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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안되는 일이 일어났다. 한창 사랑받을 초등학교 1학년 김하늘양이 학교에서 교사에게 피살당하는 참담한 비극이 발생했다.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조현병 이력이 있는 40대 교사가 돌봄교실을 마치고 하교하는 학생을 학교 시청각실에서 무참히 살해했다. 학생이 마음 놓고 지내야 할 공간인 학교에서 벌어진 참사에 국회와 정부, 그리고 교육계가 술렁인다. 계획된 범죄, 구조적 문제인가 개인적 문제인가? 이번 사건은 전형적인 묻지마 계획 살인 범죄이다. 물론 학교라는 공간에서 교사가 학생을 대상으로 한 범죄이기에 사회에 주는 충격은 매우 컸다. 사회가 바라보는 교직은 도덕적 잣대가 매우 엄격하고, 학교는 학생들이 가정 다음으로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비극적 사건은 ‘교사’가 ‘학생’을 대상으로 한 범죄로 보는 구조적인 접근보다 ‘범죄자’가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개인의 강력 범죄로 보아야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할 수 있다. (가칭) 하늘이법 추진을 통한 재발 방지 제도 개선 국회는 정신적 질환, 심리‧정서 고위기 등으로 주변에 위해를 가하거나 정상적‧지속적 직무 수행이 현저하게 어려운 교원에 대한 긴급 분리 및 긴급 조치를 시행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가칭 ‘하늘이법’ 입법을 추진한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국회 당정협의회에서 교원 임용단계부터 정신건강을 고려하고 재직 중인 교원에 대한 심리 검사 지원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정신 건강 문제를 가진 교사를 배제하는 방식으로 교육 현장의 안전을 확보하겠다는 발표에 교원의 사기는 또다시 바닥으로 떨어졌다. 심리적으로 불안전한 교사는 모두 예비 살인자인가? 질병휴직을 사용하는 전국의 초중고 교사는 연간 2000명에 육박한다. 특히 초등교사의 휴직이 전체의 64%를 차지한다. 초등교사는 학생의 생활지도, 급식지도부터 학부모 상담, 각종 행정업무까지 과중한 업무부담을 지고 있다. 담임을 맡아 하루 종일 학생과 함께하는 직업적 특성상 정신적, 육체적 소진이 심각하다. 교육공무원의 직업성 정신질환 발생 위험도는 일반직 공무원의 2.16배에 달한다.* 전통적으로 교사에 대한 사회적 존경이 높고 교직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던 한국에서 교사들이 받는 마음의 상처가 더 크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신과 진료 이력을 가진 교사들에게 ‘위험 교원’이라는 표식을 준다면 치료나 치유를 회피하거나 진료 이력을 감추는 등 오히려 더 큰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의료계에서는 정신건강과 폭력성 간의 연관성이 없다고 밝힌 만큼 심리적으로 불안전한 교사들을 예비 살인자 취급하는 정책이 추진되어서는 안된다.* 중앙보훈병원 민진령 연구부장, 서울대 의과대학예방의학교실 민경복 교수 공동연구팀 마음 건강 회복을 돕고 교육자로 돌아올 수 있는 제도 마련 시급 사회적 감정에 휩쓸린 여론몰이에 기반한 졸속적 입법으로 교직 수행 가능 여부를 따지고 교직에서 배제하는 방안은 교육력을 하락시킨다. 교권 문제로 진통을 겪고 있는 교육 현장에 더 큰 문제를 던지는 꼴이다. 교원의 정신건강 관리는 필요하지만, 이 사건으로 교직사회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번지는 것은 절대 안될 일이다. 국회와 교육당국은 교육력 회복과 교원의 사기 증진을 위해서라도 교육 현장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교원의 정신건강을 관리하고 치유할 수 있는 제도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오준영 전북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또 한 분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2월 16일, 97세로 별세한 길원옥 할머니다. 여성가족부에 등록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는 240명. 길 할머니의 별세로 생존자는 이제 일곱 명이다. 우리 정부가 공식적으로 위안부 피해자 찾기에 나선 것은 1991년. 고 김학순 할머니가 위안부 피해 사실을 처음 공개적으로 증언한 이후 여가부가 위안부 피해자의 명예 회복과 진상 규명을 위해 '일제하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생활안정지원 및 기념사업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면서다. 그리고 그해 8월 14일, 위안부 피해자 등록이 시작됐다. 길 할머니는 1998년 10월에서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로 등록했다. 이후 위안부 피해 진상을 국내외에 알리는 일에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나섰다. 유엔 인권이사회, 국제노동기구 총회에 참석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 진상을 알리고 세계 각국을 돌며 전시 성폭력 피해자들의 인권 회복을 위한 활동을 벌였다. 인권운동에 바쳤던 할머니의 말년은 빛났다. 2012년에는 고통받고 있는 전시 성폭력 피해 여성들을 위해 일본 정부로부터 받은 배상금으로 고 김복동 할머니와 함께 ’나비기금’을 만들었다. 2017년에는 평화와 통일을 위해 일하는 국내 여성활동가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길원옥여성평화상’도 제정했다. 233명 위안부 피해자가 세상을 떠난 지금, 일본 위안부 강제동원 역사는 바로잡아졌을까. 일본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일본군의 강제성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은 1993년 8월이다. 당시 고노 요헤이 관방장관은 담화를 통해 일본군 위안부가 존재했으며 일본군이 관여해 강제 동원했다고 밝혔다. 일본군의 요청으로 위안소가 설치되었고, 위안소 관리와 위안부 이송에 일본군이 관여했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시인하면서 역사 연구와 교육으로 이러한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실제 ‘고노담화’는 한일 간 불행한 역사를 극복하고 미래 지향적인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한 ‘21세기의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1998년)을 이끌어내는 바탕이 됐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의미와 효력은 지속되지 못했다. 일본 정부는 국제적 관계를 의식해 겉으로는 담화 계승을 내세워왔지만, 아베 정권에 이르러 결국 ‘고노담화 검증’을 정부 차원의 과제로 삼으면서까지 공식 입장을 바꿨다. 고노담화의 정신이 폄훼된 지 이미 오래, 이제 담화 계승의 진정성을 기대하기는 더더욱 어렵게 됐다. 여가부에 공식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 중 생존자 일곱 명의 평균 나이를 보니 95세가 넘는다. 일제 강제동원의 역사가 이렇게 저물어가고 있다. 속절없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김은정 선임기자
도로의 기능은 마치 인체의 혈관처럼 구석구석 필요한 곳에 사람과 물건을 이동시킬 수 있도록 통로를 제공한다. 그런데 평소 간과하기 쉬운것 중 하나는 바로 도로의 안전성이다. 조금만 주의를 게을리하면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전북에서 최근 5년간 적재 불량 화물차 단속 건수는 1504건에 달한다. 실제로 적발한 것이 이 정도일뿐 만일 CCTV 등을 통해 꼼꼼하게 사후 단속을 펼쳤다면 엄청난 숫자가 될 것이 확실하다. 고속도로는 물론, 일반 도로에서도 각종 화물을 위험천만하게 싣고 다니는 화물 차량을 종종 볼 수 있다. 통나무나 무거운 철재 등을 싣고 커브길을 돌때면 휘청하는 느낌이 들 정도여서 운전자들은 아찔한 경험을 한두번씩은 다 겪어봤을 것이다. 경찰청은 지난해 3~4월 관계기관과 함께 고속도로 내 주요 항만·공단 요금소에서 화물차 정비·적재 불량 등을 집중적으로 단속한 결과 고속도로 사고가 무려 20%나 줄었다고 한다. 적재 불량 화물차가 얼마나 도로에서 큰 위험요인을 안고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수치다. 화물차 정비·적재 불량 문제에 얼마나 적절하게 대응하는가에 따라 각종 교통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음이 새삼 확인됐다. 본보 취재 결과, 적재함에 폐기물을 산더미처럼 쌓고 주행하는 화물차의 경우 차량 높이보다 높게 쌓인 화물은 덮개 없이 얇은 끈에 고정된 채 차가 흔들릴 때마다 같이 흔들리는 등 위험요인이 큰 상태였다. 심지어 적재함보다 긴 판자를 차량 위에 올려놓고 줄로만 묶어 놓은 채 주행하는 트럭도 종종 목격됐다. 적재함을 열어놓은 채 철근을 싣고 달리는 화물차 또한 흔히 볼 수 있다. 도로 운전자들은 화물이 떨어질까 두려워 가급적 화물차 옆이나 뒤를 꺼려하고 있는데 막상 추월하는 것도 쉽지않아 불안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라고 하소연한다. 단속을 강화하는 것 못지않게 징벌적 과징금 도입과 화주에 대한 벌과금 부여 또한 필요해 보인다. 도로 안전에 큰 위협을 주는 행위가 계속 반복되는 것은 적절한 책임을 제때 묻지 않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잘못이 반복되는 것은 그 잘못을 방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차제에 적어도 전북에서만큼은 적재 불량 화물차가 다니는 일이 없도록 경찰청 등 관계당국은 잘못된 관행을 완전히 뿌리뽑기를 강력 촉구한다.
