 오싹하도록 피비린내가 느껴지는 걸 어쩌랴. 희극은 어떻게 흘러가고 끝나는가? 희극의 주인공들은 자신의 취약한 처지로부터 벗어나고 더 나은 권력과 재물을 얻기 위해서 종종 간사한 계략(trick)을 쓴다. 이 간사한 계략 때문에 주인공을 둘러싼 인물들 모두는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되고 주인공의 의도는 거의 성사될 뻔한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다. 하지만 결정적 순간에는 늘 사필귀정, 간계는 폭로(revelation)되고 주인공은 뒤늦게 뉘우치거나 징벌을 받으면서 세상은 다시 평화를 찾는다. 12.3 내란이 실패한 이유는 자명하다. 애당초 있지도 않은 적의 위협을 과장하여 비상한 상황임을 선포하고 본인에게 불리한 여러 정황들을 모면해보고자 국가의 안위를 걸고 넘어지는 간계를 꾸렸으니 이길 리 없는 싸움을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는 영문도 잘 모르는 부하들을 억지로 동원했으니, 그 추악하고 얄팍한 본질이 탄로 나는 것은 시간문제였을 뿐이다. 대부분의 희극에서 주인공은 뒤늦게나마 뉘우친다. 자신의 오판과 잘못된 신념에 대해 사과하고 벌을 달게 받는다. 하지만 끝내 뉘우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가? 본인은 물론 그 간계에 동원된 숱한 주변인들, 지켜보던 이들까지도 다치거나 죽는다. 이게 비극적 결말이다. 비극에서는 철저한 몰락 직전에야 간신히 깨닫는 걸 두고 ‘때늦은 알아차림’이라 한다. 그러지 않길 바라지만 이번 희극의 주인공은 뉘우칠 가망이 없어 보인다. 본인의 표현대로라면 겁만 주려고 잠깐 군대를 동원해 봤을 뿐이라는데, 이 희대의 해프닝, 허술하기 짝이 없는 코미디가 비극으로 바뀌는 순간이 온다면 우리는 과연 웃어야 할까 울어야 할까? 곽병창 우석대 문예창작학과 교수·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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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2.23 18:10

유라시아철도와 서해안철도

‘정말 될까?’, ‘왜 안됐을까?’ 유라시아 대륙철도 출발역 선정과 서해안철도 건설이라는 전북지역 지자체의 결이 다른 철도교통 현안에 대한 단상이다. 익산역 광장에 들어서면 지난 2020년 설치된 특이한 조형물이 눈길을 끈다. ‘익산~런던행, 유라시아 대륙철도 가상 승차권’이다. 우리나라에서 북한과 중국·러시아를 거쳐 서유럽까지 가는 대륙철도는 지난 2018년 우리나라가 남북정상회담 후속조치로 국제철도협력기구(OSJD)에 가입하면서 기대감이 높아졌다. 또 그해 문재인 전 대통령이 8·15 경축사를 통해 ‘동아시아 철도공동체’를 제안하면서 꿈에 성큼 다가가는 듯했다. 국제기구 가입과 대통령의 메시지는 고속철도역을 대륙철도의 출발역·거점역으로 선점하려는 전국 각 지자체들의 경쟁에 기름을 부었다. 호남의 관문, 교통도시 익산이 이 경쟁에서 빠질 수 없었을 것이다. 유라시아 철도 출발역·거점역 선정을 핵심 시책으로 정하고, 비전 선포식과 함께 정책세미나와 연구용역 등을 추진하면서 수년 동안 행정력을 집중해왔다. 그런데 상황이 달라졌다. 남북관계 경색과 국제정세 변화로 성큼 다가온 꿈의 길이 다시 멀어져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에서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를 비롯해 광역 철도망이 속속 확충됐다. ‘동해안 철도 시대’를 열게 될 ‘삼척~포항 고속철도’도 연말 완공돼 내년 1월부터는 부산∼삼척∼강릉 구간 철길이 이어진다. 서해안 철도망은 지난달 초 서해선(홍성~서화성)과 장항선(신창~홍성), 포승-평택선(안중~평택) 등 3개 구간 노선이 동시에 개통했다. 그러면서 국토교통부는 ‘서해안 철도 시대가 활짝 열렸다’고 홍보했다. 이해할 수 없다. 대한민국 서해안에 호남은 없단 말인가. 경기도 고양 대곡역에서 시작되는 서해안철도는 지금 충청권까지만 이어졌다. 나머지 군산~목포 구간은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2021~2030)’에서 추가 검토사업에 반영됐을 뿐 아직까지 최종 확정이 미뤄진 상태다. 동해안철도와 비교된다. 철도교통 오지로 전락한 호남 서해안권 지자체들이 최근 철도망 구축을 촉구하고 나섰다. 군산과 고창·부안·함평·영광 등 호남 서해안권 5개 지자체장들이 지난달 기자회견을 열고 ‘서해안철도 국가계획 반영’을 요구했다. 서해안 철도망이 허리에서 끊겼다. 이를 연결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당위성과 필요성을 굳이 나열하지 않아도 될 만큼 의문의 여지가 없다. 국가계획에 반영하고, 즉각 공사에 착수해서 조기에 개통해야 한다. 우선 정부가 내년 하반기에 확정·고시할 예정인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2026~2035년)’에 호남권 서해안철도(군산~목포) 건설사업을 반드시 반영해야 한다. ‘익산역, 유라시아 대륙철도 출발역 선정’,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 ‘군산~목포 서해안철도 국가계획 반영’, 꼭 그렇게 돼야 한다.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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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표
  • 2024.12.23 16:13

