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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 읍성이 한 마디 하셨습니다!

오랜만에 김제평야를 달려 고창을 다녀왔다. 김제평야는 갈 때마다 속 좁은 내게 감탄을 안겨준다. 눈길 가는 끝까지 산이 안 보이고, 저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강일까, 들일까, 아니면 대부분 한반도에서 보듯 산일까? 상상의 날개를 펼치도록 만든다. 답은 이미 알고 있다. 그러하기에 더더욱 놀랍다. 언제부터인가 이런 소박한 꿈을 꾼 적이 있었다. “우리나라 어린이들, 청소년들에게 지평선을 보여주고 싶다. 그렇게 실제로 끝없는 땅을 보여주고, 그로부터 드넓은 꿈과 의지를 키우도록 해주고 싶다. 또 하나! 토성의 고리를 보여주고 싶다. 그렇게 이 지구상에서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알려주고 싶다. 좁으면 좁은 대로, 귀하면 귀한 대로, 지구에서의 삶에 스스로 가치를 부여하도록 알려주고 싶다.” 그러나 오늘날 대한민국 교육은 여전히 줄을 세우고, 돈다발과 수능 성적이 비례함을 귀에 못이 박히게 주입하고 있다. 토성의 고리는커녕 달의 분화구에 대한 관심도 지우고 오직 점수에 목매달도록 가르치고 있다. 그렇게 해서 기쁨과 환희, 행복이 가득한 삶이 가능하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러나 그런 삶은 없다. 공자님, 부처님, 예수님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그런 탐욕으로 마음의 평안과 희열을 느낄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가끔 있겠지만 무시해도 될 정도일 것이다. 요즘 들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피부로 느끼지만, 아직 다수는 아닐 것이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노벨상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그러나 노벨이 세계에서 가장 권위적인 상을 수여하기로 다짐한 것이, 바로 자신이 개발한 다이너마이트, 즉 사람의 삶과 생명, 문명을 파괴하는 물질에 대한 반성과 후회에서 비롯했다는 사실을 되살리는 사람은 드문 듯하다. 맞다. 노벨의 뛰어난 점은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그 반성의 삶을 새롭게 뒤집은 데 있다. 그는 자신이 획득한 부의 크기를 맞닥뜨리는 순간, 그 부를 낳은 원천이 인간의 삶에 어떤 존재였는지를 되돌아보았다. 그리고 그 원천이 인류 문명에 해를 가져다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인류에 진 빚을 갚기로 했다. 그 결과물이 노벨상이었다(노벨경제학상, 그러니까 인류에게 경제적 성과를 가져다준 이에게 수여하는 상을 그가 제정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따라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개인적으로는 하루라도 빨리 노벨경제학상은 폐지되는 것이 맞다고 여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가? 한 번이라도 뒤를 돌아보며 살아가고 있는가? 자신의 발자취를 살펴본 적이 있던가? 한 번이라도 눈앞의 아파트 가격, 눈앞의 사치명품, 눈앞의 점수 대신 먼 곳의 지평선, 높은 곳의 토성 고리, 깊은 곳의 지성을 살펴본 적이 있었던가. 노벨문학상 소식에 수백만 명이 한강 작가의 책 한 권씩을 사서 흔들고는, 불과 몇 달 후에는 다시 사치명품 시계와 핸드백, 아파트 가격표와 수능 성적표에 목매다는 삶으로 돌아가지는 않겠는가. 김제만경 들판으로 지는 노을을 바라보며 달려간 고창 읍성은 아무 말이 없었다. 참 따스하고 조용하고 깊었다. 그 모습이 나를 향해 속삭이는 듯했다. “타향에서 고생이 많지. 그 시끌벅적한 곳에서 힘들었지. 고향으로 돌아왔으니, 잠시일지언정 내 품에서 쉬거라. 모든 것 다 내려놓고 쉬거라. 그리고 수면제 없이 잠 푹 자고 올라가거라.” 김흥식 도서출판 서해문집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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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1.06 17:22

22대 국회 첫 국정감사를 마치며

‘참 슬프다’ 이번 국정감사를 준비하며 가장 처음 느낀 감정이었다. 예상은 했지만, 예상보다도 더 노골적으로 진행되고 있던 ‘전북 소외’에 분노와 슬픔 같은 감정들이 섞여서 올라왔다. 정부 탓으로 돌리면 마음은 편하겠지만 해결책이 나올 리 만무했다. 정치권부터 반성하고 다른 지역보다 곱절은 노력해야 우리 전북의 목소리를 지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전북의 현실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게 ‘새만금 사업’이다. 새만금은 전북도민들의 꿈이었으며, 아직도 포기하지 않은 희망이다. 그러나 새만금 사업은 진보, 보수를 떠나 지금까지 8명의 대통령을 거쳤지만, 아직도 제 자리를 찾지 못했다. 우리 전북도 진보와 보수 정권을 두루 거치는 오랜 세월 동안 소외와 차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아니, 하늘은 스스로 돕는 전북을 돕는다. 마음속에 ‘자조론’을 세우고 국정감사를 준비했다. 국정감사 전 전체회의에서 국토교통부 <2024년 주요 업무보고>에 전국에서 유일하게 전북만 언급되지 않았음을 지적했다. 그러나 국토부 장관은 자료를 급하게 만드는 과정에 빠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다고 가려질까. 전북이 오랜 세월 소외돼왔고, 지금도 차별받고 있다는 명확한 증거들을 모았고 국정감사 내내 떠들었다. 첫 번째, 전체회의 연장선에서 2024년 국토부 주요 SOC 신규사업 총 50개 중 유일하게 전북만 사업이 단 한 건도 없으며, 관련해 최근 5년간 전북에 배정된 예산은 전체의 단 1%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두 번째, 대광법은 당초 광역시가 있는지 없는지가 아닌, 교통 문제를 광역적인 차원에서 해결하기 위해 제정됐다는 점을 지적하며 대광법 개정안이 연내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기획재정부 설득 등에 함께 힘써 달라고 요청했다. 세 번째, 거점공항 위상을 갖는 4개 신공항 건설 계획을 심층적으로 분석해 새만금 국제공항이 총사업비, 활주로 길이, 계류장, 주차장 면적, 여객터미널과 화물터미널 크기 등 모든 측면에서 그 규모가 확연하게 작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네 번째, 평일과 주말 노선별 KTX 운행횟수를 분석해 코레일 열차 운행에도 호남과 영남 간 ‘지역 차별’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짚었다. 처음에는 방어하기에 급급했던 장관의 태도가 국정감사가 끝날 무렵에는 전향적으로 바뀌었다. 주요 SOC 신규사업 예산과 관련해서는 3건을 반영했다며 앞으로도 지역 안배를 세심히 고민할 것을 약속했다. 현행 대광법에 대해서는 광역자치단체만을 중심으로 광역으로 묶는 지금 법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필자의 대광법 개정 논의에 힘을 실었다. 새만금 국제공항 규모에 대해서도 활주로 길이 등을 추후 변경할 수 있다는 희망적인 답변을 얻었다. “전북이 규모는 작지만, 광역시가 있는 광역권과 같은 선상에서 봐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국토부는 그런 입장으로 계속해서 노력하겠다” 이번 국정감사 의미를 국토부 장관의 위 발언으로 갈음한다. 앞으로도 전북이 희망을 잃지 않고 열심히 노력했을 때 전북 몫을 제대로 챙길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예산 정국이 시작됐다. 전북도와 시군들, 그리고 전북 정치권이 힘을 합쳐야 한다. 전북이 더는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원하는 바를 성취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나가자. 이춘석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익산시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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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1.06 17:22

치유농업 산업화 어떻게 할까?

