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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 익산역 확장·복합환승센터 속도 내야

국제공항이 없고, 정부의 광역교통망 확충 대상에서마저 제외돼 교통오지라는 오명을 안고 있는 전북지역의 교통 허브는 역시 ‘KTX익산역’이다. 익산역은 호남선과 전라선·군산선 등이 지나는 호남권 철도 교통의 요충지로 1912년 개통 이후 줄곧 도시 성장을 이끌어 왔다. 익산시는 이 역을 ‘유라시아 대륙철도의 거점역’으로 육성하겠다는 전략까지 세웠다. 하지만 지금의 익산역이 국가 철도망의 거점이자 미래 철도 교통의 허브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시설과 운영체계 등에서 부족한 게 많다. 우선 대합실 등 역사가 너무 비좁은데다 환승센터가 없어 이용자들의 불편이 많다. 또 역세권이라고 보기에는 주변 상권이 열악하고, 업무공간 등 편의시설도 거의 없다. 이에 따라 익산시는 ‘KTX익산역 광역복합환승센터 구축 및 복합개발사업’을 추진했고, 지난 2021년 국토교통부의 ‘제3차 환승센터 및 복합환승센터 구축 기본계획’에 반영돼 사업에 탄력을 받게 됐다. 오는 2026년까지 철도역사 부지에 철도·버스·택시·승용차 환승시설과 상업·업무·주거·문화시설 등을 갖춘 선상 복합환승센터를 건립한다는 청사진이다. 또 철도 차량기지를 도심 외곽으로 이전하고 서측 주차장 부지와 연계해 주거와 상업시설 등을 도입하는 복합개발 계획도 포함됐다. 하지만 이 사업은 민간투자 방식이어서 적지 않은 난관이 예상된다. 다행히 익산시가 익산역 복합개발의 일환으로 추진한 ‘익산역 확장 및 선상주차장 조성사업’이 내년 정부 예산안에 반영돼 사업을 본격화할 수 있게 됐다. 기존 선상역사를 2000㎡가량 확장하고, 역사 남쪽 선로 위에 200면 규모의 주차장을 조성하는 사업으로 타당성조사 및 기본계획 용역비 10억 원이 반영됐다. 2014년 390만 명이었던 익산역 이용객은 호남고속철도 개통 이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특히 국토교통부 중장기 철도운영 전략에 따른 일반열차 환승체계 구축과 올해 서해선(일산 대곡~익산) 개통, 2030년 새만금항 인입철도 건설 등으로 익산역을 방문하는 철도 이용객은 연간 1350만 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익산역이 호남지역 교통의 관문이자 미래 철도 교통의 허브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복합환승센터 구축이 절실하다. 우선 익산역 확장 사업부터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9.12 13:10

전주 후백제역사문화 메카로 육성하자

후백제의 왕도(王都)인 전주에 후백제 관련 역사 문화를 조사·연구하는 국립후백제역사문화센터가 들어선 것은 매우 의미심장한 일이다. 전주가 이제 경주와 더불어 전국적인 고도로 확고히 자리잡을 수 있는 명분을 얻었기 때문이다. 올해 국가유산청(국립문화유산연구원)이 실시한 ‘후백제역사문화센터 건립 후보지 공모’에서 전주시 완산구 교동 낙수정 일원이 최종 후보지로 선정됐다. 오는 2030년까지 국비 450억을 투입해 건립 예정인 후백제역사문화센터는 말 그대로 전주가 메카로 인정받았다는 거다. 후삼국시대 짧은 시기였으나 어쨋든 한 시대를 풍미했던 후백제의 역사와 그 흔적을 조사·연구하고, 결과물들을 시민과 관광객들이 공유할 수 있게됐다. 지난 2022년 말, 전북을 중심으로 후백제 역사문화권을 추가하는 내용의 ‘역사문화권정비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후백제 역사문화권 신설은 수면위로 떠올랐다. 후백제 역사문화권의 유적·유물의 조사부터 정비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과 예산 지원의 법적인 근거가 생겼고 결과적으로 후백제의 역사적 가치와 의미를 제대로 복원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앞으로 전주가 명실공히 전국 최고의 고도로 자리매김하려면 전주에 국립 후백제 역사문화센터 건립은 물론, 후백제 역사공원 조성, 한문화원형콘텐츠 체험관과 연계한 후백제 컨텐츠 개발 과제도 속도감있게 추진해야만 한다. 후백제역사문화센터 유치는 하나의 작은 성과물에 불과하다. 앞으로 전주의 역사 문화자원이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하려면 경주와 더불어 한국을 대표하는 역사도시로 만들어야만 한다. 견훤왕이 전주를 도읍으로 정하고 ‘백제’ 건국을 선포해 37년간 통치했다는 기록이 ‘삼국사기’와 ‘고려사’, ‘동국여지승람’ 등 다양한 문헌에서 확인된 바 있다. 동고산성과 도성벽 유적, 건물지, 사찰 터 등 후백제 관련 유적이 도시 곳곳에 산재해있다고는 하지만 많은 시민들이 그 가치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지는 못하고 있다. 갈 길이 멀다는 얘기다. 낙수정 새뜰마을 도시재생사업과 승암산 인문자연경관 탐방로 조성사업 등 기존에 추진해온 사업들과 연계해 후백제 역사 문화를 기반으로 한 ‘왕의궁원 프로젝트’의 핵심 시설로 만들어야 하는데 관건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없는 것도 잘 포장해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한 이때 역사적 가치를 재조명하고 적극 문화관광 자원화하는데 전주시가 확실한 의지와 성과로 답하길 기대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9.12 11:47

전북의 문화를 잇는 ‘태조 이성계’