제1회 전국동시새마을금고 이사장 선거가 3월 5일 전국적으로 치러진다. 이번 선거는 개정된 새마을금고법에 따라 선거관리위원회가 위탁관리하게 된다. 그동안 이사장 선거를 둘러싸고 금품을 뿌리는 등 말이 많았던 만큼 이번에는 공정하고 깨끗하게 치렀으면 한다. 공정한 선거를 통해 풀뿌리 서민금고로서 도민들에게 사랑받는 계기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는 전국적으로 1103개 새마을금고에서 실시되며 선거인수만 430만여명에 달한다. 자산 규모 2000억원 이상 금고는 직선제로, 2000억원 미만 금고는 회원 직접 투표, 총회 선출, 대의원회 선출 중 금고의 정관으로 정한다. 전북은 51개 금고에서 치르는데 직선제 28곳, 대의원제 23곳으로 예상 선거인수는 19만1496명이다. 이사장 후보 등록은 18-19일 이틀간 진행되며 선거운동 기간은 20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13일간이다. 이사장이 되면 평균 1억 원이 넘는 연봉과 인사권, 대출 승인권, 예산 운영권 등 금고 전반의 막중한 권한을 가진다. 이 때문에 금고 출신뿐 아니라 지역 유력인사들까지 금고 이사장 선거에 출마하는 일이 적지 않았다. 그동안 금고 이사장 선거 방식은 각 금고의 정관으로 정해 선출하도록 했고 구·시·군선관위에 임의로 선거 관리를 위탁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80%가량의 금고에서 100여명의 대의원이 투표권을 행사하는 간선제 방식을 선택했다. 이에 따라 이사장 후보자는 대의원을 금품 매수하는 등 ‘검은 돈’ 선거로 치러지는 일이 빈번했다. 이런 문제가 누적되자 2021년 새마을금고법을 개정해 선관위에 의무 위탁하고 회원이 직접 투표하도록 했다. 하지만 벌써부터 타지역의 경우 불법선거 사례들이 적발되고 있다. 입후보 예정자가 회원들에게 상품권을 제공하거나 현직 이사장이 입후보 예정자를 매수한 혐의 등이 고발되고 있다. 새마을금고는 서민들이 피땀 흘려 모은 자산이 기반이다. 1970년대 새마을운동에 기여했고 외환위기 때는 신인도가 좋아 도시민들까지 대거 조합원으로 가입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기업대출이나 부동산 PF 대출에 집중하다 부실덩어리가 되거나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으로 위기를 맞기도 했다. 강력한 개혁과 경영혁신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러한 때 치러지는 첫 동시선거이니만큼 공정하게 치러 새마을금고가 거듭났으면 한다.
다시 철도의 시대다. 우리나라에서 철도는 제국주의 침략의 산물이지만 근대화의 상징이기도 하다. 1960~70년대 산업화 시대에는 고속도로와 더불어 국토의 대동맥으로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해냈다. 21세기 초 KTX 개통 이후 국가교통망은 도로에서 철도 중심으로 바뀌었다. 정부가 국가고속철도망 조기 구축과 간선철도의 고속화·전철화를 추진하고, 대도시권 광역교통망을 철도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정책을 속속 내놓았다. 철로가 지나는 전국 각 지자체에서도 ‘철도 중심도시’ 비전을 속속 발표했다. 전국 각지에서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에는 GTX(수도권 광역급행철도) 첫 구간이 개통돼 ‘수도권 30분 출퇴근 시대’의 서막을 열었다. 또 서해안권역 수도권 서부와 충청권을 잇는 서해선·장항선·평택선이 동시 개통했고, 중앙선 복선전철화 사업이 마무리돼 서울~부산을 잇는 또 하나의 KTX 노선이 생겼다. 이어 삼척~포항 고속철도 완공으로 강릉~부산 동해선 전 구간이 연결되면서 을사년(乙巳年) 새해 벽두 ‘동해안철도 시대’ 개막을 알렸다. 전북은 어떨까? 달라진 게 없다. 뚜렷한 청사진도 없다. 수십 년간 헛바퀴만 돌렸다. 전주시가 지난 2000년대 초 경전철 도입을 추진했지만 논란 속에 결국 무산되면서 막대한 예산만 날렸다. 이어 민선 7기에는 한옥마을 트램 사업에 주력했지만 역시 헛심만 쓰고 끝났다. 남원시가 추진해 온 ‘지리산 산악열차 시범사업’도 환경영향평가를 놓고 논란에 휩싸여 앞길을 알 수 없게 됐다. 호남 철도교통의 관문인 익산시가 큰 그림을 그렸지만 아직 가시적 성과가 없다. 익산시는 정부 정책에 맞춰 ‘유라시아 철도 출발역·거점역 선정’을 핵심 시책으로 정하고, 행정력을 집중해왔다. 그런데 상황이 달라졌다. 남북관계 경색과 국제정세 변화로 성큼 다가온 꿈의 길이 다시 멀어져 있다. 경기도 고양 대곡역에서 시작된 서해안철도는 충청권까지만 이어졌다. 나머지 군산~목포 구간은 하세월이다. 군산과 고창·부안·함평·영광 등 호남 서해안권 5개 지자체장들이 ‘서해안철도(군산~목포) 국가계획 반영’을 요구했지만 결과는 알 수 없다. 최근 ‘전북권 광역전철망’ 계획이 다시 이슈로 떠올랐다. 익산시에서 추진해온 전북권 광역철도는 전주~익산~새만금국제공항을 동서축으로, 정읍~익산~논산을 남북축으로 연결하자는 계획이다. 그런데 전북특별자치도에서는 지난해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7개 노선 반영을 건의하면서 전북권 광역전철망을 빠뜨렸다. 그 대신 전주~김제~광주선 철도 계획을 포함시켜 익산시와 엇박자를 냈다. 정부가 지난해 ‘교통분야 3대 혁신’전략으로 발표한 ‘지방 대도시권 광역급행철도(x-TX)’ 계획에서도 전북은 없다. 안타깝다. 근대화 시대, 일제 수탈의 아픔을 안고 달린 전북의 기찻길이 한 세기가 지나서 맞이한 철도 르네상스 시대,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다. / 김종표 논설위원
1994년, 영화 쥬라기 공원 1편의 흥행 수입이 자동차 150만 대 수출과 맞먹는다는 소식은 당시 한국 사회에 충격을 주었다. 한국의 자동차 산업은 1944년 경성정공(기아자동차의 전신) 설립을 시작으로 각종 정부 지원과 노동력, 기술 개발 등을 통해 연간 수출 150만 대를 돌파하기까지 약 30년이 걸렸다. 이에 비해 기획부터 개봉까지 약 3~4년이 걸렸던 한 편의 영화가 같은 경제적 가치를 창출했다는 것은 기존의 패러다임을 뒤흔드는 일이었다. ‘놀이’, ‘취미’로 여겨졌던 영화, 만화, 게임 등이 거대한 글로벌 비즈니스이자 경제 성장의 중요한 축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을 통해 콘텐츠산업 육성 정책이 추진되었다. 2022년 기준 한국 콘텐츠 산업은 영국, 독일, 프랑스에 이어 세계 7위 규모로 성장하였고, ‘K-콘텐츠’라는 빛나는 브랜드를 갖게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창작자를 하청업체처럼 대하거나 창작물을 공산품처럼 취급하는 인식은 크게 변하지 않은 것 같다. 얼마 전 작품 심사 평가를 받는 자리에서 “기업의 이익을 위해 매절 계약을 해야 하는데 왜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받고 귀를 의심했다. 매절 계약은 정말 조심히 다루어야 하는 계약 사항이다. 업계의 큰 아픔인 검정고무신 저작권 분쟁을 통해 창작자의 권익 보호와 불공정 계약 관행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날로 높아지고 있음에도 창작자를 생산 라인의 가장 아래 사람인 양 여기는 이들이 너무나 많다. 그러나 이는 정반대다. 콘텐츠 제작의 가장 최초 단계에 있는 사람들이 바로 창작자이다. 창작자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이 콘텐츠 산업이다. 이들을 하청이나 대체 가능한 부품처럼 대한다면, 결국 만나게 되는 창작물 또한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수준일 것이다. 설사 좋은 작품이 나왔대도 거기까지이다. 기업이 창작자와 나누지 않고 독차지한다면, 그 작품을 만든 창작자는 더 이상 함께하지 않을 것이다. 오로지 ‘돈’만 생각한다면 창작자의 지지를 받기 어려울 것이다. 좋은 창작물은 돈만 많아서는 만들어지기 어렵다는 것을 ‘실패작’이라 불리는 작품들이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창작은 일반적인 노동과 다르다. 아무리 시간을 보내도 한 줄의 글이나 형상을 잡아내지 못하면 새하얀 백지가 놓여 있을 뿐이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창작자는 게으르다는 오해를 쉽게 산다. 그러나 오랜 기간 동안 여러 번의 시도와 수정, 고민, 폐기, 또다시 수정을 거쳐야 탄생하는 것이 창작물이다. 창작자들은 ‘보이지 않는 노동’을 반복하고 있다. 세상에 없는 유일무이한 것을 만들어 내는 일은 쉽지 않다. 이는 창작물에 저작재산권과 저작인격권이 부여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일정한 업무량과 근무 시간이 정해져 있는 일반적인 노동과 달리, 창작은 아무리 노력해도 경제적으로 안정되지 않거나 지속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문제는 창작자가 게으른 것이 아니라, 창작을 지속할 수 있는 시스템이 부족한 것이다. 콘텐츠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공산품 제조와는 다른 접근과 인식이 필요하다. 한편, 몇몇 심사장에서 심사 매너 관련 안내문을 배포하는 사례가 들려오고 있다. 창작자를 존중하고, 심사자의 지식을 자랑하거나 부적절한 발언을 지양하는 내용이다. 이러한 노력이 부디 더 많은 심사장에서 보편화될 수 있길 바라본다. “한 달에 5만 원은 벌겠느냐”고 묻는 심사위원은 이제 그만 만나고 싶다. 전정미 삐약삐약북스 대표