치유농업은 농업농촌의 다양한 자원을 활용하여 국민 건강 회복과 증진으로 사회적,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이다. 전북특별자치도는 농업의 중심지로서, 풍부한 농업 자원과 생태적 가치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치유농업사도 전국에서 가장 많이 배출한 실적도 있으며, 치유농장과 마을도 현재까지 43개소를 육성하여 운영하고 있다. 옛말에도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는 속담처럼 우리도내에 많이 있는 자연환경 자원과 인적 자원을 치유농업 산업화에 구체화와 연결을 통하여 수요자의 만족도를 높이고자 노력하고 있다. 치유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경영자의 역량을 강화하고, 농촌진흥청에서 내년도 추진하는 치유농장 인증제도 도입에 대응하고자 금년도 하반기부터 150시간의 과정을 추진하였다. 또한, 치유농업사를 취득한 인재와 농장을 운영하는 농장주와 연대하여 새로운 파트너쉽 형성과 방문객 응대에 필요한 인권 감수성 향상, 우수농장주 사례발표도 실시하고 치유역량을 향상하기 위하여 서로 보유하고 있는 노하우를 공유하는 장으로 만족도가 좋았다. 전북특별자치도농업기술원도 치유농업의 육성 및 지원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고 농업농촌 자원을 활용한 치유농업 발전 기반을 마련하고, 농업농촌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전북도민의 건강증진에 이바지함을 위한 조례를 제정하여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하고 있다. 대부분 산업의 성장유형을 보면 양적으로 증가하면서 질적 상승을 가져오고 다시금 양적평창을 통하여 산업이 안정기를 맞이하는데, 치유농업은 아직 양적 증가하는 시기로 법률적 토대에서 출발하여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현재는 어린싹이 성장하는데 물도 주고, 영양분을 주는 과정이 많이 필요하기에 농업기술원에서는 농촌진흥청에서 추진하는 치유농업센터 운영을 위한 국비사업을 확보하여 금년도에 마무리하고, 내년부터 전북자치도 특성에 맞는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치유농장과 운영하는 전문가가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힘을 모아서 우리나라 치유농업 발전에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교육도 추진하고자 한다. 인디언 속담에 어린아이를 온 마을이 함께 키워간다고 이야기처럼, 치유농업은 농촌진흥기관뿐 아니라 주로 치유가 필요한 유관기관에서 관심과 필요 영역을 서로간에 피드백하여 치유 프로그램 향상에 도움이 되길 희망한다. 전북특별자치도사회서비스원, 국립농업과학원, 치매안심센터 등 유관기관과 MOU를 체결하여 전북자치도 치유농업 발전을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치유농업 활동을 통해 방문객에게 심리적 안정과 정서적 치유를 제공하고 특히, 스트레스와 불안감이 증가하는 현대사회에서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통하여 정신적, 신체적 건강 회복이 되길 바란다. 그리고 농촌사회 고령화 및 지역소멸에도 찾아오는 농촌, 희망을 만드는 청년의 손길에서 빛나는 치유농업으로 도약하길 기대한다. 전북특별자치도농업기술원은 이러한 치유농업의 발전을 위하여 사용자 확장을 위한 기관 MOU를 확대하고,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경영주, 치유농업사 역량강화를 위한 노력에 아끼지 않을 것이다. 전북특별자치도민 모든분께서 치유농업이 우리나라에 정착하고 꽃피우는 과정에서 함께하여 성공할 수 있도록 관심의 눈빛과 따스한 언어로 격려해주시길 기대합니다. /권택 전북특별자치도농업기술원 자원경영과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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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1.06 17:22

가담항설로 본 지방선거

가담항설(街談巷說)은 길거리나 사람들 사이에서 떠도는 소문을 말하는데 때로는 뜬소문으로 그치는 반면, 어떤 경우에는 현실화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런데 묘한 것은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것 같아도 결국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을 알게되고 특히 많은 사람들이 모여 수군대는 것은 어떤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1927년 34세의 마오쩌둥은 “모든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고 설파했다. 마오쩌둥은 군을 장악하지 못하면 정치권력이란 아무 소용이 없음을 직관하고 있었다. 그런데 모든 권력이 총구가 아닌 선거에서 나오는 미국의 최고 권력자가 과연 누가 될 것인지 요즘 가장 큰 관심사다. 미국 대통령은 과거 로마 황제에 비견되곤 한다.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권력을 갖고 있기에 선거전 내내 가담항설이 차고 넘쳤다. 요즘 지역정가에서 믿거나 말거나 가장 눈길끄는 가담항설 하나가 있다. 특정 고교 출신들이 도지사, 교육감, 전북대총장, 전주시장 등 주요 선출직에 출마 예정인데 실현 여부가 주목된다는 거다. 구체적으로 전라고 출신 안호영 의원이 도지사로 출마 예정이며, 천호성 교수가 교육감으로, 송양호∙이호 교수가 전북대총장으로, 김종훈 경제부지사가 전주시장 후보군으로 꼽히고 있다. 이중 안 의원, 천 교수, 송 교수 3인은 이미 2년전에 출마해 나름대로 선전했으나 낙선한 바 있다. 회자되는 말을 들어보면 그냥 한번 웃고 넘어갈 법 한데 실현성 여부와는 관계없이 어쨋든 이런말이 나돌고 있는것만큼은 사실이다. 그 기저에는 이미 지방선거 전초전이 시작됐음을 의미한다. 아닌게 아니라 2026년 6월 3일로 예정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먼 거 같아도 실은 내년 연말쯤에는 큰 윤곽이 잡히게 된다. 따라서 도지사, 교육감, 시장군수, 도의원, 시군의원 후보군들은 요즘 바짝 고삐를 당기는 분위기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심심치 않게 후보군을 거론한다. 도지사 선거의 경우 일찌감치 김관영 지사가 재선도전 의지를 확실히 하고 본격적인 행보에 돌입한 가운데 2년전 맞대결했던 안호영 환노위원장과 김윤덕 민주당 사무총장이 다시 도전장을 던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역정치권 흐름을 잘읽는 인사들은 정동영, 이춘석 의원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교육감 선거전은 일단 서거석 현 교육감과 천호성 교수의 리턴매치가 예상되는데 이남호 전북연구원장 또한 다크호스로 등장, 눈길을 끈다. 전주시장 선거전은 우범기 현 시장에 맞서 조지훈, 임정엽 전 군수, 김종훈 경제부지사 등이 나설것이 확실시되는데 최근들어 박지원 변호사가 다크호스로 부상중이다. 3선제한에 걸려 현역 단체장이 출마하지 않는 익산, 임실 등은 우후죽순 격으로 후보가 난립할 것으로 보이며 타 시군 역시 장수, 순창 등을 제외하면 치열한 선거전이 예상된다.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관련된 가담항설은 더욱 난무할 전망이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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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24.11.06 13:56