전북은 태조 이성계의 본향이자 조선왕실의 뿌리다. 조선건국의 꿈이 시작된 곳이다. 유구한 역사 속에서 새 왕조를 세워 태조라 불린 사람은 ‘이성계’와 ‘왕건’ 둘 뿐이다. 역사의 발자취를 따라 전북을 걷는다. 전주 한옥마을 중심에는 이성계의 어진을 모신 경기전이 있다. 조경묘, 조경단, 오목대, 이목대 등이 몰려 있다. 특히 전주는 경기전에 국보 제317호 태조 어진을 봉안하고 있다. 태조 어진을 전주에 봉안한 것은 개성의 목청전이 이성계의 구저(舊邸)에, 영흥의 준원전이 이성계의 탄생지에 설치된 것과 마찬가지로 전주가 왕실의 본관이었기 때문이다. 임진왜란으로 영흥의 준원전만 남았지만, 경기전은 본관지에 세워진 조선 왕실 최초의 기념물로서 그 의미가 더욱 특별하다. 조선 건국 시조로서 이성계는 특별 예우를 받아 따로 태조진전이 설치돼 어진이 봉안됐다. 전주를 찾는 시민께 많이 알려진 ‘태조 어진 봉안 의례’는 숙종 때 경기전 태조어진을 모사하기 위해 한양으로 갔다가 다시 전주로 모셔왔던 의례를 재현한 것이다. 조선왕조 역사와 의례를 보여주는 소중한 행사다. 전주 경기전은 2012년에 국보로 승격됐고, 현재 대한민국에서 온전하게 현존하는 유일본이다. 전북과 태조 이성계의 연관성은 국내 학계에서 계속해서 연구해 왔다. 태조 유적지와 유물의 76%를 우리 전북특별자치도가 보유하고 있다. 전주, 남원, 임실, 진안, 장수 등지에 고루 분포한다. 그야말로 전북을 상징하는 역사문화자산이다. ‘태조 이성계’는 고려 말에서 조선 초로 이어지는 역사적 전환기의 주역이다. 리더십과 혁신, 통합의 상징이기도 하다. 전북 지역에서 이어지는 다양한 태조 이성계 설화를 모아 문화와 역사를 흥미롭게 후손들에게 더욱 알려야 한다. 오는 13일, 국회에서 ‘태조 이성계 국회 정책포럼’ 토론회가 열린다. 전북특별자치도에서와 학계에서도 다시 한 번 힘을 모은다. 태조 이성계의 전북역사문화자산의 문화관광자원화를 함께 논의하고, 태조 이성계와 전북의 역사적 의미를 되짚어 보는 자리다. ‘태조 이성계 역사전당’ 건립에 대해 심도 있는 토론이 마련될 예정이다. 전북 외의 관련 유적은 주로 박물관에 소장되고 있다. 실질적으로 지역에서 바로 연계하여 살아 숨쉬는 유적을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은 전라북도가 유일한 현실이다. 전북자치도는 지난 20년부터 추진해온 ‘태조 이성계 유적지 역사탐방’을 올해부터 확대 추진한다고 한다. 태조 이성계 역사전당이 전주에 만들어지게 된다면, '1380년 남원 황산에서 왜구를 크게 무찌른 황산대첩 역사관, 초상화 전문 박물관도 생각해본다. 조선왕실의 뿌리이자 조선 건국의 꿈이 시작된 전북에서 '이성계 유적의 숨결'을 더욱 세세히 느낄 수 있겠다. 전북에 광역적으로 분포된 태조 이성계 콘텐츠의 구심점이 필요한 상황이다. 일명 ‘랜드마크’ 가 필요하다. 전북특별자치도 원년, 국회와 전북도, 전주가 관광문화축제와 연계하고 국책사업을 더욱 발굴해 나가겠다. 전주 경제 활성화를 넘어 대한민국의 전통문화를 전 세계에 널리 알리는 데에도 기여하리라 기대한다. 민·관·학·연이 힘을 합쳐서 ‘태조 이성계’ 역사 자원을 간직한 보고인 우리 전북을 관광 문화자원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 그 중심에서, 전주를 대표해 자부심을 가지고 앞장설 것을 약속드린다. /정동영 국회의원(민주당·전주시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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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9.11 19:36

노을대교 착공 지연, 전북 정치권은 무엇을 하고 있나?

노을대교 건설 사업은 2021년 제5차 국도·국지도 5개년 계획에 반영된 지 3년이 지났음에도, 착공조차 확정되지 않아 지역 주민들의 분노가 치솟고 있다. 이 사업은 고창군과 부안군을 연결하는 중요한 인프라로, 전북 서남부 지역 발전의 핵심이자 주민들의 오랜 염원이 담긴 프로젝트이다. 하지만 전북 정치권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채, 무능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사업은 계속해서 설계와 시공 방식의 변경, 자재비 상승에 따른 유찰 등으로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하지만 이 상황을 해결할 정치적 리더십은 실종된 상태다. 특히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비롯한 전북 정치인들은 과연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은 지역 주민들의 실망과 좌절감을 직시해야 한다. 그동안 중앙 정부를 상대로 강력한 요구를 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으며, 오히려 "기획재정부의 검토가 끝나지 않았다"는 핑계만 늘어놓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익산지방국토관리청이 지난해 4월부터 기본설계를 추진했음에도 기획재정부의 적정성 검토 단계에서 지연되고 있다는 점이다. 심덕섭 고창군수가 경제부총리와 면담을 통해 사업비 증액을 요구했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지역 정치인들과 지자체는 중앙 정부와의 협의에 실패했고, 그 결과는 착공 지연으로 이어졌다. 노을대교는 단순한 지역 사업이 아니다. 전북 서남부 지역의 균형 발전을 위한 필수적인 프로젝트로, 30년 넘게 주민들이 기다려온 숙원 사업이다. 10명의 국회의원을 비롯한 전북 정치권은 이제 더 이상 노을대교 문제를 방관해서는 안된다. 지금까지 정치적 논의와 실제 착공 추진이 별개로 이뤄져 왔다면, 이제는 행동이 필요한 시점이다. 전북 정치권이 당장 사업 착공을 확정하지 않는다면, 전북 도민들이 들고 일어나 그들의 무책임함을 규탄해야 할 것이다. 노을대교 착공이 지연될수록 전북 정치권의 무능함은 더욱 도드라질 뿐이다. 더 이상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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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현표
  • 2024.09.11 16:02

대 철학자 헤겔이 프랑스혁명을 보고 정의한 ‘자유’에 대하여

인류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프랑스 혁명이 일어났던 파리에서 개최된 제33회 세계 올림픽대회를 보게 되자 필자의 뇌리에는 여러 생각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대 철학자 헤겔의 새로운 역사철학 ‘자유’(自由)에 대해서 쓰는 것도 이와 관계가 있다. 또한 성공적이었다고 평가 받는 ‘파리 올림픽’을 보면서 연일 계속되는 폭염을 잘 이겨낼 수 있어서 다행이었고, 큰 시차에 시달리면서도 재미있는 경기를 보는 중에는 자주 내 마음을 감동시키는 것들이 있었다. 그 하나는 우리 선수들이 기대와는 달리 선전하여 많은 금메달을 따는 순간이었고, 다음으로는 유학시절과 교수가 된 후에 두 번에 걸쳐 걸어 올라간 에펠탑이 나타나 지난날의 추억이 떠오를 때였다. 마지막으로는, 칼뱅 파 신교도인 ‘위그노들’이 가톨릭 귀족들에 의해서 파리에서만 6000여 명이 살해되어 센강에 버려졌고 센강 물이 붉게 물들어 흘러갔는데(바르톨로메오 축일 대학살 사건, 필자의 저서 <유럽의 종교개혁과 신학논쟁> 참고), 세상이 많이 발전·변화되어 바로 그 강물에서 세계의 수영선수들이 세찬 물살을 가르는 모습이었다. 그러면 이 정도로 혁명·올림픽과 관련된 파리에 대한 서론을 접고, 젊은 헤겔이 프랑스혁명을 보면서 생각해 낸 이 글의 주재 ‘자유(自由)의 개념과 속성’에 대해서 심도 있게 고찰하고자 한다. 프랑스혁명의 3대 슬로건이 자유(Liberté)·평등(Égalité)·박애(Fraternité)였는데, 프랑스혁명에 크게 감격한 젊은 헤겔은 인간의 역사를 한마디로 ‘자유의 증대과정’이고 이성화의 과정이라고 했다. 헤겔은 세계사의 주요 모티브가 자유의 세계화와 사회화이고, 이것은 국가와 사회를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았다. 환언하면 역사는 정치·사회면에서 지속적으로 자유의 발전이 실현되는 것을 말하며, 여러 단계의 ‘과정(過程)을 거치는 것’으로 생각했다. 즉, 역사의 과정은 현재의 인간 공동체상을 극복하여 자신을 넘어선 적절한 자유 형태의 실현이며, 국가적·개인적인 것의 ‘보편성(普遍性)에로의 극복’은 동시적으로가 아니라 통시적으로 이루지는 것이라고 했다. 나아가 헤겔은 역사의 보편성을 개개 민족정신을 초월하는 ‘세계정신’(Weltgeist)이라고 결론지었다. 또한 자유는 실재가 과정을 통해서 계속해서 동화해야 하는 본질 개념이 아니라 개념이 실재적 과정에서 비로소 ‘성장하는 것’으로 여겼다. 보다 구체적으로, 역사의 목적이 자유라면 그 곳에로의 길은 자연 규정의 중단 없는 전개가 아니라 여러 단계를 거치도록 되어 있으며, ‘독자적 구성 원리’를 가지고 있는 제 단계는 당해 전개가 지나기 전에 그리고 보다 높은 단계가 보이기 전에 ‘완전한 전개’가 이루어져야 하고, 시간 단축은 가능하지만 여러 단계 가운데 어느 하나도 포기할 수 없으며 뛰어넘을 수도 없다 라는 것이다(때문에 우리의 경우 기술·산업수준은 선진국 대열에 진입했지만 정치는 매우 낮은 수준임. 이 외에도 헤겔은 인류의 보다 큰 발전이 제 문화·민족의 변화 과정에서 완성되는 것으로 보았다. 그에 따르면 매 단계의 보다 높은 모습은 세계사의 현 시점을 대변하는 한 민족에 구현되어 있으며(그리스·로마·서유럽을 거쳐 지금은 미국이며, 중국이 그 지리를 노리고 있음), 다음 단계의 보다 높은 모습은 현 대표민족의 몰락으로 세계무대에서 물러나고 그 지배권을 타에 양도했을 때 비로소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간략한 맺음말로서, 북한 동포들이 인간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자유’를 모르는 가운데 제대로 해외나들이 한번 못하고 평생 규제와 통제 속에서 살아야 한다는 것이 매우 서글픈 일이고, 우리 남한은 많은 자유가 주어져 있어 매우 행복하지만, 아카데미커의 양산으로 취업이 어려워 사회가 불안정하고, 단계의 시간을 줄이지 못하는 정치계가 후진성을 극복하지 못함으로써 국민을 몹시 불쾌하고 불안케 하고 있다. 이것의 극복을 위해서는 즉시 대립과 투쟁을 멈추고 통 큰 소통·화합·협력이 요구된다. / 이규하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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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9.11 15:32