전북관광 맛으로 승부수 던져라

연간 1500만 명이 방문하는 전주는 수많은 글로벌 미디어사들이 문화와 음식, 예술에 대해 높게 평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얼마전 136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세계적인 미디어 내셔널지오그래픽이 콩나물국밥과 전주비빔밥, 막걸리 등 전주 음식을 조명하면서 전주시를 대한민국 최고의 미식도시로 극찬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은 최근 ‘Why Jeonju is the best place to eat in South Korea(전주가 한국의 최고 미식도시인 이유)’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남부시장의 콩나물국밥, 비빔밥, 막걸리, 전통차 등 전주의 대표 음식뿐만 아니라 예향의 도시 전주의 문화·역사적 정체성을 소개했다. 맛과 멋의 고장이라는 말이 그냥 생겨난게 아니다. 전주를 중심으로 한 맛의 고장 이미지가 점차 확산되면서 한 해 전북특별자치도를 방문하는 누적 관광객 수 1억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교통이 좋아진 요즘엔 체류형 관광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는 매우 어렵기 때문에 맛으로 특화한 전북 이미지 제고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한국관광공사 데이터랩 지역별 관광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전북을 찾은 관광객 분석 결과, 방문자의 43.6%가 방문 이유로 음식을 꼽은 것만 봐도 전북 관광의 성패가 결국 맛에 달려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주, 전북의 관광 지향점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준다. 전북은 특히 관광 소비지출 중 식음료업 비중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지역으로 확인됨에 따라 이를 지역경제 활성화와 연계할 수 있는 정책마련이 매우 긴요하다. 지난해 전북의 관광 소비 총액 7504억 원 중 식음료업 지출은 4517억 원(60%)이나 된다. 다만 이러한 화려한 외형과는 달리 속내를 보면 관광객 증가가 지역경제 활성화와 직결되지는 못하는 양상이다. '전북 관광 소비지출'은 2022년 8005억 원에서 2023년엔 7504억 원으로 감소했고, 올들어서도 10월 기준 6135억 원에 그쳐, 연말까지 7000억 원을 넘기기 어려울 전망이다. 전북과 비슷한 관광객 수를 보유한 전남은 지난해 관광수입 9971억 원, 충북은 1조 원을 돌파한 것은 타산지석으로 삼을만하다. 전북의 특성상 체류형 관광을 지향하기는 매우 어렵지만 현실적인 한계속에서도 맛을 통한 관광 활성화는 얼마든 가능하다는 점에서 발상과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12.23 13:55

충격적인 전북의 마이너스 경제성장

전북의 경제성장률이 지난해 마이너스를 기록해 충격을 주고 있다. 소득과 생산 등 주요 지표도 전국 최하위에 머물러 기업유치를 비롯해 지역경제 성장을 위한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인구도 계속해서 줄어들고 경제력 역시 바닥을 기고 있어 이대로라면 지역 소멸이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전북특별법 등을 활용한 산업구조 고도화와 다각화, 관광 활성화 등 경제체질 개선에 힘을 모았으면 한다. 통계청이 20일 발표한 '2023년 지역소득(잠정)'에 따르면, 전북의 지역내총생산(GRDP)은 62조 2000억 원으로 전국의 2.6%에 불과했다. 이는 2022년 2.7%에서 0.1% 뒤로 밀린 것이다. 지역소득은 생산, 소비, 물가 등의 기초통계를 바탕으로 추계한 지역의 소득 자료로, 시도 단위의 종합 경제지표라 할 수 있다. 성장률 역시 전북이 –0.2%로 충북 -0.4%와 함께 마이너스를 보였다. 인천은 4.8% 성장률을 기록해 가장 높았으며 전국평균은 1.4%였다. 전북은 주력산업인 제조업과 농림어업이 특히 부진했다. 제조업은 -3.5%의 성장률을 기록해 전국 평균 1.7%를 크게 밑돌았고, 농림어업도 -7.2%로 17개 시도 중 가장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다. 전북의 지출 비중은 정부소비가 30.7%를 차지했다. 이것은 전북 경제가 정부의 보조 없이 견디기 힘든 구조임을 보여준다. 1인당 지표에서도 전북은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1인당 GRDP는 3628만 원으로 17개 시도 중 15위를 기록했다. 이는 1위 울산 8124만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것이다. 다행인 것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GRDP 성장률이 1.3%로 비수도권 1,6%보다 낮았다는 점이다. 이는 2016년 이후 7년만에 처음이다. 이번 통계청의 발표는 전북의 지역경제가 갈수록 후퇴하는 모습이다. 큰 폭의 상승을 해도 시원치 않을 판에 뒷걸음질을 치고 있어 걱정이다.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충북은 그래도 지역내 총생산이 83조3000억원이며 강원은 62조1000억원으로 전년보다 7.6% 증가했다. 인구수를 감안하면 전북은 실질적으로 인구 67만명의 제주를 제외하고 꼴찌인 셈이다.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급격한 인구 감소와 경제력 저하로 전북이라는 간판을 내려야 할 날이 멀지 않았다. 지역경제 주체들의 분발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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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4.12.23 13:36

[기고] 제2중앙경찰학교 설립, 왜 남원이어야 하는가?