경색된 한중(韓中)교류, 지방과 민간이 뚫자

한중일(韓中日)과 한중(韓中)이 관련된 포럼이 5일 전주와 군산에서 각각 열렸다. 전주에서는 전북자치도의회가 주최한 ‘한중일 지방의회 협력 포럼’이, 군산에서는 민간단체가 주최한 한중미래포럼이 열린 것이다. 이번 행사는 한중일, 특히 한중 관계의 경색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개최돼 의미가 컸다. 비록 중앙정부 차원에서, 정치 외교 국방분야에서 대립되더라도 지방정부와 민간 차원에서는 이웃간 교류 협력을 강화해 우호관계를 돈독히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인적 교류는 장기적으로 국가뿐 아니라 지역에도 보탬이 되므로 지속되었으면 한다. 이번에 처음 열린 지방의회 협력포럼은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전북자치도의회와 중국 장쑤성 인대, 일본 이시카와현 의회 대표 120여 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동아시아 3국의 지방의회 협력 및 문화·관광 교류를 주제로 논의하고 상호발전을 위해 정기적인 교류를 갖기로 했다. 한중미래포럼은 한중 간의 오랜 역사적 교류를 바탕으로 미래지향적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나아가 전북자치도가 환황해권의 경제와 문화 교류의 중심지로 우뚝 설 수 있는 방안도 모색했다. 이 자리에서는 학술세미나와 종합토론을 통해 1123년 송나라 사신단이 고려를 방문한 기록인 선화봉사고려도경의 항로와 의미, 새만금과의 관계, 철 및 도자기의 전래, 민간무역 등이 폭넓게 논의됐다. 특히 중국 주산군도와 부안 죽막동 제사유적, 심청전의 관계 등이 새롭게 조명돼 눈길을 끌었다. 한국과 중국 관계는 1992년 수교한 이후 32년이 지나면서 온탕과 냉탕을 오갔다. 한한령(限韓令)이 내려지는가 하면 최근에는 중국 방문 시 일시적인 비자면제 조치도 있었다. 한국의 중국과의 수출·수입 교역 규모는 2021년말 3000억 달러를 넘어 단연 1위며 중국은 한국이 3위의 교역국가다. 이처럼 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이나 동북공정과 미군의 사드(THAAD) 배치 등의 영향으로 국민들의 중국에 대한 인식은 좋지 않다. 올해 1월 한국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중국을 친구로 생각하는 국민은 8%에 불과한데 비해 적으로 생각하는 국민은 30%로 나타났다. 어느 쪽도 아니라는 응답은 62%였다. 이같은 인식은 중앙정부는 물론이지만 지방정부 및 민간차원의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교류와 협력을 계속 확대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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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4.11.06 12:33

줘도 못쓴 지방소멸대응기금, 활용방안 찾아라

인구 감소와 수도권 집중으로 인해 지방 도시들이 소멸 위기에 처했다. 정부에서는 사라질 위기에 처한 지자체를 지원하기 위해 ‘지방소멸대응기금’을 조성해 2022년부터 이를 배분하고 있다. 기금은 연간 1조원 규모로 10년(2022년~2031년)간 지원된다. 지역 주도로 소멸 위기에 대응하자는 취지다. 그런데 정작 각 시·군에서는 이 기금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형편은 어려운데 돈을 줘도 못 쓰고 있는 상황이다. 전북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지방소멸대응기금 지원 대상인 도내 11개 시·군의 2022~2023년도분 기금 평균 집행률은 61.4%에 불과했다. 또 9월 말 기준으로 2024년도 기금 집행률도 대다수 시·군이 50%를 밑돌았다. 이처럼 기금 집행률이 저조한 것은 대부분의 기금 사업이 기반시설 조성 공사에 편중되면서 인허가 등 행정절차에 시간이 소요되고, 부지 변경이나 민원 등으로 사업 지연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같은 부진한 집행률이 향후 기금 확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행정안전부가 지난 5일 ‘2025년도 지방소멸대응기금 배분계획’을 확정 발표했다. 전북은 도가 193억원, 각 시·군 826억원 등 총 1019억원을 배정받았다. 앞서 정부는 지방소멸대응기금의 배분체계를 변경해 기금사업 우수 지자체를 집중 지원하고 기금사업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 당연히 기금 집행률이 낮은 지자체는 불이익을 당할 수밖에 없다. 각 지자체마다 온갖 구호와 정책을 쏟아내며 소멸 위기 극복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그런 사업에 활용하라고 내려보낸 돈조차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으니 문제가 적지 않다. 정부의 정책이 세밀하지 못했는지 살펴야 한다. 그에 앞서 돈의 쓰임새조차 찾지 못한 지자체부터 반성해야 한다. 위기 상황 하소연과 예산 확보 전쟁에만 익숙한 채 정작 위기 극복 방안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지역이 주도하는 지방시대’를 기치로 균형발전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큰 틀을 정해 예산과 기금을 내려보내고 세부사업은 지방에서 알아서 하라는 방식이다. 지자체의 역할과 책임이 막중하다. 지방소멸대응기금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지역 성장을 촉진할 수 있는 투자사업 발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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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4.11.06 12:33

그림의 가격은 어떻게 결정되는가

미술 작품 전시를 보게 되면 작가에 따라 작품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누구나 이름을 알만한 작가의 작품은 상상도 하지 못할 정도로 고가인 반면 그러지 않은 대부분 작가의 경우 작품 가격은 너무도 다양하게 책정되어 있다. 한 번쯤은 그림의 가격은 도대체 어떻게 결정되는 것인지 궁금했을 순간이 있을 것이다. 캔버스에 그려진 그림의 가격을 원가 측면에서 생각해보자. 캔버스에 물감 그리고 작품을 완성하는데 걸린 작가의 시간 즉 한 작품의 가격을 재료비와 인건비로 단순하게 산출해볼 수도 있다. 그런데 미술 작품은 일반적인 공산품과는 다르다. 작가의 창작물로서 작품에 내재된 예술적 가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작품이 가지는 미적인 요소를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을까? 일반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는 투자를 하기 위한 객관적인 데이터가 있다. 그러나 미술 작품은 그 특성상 계산이 가능한 객관적인 지표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호당 가격제(1호 크기는 풍경화의 경우 가로 22.7㎝×세로 14㎝)가 통용되고 있다. 호당 가격을 결정하고 작품의 규격에 따라 작품 가격이 결정되는 방식이다. 그러나 같은 작가의 작품 중에서도 완성도의 차이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획일적으로 작품값이 매겨진다는 문제점이 있다. 그래서 호당가격제보다는 작품의 가치가 반영되는 작품당 가격제 도입을 주장하는 의견들도 있고 실제로 적용되기도 한다. 그림의 가격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생각해보자. 작가의 인지도는 어떠한가. 주요 미술관에서의 전시 경력, 주요 국제전의 참가 경력, 작품 소장처, 영향력 있는 갤러리와의 관계에 따라 작품 가격은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널리 알려진 작가 작품의 경우에는 부르는 게 값이 되어버릴 정도로 어마어마한 가격이 책정된다. 작품의 희소성도 가격 결정의 한 요인이 될 수 있다. 유일하거나 한정된 작품의 경우에는 그 작품이 인기가 있을 수밖에 없다. 작가가 사망한 후에 작품의 가격이 올라가는 현상도 이 점과 같은 맥락이라 볼 수 있다. 이 밖에도 미술품의 주제, 작품성, 보존 상태, 진위 여부, 거래된 장소, 유행, 홍보 등은 작품의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림도 역시 상품이라고 본다면 그림의 가격도 수요와 공급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그림의 가격 형성에는 너무도 많은 변수들이 작용하고 있다. 미술 시장은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시장의 원리에 따라서만 움직인다고 볼 수 없다. 더군다나 우리 나라 미술 시장은 그림의 가격 결정에 구매자, 즉 콜렉터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 미술품 가격은 그림을 구매하는 사람이 마음에 드는 작품을 손에 넣을 수 있을 때까지 내는 것이 가격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구매자의 영향력이 크다. 즉 그림값은 사는 사람이 결정한다는 얘기다. 그렇지만 작품 가격을 말할 때 그 작품이 그려져 나오기까지 작가의 노력과 고뇌의 시간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투자나 부의 축적 수단으로 작품을 구입하는 소수의 콜렉터보다는 진정으로 그 그림을 좋아하고 함께 하고 싶어하는 순수한 소장자들이 작가들에게도 더 튼튼한 울타리가 된다. 그림이 판매되어야 다음 작품을 준비할 수 있고 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것 또한 엄연한 현실이다. 그렇다면 저렴한 가격의 그림을 사는게 최선이 아니라, 내가 사랑하고 좋아하는 작품을 구매하는게 가장 합리적인 그림을 사는 방법이 아닐까. 유가림 유휴열미술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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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1.05 18:20