봄볕과 가을비를 같이 한 친구와 아우들

고향 마을 어귀에서 들리는 여름 새소리를 추억하던 소년이 청년으로 커서 전북대학교 법정대학에 이르렀을 때의 일입니다. 봄볕이 따사롭지만 아직은 쌀쌀한 무렵 신입생이라서 설레는 마음으로 대학 건물을 오가며 1층 도서관에 둥지를 만들어 놓습니다. 대학에 들어왔지만 앞으로 어떤 길을 선택해서 가야 할 지를 생각하며 1학년 초반을 지나던 중, 청년은 1층 도서관에 놓아둔 검정색 책가방과 책들을 모두 도둑맞습니다. 청년이 망연자실하여 의자에 힘들게 기대어 있다가 도서관 밖으로 걸어 나오는데 한 친구가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합니다. . 하루, 이틀 지나서 몇 권의 다른 책을 들고 오가는 길에 그 친구가 청년에게 힘내라고 말하면서 검정색 가방을 건넵니다. 그 안에는 도둑맞은 책들을 새로 사서 넣어 둔 채로. 청년은 그 친구에게 고맙다는 말을 건네며 겸연쩍게 그 가방을 받아 들었습니다. 전공 서적 1권 사고 나면 시내버스 회수권(시내버스 승차권)을 사는 게 주저되어 걸어 다닌 일이 생생한 터라 너무 감사했습니다. 덩치 큰 익산 친구, 하얀 고무신 신은 춘포 친구, 중키에 점잖은 부안 친구, 작은 키에 체격좋은 부안 친구와 같이 어머님이 끓여주신 김치찌개를 단칸 셋방에서 나눠 먹으며 감사의 마음도 나누고 순전한 우정도 채웁니다. 청년이 미래 방향을 정하여 2층 도서관과 중앙도서관을 오가며 그 친구들과 같이 대학생활을 하며 꿈을 키웁니다. 덩치 큰 익산 친구와 하얀 고무신 신은 춘포 친구는 새벽 열차를 타고 걸어 다니고, 작은 키에 체격 좋은 부안 친구는 대학 근처에서 자취 하며 같이 어울려 소망의 시간을 보냅니다. 그즈음 청년은 완산고등학교 1학년 때 헤어진 임실 친구를 대학에서 다시 만나 그 기쁨을 간직한 채 평생 법률 직역에서 같이 지내게 됩니다. 대학 근처에서 자취하는 중키에 안경 낀 김제 친구, 안경 낀 까무잡잡한 정읍 친구의 자췻방에서, 청년과 비슷한 키에 논리적 말솜씨가 좋은 남원 친구와 더불어 우정의 공간을 채워 갑니다. 한 친구는 시험 보러 다니는 청년의 단칸 셋방에 들러 어머님 몰래 청년이 서울이나 대전으로 시험을 보러 가는 데 들어가는 차비를 이불 속에 넣어 두고 갑니다. 그 어느 날 6월 항쟁 한 가운데 한 친구가 붙잡혀 갔는데도 법률비용을 마련하지 못해 청년과 친구들은 분노를 삼키며 굵은 눈물을 흘리기도 합니다. 어머님께서 자주 끓여주시는 김치찌개를 맛있게 먹던 친구들과 1, 2살 아래 아우들이 어느 늦은 가을날 저녁 비를 흠뻑 맞고 눈물이 범벅되어 청년을 끌어안고 축하의 탄성을 지릅니다. 그들은 전북대학교에서 청년의 단칸 셋방까지 시오리가 넘는 거리를 차가운 비를 마다하지 않은 채 맞고 걸어와 밤새 많은 얘기를 나누다 아침에서야 집으로 돌아갑니다. 그 후 청년이 전주지방검찰청에 근무하면서 많은 친구와 아우들과의 교류가 많아지면서 오래전부터 친구와 아우들과의 소중한 만남을 열어 주신 감사함을 스스로 있는 자라고 말씀하신 분께 드립니다. 청년이 장년이 되어서도 늘 선함과 배려, 의로움과 자애로움을 피어나게 인도하시는 분이시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청년은 작고 빈한했지만 장년이 되어서까지 평생 같이 하는 친구들과 아우들이 많은 우정의 부자가 되어 있음을 마음에 심어두고 감사 기도를 붙잡습니다. 사도 바울에게는 아나니아, 키루스 옆에는 고브리아스와 가다타스, 크리산타스가 있었고, 관중에게는 포숙, 백사에게는 한음, 청년을 지나 장년이 된 제게는 각 분야의 리더나 전문가가 되어 있는 친구들과 아우들이 있음을 깊이 사유해 봅니다. /김석우 LKB&PARTNERS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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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9.11 15:32

쪼그라드는 ‘전북 경제’, 돌파구 찾아야

전북 경제가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 오랜 침체의 늪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통계청이 집계한 2022년 기준 전북의 GRDP(지역내총생산) 규모(명목)는 61조원으로 도 단위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제주(24조원), 강원(58조원) 다음으로 적었다. 또 전북 GRDP가 전국에서 자치하는 비중은 2.6%에 불과했다. 전북 GRDP가 전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85년 3.7%에서 1990년 3.2%, 2000년 3.1%, 2010년 2.8%, 2022년 2.6%로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또 전북의 1인당 GRDP는 3448만원으로 전국 평균(4504만원)과 1000만원 이상 차이가 났다. 과거 자조적 표현으로 ‘3% 경제’라 칭했던 전북 경제가 이제 그마저도 지키지 못하고 2%대로 밀려난 것이다. 지역경제가 장기간 침체되면서 인구도 큰 폭으로 줄었다. 전북 인구는 올 8월 기준 174만3183명으로 전국(5125만6511명)의 3.4%에 불과했다. 위축된 전북 경제는 열악한 산업구조와 청년인구 유출 및 급속한 고령화 등의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전북의 수출 부진이 장기화하는 점도 고민거리다. 지난 2014년부터 2023년까지 전북 수출은 연평균 2.1% 감소해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낮은 증가율을 보였다. 한탄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지역의 산업구조부터 선진화해야 한다. 민선 8기 전북특별자치도는 ‘글로벌 농생명경제도시’를 비전으로 제시했다. ‘대한민국 농생명산업의 수도’로 도약하겠다는 특성화 전략이다. 이에 따라 전북자치도는 최근 농생명분야 신산업 육성을 위해 네덜란드와 협력방안을 모색하기도 했다. 또 전북특별법을 근거로 ‘농생명산업지구’ 지정 절차도 본격화했다. 농생명산업지구는 농생명자원의 생산·가공·유통·연구개발 등 산업의 집적화를 도모하는 정책으로, 전북의 풍부한 농업 자원과 잠재력을 활용해 특화산업으로 육성하고, 국가 거점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전략이다. 농생명산업지구를 비롯한 전북의 농생명산업 육성 전략이 침체된 지역경제에 새로운 활력소로 작용해 전북자치도의 ‘특별한 기회’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9.11 14:19