튀르키예의 이스탄불에는 바다 한가운데에 랜드마크 중 하나인 ‘처녀의 탑(Maiden’s Tower)’ 등대가 있다. 고대 그리스 시대인 무려 2,500년 전에 지어져 감시탑, 등대, 검역소 등으로 이용되다 한동안은 레스토랑으로 변신하였다가 최근에는 리뉴얼을 통해 지금은 박물관으로 재개장하였으며 노을의 명소이기도 한 곳이다. 이곳은 여행자들의 필수 코스가 된 지 오래다. 등대는 해양 안전을 위한 필수적인 구조물이면서, 동시에 역사적인 건축물이다. 선박의 안전한 항해를 위해 방향을 제시하기도 하지만, 이제는 안전 기능과 더불어 다양한 해양문화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특별한 미식 경험을 제공하는 레스토랑뿐만 아니라 해양레저시설, 해양박물관 등 지역과 연관된 해양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해 나가고 있다. 올해부터 우리나라에서도 「등대유산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었다. 역사적·심미적 가치가 있는 등대 유산을 보존하고 활용하며 등대 해양문화공간의 조성에 관한 사항을 법으로 규정하였다. 이를 토대로 가치가 있는 등대들이 문화재로서 보호받고 해양문화공간으로 재조명받을 기회가 마련되었으며, 등대와 주변을 연관 지어 지역과 상생하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시행될 계획이다. 우리 전북에도 서해의 보석 같은 섬들로 이루어진 고군산군도(古群山群島). 그중에서도 말도(末島)에 옛 항해자들에게 이정표 역할을 해왔으며 100년이 넘도록 서해 바다를 비추고 있는 말도등대가 있다. 말도등대는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함께 여행객들의 관심을 끌며 관광 산업의 자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제 등대는 단순한 항로 표식 이상의 가치를 지니게 되었다. 이러한 영향으로 지난해부터 군산시에서도 고군산군도 ‘K-관광섬’ 육성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실제로 대한민국의 여러 등대가 관광 명소로 개발되면서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제주도의 우도등대나 여수의 오동도등대처럼 말이다. 고군산군도의 말도등대도 비슷한 흐름을 따를 수 있다. 미국 CNN에서는 대한민국의 고군산군도가 아시아에서 가장 저평가된 장소 18곳 중 한 곳으로 선정할 만큼 고군산군도는 각종 볼거리가 넘쳐난다. 특히, 근처의 선유도나 신시도와 연결된 해양관광 루트를 형성하면 더욱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지난해에도 수많은 사람이 섬길을 걸으며 고군산군도의 아름다움을 보기 위해 말도를 방문했다. 올해 군산시에서 시행 중인 K-관광섬 프로젝트 중 하나인 해상인도교 공사가 마무리되면, 바다 한 가운데 5개의 섬(말도-보농도-명도-광대도-방축도)이 하나로 연결되어 국내에서 가장 멋진 해상 트레킹 명소가 생기게 된다. 이렇게 되면 말도등대는 고군산군도 해상 트레킹의 시점이자 종점이 될 것이다. 등대의 고유 기능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새로운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 될 것이다. 지금 우리는 무엇보다 휴식과 회복, 힘이 필요한 시대를 살고 있다. 어두운 밤, 바다에서 빛을 잃지 않는 등대처럼 삶에도 새로운 빛이 필요한 시기이다. 고요한 자연을 바라보며 재충전을 하고 싶을 때 등대를 찾아보면 어떨까. 밤하늘에 수 놓인 별을 바라보며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되돌아보고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말도등대는 100년이 넘게 어둠을 밝혀왔다. 이제는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빛이 될 차례다. 류승규 군산지방해양수산청장
남편이 여자를 집으로 불러들여 바람을 피웠으니, 위자료를 청구해달라는 의뢰인이 사무실을 방문해 그 증거로 남편과 상간녀의 집안에서의 대화를 녹음한 음성파일을 실행해 저에게 들려줬습니다. 함께 듣기 민망한 내용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의뢰인이 집으로 들어가 큰 소란이 있은 후 상간녀가 급하게 도망치는 소리와 함께 의뢰인이 배우자에게 “두고 보자”는 엄포를 하고 녹음이 끝났습니다. 누가 들어도 명확한 불륜 증거였지만, 의뢰인으로부터 “요즘 남편이 의심스러워 출근하면서 녹음기를 켜 소파 밑에 숨겨 녹음을 했다”는 말을 듣고, 의뢰인께 “아쉽지만, 소송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고 오히려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고소 당할 염려가 있으니, 다른 증거를 수집하는 것이 좋겠다”는 조언을 해드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과거에는 불륜 증거 수집 목적으로 타인 간의 대화를 몰래 녹음한 경우, 통신비밀보호법상 ‘도청’에 해당한다고 하여 형사처벌을 하더라도, 위자료 청구 소송에서는 증거로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대법원에서는 “3자가 전기통신의 당사자인 송신인과 수신인의 동의를 받지 않고 전화통화 내용을 녹음한 행위는 전기통신의 감청에 해당하여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에 위반이 되고, 이와 같이 불법감청에 의하여 녹음된 전화통화 내용은 제4조에 의하여 증거능력이 없고, 이러한 법리는 대화에 원래부터 참여하지 않는 제3자가 같은 법 제14조 제1항을 위반하여 일반 공중이 알 수 있도록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발언을 녹음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대법원 2024. 4. 16. 선고 2023므16593 판결)”라며 불법 녹음은 증거로 사용할 수 없도록 하였습니다. 이렇듯 불륜 증거도 적법하게 수집해야 쓸모 있습니다. 그리고 도청은 물론, 도촬, 휴대전화 무단 확인, 불륜 현장 급습 등의 방법 모두 형사처벌 대상이니 주의하시고, 법률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증거보전신청 등과 같이 적법한 증거수집방법을 활용해 혼쭐 내주시길 응원하겠습니다. /박형윤 변호사