총선 후로 미룬 ‘공공기관 지방이전’ 당장 착수하라

지방이 텅 비어가고 있다. 이른바 직할시라고 하는 부산도 인구감소로 몸살을 앓고 있다. 부산의 고령인구 비율은 17.5%. ‘노인과 바다’만 남게 생겼다는 자조가 나온다. 이러는 판이니 농업비중이 높은 전북은 더 말해 무엇하랴. 우리나라 국토의 88%를 차지하는 지방. 지방의 산업단지와 공장, 농촌 현장과 중소기업들은 노동력을 확보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를 쓰지 않으면 손을 놔야 할 지경이다. 지방의 대학들은 학령인구 감소로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고, 지방의 청년들은 수도권에서 기회를 찾으려 너도나도 지역을 떠나고 있다. 수도권은 마치 악어의 입처럼 지방을 빨아들이고 있다. 이런 실정인 데도 윤석열 대통령은 장밋빛 립서비스만 내놓고 있다. “지역이 잘 살아야 민생이 좋아지고 국가경제도 도약할 수 있다” “전국 모든 지역이 골고루 발전할 때 인구감소와 저출산 문제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2024. 1.18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 축사) 백번 맞는 말이다. 하지만 추상적이다. 어떻게 실행할 것인지 방법론이 뒷받침되지 않아 공허하다. 구체성을 띤 지방 살리기 정책을 내놔야 한다. 실효성 있는 정책의 하나로 이른바 ‘혁신도시 시즌 2’를 꼽을 수 있겠다. 기획재정부는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2022.12.20 시‧도경제협의회) 지방이전 대상 공공기관은 360개에 이른다. 대통령 직속의 우동기 지방시대위원장은 당시 “공공기관 지방이전은 확실하게 실시될 것”이라며 “어떤 공공기관을 이전 대상에 포함할지, 어느 지역으로 이전할지 등은 이미 검토가 시작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정책은 총선 때문에 미뤄졌지만 총선이 끝난 뒤에도 잠자고 있다. 공공기관 이전은 균형발전뿐만 아니라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매우 크다. “혁신도시를 건설하지 않았다면 지역경제도, 기업들도 엄청난 타격을 입었을 것이다. 공공기관 이전이 전국의 지역에 미친 영향은 이루 말 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윤재호 전 대한건설협회전북도회장) 지금 지방과 수도권은 ‘지역 격차’를 넘어 ‘초격차 시대’를 맞고 있다. 우리나라 국토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에 전체 인구의 절반이 넘게 살고 있다.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기형이다. 민선 자치가 1995년 출범했지만 30년이 다 돼 가도록 ‘허울뿐인 지방자치’에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는 날이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균형발전은 뜬 구름이 된지 오래다. 이런 기현상을 언제까지 방치해 둘 텐가. 4.10 총선이 끝난 지 6개월이 지났다. ‘공공기관 2차 이전’은 수도권 집중을 해소하고 소멸위기에 몰린 지방을 살릴 수 있는 필수 정책이다. 나아가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 윤석열 정부가 표방한 지방시대의 방향성과도 부합한다. 당장 ‘공공기관 2차 이전’ 작업에 착수해야 옳다. 미적거릴 이유가 없다. 저출산과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 몇십조원을 쏟아 부었지만 효과가 없다. 하지만 공공기관을 지방에 이전한다면 수도권 분산과 지역균형발전에 확실한 효과를 낼 수 있다. 총선이 끝나자 ‘혁신도시 시즌 2’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문재인 정부처럼 군불만 땔 것이 아니라 공공기관 2차 이전을 본격적으로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 목표다. 지방의 공동화를 막아야 살기 좋은 지방시대도 가능하지 않겠는가. ‘공공기관 2차 이전’만이라도 확실하게 실행함으로써 지방시대에 응답해야 마땅하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4.11.05 18:20

군산항에 대한 주인 의식이 필요하다.

전국에서 부산, 인천, 목포항에 이어 마산항과 함께 4번째로 문을 연 군산항! 1899년 개항한 지 125년이 돼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면서 선석도 31개에 달하는 국내 중견 종합 항만으로 도내 유일의 무역항이다. 그러나 침체에 침체를 거듭하면서 오늘날 국내 14 국가관리무역항 중 12위으로 밀려나는 등 위상은 크게 실추됐다. 무엇이 군산항을 이같이 만들고 있나. 첫째, 심각한 토사매몰현상과 정부의 준설의무 미흡이다. 군산항으로 연간 300여만㎥의 토사가 몰려들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미흡한 준설의무이행으로 매년 200여만㎥의 토사가 준설되지 못하고 쌓여가고 있다. 수심은 갈수록 악화돼 가고 있다. 항로와 선석 수심이 계획대로 확보되지 않은 것은 물론이다. 그동안 부두만 건설됐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면서 군산항의 처리 물동량은 전국의 1.5%에 그치는 등 알량하다. 선사는 물론 화주들도 군산항을 기피하고 있다. 도내 수출입 업체의 겨우 5%만이 군산항을 이용하고 있을 뿐이다. 부두운영회사와 도선및 선박 대리점 업계는 낮은 수심때문에 '선박이 해저에 닿지 않을까', '원활하게 하역은 할 수 있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는 현재 일상이 됐고 '으레, 그러러니....'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둘째, 이같은 상황속에서 군산항을 찾는 고객들에게 양질의 서비스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 1997년 하역사들이 부두를 임차해 운영하는 부두운영회사제 도입 이후 일부 하역사의 부두 독과점 운영(?)으로 항만의 주인인 화주들은 '왕(王)이 아니라 졸(卒)'로 푸대접받고 있다. 이런 저런 이유로 하역사들이 일방적으로 하역을 미루고 늑장을 부려도 화주들은 '끽 소리' 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화주들은 어쩔 수 없는 상황속에서 '울며 겨자 먹기' 로 군산항을 이용하고 있다. 고객에게 감동은 커녕 '무슨 항만이 이래∼'라는 눈총을 받기 일쑤다. 군산항의 대외 이미지가 땅에 떨어진 지 오래다. 셋째, 무관심이다. 도내 정치권과 행정기관 및 항만인마저 군산항에 대해 각별한 애정이 없다. 국가관리무역항으로 '국가사무'라며 도외시해왔고 현안에 발생했을 때 끈기있게 해결해 가는 결집력이 없다. 군산항은 선거때만 반짝 이용될 뿐이다. 그리고 어느 이슈가 터졌을 때만 군산항을 위한 노력을 하는 척 보여주기식 반짝 쇼만 있었을 뿐이다. 항만에서 생계를 이어가는 항만인들마저 자신들과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으면 군산항 전체의 발전에 눈길을 주지 않는다. 뒷전에서 구시렁거릴 뿐이다. 한마디로 군산항에 주인이 없다. 현재 새만금 신항은 건설이 터덕거려 2026년부터의 개항과 운영이 안갯속이다. 이런 현실속에서 군산항은 2026년, 2027년, 2028년 준설토 투기장의 공백기를 앞두고 자칫 준설을 하지 못해 항만운영이 나락으로 떨어질 위기에 봉착해 있다. 항만운영마저 삐걱대면 항구도시인 군산은 물론 전북자치도는 바다로 나가는 해외 물류창구가 막혀 지역경제가 치명타를 입게 된다. 드러난 문제점을 직시하고 끝까지 해결해 나가는 우리 모두의 주인 의식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전북경제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는 군산항을 언제까지 우리 스스로 홀대할 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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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봉호
  • 2024.11.05 18:18