이성윤의 수도이전, 헌재이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 10일 김복형 헌법재판관 후보 인사 청문회를 열었는데 이성윤 의원(전주완산을 민주당)은 매우 휘발성 강한 화두 하나를 던졌다. 오늘날 국토균형발전이 무너지고 지방소멸이 심화하는 원인 중 하나가 바로 헌재의 불합리한 관습헌법 논란이라는 거다. 2004년 10월 21일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대다수 국민들이 상상도 하지 못했던 매우 놀라운 판결을 했다. “∼서울이 수도라는 점은 우리의 제정헌법이 있기 전부터 전통적으로 존재하여온 헌법적 관습이며 우리 헌법조항에서 명문으로 밝힌 것은 아니지만 자명하고 헌법에 전제된 규범으로서, 관습헌법으로 성립된 불문헌법에 해당한다” 서울고검장까지 지냈던 이 의원은 “관습헌법의 논리대로라면 천년동안이나 신라의 수도였던 경주는 왜 수도가 아닌지 의문”이라면서 결국 국토균형발전이 명시된 우리 헌법을 수호해야 할 헌재가 서울 기득권층의 강한 반발에 편승해 수도권 집중 개발의 폐해를 부추긴 것에 불과하다고 일갈했다. 이 의원은 질의에 앞서 2004년 노무현 대통령의 ‘행정수도이전 특별법’을 상기시키면서, 헌재는 헌법 조문에도 없는 ‘관습헌법’이라는 해괴한 논리를 들이대며 수도 이전을 막고 결과적으로 국토균형발전을 좌초시켰다고 지적했다. 헌법재판관을 상대로 한 인사청문회에서 모처럼 시의적절한 지적이 터져나온 셈이다. 대한민국의 헌법은 모든 국민이 평등하게 대우받아야 하며, 국가는 지역간의 균형있는 발전을 위해 지역경제를 육성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수도권에 살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차별받는게 엄연한 현실이다. 전국 226개 지방자치단체 중 전북 고창(607㎢)은 서울(605㎢)과 가장 유사한 면적을 가진 곳이다. 그런데 인구수는 약 187배 차이(서울 938만 명, 고창 5만 명)가 난다. 의료를 예로들면, 90분 이내 종합병원에 접근불가능한 인구의 비율은 서울은 0%인 반면, 전북은 9.6%나 된다. 서울시 예산은 약 45조 7,405억원으로 정부 예산(656.6조)의 약 7%에 이르는 반면, 전북 예산은 약 9조 163억 원으로 겨우 1%에 불과하다. 같은 대한민국 국민이지만 서울시민과 고창군민은 주거하는 곳의 차이로 인해 삶의 질은 천양지차다. 총선 과정에서 이성윤 의원은 헌재의 전주 이전을 통해 지역균형발전을 이루겠다고 약속했다. “헌법재판소도 지역소멸이라는 중차대한 위기를 외면하지 말고 지역균형발전의 헌법 정신을 엄중하게 여겨서 헌재 스스로 지역으로 이전하라”는 이 의원의 주장은 기득권을 가진 일부 수도권 엘리트 말고는 대다수 국민이 동의하는 의제다. 행정수도 이전으로 모든게 끝난것 같아도 대한민국이 명실공히 전세계 일류국가로 우뚝 서려면 노무현 전 대통령이 화두를 던졌던 수도이전은 여전히 미완의 과제다. 헌재의 지역이전 또한 지역발전 의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시금석이 될 수밖에 없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4.09.11 14:03

전주 고형연료발전소, 민원 없게 하라

전주시 팔복동 일반산업단지 내 업체가 SRF(고형폐기물연료) 소각 발전시설을 건립하면서 인근 지역주민들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환경오염과 건강 악화가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전주시는 공익과 함께 주민들의 염려를 첫 번째 판단 기준으로 삼아 대처했으면 한다. 아무리 현행 법상 적법하다 해도 주민들의 건강이 위협받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SRF 발전시설은 가연성 폐기물을 선별해 건조 과정 등을 거친 고형폐기물연료를 태워 전력과 스팀(열)을 생산하는 시설이다. 자원순환 측면에서 선호되지만 다이옥신 등 발암물질을 유발한다는 지적도 받는다. 이 시설은 곳곳에서 논란을 빚고 있다. 최근 1년 사이에 경북 김천과 청도, 전남 나주 등에서 발전시설을 둘러싸고 주민들과 업체가 충돌했다. 전주시 팔복동의 경우는 제지 관련업체가 지난해 SRF 발전시설 공사 허가를 전주시에 요청했으나 갈등유발시설로 분류돼 불허가 판정을 받고 공사를 중단했다. 하지만 이 업체는 이에 불복해 지난해 6월 전북자치도에 행정심판을 청구해 이겼다. 이에 따라 올해 2월 재착공에 들어갔고 11월 준공을 앞두고 있다. 현재 공정률은 75%에 달한다. 하루 83톤의 연료소각을 통해 업체의 전력 공급 등을 주목적으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시설이 가동될 경우 인근 송천동과 에코시티 주민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상지 반경 2㎞ 안팎에 초중고등학교와 아파트 단지가 밀집돼 있어 환경오염과 시민들의 건강이 위협받을 수 있어서다. 이를 예상한 송천동 주민들은 이미 지난해 주민 1만2000명의 반대 서명을 받아 전주시에 제출한 바 있다. 또 지난 여름부터 에코시티 주민들도 대거 반대에 나서고 있다. 주민들은 소각을 통해 악취와 함께 유해물질 배출을 걱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업체측은 “SRF는 스팀 에너지 생산을 위해 폐비닐만 사용한다. 장치 설계상 주민들이 우려하는 폐타이어나 폐가구는 아예 활용이 불가능하다”면서 "정부의 타당성 검사와 환경청의 TMS(굴뚝자동측정기기)시스템 감시를 통해 유해물질, 냄새 등 우려 사항에 대해 철저히 관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주시는 적법 여부도 중요하지만 주민들의 목소리를 겸허하게 경청했으면 한다. 주민들의 건강권이 무엇보다 우선이기 때문이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9.11 12:12