작년 11월 교육부와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2024 청소년건강행태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청소년의 스트레스 인지율은 42.3%로 직전 연도보다 5%포인트 증가하였다. 이는 201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우울감 경험률 또한 27.7%로 직전 연도의 26%보다 증가하였다. 문제는 우리 지역 청소년들의 정신건강 상태다. 도내 청소년의 스트레스 인지율은 46.1%로 17개시도 중 1위였고, 우울감 경험률 역시 30.4%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고등학생의 경우 성적과 진로, 학업, 친구·선후배 관계 순으로 스트레스에 영향을 미쳤으며, 중학생의 경우엔 학업과 성적 다음으로 외모, 부모와의 갈등 등이 스트레스 형성의 원인이었다. 작년 10월 국회 교육위 소속 강경숙 의원실과 좋은교사운동이 발표한 보도자료 ‘최근 3년간 자해 관련 학교 위기관리위원회 개최 건수’에 따르면 우리 지역은 1,188건으로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서울을 제외하고 전국에서 두 번째였다. 학교폭력 문제도 심상치 않다. 작년 우리 지역 학교폭력 피해 응답률은 2.6%로 전국 평균 2.1%보다 0.5%포인트 높았는데, 이는 대구보다 세 배 가까운 수치로 전국 2위였다. 즉 우리 지역 청소년들은 다른 지역 또래들보다 더 많이 우울하고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며, 학교폭력 위험에 더 크게 노출돼 있다. 교육청과 학교의 노력이 없는 게 아니다. 학교에선 초1부터 ‘정서행동 특성 검사’를 고1까지 3년 주기로 시행 중이다. 교육청도 긴급위기지원단과 Wee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매년 전문상담교사 임용 규모도 늘려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들이 제대로 효과를 내는지 의문이다. ‘정서행동 특성 검사’는 매년 이뤄지는 게 아니며, 정서행동 위기 관심군으로 진단되고도 2차 기관으로 연계되지 않는 학생이 10명 중 2명 정도다. 작년 교육통계 기준으로 우리 지역 초등학교 네 곳 중 세 곳, 중학교 두 곳 중 한 곳엔 전문상담교사가 없다. 인프라 확대뿐 아니라 기존 정책의 효과성 검증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타지역이나 선진국 사례에 대한 연구 및 검증 후 수용도 이뤄져야 한다. 2년 연속 학교폭력 응답률 0.9%를 달성한 대구교육청은 학기당 15시간 이상의 마음교육 수업이 이뤄지는 ‘마음학기제’를 전국 최초로 도입 선도학교를 운영했고, 올해부턴 초5학년과 중1학년 대상으로 전면 시행 예정이다. 북미‧유럽‧일본 등 선진국은 심리적 문제를 스스로 이겨내는 회복탄력성, 감정 조절능력, 스트레스 관리 능력 등을 키우는 ‘사회정서 역량 교육’을 교육과정에 포함 운영하고 있다. 지자체를 포함함 지역의 역할도 중요하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은 지역사회가 아이들의 모든 면에 관심을 갖고 누구도 정신적 고통을 겪지 않도록 돌봐야 한다는 의미다. ‘경계 없는 행복한 학교’를 슬로건으로 서울의 한 지자체가 학생 심리정서 지원을 위해 운영한 ‘달팽이 학교’가 좋은 사례다. 우리 아이들이 불안과 우울 등 감정적 문제를 슬기롭게 풀어가며 건강한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학교와 교육청, 지역의 촘촘한 관심과 실효적 지원이 시급한 때다. 유성동 좋은교육시민연대 대표
탄핵 여파로 인해 가뜩이나 정국불안정이 심화하는 가운데 전북에서 크고작은 사건사고가 잇따르면서 도민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불과 70여 일전 발생한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로 인해 전국민들이 마음의 상처를 입고 겨우 진정세에 들어가는 상황에서 불현듯 발생하는 사건사고는 시민들의 불안감을 커지게 만들고 있다. 결론은 도민 각자의 안전의식에 대한 각별한 경각심 고취가 필요하지만 또 한편으론 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 전반에 대한 꼼꼼한 반성과 점검이 필요하다. 17일 부안해양경찰서는 전날 발견된 시신 2구의 지문 감식 결과 화재 사고가 난 선박의 선장(60대)과 인도네시아 선원(20대)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아직도 남은 실종자는 5명이나 된다. 해경은 기상 상황을 지켜보면서 실종자 수색을 하고 있다. 지난 13일 오전 8시 39분께 하왕등도 동쪽 4㎞ 해상을 지나던 34t급 근해통발 어선 '2022 신방주호'(부산 선적)에서 불이 나 12명의 승선원 중 5명(내국인 2·외국인 3)이 구조되고 나머지 7명은 실종상태였다. 매우 이례적인 해난 사고임에 틀림없다. 앞서 16일 오전 9시 21분께 전북 임실군 신평면의 한 축사에서 불이 나 40여분 만에 진화됐다. 불행중 다행으로 이 불로 인해 인명이나 가축 피해는 없었으나 축사 건물이 타 소방서 추산 1980여만원의 재산 피해가 났다. 앞서 12일 오후 2시께 전북 익산시 용제동의 LG화학 공장에서 불이 났다. 세월호 침몰 사고를 계기로 대한민국은 국가전체적으로 안전불감증에 대한 뼈저린 자각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 주변에서는 각종 안전사고에 대한 인식이 둔하거나, 안전함에 익숙해져 사고 위험성에 대해 별다른 자각을 갖지 못하는 상황이 광범위하게 똬리를 틀고 있다. 자연재해 등이 상대적으로 적은 전북에서는 일단 유사시에는 안전불감증이 더 큰 화를 부르는 경우도 많다. 차제에 안전에 대해서만큼은 지나칠 정도로 대책을 세우고 경각심을 갖는게 중요하다. 때로는 안전불감증 보다는 안전과민증(安全過敏症)이 나은 경우도 많다. 전북특별자치도를 비롯한 자치단체는 물론, 경찰, 소방, 의료 등 각 분야에서 더욱 각별하면서도 세심한 점검을 통해 안전사회를 만들어 나가야 할 때다.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장애인들의 접근권이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 동네 음식점이나 편의점, 카페, 약국, 빵집 등 소규모 소매점에 경사로 등 편의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휠체어가 접근할 수 없기 때문이다. 헌법상 기본권이 실현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는 행정기관이 입법 의무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이를 개선하기 위한 지자체의 정책 의지가 중요하다. 또한 관심 있는 기업이나 건물주·점주 등의 자발적 참여도 필요하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해 12월 19일 장애인 접근권과 관련해 역사적 판결을 내렸다. 이날 대법원은 국가가 행정입법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장애인이 소규모 소매점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지 못한 것이 위법이라며, 소를 제기한 장애인 2명에게 각 10만 원의 손해배상을 인정했다. 소규모 소매점에 대한 편의시설 기준을 20년 넘게 개정하지 않은 정부의 조치는 위법하며 국가는 손해배상책임을 진다고 판결한 것이다. 이는 장애인 접근권을 헌법상 기본권으로 인정한 첫 사례이자 입법 공백이나 지연 등 국가의 부작위 책임을 인정한 최초의 판례다. 1심과 2심은 장애인 접근권에 관한 정부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더구나 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깨면서 사건을 돌려 보내지 않고 직접 판결(破棄自判)했다. 소송이 제기된 2018년 이후 6년 만이다. 장애인 등 이동 약자를 위한 편의시설 설치 규정은 1997년 ‘장애인, 노인, 임산부 등의 편의증진보장에 관한 법률’ 제정에서 비롯되었다. 하지만 다음해 마련한 시행령에서 바닥면적이 300㎡ 미만인 경우에는 편의시설 설치의무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로 인해 97%(2019년 기준)의 소매점이 빠져 휠체어 경사로 같은 시설을 설치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러다 2022년 4월에서야 바닥기준 면적을 50㎡ 미만으로 축소했다. 문제는 대법원 판결에도 아직 경사로 설치 등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경사로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도로점용허가 등 관련법령이 바뀌어야 하고 지원도 따라야 한다. 다행히 전북자치도와 전주, 익산, 정읍, 김제, 진안 등은 경사로 설치 지원 조례가 제정돼 있다. 장애인 접근권 보장은 인권적 차원에서 좀더 적극적이었면 한다. 나아가 각종 건물에 배리어 프리(BF)를 적용하고 유니버설 디자인도 한시바삐 도입했으면 한다. 모든 사람은 잠재적 장애인 아닌가.