꼼꼼한 수능준비 한번 더 챙기자

한번의 대입에 의해 인생이 크게 좌우되는 대한민국의 현실속에서 학생, 학부모, 교육당국 가릴 것 없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수능은 그야말로 가슴떨리는 순간이다. 평소 갈고닦은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바람직한 일인데 시험관리의 문제점이 없는지 모두가 꼼꼼하게 한번 더 들여다봐야 한다.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교육감 서거석)은 4일부터 8일까지를 집중 연수 주간으로 정했다. 올해 수능은 목요일인 14일 치러지는데 전북의 경우 6개 시험지구 66개 시험장에서 총 1만 7041명의 수험생이 응시한다. 수험생들은 수능 하루 전인 13일 예비소집에 참여해 수험표를 교부받고 전자기기 반입 금지 같은 유의사항도 주의깊에 들어야 한다. 5일부터 6일까지 파견감독관 66명을 대상으로 시험장 최종 점검, 감독관 예비소집 관리 감독, 수능 당일 시험 운영 관리 감독 등 파견감독관의 핵심 역할을 안내한다. 사소한 것 같아도 7일로 예정된 방송담당자 전문연수도 중요하다. 방송시설 준비 및 관리 요령, 타종 및 듣기평가 시행 지침, 돌발 상황 대처 요령 등 방송 운영 매뉴얼을 전달하는 이 연수는 시험장학교 교감, 방송담당자 등 총 200명이 대상이다. 수능때마다 부정행위자 발생이나 교통상황, 각종 소음, 방송 중단 등 크고작은 일이 발생하곤 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수험생들이 그동안 피땀흘려 노력한 시간이 헛되지 않도록 모두가 힘써 도와줘야 한다. 올해 수능은 시험실당 수험생 배치 기준이 28명으로 지난해보다 4명 늘었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실시한 24명 축소 지침이 올해부터 폐지된 때문이다. 올해에는 완주군 내 시험장학교가 신설돼 그동안 완주지역 수험생의 원거리 응시에 대한 불편을 해소할 수 있게 된 것이 눈에 띈다. 기상 악화 등 자연 재난에 대비한 준비도 관계기관에서는 이미 완벽하게 갖추고 있겠으나 한번 더 지진가속도 계측기 및 예·경보시스템을 점검할 필요도 있다. 숫자는 많지 않지만 장애인과 거동이 불편한 수험생을 돕기 위한 대책도 당연히 마련돼야 한다. 수능이 종료된다고 해서 끝나는게 아니다. 주요 번화가를 중심으로 인파 밀집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긴급 대응 체제 구축여부도 파악할 필요가 있다. 수험생들이 나름의 실력을 다 발휘할 수 있도록 모두가 힘을 모으자.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11.05 15:43

'훈맹정음'이 가져온 선물

지난 4일은 점자의 날이었다. 점자의 날은 시각장애인을 위해 만든 6점식 한글 점자를 만들어 반포한 1926년 11월 4일을 기념하는 날이다. 이날은 2020년, 점자법이 개정되면서 법정기념일이 됐다. 한글 점자를 만든이는 송암 박두성 선생(1888~1963)이다. 일제 강점기, 장애인교육기관인 제생원 교사였던 송암은 시각장애인을 교육하면서 일본어로 된 점자는 있어도 한글 점자는 없는 현실을 안타깝게 생각했다. 1920년, 점자 연구를 시작한 것은 그 때문이었다. 1923년에는 비밀리에 제자들과 ‘조선어점자연구위원회’를 조직해 한글 창제원리를 연구하면서 한글 점자 개발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은 순조롭지 않았다. 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거치고 그 자신 실명할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6점식 한글 점자가 만들어진 것은 3년이 지난 1926년이었다. 시각장애인을 새로운 세상과 연결해주는 한글 점자를 세상에 내놓으면서 그는 ‘훈맹정음(訓盲正音)’이란 별칭을 붙였다. 훈맹정음은 남한뿐 아니라 북한에서도 그 기반을 함께 사용하는 남북한 문자가 됐다. 사실 한국 점자의 시작은 더 오래전으로 올라간다. 1894년 미국 선교사 로제타 셔우드 홀(1865~1951)이 뉴욕 점자를 바탕으로 한국어에 맞게 개발한 4점식 점자가 그 시작이다. 평양맹아학교를 운영했던 로제타 홀은 이 점자로 평양의 시각장애인 소녀들을 가르쳤다. 로제타 홀의 4점 점자가 '평양 점자'로 불리게 된 배경이다. 그러나 4점 점자는 한글을 쉽게 읽을 수 있기에는 제약이 많았다. 이 한계를 보완해 한글을 쉽게 읽고 표기할 수 있게 개발한 것이 송암의 훈맹정음이다. 당시 시각장애인들에게 이 훈맹정음은 암흑의 세계로부터 빠져나와 새로운 빛을 안겨준 선물이었다. 그 뒤 한글 점자는 여러 차례 보완되고 수정을 거쳤다. 1996년에는 한글 점자에 관한 '한국점자규정'을 제정, 표준 한국 점자가 고시됐다. 우리말 점자의 역사는 이제 100년을 맞고 있다. 그러나 일상 속에서 점자의 쓰임은 여전히 미미하다. 통로는 있으나 정작 문이 막혀 있는 형국이다. 마침 디지털 점자 기술의 진화가 관심을 끌고 있다. 박물관과 미술관 등 공공 문화시설에 디지털 점자 기술을 적용한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도입도 늘고 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디지털기기 전문 업체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의 작품을 디지털 점자와 오디오 북으로 번역하는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도 있다. 이 모두가 ‘눈이 보이지 않으면 마음이 닫히고 세상도 닫힌다’고 했던 송암의 훈맹정음이 가져온 결실일 터. 돌아보니 훈맹정음의 존재가 새삼 빛난다. / 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4.11.05 15:31