제2중앙경찰학교 설립 유치 경쟁이 뜨겁다. 최종 후보지로 충남 아산시와 충남 예산군, 전북 남원시 등 세 곳이 선정되었다. 자치단체별로 세미나도 열고 토론회도 개최하면서 각자 지역의 장점을 내세우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11월 22일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진정한 지방시대의 시작과 지역소멸 극복을 위한 제2중앙경찰학교 설립 정책 토론회’에 토론자로 참여하면서 왜 남원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해보았다. ‘제2중앙경찰학교 설립이 왜 남원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근거로는 후보지의 대부분이 국유지로 부지 매입비 없이 부지 확보가 가능하고, 국도 및 고속도로, 철도의 교통 여건이 양호하며, 타 교육기관과의 연계성이 좋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필자는 이에 더해 다른 관점에서 남원에 설립되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논해 보고자 한다. 첫째, 전국에 경찰행정학과가 있는 대학교는 대략 98개교 정도이다. 이 중 수도권에 17개교, 충청권에 23개교, 경상권에 33개교, 전라권에 19개교, 강원제주권에 6개교가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전라권에서도 경찰업무에 대한 관심도가 높고 경찰관이 되려는 학생들이 많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후보지 세 곳 중 아산과 예산은 모두 충청권으로, 충청권에서는 이미 충주시에 중앙경찰학교가 있다. 청년의 기회균등에 대한 공정을 말하고, 지방의 균형 발전을 논하면서 제2중앙경찰학교 마저 충청권으로 간다면 전라권에 있는 청소년과 소멸 위기의 지방자치 주민들에게 큰 실망을 줄 것이다. 둘째, 제2중앙경찰학교를 중앙경찰학교가 있는 충청권에 유치한다면 거리상 인접하여 제2중앙경찰학교가 마치 중앙경찰학교의 부속기관으로 인식될 수 있다. 제2중앙경찰학교는 기존의 교육방식이나 교육체계에서 벗어난 새로운 교육 프로그램 도입이 절실히 필요하다. 예를 들면, 최근 경찰관 업무 중 중요한 영역으로 떠오르고 있는 피해자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 ‧ 보호를 위한 시스템 구축, 자치경찰의 본격적인 실행 및 확대에 대비한 지방 자치 시대에 걸맞은 자치경찰 교육프로그램 개발, AI 등을 이용한 사이버 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연구소 설치 등 새로운 패러다임을 준비하는 경찰학교가 필요한 상황이다. 따라서 경상권과 전라권의 중심에 있는 남원에 설립함으로서 거리 상 분리를 통한 부속기관의 이미지도 개선하고, 중앙경찰학교와 차별화된 미래 지향적인 신개념의 교육기관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최근 트랜드에 따라 교육기관을 교육에만 한정할 것이 아니라 경찰관들을 위한 휴식과 충전의 장소로 활용하여야 한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 동안 고의적 자해(자살)로 숨진 경찰관이 113명이나 된다고 한다. 갈수록 악화되는 근무환경에 잠시라도 쉼을 찾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이에 제2중앙경찰학교 설립을 하면서 자연과도 어우러지고, 가족들도 와서 함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자연친화적인 지역의 선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할 것이다. 이상의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보면, 제2중앙경찰학교 후보지 중 남원시가 가장 적합한 입지적 조건을 가지고 있다. 남원시 뿐 아니라 전라북도의 미래를 위해 시민단체, 언론, 도민 모두가 남원 유치를 위해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 송재영 우석대 경찰행정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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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2.22 18:32

국립전주박물관의 역할과 새로운 변화

국립중앙박물관 소속으로 지방에는 13개의 국립박물관이 있고, 전북특별자치도에도 국립전주박물관과 국립익산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다. 국립박물관이 지방에 13개나 세워진 사례는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매우 많은 편에 속한다. 이렇게 지방에 많은 국립박물관을 설립한 이유는 국민들이 골고루 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하려는 뜻일 것이다. 국립전주박물관은 전북특별자치도에 들어선 최초의 국립 문화기관으로 1990년 10월 26일 개관한 이래 다양한 문화서비스를 제공하며 지역과 함께 성장해 왔다. 개관 당시만 하더라도 지역에는 공립박물관이 전혀 없어 역사·문화 관련 자료의 수집·보존과 조사·연구, 이를 기반으로 전시와 교육프로그램을 만들어 서비스하는 역할을 홀로 도맡아 수행하였다. 그동안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담아낸 상설전시, ‘역사문물전’, ‘왕의 초상’ 등 지역 문화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조명하는 다양한 주제의 특별전, ‘부안 죽막동 제사유적’ 발굴조사를 비롯한 지역의 고고학·미술사 조사연구, 여러 계층을 대상으로 한 교육프로그램과 문화행사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지역의 중추 문화기관으로서 공립을 비롯한 다른 박물관이 하기 어려운 굵직한 일들을 수행하며 지역의 문화 발전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다고 자부할 수 있다. 이제 개관한 지 만 34년이 된 국립전주박물관은 변화되는 환경에 맞추어 새롭게 도전을 모색할 필요성이 요구되고 있다. 최근 조사된 관람객의 방문 목적을 보면 교육, 역사에 대한 관심이나 지식·정보를 얻기보다 가족이나 지인과 함께 시간을 보내거나 여가, 휴식을 위해 방문하는 비율이 월등히 높게 나타났다. 초창기와는 뒤바뀐 양상으로 볼 수 있는데, 박물관이 이제는 특정한 목적보다는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여가를 즐기는 장소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여 국립전주박물관은 도민들의 일상 속으로 좀더 깊이, 좀더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도록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먼저 수요가 높은 어린이박물관과 역사·문화 관련 자료와 정보를 갖춘 아카이브 공간, 시민 참여 공간, 카페 등 사람들이 여가와 휴식을 즐기고 또 모여서 교류할 수 있는 장소인 복합문화관을 새롭게 지을 계획이다. 내년에 설계를 시작해 2027년에는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방문객에게 인기가 높은 정원도 보완하여 훨씬 안락하면서도 활기찬 공간으로 변화시키고자 한다. 아울러 상설전시도 서예문화를 필두로 지역의 뛰어난 역사·문화를 조명하고 현재와 연결고리를 강화하여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보완하는 등 지속적으로 변화, 발전시켜 나갈 예정이다. 하드웨어인 공간과 조경, 소프트웨어인 전시와 교육프로그램에서 국립전주박물관만이 가진 차별성을 강화시킴으로써 지역을 넘어 전주를 방문하면 꼭 들러야 하는 전국적인 명소로 만들어 가고자 한다. 아울러 국립전주박물관이라는 존재가 전북도민들의 마음속에 문화적 자부심을 심어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국립전주박물관을 설계한 이승우 건축가는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찾을 수 있는 우리의 박물관”이 되는 것을 의도하였다고 한다. 개관 이후 오랫동안 20만 명대에 머물던 관람객 수가 2010년대 후반부터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어 건축가의 의도에 어느 정도 다가서고 생각된다. 그리고 이제는 지역을 넘어 전국민에게 그러한 존재로 성장해 나가기를 기대해 본다. 지역에서도 힘을 보태고 응원하며 함께 해주시기를 당부드린다. 박경도 국립전주박물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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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2.22 18:29