최근 해상 어선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어민들의 삶터인 바다가 비극의 현장이 되는 일이 잦아졌다. 13일 전북 부안군 왕등도 인근 해상에서 조업 중이던 34톤급 어선에 화재가 발생해 선원 7명이 실종됐다. 해경에서 대대적인 실종자 수색작전을 펼쳤고, 부안군에서도 재난현장통합지원본부를 가동하고, 24시간 비상근무 체제를 유지했다. 앞서 하루 전인 12일에는 제주 서귀포 해상에서 갈치잡이 어선이 전복돼 인명피해가 발생했고, 지난 9일에는 전남 여수 해상에서 139톤급 트롤어선이 침몰해 5명이 사망하고, 5명이 실종됐다. 이달 들어 닷새 동안 우리나라 해역에서 어선 3척이 침몰‧전복되는 등 사고가 계속되자 해양경찰청은 지난 13일 ‘해양 안전 특별 경계’를 발령하고, 함정과 장비를 사고 위험해역에 전진 배치해 긴급 사고에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5월, 2027년까지 어선 사고로 인한 인명피해 30% 이상 감축을 목표로 하는 ‘어선 안전관리 대책’을 마련해 발표했다. 하지만 이후로도 사고는 반복되고 있다. 보다 철저하고 실효성 있는 해상 안전시스템이 필요하다. 기상 악화 등에 대비하지 않은 무리한 조업이 최근 잇따라 발생한 어선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급속하게 고령화되는 한국인 선원과 외국인 선원 증가, 만연한 안전 불감증, 연근해 어족자원 고갈, 선박 노후화 등이 더해져 사고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타까운 인명피해를 동반하는 해상 어선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우선 기존 해상 안전체계부터 점검해야 한다. 기후변화와 선원 고령화, 외국인 선원 증가 등 급격하게 바뀐 우리 어업환경을 고려해 사고 원인을 철저히 분석한 후 기존 어선 안전대책을 점검해 부족한 부분은 보완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어업인들의 안전의식이 중요하다. 안전수칙 준수를 통한 사고 예방이 최선의 대책이다. 지자체 등 관련 기관에서 안전의식을 높이기 위한 어업인 안전교육을 강화하고, 주요 항·포구에 안전사고 예방 현수막을 설치하는 등 어업인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울 필요성이 있다. 또 소방·구명 및 항해 안전장비 설치 지원 등 사고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다양한 지원사업도 필요하다.
150여 년 전, 급변하는 세계 정세 속에서 청나라는 양무운동을, 일본은 메이지유신을 통해 국가 대개조를 단행했다. 이는 근대화를 위한 필연적인 선택이었다. 그러나 조선은 변화를 거부했다. 지배층은 권력 다툼에 몰두하며 시대적 흐름을 외면했고, 일본이 전함을 만드는 동안 조선의 군인들은 급여로 곡식조차 받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 결국 조선은 뒤늦게 개국(開國)했으나,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한 대가를 혹독하게 치르며 결국 망국(亡國)의 길로 접어들고 말았다. 현재 전북의 현실이 바로 이와 닮아 있다. 지방소멸의 위기가 눈앞에 닥친 상황에서도, 전북의 정치권과 지역사회는 여전히 씨족사회적, 소지역적, 지엽적 갈등에 묶여 있다. 완주와 전주 간의 통합 논의는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으며, 군산과 김제는 새만금 개발을 둘러싼 이해관계 충돌에만 골몰하고 있다. 다른 지역은 이미 생존을 위한 전략을 내놓고 있다. 충청권과 경북·경남은 광역연합을 추진하며 광역철도망과 SOC(사회간접자본)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전북은 시·군 단위 행정통합조차 갈등으로 점철된 상태다. 천년을 책임질 새만금 개발을 앞두고도 고속도로와 신항만 건설을 두고 갈등만 커지고 있다. 지역 정치권의 행태는 더욱 심각한 문제로 다가온다. 지역 발전을 위한 건설적인 논의는 사라지고 일방적인 주장과 왜곡된 여론만 난무한다. 완주 정치권은 공식 여론조사 대신 자신들에게 유리한 데이터를 왜곡해 통합 반대 여론을 부풀리는 데 이용했다. 특히 주민의 의견을 잘 반영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인 주민투표가 아닌 여론조사로 통합을 결정하자고 주장하는 데 이르렀다. 민의(民義)를 대변해야 하는 정치권이 오히려 주민들을 호도하는 이런 태도는 지역 발전을 저해할 뿐이다. 지금의 갈등은 단순한 행정구역 문제를 넘어, 전북이 미래를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조선처럼 시대의 흐름에 뒤처질 것인가의 문제다. 변화는 선택이 아닌 생존의 필수 조건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도태될 뿐이다. 전북이 변화를 거부한다면, 결국 조선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선택의 순간은 지금이다. 이준서 정치부 기자
우리는 언제 불의의 사고를 당할지, 몹쓸병에 걸릴지도 모르고 살아간다. 병원 응급실에서 삶과 죽음사이를 오락가락하는 환자를 보면 죽음은 정말 두렵기만하다. 유언 하마디도 못하고 떠난 친구가 너무 안타깝다. 가족과 떨어져 군산에 근무할 당시 틈나는 대로 산책을 하면서 사색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다. 나한테도 언제 닥칠지 모르는 죽음에 대하여 깊은 고뇌에 빠지게 되면서 꿈속에서 어머니로부터 죽음에 대한 영감을 받았다. ‘죽는연습’의 시작이다. 내가 지금부터 3일밖에 살지 못한다고 스스로에게 준엄한 명령을 내린다. 3일 동안 꼭 해야할 일을 정리하고, 유언장도 작성해 둔다. 반듯이 누워서 단전호흡을 하면서 서서히 호흡을 멈추었다가 되살리기를 반복하면서 지금까지 살아 온 ‘나의 인생’을 총정리해 본다. 앞으로 남은 여생을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잘 살아 갈 것인지 뚜렷한 목표와 가치관, 꼭 하고 싶은 일들을 정리한다. ‘나는 이런사람이 되겠습니다’ 스스로에게 다짐하는 기도문을 작성하고, 새기고 싶은 명언과 철학, 좋아는 시(詩)와 노래가사, 사람과 자연의 이야기들을 정리해 놓는다. 소향가(素香歌)가 완성되었다. 틈나는대로 반듯이 누워 단전호흡을 하면서 기도문부터 차례로 새긴다. 서서히 호흡을 멈추면서 육체 이탈하여 영혼의 세계로 들어간다. 다시 깨어나서 느낌과 다짐을 정리한다. 이러한 죽는연습을 반복하다 보면, 먼저 이 세상에 살아있다는 자체가 감사하고 가족은 물론이고 인연들이 모두 소중함을 뼈저리게 느낀다. 또 시간을 아껴쓰게 되고, 저절로 바빠지고 부지런하게 된다. 규칙적인 생활과 절제력이 커지고 자연스럽게 건체강심(健體康心)도 얻어진다. 육체가 생명을 다하는 날이 죽는연습을 완성하는 날이고 영혼의 세계 삶이 시작된다. 유언도 해 놓았고, 해야할 일들도 하면서 잘 살아 왔으니 가볍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 지금 이 세상에서 잘 살아가면 그대로 영혼의 세계로 이어진다는 확신이 생긴다. 생활이 보다 윤택해 지고 활력도 생긴다. 