보험사기 범죄 끝까지 뿌리뽑아라

얼마전 진료기록부를 허위로 꾸며 보험금 7억여원을 챙긴 병원장과 ‘보험사기’에 가담한 환자 300여명이 무더기로 경찰에 검거된 적이 있다.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서울 강남의 정형외과 병원장 40대 남성 A씨와 환자 321명 등 322명을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검거했다. 사안은 다르지만 전주에서도 유사 사례가 발생했다. 병원이나 의사, 보험설계사와 환자가 공모해서 막대한 보험금을 편취하는 행위는 사회 공동구성원의 신뢰를 깨뜨리고 간접적인 다수의 피해자를 만들어내는 파렴치한 범죄다. 자신이 부당이득을 취함으로써 절대다수의 보험 가입자들의 부담은 커지게 마련이다. 전형적인 것이 바로 교통사고를 가장한 보험사기다. 실제보다 더 부풀려서 보험금을 타내는 수법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요즘엔 허위 진단서까지 발행하면서 보험금을 타내는 일이 있으니 한심한 일이다. 최근 전주에서 발생한 보험사기는 얼마나 우리사회가 도덕적으로 무너지고 있는지를 너무나 잘 보여주는 사례다. 사실 실손보험 등 보험 관련 사기는 보험 혜택이 정말로 필요한 취약 계층의 의료 보장 사각지대를 커지게 만든다는 점에서 유사 사례가 있는지 여부를 철저히 파악해야 한다. 전북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보험사기 일당 46명을 검거, 그중 보험설계사 A 씨와 의사 B 씨, 브로커 C‧D 씨 등 4명을 구속해 검찰에 송치했다. A 씨 등은 2020년 7월부터 2023년 9월까지 3년여간 뇌‧심혈관 질환 보험에 가입한 지 1년 이내 특정병원에서 허위진단서를 발급받아 21개 보험사로부터 보험금 약 37억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중 한 명은 가짜 진단서로 최고 3억 5000만 원까지 보험금을 받아 챙겼다고 한다. 수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범행은 과거 병원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보험설계사 A 씨의 주도로 이뤄졌는데 그는 보험상담을 받으러 오거나 보험설계사들로부터 모집된 피보험자들과 함께 범행을 저질렀다. A 씨는 "뇌, 심혈관 질환 진단을 받아 다액의 보험금을 지급받도록 해주겠다"며 고액의 보험에 집중 가입시켰다. 이후 B 씨 등 8명의 의사가 운영하는 병원으로 데리고 가 허위진단서를 발급받는 수법으로 수십억 원을 편취했다. B 씨의 경우 최대 20건 이상의 허위진단서를 작성한 것으로 파악됐다. 차제에 수사 당국은 보험사기 근절을 위한 전면적인 수사를 통해 정의가 살아있음을 보여줘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11.05 15:19

의사까지 가담한 ‘보험사기’, 발본색원해야

보험사기가 사회문제로 부각된 지 오래다. 지난 2016년에는 ‘보험사기 방지 특별법’까지 제정됐다. 그런데도 이 파렴치한 범죄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오히려 수법이 더 교묘해지고 조직화·집단화하면서 피해가 더 커지고 있다. 특히 전북지역에서 보험사기 범죄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우리 사회 보험사기가 늘어나는 것은 경제상황이 악화하면서 손쉽게 돈을 벌려는 사람이 늘어난데다 다른 범죄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처벌기준으로 인해 범죄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범죄에 회사원과 주부, 학생 등 평범한 일반 국민들이 속속 가담하더니 이제는 의사까지 사기범과 한패가 돼 충격을 주고 있다. 전북경찰청은 최근 보험사기 방지 특별법 위반 등의 혐의로 보험설계사와 의사, 브로커 등 46명을 검거하고 이 중 4명을 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보험설계사가 주변 사람을 끌어들여 뇌나 심혈관 등 고액 보험상품에 중복으로 가입시키면, 의사는 없는 병을 만들어 가짜 진단서를 발급하는 수법을 사용했다. 이들이 2020년부터 이런 방식으로 3년 동안 타낸 보험금은 37억 원에 이른다. 보험사기는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져 결국 선량한 보험 가입자들에게 피해가 돌아가는 심각한 범죄다. 보험사기를 막기 위해 금융감독원과 보험사들이 ‘보험사기 신고센터’를 운영하면서 신고 포상금까지 지급하고 있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전북경찰에서도 수시로 보험사기 특별단속을 실시했다. 그런데도 이 범죄는 독버섯처럼 퍼지고 있다. 금융당국과 보험사, 수사기관의 긴밀한 공조와 함께 사법기관의 더 강력한 단속과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 보험사기죄는 일반 사기죄와 비교해 그 처벌 수준이 낮은 편이다. 우선 법원의 양형기준을 높일 필요가 있다. 또 보험사기 범죄자에 대해서는 형사처벌과 함께 해당 업무나 직업에 대한 영업정지·면허취소 등의 행정제재를 가하는 방안도 적극 고려해야 한다. 갈수록 교묘해지고 조직화·집단화하는 보험사기를 이제는 정말 확실하게 뿌리뽑아야 한다. 관계 당국의 철저한 단속 의지와 함께 보험사기 근절을 위한 제도적 보완대책이 필요하다. 더불어 시민들도 더 이상 이 범죄가 우리 사회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보험사기가 의심되면 주저없이 신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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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4.11.05 11:52

유류분 위헌 아닌가요

의뢰인은 아버지 사망 전 아버지의 모든 부동산을 증여받았다. 의뢰인의 동생은 아버지의 사망 후 유류분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의뢰인은 유류분은 이미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정을 받은 것이 아니냐며, 동생의 소송이 가능한 것인지 물어왔다. 유류분(遺留分)이란 법률상 상속인에게 귀속되는 것이 보장되는 상속재산에 대한 일정한 비율을 의미한다. 민법 제1112조는 상속인의 유류분으로 직계비속과 배우자는 법정상속분의 1/2, 직계존속과 형제자매는 법정상속분의 1/3이라고 규정한다. 예를 들어 설명하면 아버지 재산은 1억이고 상속인으로 아들 둘이 있는데, 1억을 큰아들에게만 주었을 때, 아버지 사망 후 작은 아들은 큰아들에게 유류분인 상속분 5,000만원의 1/2인 2,500만원을 청구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경험해 보거나 배우지 않았다면, 이런 제도가 있는지조차 잘 모를 정도로 생소한 개념이다. 1977년 장남 위주의 유산 분배를 막을 목적으로 새로 도입된 제도인 만큼 잘 모르는 것도 당연할 수 있다. 그런데 올해 4월 헌법재판소에서 유류분 제도에 관한 결정이 있었다. 먼저 피상속인 형제자매에게 유류분 제도는 위헌이라는 것이다. 형제자매는 부모, 자식, 배우자와 달리 상속재산 형성에 대한 기여가 없어, 그 재산에 대한 기대 등이 인정되지 않으며, 유류분 제도가 있는 독일, 일본 등에서도 형제자매의 유류 분은 인정하지 않는다는 사유이다. 다음으로 장기간 유기, 학대, 패륜의 경우까지 유류분이 인정되어, 이에 대해 유류분 상실 사유를 규정하지 않은 점과 기여 상속인에 대한 기여에 대한 보답으로 증여 재산이 유류분 반환 청구 대상이 될 수 있기에 유류분에 기여분 규정을 준용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시사 뉴스를 유심히 보지 않는다면, 가끔 의뢰인에게 주요 판결 소식을 듣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의뢰인의 기대와 달리 유류분 제도 자체가 위헌이 되지 않았다. 이 기회로 바뀐 제도를 살펴볼 수 있길 바란다. 최영호 법무법인 모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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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1.04 16:39