‘새만금위원회’ 위상‧역할 재정립 급하다

새만금사업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국무총리 소속 ‘새만금위원회’의 역할과 위상이 다시 논란이다. 정부가 새만금 개발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새만금위원회를 장기간 방치한 가운데 최근 탄핵정국으로 혼란이 계속되면서 당분간은 위원회의 적극적인 역할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새만금위원회는 ‘새만금사업 촉진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새만금사업지역의 효율적인 개발, 관리 및 환경보전 등 중요 사항을 심의하기 위하여 지난 2009년에 설치된 국무총리 소속의 심의위원회다. 그런데 전북도민의 관심을 모아온 이 위원회가 정부의 무관심 속에 점차 그 위상을 잃어가고 있다. 실제 국무총리와 함께 위원회를 이끌어야 할 민간위원장 자리가 지난 1월 말 전임 위원장 임기 만료 이후 무려 10개월 가량이나 공석으로 방치됐다가 지난달 말에서야 뒤늦게 새 위원장이 임명됐다. 정부 측 공동위원장인 국무총리는 행정부를 총괄하는 입장이어서 민간위원장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런 만큼 민간위원장 장기 공석은 있을 수 없는 일로, 현 정부에서 새만금위원회의 역할과 위상을 가늠할 수 있는 부분이다. 게다가 당장 혼란스러운 탄핵정국에서 새만금위원회가 산적한 새만금사업 현안에 발빠르게 대응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여기에 ‘새만금위원회를 대통령 직속 위원회로 격상시켜 개발사업을 직접 챙기겠다’던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도 사실상 물건너간 상태다. 역대 대통령들의 전북 단골 공약인 ‘단군 이래 최대 국책사업 새만금’의 현주소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가운데 새만금사업은 내년에도 상반기부터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수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우선 우여곡절 끝에 내년 착공이 예정된 새만금국제공항 건설사업의 차질 없는 추진이 요구되고, ‘2026년 새만금 신항만 개항’ 준비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 또 지난해 새만금잼버리 파행사태로 야기된 ‘새만금 기본계획’ 재수립 절차도 현재 진행 중이어서 새만금위원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 같은 현안을 차근차근 풀어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새만금위원회의 역할과 위상 재정립이 요구된다. 정국혼란을 이유로 위원회를 다시 유명무실한 기구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늦게라도 민간위원장이 임명된 만큼, 서둘러 조직을 재정비하고 산적한 현안에 적극 대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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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4.12.22 17:48

청렴도 꼴찌인 군산시 남원시 전북대병원

전북지역 공공기관들의 청렴도가 대체로 저조하다. 국민권익위원회가 19일 발표한 ‘2024년도 공공기관 종합 청렴도 평가’ 결과다. 전북의 공직사회가 부패하거나 직무수행이 공정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인구는 급감하고 경제력마저 바닥인 상태에서 이러한 성적표는 도민들을 크게 실망시키고 있다. 공공기관 책임자와 종사자들은 뼈를 깎는 노력으로 신뢰받는 공직사회를 만드는데 다시 한번 각오를 다졌으면 한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006년부터 매년 공공기관의 청렴도를 평가, 5등급으로 나눠 발표해 왔다. 올해는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시도교육청, 공직유관단체, 공공의료기관, 지방의회 등 716개 기관 총 16개의 유형을 대상으로 평가를 실시했다. 그 결과 전북자치도와 전북교육청은 3등급, 전북도의회는 4등급을 받았다. 기초자치단체에서는 고창군이 1등급, 전주시 익산시 정읍시 완주군이 2등급, 김제시 부안군 순창군 임실군 무주군이 3등급, 진안군과 장수군이 4등급, 군산시와 남원시가 최하위인 5등급으로 평가됐다. 고창군은 기초자치단체 226곳 중 8곳이 1등급을 받았는데 도내에서 유일하게 뽑혔다. 지난 2년간 3등급에 머물렀다가 이번에 1등급으로 올랐다. 그동안의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반면 최하위 등급을 받은 군산시와 남원시는 끊임없는 갈등과 분열, 비리 등으로 바람잘 날이 없었다. 특히 군산시와 군산시의회는 나란히 5등급으로 군산시민들의 얼굴에 먹칠을 했다. 이들 자치단체와 의회는 다음 지방선거에서 준엄한 심판을 받아야 마땅하다. 공공의료기관인 전북대병원도 전국 13개 공공의료기관 중 유일하게 종합청렴도 5등급을 받았다. 지난해보다 무려 3등급이 하락했다. 전북의 거점 의료기관으로서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할 것이다. 공공기관의 청렴도는 그 기관의 투명성이나 경쟁력과 비례한다. 갑질과 막말, 부정부패가 만연한 기관에서 능률이 오르고 대민서비스가 좋을 리 만무다. 이를 개선하는데는 기관장의 리더십과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직접 솔선수범하고 시스템에 문제가 있으면 고쳐야 할 것이다. 공공기관의 부정부패는 세금을 꼬박꼬박 내는 국민에 대한 배신행위이기도 하다. 기업유치나 혁신을 외치지만 누가 이를 믿겠는가. 공정한 직무수행과 청렴 노력으로 전북의 경쟁력이 한걸음 더 높아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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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4.12.22 17:40