계속 책을 가까이 하게 되고 책과 사색을 통하여 새로운 죽는연습 방법을 만들어 간다. 가까운 지인들에게 죽는연습을 전파하게 되고, 큰 보람을 느끼게 된다. 소향가를 참고해서 자신에게 맞는 유니크한 ‘독자 자신만의 죽는연습 창시자’가 되는 것이다. 저자 자신도 현실에 쫓겨 꼭 하고 싶은 전원생활은 못하고 있지만 이 소설속에서 멋진 곳 산동네에 아담한 집을 짓고 자연속에서 자연스럽게 살아가고 있다. 자신이 만들어 논 영혼의 세계에도 놀러 다닌다. 동네사람들이 토론하면서 의견을 모아 평화롭게 살아가는 모습이 재미있다. 좋아하는 노래 선정(가요, 판소리, 민요, 팝송등)/ 단체 놀이/ 살면서 가장 기뻤던 일 공유/ 좋아하는 화가와 작품 선정/ 전통음식 요리 및 나눠 먹기/ 꼭 가고싶은 여행지 선정 및 단체관광/ 꼭 하고싶은 레포츠 선정 및 여가활동/ 내가 좋아하는 문학작품을 선정하고 돌려보기들 이다. 보통사람들이 꿈꾸고 있는 아름다운 세상이다. 이러한 생활에 아주 만족하고 행복하기 때문에 ‘죽는연습’을 전파해서 다함께 잘 살아가기 위해서 쓴 소설이다. 독자들도 서로 전파해서 평생 함께할 도반(道伴)과 사우(師友)가 되고, 이 세상에서 재미있게 지내다가 죽는연습이 완성하는 날에 편안하게 죽음을 받아들이고, 설렘과 희망과 사랑이 가득한 ‘자신이 만들어 놓은 영혼의 세계’에서 만나요. 시작입니다. /소향 류영하 시인
풀과 나무를 배울 때 ‘잡초’라는 말에 대한 이의 제기를 들은 적이 있다. 유해한 풀, 허드레 취급을 당해도 마땅한 하류. 한마디로 없어져도 좋을 밑바닥 존재들을 잡초라 통칭하는데 그처럼 억울한 누명은 없다는 것이다. 숲해설가 과정에서 잡초로 퉁 쳐진 풀꽃들의 고유한 이름과 생태에 대해 알게 되면서 어느 한 관점에서만 따지는 유익성이란 게 얼마나 폭력적인 잣대인지를 실감했다. 잡초를 인간 세상에 대응시킨 말에 ‘잡범’이란 게 있다. 절도, 폭력, 사기 등으로 들어온 일반수들을 한묶음으로 부르는 말인데 주로 그들을 단죄하는 검판사들이 입에 올린다. 파렴치하다는 말이 쌍으로 붙어 다닌다. 마동석이 무지막지한 완력의 형사로 나오는 <범죄도시> 시리즈에서는 ‘진실의 방’으로 끌고 가 몇 대 크게 후려치면 다 부는 하찮은 것들로 나온다. 잡범 외의 존재들, 감옥에서 ‘범털’로 불리는 윗것들은 진실의 방 따위에는 끌려가는 법이 없다. 그들은 모든 절차를 밟아 우아하게 조사 받는다. 얼마간 고생 시늉을 하다가 다시 화려한 양복의 자리로 돌아가는 그들에 비해 잡범들은 기댈 데가 없다. 제 뒤에 돈과 빽 아무도 없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잡범=개털의 충족조건이다. 독방은 언감생심, 여럿이 끼여 자는 감방에서도 찬바람 부는 화장실 곁이 제자리다. 무시하고 짓밟아도 탈 안 나는 저 밑바닥에서 머리를 들고 사람 취급 한 번 받으려면 밥 대신 퐁퐁을 들이마시고 온몸에 자해를 해야 겨우 송곳 같은 틈을 인정 받는 한겨울의 자리. 8~90년대 운동노래를 많이 지은 박종화 시인은 당대의 사법 현실을 딱 세 줄의 시로 적은 적이 있다. “잘못했지요 / 반성하지요 / 이상입니다.” 개털들의 법정 풍경을 이렇게 기막히게 압축할 수 있을까, 절창이구나 감탄했던 시. 변호사들은 잡범들에게 사실관계를 굳이 묻지 않는다. 변론하지 않는다. 머리 쳐들지 말고, 고개 숙이고, 인정하고, 내려주시는 형량이나 깎으라는 것이다. 감방 안의 수인들은 시간도 깰 겸 자기들끼리 모의법정을 열곤 했다. 법정 경험이 많은 누범자가 재판부와 변호사 이름 조합에 따라 예상 형량을 맞추었다. 귀신들이었다. 재판의 고수들은 아침 출정하는 동료 잡범들에게 절대 머리 세우지 말라고 조언을 했다. 높은 법대에 앉아, 묶인 자들을 내려다보는 판사들은 “재판정에 끌려 나온 순간 이미 죄인인 자들”의 고개 숙인 정도를 정상 참작의 근거로 삼는다. 돈 있고 권력 있는 자들은 굳이 고개를 숙이지 않아도 법의 그물망을 쉽게 찢고 나갔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반박할 수 없는 리얼리즘이 오래 지배해온 법정 풍경에서 우린 얼마나 멀리 왔을까. 2025년 가장 뜨거운 재판 소식이 매일 뉴스의 첫 머리를 차지한다. 요즘처럼 온 국민이 헌법 제도와 재판 용어, 군과 각 정부기관의 명령 체계 등에 관심을 가진 적이 없을 것이다. 오늘의 법정은 나라를 뒤집어놓은 대형 범죄자가 고개를 뻣뻣이 들고, 숱한 증거들 사이에서 뻔뻔한 거짓말을 늘어놓는 걸 지켜봐야 하는 고통으로 가득 찬다. 정말 마동석 한 번 호출했으면 좋겠다 싶은, 진짜 잡범이 거기 있다. 수십 년 익힌 온갖 법기술을 동원해 파렴치의 끝판왕을 달리고 있는 국사범. 죄수들의 모의법정이 열린다면 검사 역을 맡은 잡초 하나가 이렇게 일갈할 것 같다. “눈 깔아. 이 잡범보다 못한 XX야. 네가 사람이냐.” 이재규 우석대학교 교수
조기 대선이 점쳐지면서 내년 지선에 나설 입지자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도청의 경우 익산시장 출마가 예상되는 최병관 행정부지사도 헌재 판결이 3월 초중순께 나올 것으로 보고 사퇴시기를 저울질 하고 있다. 남원 출신으로 제34회 행정고시로 공직에 발을 들인 양충모 전북도 감사위원장이 오는 3월 전북대 석좌교수로 자리를 옮기기 위해 사직할 것으로 알려졌다. 양 위원장은 기재부와 대통령비서실을 거쳐 제4대 새만금개발청장을 역임한 예산통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는 남원양씨 종중 쪽과 공직자로 있는 동안 인연을 맺은 지인들로부터 남원시장 출마요청을 강력하게 받아온터라 내년 지선 때 민주당 경선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농림수산부 차관을 지낸 김종훈 경제부지사는 전주시장 출마를 놓고 고심한 흔적이 엿보였지만 최근 출마 보다는 김관영지사 한테 새로운 인물을 기용토록 사퇴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김부지사는 대한민국 농업정책 전반을 설계한 기획통으로 전북발전을 위해 스마트 영농을 보급시키는 등 김지사의 브레인으로 최선을 다해왔다. 김 지사와 행정고시 동기인 그는 3년이 다되도록 지사를 도왔기 때문에 이제 떠날 때가 되었다고 판단,사퇴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지사직에 다시 도전할 김 지사는 도민들에게 도정의 면모를 새롭게 일신할 기회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 유치를 통해 청년들의 일자리를 만들어 나가겠다는 그의 공약을 실현할 실무형을 경제부지사로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취임 때부터 줄곧 도전경성을 도정구호로 내건 김 지사가 재선에 성공하려면 전주여론을 어떻게 유리하게 만들어 가느냐가 핵심이다. 그런 의미에서 전주 완주 통합은 꼭 실현시켜야 할 과제다. 김지사가 연초부터 시군을 방문하면서 도민들과 스킨십을 강화해 가고 있지만 맨 마지막 방문지로 완주에서 어떤 결과가 도출될지 기대반 걱정반이다. 그 이유는 완주군의회와 완주 출신 도의원들이 삭발투쟁을 하는 등 통합을 결사반대해 자칫 지난해와 같이 방문도 못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완주는 지난 설때 1인당 30만원씩 민생지원금을 나눠줘 통합반대 여론이 고무돼 있다. 이런 안좋은 상황인데도 김 지사는 평화적으로 대화할 수 있는 분위기만 만들어지면 완주군민을 설득할 자신이 있다고 말한다. 