2024 전북 수업나눔 박람회 참관기- 창의적 재구성

지난 2일 전주대학교에서 열린 전북도교육청의 ‘2024 전북 수업나눔 박람회’에서 ‘교실의 경계를 넘어서 : 디지털 기반 수업혁신 요소와 전략’을 청강하고, 현직 교사 두 분의 발표를 참관하였다. 정년 퇴임한 후 20년만에 교실수업의 장을 보고, 교실의 디지털화는 상전벽해였고, 문득 이러한 디지털 교실에서 아나로그이어야 하는 단원을 어떻게 운영하고 있을까 하는 상념이 있었다. 교사는 학습자원을 연결하는 새로운 플랫폼을 조성할 수 있고, 학생이 주도적으로 문제해결을 탐색하는 환경을 구축할 수 있으며, 교사역할모델이 푸시(push)모델에서 풀(pull)모델로 전환될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다. 푸시는 교사가 학습내용을 체계적으로 조직화하여 효율적으로 주입하는 형태이고, 풀은 정보기술을 활용하여, 학생이 많은 학습자원 중에서 알맞은 자원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형태이다. 교사 등 교육전문가의 영역이다. 그런데 학교에서 테크놀로지 역할의 실상이 어떠하고 방향을 어떻게 설정하고 있는가? 이는 학부모나 일반 국민이 매우 궁금하게 여기는 분야이다. 테크놀로지는 교수설계의 지원도구이고 학습자 학습의 지원도구이다. 그런데 여기서 자칫 문해력과 상상력이 낮아지지 않을까 하는 기우가 있다. 사고의 확장을 위한 한자와 독서 교육의 필요와 당위가 당국에서 이미 입론되었을 듯하다. 그렇다면 동질성과 이질성이 공존하는 교실 내에사 교수학습의 목표와 방법, 수준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 이 일, 즉 매일 매시간 교육과정을 구성 또는 창의적으로 재구성하는 일이 교사의 일상이다. 오늘 발표한 어느 선생님의 ‘언어’ 프로젝트 수업에서의 ‘신비한 언어의 숲 여행’ 단원은 그 신선한 창의에 크게 놀랐다. 그리고 어느 선생님이 발표한 ‘학교자율시간 ‘정서’ 과목 설계 운영 실천 사례‘의 ’정서 교수학습모형‘은 전국 일반화의 가치가 충분한 역작이었다. 이렇게 수업나눔 박람회 발표 선생님들은 몰입의 탐구로 새로운 작품을 만든, 창의와 열성의 상징으로 ’전북교육의 별빛‘ 선생님들이시지 않은가 한다. 발표하신 선생님들에게 경의를 가진다. 이번 수업 박람회는 발표 주제가 다양하고 안내와 진행과 운영이 치밀하였다. 같은 시간대에 분야별로 주제별로 발표하는, 선택 참관이어서, 관심이 여럿인데 다 참관할 수 없어 아쉬웠다. 참관하는 시간마다 전북교육은 ’밝다, 새롭다, 든든하다.‘라는 감동이 일었다. 나도 재직 중 저러하였던가 하는 자성이 스쳤었다. 한편 토요일임에도 더 나은 교수학습방법을 배우려고 참석한 선생님들의 표정은 진지하였고 실험실 연구원처럼 집중하고 있었다. 사랑하는 제자들을 잘 가르치려고, 교실에서 종이와 스크린 그 이상을 추구하는 삶을 사는 듯 보였다. 참으로 아름다운 모습들이었다. 지향과 정수는 휴머니즘을 기반으로한, 학습자 특성에 맞는 맞춤형 교수학습이 아닌가, 이의 완성이 교육의 미(美)가 아닌가 한다. "학생은 성장하여야 합니다. 교사인 저도 성장하여야 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라고 마무리 인사를 한 선생님! 전북교육의 표상이 아닌가 한다. 구정태 전 봉동초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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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1.04 16:39

다문화 사회 진입, 외국인 근로자들의 경제적 효과와 우리의 대응

지난주 출근하며 밭에 깨를 털고 있는 풍경을 보았다. 여느 가을처럼 대수롭지 않은 우리네 시골 풍경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밭에서 일하는 대부분의 근로자가 동남아시아 사람이라는 점에서 정말 우리네 시골 풍경인가 싶다. 사실 이런 풍경이 이제 낯설지는 않다. 이유는 시골의 농․축산, 어업 및 건설, 중소기업 현장, 심지어 식당에서 서빙을 하는 종업원까지 현재 우리는 그들을 쉽게 마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수년 전부터 저출생, 고령화, 인구감소, 지방 소멸 위기 등의 문제와 맞물려 외국인들을 적극 수용하였으며 그 결과 외국인 체류자는 코로나 팬데믹을 제외하고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2024년 6월 260만 명을 돌파, 총인구의 5%를 넘어서며 다문화 사회로 진입하였다. 문제는 우리 사회가 이런 구조적인 문제를 효과적으로 극복하기 위해서 외국인 근로자를 현재 총인구의 3%에서 향후 40년간 호주 및 말레이시아와 비슷한 수준인 15%까지 끌어올려야 한다는 사실이다.(마이클 클레멘스 교수,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사실 이미 지방은 외국인 근로자 없이 어떤 산업도 원활히 돌아가기 힘들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와 같은 사회적 현상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외국인 근로자의 증가가 국내 일자리를 감소시킨다는 주장이다. 이는 지난 8월 비경제활동인구이면서 그냥 쉬었다는 20~30대 인구가 74만 7천 명으로 코로나 팬데믹 당시보다 더 증가하며 논란을 키웠다. 하지만 외국인 근로자들이 취업한 일자리가 대부분 농업, 어업, 축산업 등의 1차 산업 및 19인 미만의 중소기업, 제조업, 건설업의 현장 등 국내 청년들이 기피하는 일자리라는 점에서 이와 같은 주장이 맞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더욱이 지난 2022년 한국은행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지방 외국인 근로자가 내국인 대비 1% 증가하면 내국인의 고용 기회가 장기적으로 평균 1.5%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나 외국인 근로자는 내국인 근로자와 상호 보완적 관계임을 증명하였다. 이는 외국인 노동력 투입으로 하락한 비용이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는 등 사업이 확장하며 국내 인력 수급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증명한 것이다. 그렇다면 외국인 근로자의 유입의 이런 긍정적인 효과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로 인한 지방 소멸을 해결할 수 있을까? 안타깝지만 외국인 근로자의 유입은 지방 소멸의 가속화를 늦출 수는 있으나 근본적 해결책은 아니라는 것이 경제학계의 일반적인 견해다. 이유는 외국인 근로자는 가족이나 친구, 장기 일자리 등에 대한 제약이 적어 내국인 근로자보다 경제 기회의 민감도가 매우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외국인 근로자는 경기가 좋은 지역, 일자리가 많은 지역으로 빠르게 이동(수도권 집중)하기 때문에 지방 소멸을 막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들을 미뤄볼 때, 지방의 외국인 근로자 유입은 시대적으로 거스를 수 없는 현상이며 이들을 통해 지역 경제를 발전시키고 지방 소멸을 늦추기 위해서는 이들이 정주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 즉 우리가 어려웠던 시절 독일 등에 돈을 벌기 위해 갔었던 것처럼 그들 또한 같음을 인정하고 포용적인 태도를 가져야 함은 물론 좋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수도권 지역으로 이탈하지 않도록 정책적 방안도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현행 고용허가제로 10년 이상 체류하지 못하게 하는 제도를 정비하여 장기적으로 좋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전북특별자치도에 정착할 수 있도록 우리 도가 앞장서야 할 것이다. 최남진 원광대학교 경제금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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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1.04 16:39