행동하는 양심이 전북인 정신

그 날밤 뜬눈으로 지샌 시민들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이른 아침부터 전주 객사앞으로 하나둘씩 모여 윤석열을 내란수괴로 즉각체포해야 한다고 외쳐댔다. 도민들은 나라가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분연히 일어나 행동하는 양심을 보여줬던 것이다. 불의에 항거했던 동학의 후예답게 윤석열을 탄핵하고 그를 내란수괴로 체포해서 처벌하라고 강력하게 외쳐댔다. 추위에도 아랑곳 않고 주말마다 객사 앞에 수만명이 집결해서 정의를 외쳐댄 것이 바로 전북의 힘이요 저력이다. 이번에도 도민들이 즉각 행동으로 나섬으로해서 도민들의 핏속에 정의가 살아 있음을 한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도민들은 그간 국가가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두손으로 강력하게 대항해 왔었다. 어둠이 빛을 이길 수 없는 것처럼 불의가 정의를 억압할 수 없다는 천리를 믿고 정의의 외침을 부르짖었던 것. 심지어 어린이들까지 부모와 함께와서 외친 것은 우리의 긍지요 자랑이 아닐 수 없었다. 지금 전북이 전국에서 가장 못사는 지역으로 전락한 것은 국가권력이 산업화 전략을 펴면서 전북을 철저하게 소외시켰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객사에 모인 도민들 수만봐도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북이 그간 예향의 고장으로 알려지면서 도민들의 성징이 점잖은 것으로만 알려졌지만 이번 일처럼 국가가 긴박한 위기에 처하면 곧바로 한데 모여서 의기의 성냄을 통해 정의를 실천해 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전북인은 역사의 고비때마다 애국충절로 국가의 위기를 극복해낸 자랑스런 후손들이다. 그런 만큼 오늘의 상황이 불리하고 어려워도 이를 극복할 여력이 충만하다고 자부할 수 있다. 그 이유는 불의에 항거하는 행동하는 양심이 도민정신의 근간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20 30대 젊은층의 정의감이 살아서 움직였다. 이들의 정의감이 민주주의를 지켜냈고 발전시켜 나갈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지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제안설명을 했던 김관영 지사가 광화문 시위현장에 카메오처럼 깜짝 나타나 민주당 지도부와 함께 윤석열정권의 실정을 국민 앞에 과감하게 외쳐댄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도전경성이란 캐치프레이즈를 김 지사가 도정구호로 내건 이유도 그의 삶이 도전정신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었다. 학창시절에 최연소공인회계사가 된 것과 군시절에 행정고시, 재경부 사무관 시절에 사법시험에 도전해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실패를 두려워 하지 않은 도전정신에 기인한 것이었다. 지금 전북이 힘들지만 이번처럼 도민들이 하나로 똘똘 뭉치면 모든 걸 할 수 있다. 특히 지난 4.10 총선 때 10명의 국회의원 전원을 민주당 후보로 선출해 단일대오로 만들어 주면서 그 진가가 중앙정치권에서 나타나고 있다.특히 정동영 이춘석의원의 정치력이 돋보여 타 지역 국회의원의 부러움을 산다. 청렴하고 업무평가에서 줄곧 1위를 달려온 김 지사와 국회의원들이 협력하면 전북발전은 곧 회복될 것이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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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24.12.22 17:40

시골에 주택이 있다면 양도세 주의해야

얼마 전에 의뢰인과 상담했던 사례를 소개할까 합니다. 지방의 시골에 있는 주택에 평생을 거주하고 있었으며, 그 주택은 오래전부터 보유하고 있고 등기를 한 사실이 없어서 무허가주택으로 현재까지 있었습니다. 80년대에 수도권에 주택을 취득을 했으며 이 주택이 재개발재건축이 진행이 되어 조합원입주권 상태에서 매매를 하게 되었습니다. 매매를 할 당시 공인중개사 측은 지방에 무허가주택이 있을을 인지 하였지만 주택수에 포함이 안되기 때문에 1세대 1주택에 해당하여 양도세 비과세 적용을 받을 수가 있다며 무리하게 중개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1년이 지나 최근에 세무서에서 기한후 신고 안내문이 날라왔는데, 요지는 시골에 주택이 확인이 되어 2주택자에 해당하기 때문에 조합원입주권 양도차익에 해당하는 양도세를 납부하라는 내용입니다. 80년대에 3천만원도 안되는 금액으로 분양을 받고 6억에 가까운 매매계약을 체결하여 2억에 상당하는 세금을 납부하게 될 처지가 되었습니다. 여기서 주의 깊게 봐야할 사실은 무허가주택을 주택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공인중개사는 무허가주택을 세무서에서 확인이 어려울거라는 추측만 가지고 주택 수에 포함이 안된다고 이야기를 하였지만 이는 잘못된 지식입니다. 기본적으로 등기는 되어있지 않더라도 재산세 부과받은 사실이 있다면 국세청 전산에 주택수로 포함되어 표기가 되기 때문에 쉽게 알 수가 있습니다. 또한 주민등록등본, 전력공급확인원, 공공요금 납부영수증 등 확인되는 자료를 가지고 건축물이 주거용의 목적으로 사용을 하고 있다면 무허가 주택이더라도 주택 수에 포함이 됩니다. 귀촌 및 이농하려는 목적을 가진자들이 농어촌주택을 보유하였다면 농어촌 활성화를 위한 취지로 일정요건에 해당하면 주택수에 포함시키지 않는 조항이 있긴 하지만 그런 목적이 아니라면 단순히 시골에 주택을 보유한다는 것만으로 주택수에서 제외시킬수 없으니 시골주택 이외의 주택을 양도할때에는 주택수 판정을 주의해서 해야만 합니다. 세무회계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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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2.19 18:08

우리 공동체의 리더십 희망을 찾습니다!