이젠 김관영의 시간, 우범기의 시간이다

‘전주완주 통합, 어떻게 잘 될 것 같습니까.’ 전주완주 통합과 관련해 완주군민 서명을 받은 단체의 일원이었다는 것을 아는 분들로부터 요즘 이런 질문을 자주 듣는다. 그럴 때마다 ‘네. 잘 될 겁니다. 걱정하지 마시라.’는 희망적인 대답이 나와야겠지만, 그 말이 선뜻 나오지 않는 때가 많아지고 있다. 그래서 ‘과거보다 여건이 좋아졌으니까 잘 되겠죠.’라는 정도로 얼버무리며 자리를 피하곤 한다. 사실 주민투표로 전주완주 통합이 무산됐던 2013년에 비해 이제는 메가시티화에 대한 국민들의 공감대도 넓어지고 있고, 통합 반대론자들의 세금폭탄이니 폐기물 반입이니 하는 엉터리 얘기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도 전보다는 확실히 줄어든 듯하다. 또 전주와 완주의 경계지역에 늘어선 아파트마다 전주에서 옮겨간 주민들도 많아지는 등 통합에 대한 여건은 좋아지고 있는데, 완주군민 서명까지 받으러 다녔던 나는 왜 선뜻 통합이 잘 될거라는 확신을 가지지 못하는 것일까. 전주완주 통합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려면 무엇보다도 이를 추진하는 지자체나 단체장등의 확실하고도 강력한 의지가 정말 중요하다. 하지만 시민단체가 완주군민들의 주민투표 청구 서명부를 완주군에 전달한지 석달이 다 되어가고 있지만 전주시나 완주군 지역에서 통합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의 기운이 보이거나 진지한 토론을 통해 발전방안을 모색하는 모습은 전혀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간혹 방송등을 통해 전주완주 통합과 관련한 토론이 벌어지곤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찬반입장을 작정하고 나오다보니 대부분 마이동풍에 그치곤 한다. 나 역시도 어느 방송의 토론프로그램에 나간 적이 있었는데 마치 공산당이 선전하듯이 완주군이 더 잘 살고 더 행복하니 통합이란 말도 꺼내지 말라는 이상스런 토론자를 만나 곤욕을 치른바 있다. 지역적으로도 통합과 관련한 분위기는 크게 차이를 보여 완주군의 경우, 내적으로 통합에 찬성하는 주민도 많겠지만 외적으로는 국회의원과 군수, 군의회가 똘똘 뭉쳐 통합반대를 외치고 있고, 급기야는 도지사의 군민과의 대화도 무산시켜 버렸다. 완주군의 사정이 이러하다면 통합을 유도하고 추진해야 하는 전주시나 전라북도의 의지와 자세는 더욱 적극적이어야 할 텐데, 지사가 몇 차례 기자회견을 통해 입장을 밝힌 정도에 불과할 뿐 전주시장이 뭘 했다는 얘긴 거의 들어보질 못했다. 그렇다고 전북도나 전주시에 통합과 관련한 전담조직이 생긴것도 아니고, 민간의 통합역량을 결집시킬 범시민단체가 조직된 것도 더욱 아니라서 말이다. 전북도나 전주시 관계자들은 과거 3차례의 통합운동이 관주도로 추진돼 실패했으니 이제는 민간주도로 추진하기로 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제 시민단체들이 통합을 주도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지원체계라도 마련돼 있어야 하겠지만 그것도 딱히 있는 것도 아닌 듯 하다. 사실 내가 활동했던 단체는 지난해말 전주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서명부터 시작해 올해 완주군민 서명까지 받았지만 전북도나 전주시로부터 서명활동과 관련해 어떤 지원도 받은 적이 없다. 아니 오히려 지사나 시장은 이번 임기중 통합과 관련해서는 적당히 분위기만 잡으려 했는데 눈치없이 서명운동을 벌였다는, 이른바 역린을 건드린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고나 할까. 전주완주 통합을 위한 완주군민 주민투표가 실시된다면 시기는 내년 3-4월쯤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이제 겨우 6-7개월 남았는데 특별히 통합을 위한 준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질 않다보니 애가 탈 뿐이다. 이제 김관영의 시간, 우범기의 시간을 제대로 활용해주기 바란다. 시간은 그리 길게 남아있지 않은 듯 하다. ' /이흥래 전 언론인

  • 오피니언
  • 기고
  • 2024.09.10 17:50

살아나는 전북의 정치력, 그러나

△이춘석 의원 : (2024년)업무보고 잘 들었습니다. 우리나라에 있는 수백개의 지방자치단체 이름이 다 나옵니다. 그런데 유일하게 전라북도와 기초단체 14개가 단 하나도 없습니다. 제가 전라북도 출신 국회의원으로서 이 자리에 앉아 있어야 할지…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 죄송합니다. 짧은 보고서를 요약하다 보니까. △이 의원 : (책상을 꽝 치며) 말도 안되는 소리입니다. 장관님, 전라북도는 대한민국 국토 아닙니까? 버렸습니까? 지금 국토교통부가 구상하는 초광역권 권역별 추진계획에도 빠지고, 대광법(대도시권 광역교통 관리에 관한 특별법)에도 빠지고, 초메가시티 계획에도 빠지고. 전라북도는 버린 자식입니까? 저희는 어디로 가야 합니까? 대한민국을 떠나야 합니까? 땅 파서… 아니. 지방자치도 꼴찌, GRDP(지역내 총생산)도 꼴찌, 니네는 다 꼴찌니까, 버린 자식이니까, 그대로 살아라! 우리(윤석열 정부)가 할 때는 니네는 어느 것에도 포함시켜 주지 않을 것이다. 제가 쪽 팔려서, 이런 얘기 안 할려고 했어요. 4선 의원이 돼 가지고 지역 애기하면. 그런데 해도 너무 하지 않아요. △박 장관 : 송구하다는 말씀드리구요. 누락되는 일이 없도록 챙기겠습니다. △이 의원 : 자,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국토교통부가 전라북도에 무슨 사업을 하고 있고 앞으로 무슨 사업을 할 것인가, 그거에 대해 일주일내 정리해서 보고해 주십시오. △박 장관 :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이 의원 : 국토교통부가 국가균형발전을 책임지고 있는 기관 아닙니까? 그러면 소외되고 어렵고 힘든 지역을 더 배려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앞으로 특정지역에 대해서 홀대한다면 저와 국토부장관님, 차관님, 실국장님들 계실 때, 저하고 만나는 2년 동안 서로 불편한 관계 유지할 것을 전제로 하시고. 뒤에 계신 실국장님도 명심해서 국토교통부가 존재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심사숙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것은 지난 7월 10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춘석 의원(익산갑)과 박상우 장관 사이에 벌어진 일문일답이다. ‘국토교통부의 2024년 주요업무보고’에는 전북이 단 한번도 언급되지 않았다. 일주일 후 보고한 자료에는 전체 신규사업 2304억원 중 전북 예산은 19억8000만원으로 0.8%에 불과했다. 이러한 논란은 JTBC 유튜브에서 10일 현재 24만4000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 내용을 장황하게 늘어 놓은 것은 이례적으로 전북현안이 이슈화되었기 때문이다. 나아가 전북출신 국회의원이 장관을 불러놓고 전북에 대한 홀대를 꼼꼼히 따지며 호통치는 모습에, 10년 묵은 체증이 내려갔기 때문이다. 얼마나 통쾌한 일인가. 이처럼 22대 국회 들어 전북의원들의 정치력이 살아나고 있어 고무적이다. 전북 정치는 그동안 인구 감소와 경제력 약화로 영향력이 해마다 뒷걸음쳐 왔다. 특히 초·재선 의원으로 구성된 지난 21대 국회는 최악이었다. 왕성한 패기를 기대했으나 무기력과 각자도생으로 일관했다. 다행히 이번 22대 국회는 5선의 정동영, 4선의 이춘석, 3선의 김윤덕·한병도·안호영 등 다선의원이 주축이 되고 재선의 이원택·윤준병, 초선의 이성윤·박희승 의원이 뒤를 받치고 있어 왕성한 의정활동이 기대된다. 여기에 조배숙 의원(국민의힘)이 5선으로 힘을 보태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다. 이들이 원팀이 되어 과연 전북몫을 얼마나 찾아올 것인가 하는 점이다. 당장 눈앞에 닥친 2025년 국가예산을 챙기고 전북 홀대의 상징인 대광법부터 통과시켜야 할 것이다. 낙후와 퇴보만을 거듭해 온 전북에 희망과 활력의 에너지를 불어 넣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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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상진
  • 2024.09.10 17:50