만경강은 오늘도 흐른다

펄 벅, 헤르만 헤세, 어니스트 헤밍웨이, 알베르 카뮈... 그리고 한강! 얼마 전 꿈에 그리던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우리나라 문학은 시대적 배경을 이해하지 못하면 해석하기 어렵고, 우리말의 맛을 제대로 전달하기 어려워 노벨문학상은 우리끼리만 한껏 기대에 부풀어 있다가 사그라들기 일쑤였는데, 전인미답의 길을 개척한 선구자가 드디어 나온 것이다. 놀라고 감격스러운 마음은 잠시 접어두고 한강 작가의 소식을 듣고 생뚱맞게도 만경강이 눈앞에 어른거린다. 한강을 통해 만경강이 떠오르는 건 작금의 우리지역 문화의 힘이 못내 맘에 들지 않는 극성스러운 전북인이라서 그런가보다. 만경강은 남한에서 6번째로 긴 강이다. 장수 팔공산 자락에서 발원한 금강과 섬진강이 여러 지역을 지나 서해로 남해로 흐르고, 남원 봉화산에서 발원한 남천은 임천과 남강을 거쳐 낙동강으로 흘러들고 있지만, 만경강은 오롯이 전북에서 발원하여 전북의 소하천을 한데 모아 새만금을 통해 서해로 흘러가는 전북의 대동맥이다. 다행히 4대강 사업에서는 비껴나갔지만, 일제강점기 인공제방을 쌓고 구불구불 흐르던 강을 반듯하게 만들면서 수탈의 역사와 함께 그 모습이 너무나도 많이 바뀌었다. 만경강이라는 이름도 일제강점기에 처음 생겨났으니, 이중환의 택지리에는 사탄(沙灘), 김정호의 대동지지에는 사수강(泗水江), 동국여지승람에는 고산천을 안천(雁川), 전주천을 남천(南川), 하류를 신창진(新倉津)으로 불렀다. 또한 대동여지도에는 삼천과 합류한 전주천을 횡탄(橫灘)으로 기록하고 있어, 지금보다 훨씬 많은 물이 보다 빠르게 흘렀음을 알 수 있다. 만경강유역에 기록된 10여 개의 포구와 나루터는 강을 따라 얼마나 많은 물자가 오고갔는지를 짐작케 한다. 만경강의 역사를 굽어굽어 올라가면 4만 년 전 구석기시대부터 시작하여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만경강은 전북의 역사 뿐 아니라 한민족의 역사에서도 굵직한 획을 남기고 있다. 우리민족의 근간을 이룬 농업은 청동기시대 수전농경이 발달하면서 본격화되는데, 청동기시대 유적이 가장 많이 밀집된 곳이 바로 만경강유역이다. 농자천하지대본, 전북의 뿌리가 이미 수천 년 전부터 이어져 왔음이 여러 유적을 통해 밝혀진 것이다. 전북혁신도시 일대는 고조선 준왕이 내려와 마한이 시작한 곳이며, 청동기 제작기술이 발전하고 신소재인 철(鐵)이 등장하여 초기철기문화를 화려하게 꽂피운 곳이다. 이후 마한세력은 전주 탄소산단부터 완주 수계리와 상운리 일원에 1,400여기 이상의 주거지와 수백여기의 고분군을 조성하면서 거대한 왕국으로 발전하였다. 백제의 고도인 금마 역시 만경강을 기반으로 성장하였으며, 견훤은 만경강을 중국과 소통하는 관문으로 삼았다. 조선에서는 태조 이성계의 고향 전주에 흐르는 강을 한(漢)나라를 건국한 유방의 고향에 흘렀던 사수(泗水)라고 불렀다. 우리나라에서 만경강처럼 고대역사가 지속적으로 중심권역을 형성하면서 발전한 곳은 많지 않다. 그런데 이 만경강의 역사를 담아내는 노력을 우리는 얼마나 했던가? 목천포에 있는 만경강문화관에 만경강의 역사가 전시되어 있지만, 대부분 수탈의 역사이다. 만경강 역사 4만년 가운데 수탈의 역사 40년은 0.001%이다. 우리는 99.999%의 찬란한 만경강의 역사를 기억하고 기록하고 널리 알려야 한다. 더 늦기전에 만경강의 역사를 오롯이 담아 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기를 희망해 본다. 오늘도 흐르는 만경강처럼, 그 눈부신 역사처럼, 하나 되어 나가는 힘이 절실히 필요한 요즘이다. 한수영 고고문화유산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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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1.04 16:39

기후변화 시대, ‘단풍’의 추억

“오매, 단풍 들것네”/ 장광에 골 붉은 감잎 날아오아/ 누이는 놀란 듯이 치어다보며/ “오매, 단풍 들것네.”// 추석이 내일모레 기둘니리/ 바람이 자지어서 걱정이리/ 누이의 마음아 나를 보아라/ “오매, 단풍 들것네.” 이맘때 산책로나 숲길을 걷다 보면 나도 모르게 첫 구절이 떠오르는 시(詩), 1930년대 김영랑 시인의 ‘오매 단풍 들것네’다. 시는 언뜻 붉게 물든 단풍을 기다리는 낭만적인 감성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시절 단풍은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 다가올 추위에 대한 자연의 예고였다. 감잎이 붉게 물들기 시작하고, 찬바람이 잦아지면 겨울나기 걱정에 탄식이 나왔을 게다. 붉게 물들어가는 감나무 잎사귀를 보며 무의식중에 쏟아낸 탄식이 ‘오매, 단풍 들것네’인 것이다. 단풍은 나무가 메마른 겨울을 준비하는 하나의 과정이다. 이 모습을 보면서 옛 사람들은 나무처럼 겨울나기를 준비하고, 또 걱정했던 모양이다. 시인은 당시 고단했던 서민 삶의 애환을 민중의 언어로 노래했다. 지금 우리가 첫 구절에서 느끼는 감성과는 차이가 많다.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단풍철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11월, 진작 ‘울긋불긋’ 물들었어야 할 가을 산이 여지껏 푸르다. 기후변화 시대,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가을이 지각하더니 단풍도 많이 늦어진다. 계속되는 이상기온이 단풍시계를 자꾸만 뒤로 돌려놓고 있다. 산림청이 지난 9월 말 발표한 올 단풍시기 예측도 한참이나 빗나갔다. 게다가 몇 해 전부터는 색깔도 곱지 않다. ‘예년만 못하다’는 평이 해마다 반복된다. 절정을 한참 지나 끝물이어야 할 내장산 단풍도 아직 절반 이상이 녹색으로 남아있다. 그래서 지난 주말 이 산을 찾은 수많은 단풍객들에게 실망과 아쉬움을 남겼다. 단풍객들이 가을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시간이 자꾸만 짧아지고 있다. 계절이 수상하다. 그래서 걱정이다. 단풍철, 옛 사람들의 겨울나기 걱정은 진작 사라졌지만, 봄부터 내내 이어지는 이상기후로 인해 더 큰 걱정이 생겼다. 모경종 국회의원이 최근 환경단체와 함께 분석해서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2013∼2023년 기후위기로 인한 재난으로 국내에서 발생한 경제적 피해는 15조9177억원, 인명피해는 341명에 달했다. 울긋불긋 가을의 정취에 빠져들고 싶다면 지금 나서야 한다. 앞으로 형형색색 그 아름다운 오색 빛깔을 제대로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가을철 이상고온이 지속되다가 어느 날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지면 단풍잎이 제 색을 찾지도 못한 채 바로 낙엽이 돼 땅바닥에 뒹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상기후가 지속되면 단풍 시기가 계속해서 늦어지고, 또 짧아지면서 한국의 오색 단풍 풍경이 추억 속으로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잠시 한눈을 팔면 이 ‘틈새 계절’의 짧은 기회를 놓쳐버릴 수 있다. ‘올 가을 단풍이 가장 아름답다’는 생각으로 지금 당장 가을 산길을 걸어보면 어떨까.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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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표
  • 2024.11.04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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