김 지사는 특히 안호영의원이 왜 통합을 반대하는지 모르겠다면서 전주 완주가 통합되면 전주 의석이 3명에서 4명으로 늘어 결코 정치적으로 손해볼 일이 없을텐데라면서 못내 아쉬워 하는 눈치다. 지난 민주당 지사 경선 때 김 지사와 일합을 겨뤄던 안 의원이 또 경선에 나설 경우 전주시민의 지지를 얻어야 하는데 통합을 반대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김 지사와 안의원 한테 전주 완주 통합이 뜨거운 감자다. 아무튼 헌재의 탄핵재판이 빨라지면서 내년 지선경쟁구도가 달궈지고 있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진안군은 전국 226개 기초자치단체 중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된 89개 지역 중 하나로, 전북특별자치도 내 14개 시군 중 10개 시군이 같은 문제를 겪고 있다. 과거 지자체들이 인구 증가를 목표로 현금성 정책을 경쟁적으로 시행했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실질적인 소비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이끄는 생활인구 확대가 주요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1~6월 생활인구 자료에 따르면, 진안군의 6개월 누적 체류인구는 평균 주민등록인구의 33배에 달했다. 이는 전북의 인구감소지역 10개 시군 중 네 번째로 높은 비율로, 진안군이 체류인구 유치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61년 만에 유치한 제63회 전북도민체전은 진안군의 체류인구 확대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결정적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이는 단순히 스포츠 행사를 개최하는 것을 넘어, 진안군의 지역 경쟁력을 높이는 새로운 전환점으로 만들 것으로 보인다. 진안군은 2024년에만 16개의 전국·도·군 단위 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며, 장애인 풋살, 여자·유소년 축구, 시니어 배구 등 남녀노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생활체육을 활성화하고 있다. 이는 건강과 여가라는 기본적 가치를 넘어, 지역민들에게 지속적인 동기부여와 성장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다만, 진안군의 최근 3년간 도민체전 성적은 주로 단체줄넘기, 고리걸기, 당구 등 소규모 인프라로도 가능했던 종목에 집중됐다. 이는 스포츠 인프라 부족이 주민 실력 향상과 대회 유치의 큰 걸림돌로 작용해 왔음을 보여준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진안군은 장수군 및 장수군체육회와 협력해 부족한 시설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2026년 도민체전을 단독 개최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지자체 간 경쟁을 넘어선 협력의 모범 사례로, 생활인구 확대와 지역 활성화를 위한 중요한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진안군은 산림과 계곡이 어우러진 청정 생태 환경을 보유한 전북의 대표 지역이다. 맑은 공기와 물은 단순한 관광자원을 넘어 웰니스 중심지로서의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제63회 도민체전은 이러한 자산을 활용해, 선수단과 관람객 모두에게 건강한 경험을 제공하는 장이 될 것이다. 진안군의 청정한 이미지를 널리 알릴 뿐 아니라, 전통과 문화를 한데 모아 스포츠와 관광을 결합한 종합 축제를 이루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진안군은 제63회 도민체전을 계기로 체육과 관광의 중심지로 도약, 지역 활력을 높이고 그 결과물을 전북 곳곳에 전파하겠다는 '당돌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도민체전이 끝날 때까지 ‘행백리자 반구십리(行百里者 半九十里)’라는 말을 추진의 모토로 삼으려 한다. ‘백 리를 가려는 사람은 구십 리를 가고서야 이제 절반쯤 왔다고 여겨야 한다’는 뜻이다. 무슨 일이든 마무리가 중요하고 어려우므로 끝마칠 때까지 긴장을 늦추지 말고 꾸준히 노력해야 함을 강조하는 말이다. 이런 측면에서 제63회 도민체전 진안 유치는 이제 겨우 시작일 뿐이다. 대회를 마무리할 때까지 철저하게 준비하고 또 보완에 보완을 거듭할 것이다. 진안의 가용한 역량을 한데 모으고 행정과 군민이 혼연일체가 되게 할 것이다. 그래야만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진안의 변화와 도약을 이끌 것이다. 성공 모델을 만들고, 그 과정과 결과를 14개 시군과 공유할 것이다.
오는 7월 도시공원 일몰제 시행을 앞두고 장기 미집행 도시공원을 매입할 것인지 해제할 것인지가 관심이 높다. 예산이 뒷받침 된다면 보전하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그러나 매입에는 엄청난 예산이 소요되기 때문에 무작정 매입만 고집할 수도 없다. 사유권 행사를 제한 당해 온 토지 소유주들의 민원도 큰 부담이다. 전주시에 따르면 장기미집행 도시공원은 덕진, 효자묘지, 인후, 기린, 산성, 완산, 다가, 화산, 황방산, 천잠, 삼천, 안행공원 등 모두 12곳이다. 정부나 자치단체가 개인 사유지를 도시계획시설상 공원으로 묶어놓은 구역이다. 7월 일몰제가 시행되면 매입하거나 해제해야 한다. 해제되면 토지주는 재산권 행사가 가능해진다. 예산이 문제다. 2020년 6월부터 현재까지 매입한 장기 미집행 도시공원 부지는 1.86㎢ 가운데 0.55㎢다. 34%에 불과하다. 예산은 1489억 원이 소요됐다. 나머지 66%의 공원구역 매입에도 수천억 원이 들어갈 것이다. 전주시는 덕진, 효자묘지, 인후공원은 공원 내 사유지를 전체 매입하되 나머지 공원은 예산에 따라 축소 매입할 계획이라고 한다. 현재 보상률은 덕진공원 30.9%, 효자묘지공원 46.3%, 인후공원 22.3%다. 전주시의 재정 여건상 공원 내 사유지를 전부 매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해제할 수도 없다. 모두 매입하자니 예산이 문제이고, 해제하자니 난개발이 우려되는 것이다. 들자니 무겁고 놓자니 깨지는 격이다. 전주시는 일몰제 시행 전까지 협의를 통한 보상절차를 진행하되 협의가 안되면 지방토지수용위원회의 공탁 절차를 거쳐 해당 부지를 강제 수용한다는 방침이다. 이젠 7월 일몰제 시행을 앞두고 과감하게 결정해야 할 때다. 엄밀한 기준을 만들어 보존가치가 있는 구역과 그렇지 않은 구역을 엄격하게 구분해야 한다. 그런 다음 보존가치가 있는 구역은 우선순위를 정해 매입하되 불필요한 구역은 과감게 해제해야 한다. 이 방법이야말로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길이다. 매입하지도 못하면서 장기간 묶어두는 것은 행정권한의 남용이다. 수십년간 사유재산권을 침해 당한 소유주들의 민원을 외면해선 안된다.