중요한 것은 서로 돌보려는 마음

농촌에서 산다는 것은 인구 과밀인 도시를 벗어나 여유를 누릴 수 있음을 뜻한다. 하지만 여유로운 것이 때로는 과소를 의미하기도 한다. 필자는 2013년 10월에 순창군으로 귀촌하였다. 당시 순창군 인구는 3만 명 정도였다. 하지만 11년이 지난 현재 10%가 넘는 인구수가 감소하였다. 그나마 저녁에라도 북적였던 읍내 거리에서 이제는 사람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이는 어느 한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2023년 12월 31일 기준, 전북특별자치도의 총 인구수는 175만4757명이며, 이중 약 67%에 해당하는 117만2743명이 전주, 군산, 익산시에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난다(전북특별자치도 누리집). 역으로 말하면 33%의 인구만이 3개의 시를 제외한 11개 시·군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도 내에는 417개의 국·공립 초등학교, 210개의 공립 및 사립 중학교, 133개의 국·공립 및 사립 고등학교, 10개의 공립 및 사립 특수학교가 있다. 전북특별자치도에 살고 있는 어린이, 청소년의 수는 19만 5000여 명이다. 하지만 이 역시 전주, 군산, 익산시의 어린이, 청소년 수가 도 전체의 74%를 상회한다(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 누리집). 위의 숫자가 의미하는 것은 한마디로 농촌에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사람이 없다는 것은 효율성에 입각한 시장주의원리가 농촌에서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이루어지지 않는 농촌에서는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각종 사회서비스를 제공받기 힘듦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는 사람의 기본권 보장문제로 연결된다. 사람의 기본적인 권리 중 하나인 ‘먹거리기본권’은 누구나 안전하고 깨끗한 음식을 원하는 때에 쉽게 섭취할 수 있어야 함을 뜻한다. 특히 신선한 채소와 과일의 섭취는 사람이 건강을 유지하는데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오늘날 면 단위에서 식료품점을 찾기란 쉽지 않다. 농협 ‘하나로마트’에는 기본적으로 저장성 높은 공산품이 주를 이룬다. 신선하고 영양가 높은 식품은 찾기 힘들다. 이런 현상을 농어촌 지역의 ‘식품사막화’현상이라고 한다. 도시에는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신선한 채소·과일 등을 구입할 수 있는 식료품점이 즐비하다. 하지만 농촌에서는 그런 먹거리를 구하기 위해서 차를 타고 이동하여야 한다. 농촌에서 신선한 먹거리를 구입할 수 있는 식품점을 찾는 것은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는 것과 같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대안이 필요할까? 방법은 ‘함께 식사’하는데 있다. 하지만 고령인구 비율이 절대적으로 높은 농촌마을에서는 이미 조리활동이 가능한 연령의 주민이 없는 경우도 많아 영양가 있는 식사를 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과제이다. 이런 경우 지자체가 마을공동식사를 학교급식과 같은 ‘공공급식’으로 인식하고 완성된 도시락 형태의 식사를 공급하는 등 다양한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체계가 만들어지기까지는 조례, 예산, 실행기관이 세워져야 한다. 즉 시간과 돈이 든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인구과소화로 인한 기본적인 사회서비스를 보장받을 수 없다면 주민들이 스스로 문제해결을 위해 나서야 한다. 소소해 보일 수 있지만 정기적인 함께 밥해먹기, 먹거리 나눔 등 협동과 호혜적 관계에 기반을 둔 사회적 ‘돌봄’ 활동이 필요하다. 돌봄은 또 다른 돌봄을 부른다고 믿는다. /구준회 농촌사회학연구자

  • 오피니언
  • 기고
  • 2024.09.10 17:50

사라지는 나라, 투발라의 분투

2021년 11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화제가 됐던 영상이 있다. 투발루의 사이먼 코페 외교부 장관의 수중연설 영상이다. 코페 장관은 이 연설을 위해 허벅지까지 물이 닿는 바다로 들어가 연단을 세워놓고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으로 가라앉고 있는 투발루의 절박한 상황을 알리는 성명을 발표했다.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간절한 호소였다. 투발루는 남태평양에 있는 작은 섬나라다. 1568년 처음 발견된 이후 1877년 영국인이 이주하면서 영국의 보호령을 받는 식민지가 되었다. 영국연방의 일원으로 독립한 것은 1978년 10월, 1981년 독립 후 첫 총선거를 실시했다. 인구는 2023년 기준 11,396명이고 아홉 개 섬으로 이뤄진 엘리스 제도가 영토다. 그런데 이 섬은 지금 가라앉고 있다. 투발루의 평균 육지 고도는 고작 6피트 6인치. 설상가상 해마다 해수면이 0.2인치씩 상승하고 있어 육지가 물에 잠기고 있다. 이미 30년 안에 투발루가 지도에서 사라질 수 있다는 과학자들의 경고가 있고 보면 머지않아 지구상에서 사라질 위기에 놓인 투발루의 현실은 가혹하다. 작은 섬나라 투발루의 분투는 계속되고 있다. 투발루 정부는 섬은 사라지지만 투발루라는 나라가 있었다는 사실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답을 찾아 나섰다. 메타버스를 활용한 가상국가 건립(?)이 투발루가 찾은 대안이다. 투발루는 20022년 말 디지털 국가 건립을 선언했다. 전 국토를 디지털로 복원하고 그 안에 문화와 역사, 국민의 삶을 기록으로 담아 국가의 존재, 정신과 가치를 지키겠다는 것이다. 투발루 말고도 해수면 상승으로 기후변화의 직접적인 위기에 처한 저지대 섬나라는 적지 않다. 지난 2009년 10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제15차 유엔(UN)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인 COP15에서는 기후변화의 위기에 처한 몰디브의 대통령과 11명 장관이 스쿠버 장비를 착용하고 수중 4m에서 국무회의를 열기도 했다.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몰디브가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이 될 수 있다는 절박한 현실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사모아나 피지 등 세계적인 휴양지로 꼽히는 섬나라들 역시 해수면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사실 가속화되고 있는 기후변화의 위기로부터 자유로운 나라는 없다. 해마다 기록을 경신하는 폭염과 폭설, 계절의 경계까지도 없앤 기후재난은 이제 일상이 되었다. 올여름도 예외 없이 견디기 힘든 더운 날의 연속이었다. 처서가 지난 지 10여 일이 지났지만,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열대야는 9월이 지나고도 지속되고 있다. 기후위기로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사라지게 된 투발루가 우리에게 주는 경고가 더 무거워진다. /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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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24.09.10 16:30