엄청난 후폭풍이다.경제부터 흔들린다. 원화 약세와 환율 상승은 물론 주식시장도 고전 중이다.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사라진 시가총액이 144조라고 한다. 내년 우리나라 예산 677조의 20%가 넘는 금액이다. 다행스럽게도(?) 기관이 8000억 원에 가까운 돈으로 더 이상의 증시급락을 막았다. 이 중 6000억 원은 국민연금이 포함된 연기금에서 나왔다고 한다. 국민들의 노후 자금을 쏟아 부어 증시폭락을 막은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정치적 불안정이 한국경제의 성장률을 더 떨어트릴 수 있다는 점이다. 계엄 사태 이전에도 우리의 성장률 전망은 1%대로 낮았다. 계엄 이후 경우에 따라서는 0%대 또는 역성장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모습니다. 물론 한국경제의 규모와 역량에 비추어보면 이번 사태가 외환위기 수준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게 대부분의 전망이다. 그럼에도 일시적이겠지만 한국의 국제 신용등급 하락 우려와 우리 경제의 대외 신인도 타격은 불가피하다. 외교적 파장도 만만치 않다. 당장 정상 외교 일정이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사례가 이어졌다. 주요 국가와의 외교 네트워크가 약화되어 글로벌 공급망 재편 및 미중 경제전쟁 등 중요 의제의 논의 과정에서 한국의 입지가 약화될 위험성이 증대된다. 외교 공백을 최소하화기 위해 정부의 노력이 진행 중이지만 계엄과 대통령 탄핵 정국은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에 치명적이다. 세계는 한국의 정치적 혼란을 주시하며 우리나라를 지정학적 리스크로 간주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이례적이라는 최상목 경제부총리와 조태열 외교부 장관의 공동 외신 기자 간담회는 정부의 회복 노력을 상징한다. ‘한국의 경제와 외교 정책을 안정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다짐을 통해 국제사회의 불안을 진정시키고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것이다. 초현실적 상황은 지금도 계속 된다. 현직 대통령은 출국 금지되고 내란 혐의 피의자로 구속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하이에나로 변신한 검찰”은 ‘대통령이 국방장관과 공모해 국헌문란을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켰다.’고 말한다. 수사기관들은 경쟁적으로 대통령 신병을 노리며 소환장을 계속 발부한다. ‘상상 그 이상의 대통령’은 뭘 더 보여줄지 걱정이다. 12월 3일 밤 우리는 한 사람이 가진 엄청난 힘과 영향력을 생중계로 지켜봤다. 몇몇 사람의 고집과 무모한 행동이 공동체에 엄청난 피해를 가져다 주는 것을 생생하게 목격했다. 결국 대한민국 공동체의 정치 리더십이 문제의 근원이다. 댓가는 혹독하다.정치가 민생 경제와 대한민국을 흔드는 상황으로 외신은 “5100만 한국인들이 비상계엄의 경제적 대가를 앞으로 할부로 치러야 한다.”고 우려한다. 지금 우리가 갖고 있는 정치 리더십의 대안은 크게 둘로 나뉜다. 집단으로 보면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중심이고 개인으로 보면 “한세표 유안준”으로 ‘한동훈 오세훈 홍준표 유승민 안철수 이준석’ vs. 이재명과 “신3김 3총”으로 ‘이재명 김경수 김동연 김두관 김부겸 정세균 이낙연’이다. 대부분 거론되었거나 우리가 익히 알고 있고 충분히 예상되었던 사람들이다. 이번에 새로운 인물의 등장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 윤 대통령의 ‘의도하지 않은 기여’다. “갑툭튀의 끝판왕”은 지금 대통령으로 충분하다는 게 사람들의 생각일 것이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그리고 ‘한세표 유안준’ vs. ‘이재명과 신3김 3총’의 리더십은 우리에게 더 나은 미래의 리더십일까? 양당과 그들은 새로운 헌정체제의 7공화국 요구를 고민할까! 걱정이 앞선다. 해체위기의 여당은 “조기 대선하면 이재명 대통령”이라는 공포에 휩싸여 있다. “극우 파시즘이냐 정통보수냐 갈림길”에 섰으면서도 “한 명씩 일어나 탄핵 찬반 밝히라”며 배신자를 색출하겠다는 말이 나온다.갈 데까지 갔다. 현재 시점 가장 유리한 위치의 강력한 차기 대권후보 이재명의 민주당은 ‘닥치고 공격’이다. ‘6개월 내에 끝낸다.’며 ‘이재명 2심 전(前) 대선’을 목표로 한다. 자신과 당에 대한 조사와 관련된 24회의 보복성 탄핵시도는 “조폭 정치와 국회 사유화”의 비판을 넘어선다. 그들은 “지금은 점령군인 양”하며 “물 만난 듯 대통령 놀이”하며 “힘을 주체하지 못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는 얘기를 듣는다. “다뜯어민주당 재명세”의 논란은 정치적 목적을 최우선으로 한 기민함과 민첩한 변신의 이재명 리더십을 상징한다. 새 리더십을 찾아야 하는 대한민국의 고민은 공동체의 방향성과 리더십의 조건으로 이어진다. 대한민국 공동체의 리빌딩과 재도약을 위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누가 리빌딩과 재도약의 리더십일까? 결국 우리의 선택이다! 박명호 동국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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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2.19 18:06