눈 내리는 날이면 누구에게나 하고 싶은 말이 하나 있다. 무슨 생각이 나느냐는 질문이다. 나이, 남녀, 태어나고 성장한 곳, 삶의 터전, 생활 방식과 취향에 따라 답이 다를 것이다. 난 펄펄 눈이 오는 날이면 몸과 맘이 포근해지는 고향 생각이 난다. 옛 가족과 작은 집, 친구와 마을 사람들, 산천과 들판이 내 가슴에 정情으로 차곡차곡 쌓여 있어 그럴 게다. 겨울밤이 깊어지려면 얼마나 남았을까? 골목, 집 앞 도로, 아파트 울타리 뒤 인도에 눈발이 흩날린다. 자동차 눈을 쓸고 앞 유리와 보닛(bonnet)을 골판지로 덮어 사방에서 밀어닥칠 센 눈바람을 막았다. 어릴 적 눈이 내리면 문구멍으로 밖을 내다보듯 몇 번 현관문을 열어봤는지 모른다. 대낮같이 쌓인 환한 눈발을 보고서야 잠자리에 들었다. 눈을 떠보니 새벽 네 시 반, 눈은 내리다 잠을 잔 것 같은데 소복소복 쌓여 있었다. 좀 기다리다 영상 새벽기도회에 참석했다. 눈이 기도회에 나온 교우들의 발길을 막았는지 찬양 소리가 작게 들렸다. 내 맘과 귀는 찬송과 말씀, 기도보다 눈이 쌓인 밖에 가 있었다. 앞집에 잠을 깨울까 봐 눈을 이층계단부터 부삽으로 조심조심 긁어내리고 비로 쓸어 대문 밖으로 퍼냈다. 먼저 앞집 대문까지 쓸어 며칠 전에 눈 내린 날 빚을 갚으리라 생각하며 대문 밖에 나와 굽은 허리를 폈다. 눈은 어느새 앞집 김 사장님도 새벽잠을 일찍 깨웠는지 눈을 쓸며 나온 게 아닌가? 인사를 나누며 함께 골목을 쓸었다. 운동경기 패자처럼 마음이 언짢았다. 집 앞 인도를 같이 쓸었다. 김 사장님은 아파트 뒤 인도까지 쓸어주었다. 옆집 박 과장님도 앞서 싸리비를 들고 나왔다. 자기 집 앞과 인도를 쓸었다. 소리 높여 이른 아침 인사를 나누었다. 박 과장님 옆집에 사는 장 선생님도 인도를 쓴 뒤에 아들 출근차의 눈을 쓸며 인사를 했다. 도로 건너편 님도 집 앞이 도로지만 싸리비를 들고나오길 은근히 기다렸다. 느닷없이 삼십 년 넘게 이웃사촌의 정을 나누며 살다 이사 간 홍 선생님도 생각이 났다. 어릴 때 여덟 살 위면 벗을 하며 말을 놓았다. 홍 선생님은 더 나이 차이가 나지만 눈이 내렸다 하면 질세라 금세 싸리비 소리와 인人기척도 없이 쓸고 들어가 버리기가 일쑤였다. 새 이웃 김 사장님도 미안할 정도로 눈 내리는 날 아침이면 더 부지런하다. 우리는 이웃이 없어져 가는 도시 문화에 묻혀 살고 있다. 눈 내린 날 아침에 이웃 남정네가 넷이서 눈을 쓸며 인사를 나눈 건 이사 오고 처음이다. 서른세 해 만에 만난 정경이라 추억거리로 그려두고 싶다. 오늘 아침엔 어릴 적 눈 내린 고향, 아름다운 풍경인 겨울왕국이 세워졌다. 밤새 쌓인 눈이 내 맘에 고향처럼 포근한 정을 느끼게 했다. 남은 겨울도 들사평 마을에 두어 번 더 밤새 눈이 펑펑 내렸으면 좋겠다. △ 정석곤은 관촌초등학교 교장으로 정년해 <대한문학> 수필 등단했다. 안골은빛수필문학회 부회장을 역임했으며 전북문인협회 회원으로 <풋밤송이의 기지개> 등 수필집을 냈다.
오늘(14일) 진행하는 전북대학교 입학식 취재를 준비하다 보니, 체감하지 못했던 ‘2025년’이라는 존재가 드디어 피부에 와닿는다. 대학생이 된 이후부터는 신년이 다가옴을 1월도, 학기가 시작하는 3월도 아닌 2월에 느낀다. 매년 2월 중순이 되면 입학식을 비롯한 신입생 환영 행사들이 연이어 시작하기 때문이다. 신입생들 역시, 1월은 드디어 성인이 됐다는 오묘한 감정으로 보내고, 굵직한 교내 행사가 진행되는 2월이 돼서야 진정으로 성인이 됐다는 것을 체감할 것이다. 어느새 익숙해진 이 공간에 또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다 보니, 문득 ‘나’라는 존재를 돌아보게 된다. 어쩌다 보니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학생’이라는 역할과, 책임을 중시하는 ‘기자’라는 역할을 입학과 동시에 얻게 되면서 생성된 이중적인 자아에 대해서다. 그렇기에 최근 나이에 맞지 않게 떠오르는 생각이 종종 떠오르곤 한다. 예를 들면 “조직 생활하려면 본인을 조금 굽히는 것은 당연히 필요한 거 아닌가?”, “요즘 애들은 고생하는 걸 너무 싫어하네” 따위의 생각들이다. 물론 개인의 자율성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자기 자신을 잃으라는 말도 아니다. 다만, 자신이 맡은 일이 있고, 해야만 하는 일이 있다면 기꺼이 응할 의지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학생이라는 신분을 가지면서 학보사에서 일하다 보니 여기저기 돌아다닐 기회가 많았다. 이런 조건 덕분에 나이에 비해 다양한 인간상을 만날 기회가 생겼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상대를 무시하는 사람, 사실관계도 제대로 파악 못 했으면서 일단 큰소리부터 치는 사람, 거만한 사람 등 주변을 살피기보다 본인만 생각하는 사람들을 적잖게 만났다. 하지만 그중 가장 불편하고 불쾌한 인간들은 무언가를 실행하려고 노력조차 안 하는 부류와 무관심하고 무책임한 부류였다. 흔히 미디어에서 표현하는 MZ세대의 모습이자 ‘사회성이 떨어진다’고 표현하는 부분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들을 보고 ‘역시 MZ세대 특징’이라며 지적한다. 즉 일부로 인해 전체가 평가받는 참담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그러나 최근 미디어에서나 볼 법한 MZ세대의 모습을 실제로 보니 생각의 전환이 시작됐다. 일상 속 예시를 들면 친분이 있는 누군가가 무거운 짐을 들며 끙끙대더라도 빤히 쳐다보고 있다거나, 조금만 일이 어렵고 힘들면 더 해보지도 않고 쉽게 포기하는 모습이다. 그리고 놀라운 것은 이런 모습을 보이는 사람들이 날이 갈수록 점점 더 많아진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예의를 강조하고, 근성을 중시하는 나 혼자만 이상한 사람이 된 거 같은 기묘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특이하게 부모님의 말씀이라면 잘 듣지 않던 자녀들이 “거짓말하면 안 돼”라는 부모님의 말씀만은 너무 잘 듣는 거 같다. 이에 따라 ‘선의의 거짓’이라는 말 역시 사라지는 거 같다. 돕기 싫으면 안 돕고, 하기 싫으면 “그래도 해볼게요”라는 말 대신 “안 할래요”라고 말하는 것처럼 말이다. 때론 자신의 본성이 아니더라도,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더불어 살아가려면 본성처럼 보이려 노력하는 것도 필요하다. 나랑 안 맞는 거 같아도 한 번쯤은 가면을 쓸 필요도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사회성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요즘 어떠한가. 어떤 이유에서인지 상대를 배려하기보다, 자기 자신을 최우선으로 하는 시대이다. 본인 개성을 먼저 강조하기 전,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건 어떠한가? 이예령 전북대신문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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