치매노인 실종 사건 방치할 때가 아니다

오는 21일은 치매극복의 날이다. 사람들에게 용어조차 익숙하지 않은 날인데 현실을 보면 치매가 바로 우리 옆에 바짝 다가서 있다. 우리나라에서 65세 이상 노인 인구 중 약 9.8%가 앓고 있는 질병이 바로 치매다. 얼추 열 명 중 한 명 꼴이다.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면 멀리 있는 것 같지만 바로 우리 옆에 치매환자가 즐비하다. 전국적으로 현재 치매 환자 수는 대략 81만 명가량 된다. 엄청난 숫자다. 초고령화 사회를 향해 질주하는 대한민국에서 이제 치매는 피할 수 없는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으로 자리 잡았다. 부르기도 민망하고 듣기도 두려운 '노망'이라고 비하했던게 바로 치매다. 과거 어떻게든 가족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였으나 이젠 적극적인 예방과 치료를 통해 관리할 수 있는 질병이다. 치매의 어두운 한 단면이 드러나는게 바로 실종사건이다. 전북에서 발생하는 치매 노인을 포함한 실종 사건이 한 해 무려 3000건에 육박하고 있다. 심심치 않게 실종 안전 안내 문자를 받을 것이다. 실종자를 찾기 위해 경우에 따라 수백 명의 인력이 투입되는 등 사회적 비용도 커지고 있다. 뾰족한 해법은 없지만 제한된 여건에서나마 실종 사건, 그중에서도 치매 실종을 줄이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 전북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20년~2024년 7월) 도내에서 발생한 실종사건 수(18세 미만 아동, 지적·자폐성·정신 장애인, 치매 환자, 가출인)는 총 1만 2460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실종자 수색 실패를 의미하는 미해제 사건은 총 120건이나 된다. 2020년(2035건, 미해제 21건), 2021년(2849건, 미해제 17건), 2022년(2693건, 미해제 26건), 지난해(2768건, 미해제 25건), 올해 7월 31일 기준(1415건, 미해제 31건)으로 나타났다. 시간이 갈수록 급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23년 기준 만 65세 이상 도내 전체 노인 인구는 41만 6077명인데 이중 치매 추정환자 인구수는 4만 9195이다. 전국적인 비율보다 훨씬 높은 전체 노인 인구의 11.82%가 치매를 앓고 있다는 얘기다. 중증환자의 경우 대부분 시설 등에서 관리를 하기 때문에 실종되는 경우가 드물지만 경증환자는 갑자기 기억을 잃어 실종되는 경우가 많다. 배회감지기가 설치된 신발이나 옷 등을 만들어 지원하는 등 실종 사건 조기 해결에 이젠 더욱 힘을 모아야 할 때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9.10 14:42

직무대행 체제, 전북대병원장 임명 서둘러라

전공의 집단 이탈로 빚어진 응급의료 위기 상황 속에 추석 명절을 맞는 도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거점병원이자 권역응급의료센터로 지정된 전북대병원의 역할은 막중하다. 지방소멸 위기의 시대, 지역 보건의료체계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당연히 국립대병원이 지역 의료의 구심점이 돼야 한다. 그런데 이런 국립대병원마저 응급실 대란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전북대병원도 마찬가지다. 설상가상 전북대병원은 지금 ‘수장 공석’ 상태다. 이 위중한 시기에 전북 의료체계의 중심인 대학병원을 이끌어야 할 병원장이 임명되지 않아 병원 분위기는 더 뒤숭숭하다. 또 가뜩이나 병원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새 병원장의 판단이 필요한 각종 현안사업도 차질을 빚고 있다. 임기 3년의 전북대병원장은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 교육부 심사와 대통령실의 인사검증 절차를 거쳐 교육부 장관이 최종 임명한다. 전북대병원에서는 지난 7월 17일 제22대 병원장 임용을 위한 이사회를 열고 후보자를 선정해 교육부에 복수 추천했다. 하지만 차기 병원장 후보 추천 이후 두 달이 다 되도록 교육부는 감감무소식이다. 그러는 사이 지난 7월 29일로 제21대 병원장의 임기가 종료됐고, 어쩔 수 없이 전 병원장이 새 수장 임명 때까지 직무대행을 맡게 됐다. 병원장 임명 지연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고, 임명 시기도 불투명하다. 그동안에도 교육부가 뚜렷한 이유 없이 국립대병원장 임명을 늦추면서 수개월 동안 수장 공석 상태에서 병원 경영과 진료에 차질을 빚은 사례가 적지 않다. 자주 있었던 일이라고 해도 이는 임명권자의 직무유기다. 병원장 공석이 장기화될 경우 조직 불안정으로 병원 운영에 차질이 생기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에게 돌아간다. 게다가 지금은 끝을 알 수 없는 의료대란의 시기다. 이런 때 전북대병원마저 수장 공석으로 흔들린다면 지역사회 의료 공백에 대한 주민들의 우려와 불안감은 더 커질 것이다. 교육부는 지역사회 대표 의료기관인 전북대병원장 임명을 더 늦춰서는 안 된다. 아울러 정부는 병원 이사회에서 선순위로 추천한 후보자를 임명해 지역사회와 병원 구성원들의 의사를 최대한 반영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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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4.09.10 11:49

교육현장 불신의 벽

‘신뢰는 거울의 유리와 같다.’ 19세기 스위스 철학자 앙리 프레데릭 아미엘이 남긴 말이다. 사람 사이의 믿음은 유리처럼 한번 금이 가면 원래대로 하나가 될 수 없고, 깨진 신뢰는 유리 파편처럼 상대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의미다. 한번 무너진 믿음을 회복하는 일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서로 노력하더라도 시간이 꽤 걸릴 수밖에 없다. 그런 노력도 없이 서로가 자신의 입장만 내세운다면 불신의 벽은 더 단단해질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 교육현장이 그렇다. 무엇보다 교사와 학부모간 불신·갈등의 골이 깊다. 급기야 소송전으로까지 번졌다. 전북교원단체총연합회는 지난 5일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와 악성 민원 제기로 교육활동을 침해한 학부모들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 2건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학교 교육력을 훼손하는 일부 학부모들에게 경종을 울리기 위한 조처”라고 했다. 전북교사노조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북지부도 전북교총의 대응에 뜻을 함께 했다. 전북지역 교원단체들이 하나로 뭉쳐 학부모들의 교권침해 행위에 대해 엄정 대처하겠다는 일종의 경고를 한 셈이다. 학부모는 교사·학생과 함께 ‘교육의 3주체’로 꼽힌다. 현행 ‘교육기본법’에서도 학부모를 보호자라 칭하며 학습자, 교원, 교원단체, 학교 설립자·경영자,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교육 당사자’로 규정해 놓았다. 또 정부가 추진하는 교육정책도 ‘교사와 학부모의 수평적 협력관계’를 지향하고 있다. 양측의 신뢰관계가 굳건하지 않다면 수평적 협력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 교육의 3주체인 교사와 학생·학부모가 서로 상대의 권리를 침해하는 ‘잠재적 가해자’로 인식되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우선 갈수록 멀어지는 교사와 학부모 간의 신뢰관계를 회복하는 일이 급하다. 그런데 그 길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교권침해가 사회문제로 크게 부각되면서 교사와 학부모는 긴장과 대립의 관계로 인식되고 있다.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은 지난해 ‘학부모 상담예약제’를 도입하고, 학교 전화기에 녹음장치를 설치했다. 물론 교권보호 대책의 일환이지만 학부모와 교사의 거리는 더 멀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바람직한 교육현장은 학생인권과 교권이 함께 존중받으며 조화를 이루는 학교다. 교사와 학부모간 대립·갈등의 관계가 고착되어서는 안 된다. 당장 시급한 교권회복을 위해 교육당국과 교원단체의 강력한 대응책이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학부모와 교사, 학교의 신뢰 회복 방안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학부모는 학교와 긴밀하게 소통·협력하면서 교육활동에 적극 참여해야 하는 교육의 한 주체다.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에서도 학부모의 교육활동 참여를 권장하고 있다. 우리 아이들이 학교에서 소중한 꿈을 키우며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먼저 교육현장에 단단하게 쌓인 불신의 벽부터 허물어내야 하지 않겠는가.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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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표
  • 2024.09.09 17:52

공자와 다산의 호학(好學), 호고(好古)의 정신을 본받아야...