책 속의 세계를 나누는 일

내가 운영 중인 책방은 정읍 유일의 독립서점이다. 책은 내가 마음에 드는 것으로 골라서 들여놓는데 그 기준은 매우 모호하다. 최근의 개인적인 관심사, 사회적인 이슈, 계절의 흐름, 좋아하는 작가 또는 출판사 등등 일관성이나 장르의 구분이 따로 없다. 출판사나 유통사의 도서 유통에 대한 이해관계에 상관없이 책을 구비 하는 서점을 독립서점이라고 한다면 지금의 책방은 꽤 독립적인 편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책방에는 ‘나도 책방을 하고 싶은데’ 하며 궁금한 것들을 묻고 가시는 분들이 종종 오는데 내 대답은 한결같다. 꼭 책방 여시라고 말씀드린다. 동종 업계 사람들을 늘리고 싶은 마음이 가장 큰 이유이다. 특히 정읍에 열고 싶다 하시는 분의 경우에는 더욱더 꼭 책방 여시라 강권을 하곤 한다. 정읍이 소도시이긴 해도 엄청나게 다양한 책 취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각자의 취향을 만족하기 위한 서점을 찾고 있을텐데, 정읍에는 하필 나 혼자 책방을 하는 바람에 나와 취향이 같지 않은 독자들은 가고 싶은 독립서점이 없는 불행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도 어린이 손님 한 명이 원하는 로맨스 소설을 찾지 못해 돌아가는 것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 기껏 이 작은 책방엘 시간을 내어 찾아왔는데 한참을 서성이며 책을 고르다 이내 돌아가는 손님들을 보고 나면 더욱 다른 독립서점의 존재들이 필요함을 절실히 느낀다. 하지만 나의 필요와는 별개로 책방을 운영하고자 문의하는 분들의 주 관심은 대부분 경제성이다. 책은 소비자가격이 정해져 있고, 공급가도 정해져있다. 인터넷을 포함한 전국의 모든 서점이 같은 가격으로 판매하도록 되어있다. 많이 팔지 않으면 결코 높은 소득을 기대할 수 없다.한 달에 얼마 정도를 벌기 원하시냐고 여쭤보고, 그에 맞는 판매량과 매출을 말씀드리면 질문하신 분의 얼굴은 어두워진다. 책방주인마다 다르겠지만 책만 팔아서 유지하시는 분들도, 공간을 대여하거나 독서모임을 하거나, 나처럼 음료를 판매하는 분들도 계신다. 각자의 능력과 사정에 맞추어 책방지기의 삶을 이어가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이다. 전략은 다양하지만 목적은 하나임이 분명하다. 책 속의 세계를 나누는 일을 멈추고 싶지 않아서 책방을 운영한다고 해도 넘치지 않을 것이다. 경제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책방지기의 역량을 넘어서는 다른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웃 도시 전주시의 경우 <전주시 지역서점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조례>가 시행되고 있다. 전주시는 전국적으로 인구대비 가장 많은 지역서점이 위치한 도시 중의 하나이고, 도서관 또한 그 못지않게 많은 수를 자랑한다. 다양한 테마의 작은도서관과 작은서점들의 상생을 위해 조례를 통한 정책들을 시행중이고, 전국 규모의 도서전과 국제 도서전을 개최하는 등 독서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조례와 서점 수의 상관관계는 우상향이다. 전국의 독립서점들이 늘 문닫는 소식을 알리는데 전주시의 독립서점은 줄기는커녕 폐점 없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전주시의 조례가 부럽기도 하지만 그것을 가능하게 만든 수많은 작은 서점들의 존재가 너무 부럽다. 이들 독립서점들은 든든한 버팀목을 딛고 본래 독립서점이 가고자 하는 길을 걷고 있다. 다양한 책 속의 세계를 나누는 일을 다양한 목소리로 하고 있다. 정읍시에서도 가능할까. 나도 언젠가는 동료를 가질 수 있을까. 요원한 그 날을 기다린다. 유새롬 작은새책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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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2.19 18:06

봄이 다가오고 있다

‘뇌썩음’(brainrot)의 결과는 반민주주의의 범죄인으로 마무리되어가고 있다. 상상을 초월한 윤석열은 조용한 아침의 나라를 한밤중에 끔찍한 12.3 친위쿠데타를 감행, 온 국민을 혹한에 떨도록 만들었다. 하마터면 무장군인과의 유혈사태가 벌어질 뻔했다. 민의의 전당인 국회는 허물어지고 국민의 대변자들은 체포구금으로 무시무시한 척결을 당했을 것이다. 그래도 계엄발표 즉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국민의 힘 의원 일부가 참여, 계엄해제의결로 6시간 만에 위기를 모면했다. 광란의 칼을 휘두른 대통령이라는 작자가 얼마나 무도하고 무법하며 무지, 무능한가를 여실히 보여주면서 세계 10대국인 대한민국을 끝없는 나락으로 올가미를 채우려 했다. 진정한 왕이 아닌 광란의 왕 노릇을 하려다 미수에 그친 결과는 갈 곳이라고는 한 곳뿐이다. 이곳은 수신제가의 엄혹한 곳이다. ‘뇌썩음’이라는 단어는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출판부가 올해의 단어로 무분별한 인터넷콘텐츠 소비에 따른다는 내용이다. 이는 어쩌면 12.3 친위쿠데타에 딱 들어맞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할 것이다. 공정과 상식, 법치주의를 내걸고 0.75%로 대통령 당선의 영광을 차지했다. 그러나 취임 이후 부인 김건희 여사와의 의혹과 날이 갈수록 국정운영에 문제점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불통과 고집이라는 닉네임이 붙을 정도로 지지율 하락은 20% 안팎을 넘나들다가 계엄 후는 최저 11%까지 내려가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러함에도 1차 담화는 국민의힘에 일임하겠다더니 2차 담화에서는 국정 운영실패는 뉘우침이 없고 국민과 함께 끝까지 싸우겠다는 결기를 보였다. 결국은 계엄발표로 탄핵을 당해 헌법재판소 심판을 기다리고 있다. 이태원 참사, 채상병 격노 사건, 거부권 남발, 내치는 물론, 외교, 국방문제까지 국민을 불안 속으로 몰아가는 과정에서 그것도 부족해 밤중에 무장군인을 국회에 침입, 주요정치인을 체포하려다 국회로 몰려든 민주시민들과 국회 입법보좌진들의 항거로 본회의장 침입이 불가 하자 유리 창문을 부수고 침입했다. 그러나 우원식 국회의장 등 긴급소집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국회 담장을 넘어 본회의장에 들어가 계엄해제의결로 위기를 모면했으나 친위쿠데타와 담장 넘는 모습은 우리나라 헌정사에 남게 됐다. 엄연한 내란죄로 벌거숭이가 될 윤석열은 법적, 정치적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7일 대국민담화)고 밝혔으나 행동은 다르다. 내란에 관여한 장군들이 구속수감 되는 마당에서 정작 본인은 검찰, 경찰소환에 불응하고 있다. 위중한 내란죄를 범한 우두머리(수괴)피의자로 즉각 구속 수감당해야 함에도 버티고 있다. 이제는 피할 곳이 없는 상황이다. 아내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그것도 대통령 부인이라는 점에서 잘못이 있다면 국민에게 용서를 빌고 영부인으로 서의 역할을 해야 함이 온당했을 것이라고 본다. 법치와 공정, 상식을 내세워 대통령에 당선된 남편이라면 수신제가 치국평천하修身齊家 治國平天下를 함께 공부부터 해야 했다. 앞으로 조용한 곳에 가면 수신제가부터 익히면서 검사에서 대통령에 이르기까지의 자기 역사에 솔직한 마음으로 되돌아보아야 한다. 이제 대한민국은 2년 반 전으로 시계를 돌려야 한다. 민주시민의 함성은 세계에서 가장 멋진 시위로 손꼽힐 것이다. 품격과 격조 있는 축제의 장으로 민주의 꽃을 여지없이 보여준 시위로서 세계언론은 평가하고 있다. 동토의 민주주의는 서서히 녹아내려 5천만 국민의 마음은 자유와 평화의 물결이 넘실댈 것이다. ‘뇌썩음’에 대해 우리 국민은 체험을 통해 진정한 지도자의 중요성을 확인했다. 우리의 봄은 다가오고 있다. 김철규 전 전북도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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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2.19 18:06

기지개 켜는 전주시 현안

도민들과 함께 추억을 간직한 전주 종합경기장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1963년 피폐하던 시절 44회 전국체육대회 개최를 위해 도민들 성금을 모아 지은 지 61년 만이다. 이 자리에는 컨벤션센터와 호텔 등이 들어선다. 특히 전시컨벤션센터는 지방재정 중앙투자심사를 통과함에 따라 가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종합경기장 개발과 함께 전주 현안의 양대 축으로 꼽혔던 옛 대한방직 부지 개발도 도시관리계획 변경 절차가 마무리 되면서 탄력을 받게 됐다. 이처럼 오랜 진통을 겪어온 해묵은 현안이 행정 절차를 끝내고 착공만 남게 되면서 한껏 기대를 갖게 한다. 여기에 서부권 교통망의 핵심인 황방산 터널까지 윤곽을 드러내면서 전주시의 대형 프로젝트 꿈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탄핵 정국과 맞물려 정부의 긴축 재정 기조가 여전한 가운데 사업 추진에 따른 재정 악화를 우려하기도 한다. 시의회도 행정사무감사에서 이런 점을 지적하고 부채 관리에 대한 모니터링을 통해 재정 건전성을 강조했다. 그렇다고 이 상황에서 지역 발전의 견인 사업을 계속 방치하는 것도 장기적 관점에서 리스크로 작용할 거란 지적도 만만찮다. 자영업 소상공인은 물론 지역 경제가 초토화된 상황에서 이 사업들은 분위기 반전을 이룰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적게는 6년에서 10년 넘게 찬반 논란이 계속돼 왔던 지역의 현안이다. 최근 종합경기장 개뱔의 핵심인 컨벤션센터는 전북도와 시가 상호협력 업무협약을 맺고 적극 추진키로 했다. 전시복합산업의 구체적 청사진이 머잖아 가시화 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방직 터 개발은 그동안 걸림돌로 지적돼 온 사업의 지속성과 공공성 담보 문제를 시의회가 집중 검토한 끝에 4개항 수정 조건으로 상호 협약서를 승인했다. 이 외에도 관심을 모은 건 상습 교통체증의 오명을 안고 있는 서부권 교통 해소책으로 거론돼 온 황방산 터널 구간이 결정됐다는 점이다. 시가 그동안 3가지 안을 놓고 검토한 결과, 혁신도시 국민연금공단 사거리에서 서곡 드림솔재활병원 사거리까지 1.86km 구간을 선정했다. 일단 후속 절차가 남아있지만 서부권 시민들의 숙원이 첫 발을 뗐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평가를 받는다. 무엇보다 이들 사업은 그동안 자치단체장이 추진 동력을 찾지 못해 지지부지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기본적 공론화 과정을 거쳐 사업 추진이 본격화 됐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사실 경기 침체가 장기화 되면서 서민 경제는 물론 골목 상권이 깊은 불황에 빠져 있다. 이런 때 서서히 기지개를 켜는 지역 현안의 추진 동력에서 심각한 경제 위기의 탈출구를 모색한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여기에 덧붙여, 시가 27년 만에 덕진공원 등 8개 공원 주변의 15개 고도지구 가운데 11곳의 규제를 해제함으로써 시민들 삶의 질을 개선하려는 것도 그 맥락은 같다. 김영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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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곤
  • 2024.12.19 17:06

소규모 학교 행정실 근무환경 개선 급하다

최근 전북지역 한 초등학교의 행정실 직원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임용된 지 채 3년도 채우지 못한 젊은 공직자의 비극이어서 충격이 더 크다. 공무원노조는 ‘과중한 업무와 직장 내 괴롭힘이 고인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며 철저한 진상조사를 요구했고,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도 곧바로 감사에 착수했다. 이번 비극을 계기로 소규모 학교 행정실 직원의 열악한 근무환경 문제가 새삼 부각됐다. 저출산·고령화 시대, 학령인구가 꾸준히 줄면서 학생 수가 지나치게 적은 소규모 학교가 늘고 있다. 특히 전북은 소규모 학교가 다른 지역보다 많다. 그런데도 갈수록 늘어나는 작은 학교 교직원들의 업무환경에는 무관심했던 게 사실이다. 특히 교사에 비해 행정실 직원은 늘 관심의 사각지대였다. 그나마 교원의 경우 교사단체가 ‘교원 업무경감’을 지속적으로 요구하면서 교원의 업무여건이 부각되고,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교권보호에도 관심이 쏠렸지만 학교 행정실 직원들에 대한 조명은 거의 없었다. 학교 규모가 작아 행정실 인원이 적어도 수행하는 행정업무의 종류와 양은 대규모 학교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도 행정실무사 없이 교육행정직 공무원 2명이서 학교 예산과 지출·계약·시설관리·민원 등의 모든 행정업무를 수행하는 작은 학교가 적지 않다. 이번에 사망한 고인도 ‘2인 행정실’의 차석으로 근무했다. 소규모 학교 행정실 직원들의 업무 부담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특히 ‘2인 행정실’의 경우 업무 분장의 구조적인 문제점 등으로 인해 임용된 지 얼마 안 된 저연차 공무원들은 감당하기 힘든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더 이상 학교 현장에서 이런 안타까운 일이 되풀이되어서는 안 된다.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은 우선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이번 비극의 원인을 밝혀내고, 부당한 일이 있었다면 그 책임도 물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이번 일의 근본적인 원인에도 주목해야 한다. 작은 학교 행정실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TF팀을 꾸려 문제점을 분석하고,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작은 학교 행정실 직원들의 애로사항을 자세히 듣고 정원 배치 기준을 개선해서 더 이상 이로 인한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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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4.12.19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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