<논어(論語)> 첫머리인 '학이(學而)'편에, “배우고 때에 맞춰 실천하면 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不亦說乎. 학이시습지불역열호)“는 문구가 나온다. 여기에서 공자는 배워서 얻어낸 지식을 행동으로 실천하는 즐거움이야말로 큰 희열이라며 ‘호학(好學)’을 제시한다. 공자에게 있어 ‘호학’은 장차 인간 심연의 변화와 인격수양을 이루어 성인(聖人)에의 성취 가능성을 내포한다. 이러한 공자의 ‘호학(好學)’은 ‘호고(好古)’를 근본으로 한다. '술이(述而)'편에서, 어떤 제자가 “선생님은 태어날 때부터 모든 것을 다 아셨습니까?”라고 묻자, “나는 태어나면서부터 아는 사람이 아니다. 옛 것을 좋아하고 그것을 구하려고 민첩하게 공부한 사람이다.(我非生而知之者 好古 敏以求之者也. 아비생이지지자 호고 민이구지자야)”라고 대답한다. 즉 옛 것에 대한 지적호기심이 강하여 부지런히 학문을 추구해서 알아낸 사람이지, 타고난 천재는 아니라면서 제자들에게 ‘호고’에 대한 분발을 촉구했다. 종신토록 <논어> 읽기를 권장했던 다산 정약용(1762~1836)은 공자 못지않게 ‘호학’과 ‘호고’를 중요시 여겼다. 그는 귀양지에서도 방바닥에 닿은 복사뼈에 구멍이 세 번이나 뚫릴 정도로 정진하면서 무려 182책 503권의 책을 펴냈고, 2,500여수의 시를 남긴 대유(大儒)이자 문학가이다. 이러한 다산이 공자의 ‘호학’에 대한 주자의 주석에 의미 있는 해석을 달았는데 요약하면, “학(學)이란 가르침을 받는 지(知)이고, 습(習)이란 학업을 익히는 행(行)이다. 그러므로 시습(時習)이란 시시때때로 익히면서 지행(知行)이 함께 나아가는 것이며, 열(說)이란 마음이 유쾌함이다.”로 정리할 수 있겠다. 배운 그대로 행위가 뒷받침되면 기쁘고 유쾌해진다는 ‘락지자(樂之者)’ 곧 즐기는 자의 자세를 지향했던 것이다. 한편, 다산은 회갑을 맞이하여 쓴 <자찬묘지명(自撰墓誌銘)> 광중본(壙中本)에서, “착함을 즐기고 옛것을 좋아하며, 행위에 과단성이 있었다.(樂善好古而果於行爲. 낙선호고이과어행위)”라고 자평하면서 옛것을 좋아했노라(好古) 기술하였다. 그리고 1808년 유배지 전남 강진에서 장남 학연에게 보낸 서간문에서는, 시를 지을 때는 중국 고사(故事)만을 인용하는 것은 볼품없는 행위라고 지탄하면서 우리나라의 각종 문헌에 실린 고사도 인용해야 좋은 시가 될 것임을 주지시키면서 ‘우리 것에 대한 호고’를 강조하였다. 이는 주체적 ‘호고’를 통해 자아정체성과 민족의식을 뚜렷이 확립했던 다산의 실학자다운 면모를 보여준 대목이다. 이처럼 공자와 다산은 ‘호학’과 ‘호고’의 정신으로 답답한 현실을 개선하고 개혁하여 새로운 학문과 문화의 재창달을 부단히 도모하였던 것이다. 2024년에 새롭게 출범한 전북특별자치도는 예로부터 전통문화가 살아 숨쉬는 대표적인 예향이다. 다행스럽게도 작년 9월에 <전통문화산업진흥법>이 17년 만에 국회에서 통과됨으로써 이제는 보존과 계승 차원을 넘어 산업화와 세계화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었음은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다. 앞으로 공자와 다산의 ‘호학’과 ‘호고’의 정신을 바탕으로 전통문화에 대한 장기적 비전을 재정립하고, 과감한 투자를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하여 K-한류의 본고장으로 특화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김도영 (재)한국전통문화전당 원장∙문화재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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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9.09 15:34

우리는 지구에 돈을 벌기 위해 오지 않았다

현대 사회에서 돈은 거의 모든 것을 지배하는 도구이자 돈을 벌기 위해 공부하고, 일하며, 심지어 인간관계조차도 돈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 돈은 자원의 배분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더 나은 삶을 위해 경제적 성장을 추구하고, 그 과정에서 더 많은 돈을 벌고자 노력한다. 그러나 경제성장의 근본적인 목적이 단지 돈을 벌기 위한 것이라면, 우리는 곧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지구의 자원은 무한하지 않으며, 경제 성장의 무분별한 추구는 환경 파괴와 자원 고갈을 초래한다. 이는 결국 우리 자신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의 생존을 위협하는 것이다. 경제 성장의 대표적 지표인 GDP와 국민행복지수 사이의 상관관계에서 일반적으로 GDP가 높아지면 삶의 질이 향상되고, 이는 곧 국민의 행복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러한 가정이 항상 성립하지는 않는다.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의 데이터에 따르면, GDP가 일정 수준이상으로 상승하면 국민 행복도는 더 이상 증가하지 않는 경향을 나타낸다. 미국 같은 고소득 국가들은 높은 GDP를 자랑하지만, 종종 중·저소득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국민의 주관적 행복 수준이 그다지 높지 않음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코스타리카는 상대적으로 낮은 GDP에도 불구하고 높은 국민행복 지수를 보여주고 있다. 경제적 풍요도가 반드시 행복을 보장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소득 불평등 지표인 지니계수 역시 돈의 분배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잘 보여준다. 연구에 따르면, 소득 불평등이 큰 나라일수록 사회적 불안정성과 범죄율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이는 경제적 성장이 단지 일부 계층에 집중될 때 오히려 사회 전체의 안정성이 악화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유엔개발계획이 발표한 인간개발지수와 지니계수의 관계를 보면, 소득 불평등이 심한 나라일수록 인간개발지수가 낮아지는 경향을 보여준다. 소득이 사회 전반에 걸쳐 고르게 분배되지 않으면, 경제적 성장이 국민의 전반적인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는 다는 의미다. 즉, 그 돈이 어떻게 분배되고 사용되는지가 사회의 복지와 안정성을 결정짓는 주요 요소다. OECD가 발표한 ‘더 나은 삶의 지수’는 소득뿐만 아니라 건강, 교육, 환경, 사회적 연결망 등의 다양한 요소들이 우리의 생활 만족도에 어떻게 기여하는지를 평가한다. 소득이 일정 수준 이상일 때 이와 같은 비경제적 요소들이 삶의 질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덴마크, 노르웨이 등과 같은 북유럽 국가들은 비교적 높은 세율과 공공복지 제도를 운영하면서도 세계적으로 높은 생활 만족도를 기록하고 있다. 이들은 경제적 풍요와 상관없이 높은 삶의 질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긍정심리학의 창시자인 미국의 마틴 셀리그먼은 연구에서 돈보다 중요한 삶의 만족 요인으로 긍정적 감정, 몰입, 의미, 성취감 등을 제시했다. 경제적 풍요와 관련 없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들인 비물질적 가치에 더 큰 만족감과 행복을 느낀다는 것이다. 정부가 지난 8월 27일 2025년도 예산안을 발표했다. 지난 정권에 비해 예산 평균 증가율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특히 보건·복지·고용 예산 증가율도 10년 새 최저 수준이었던 2023년 이후 두 번째로 낮다. 정부는 한정된 자원으로 인구변화의 구조적 위기, 경제위기, 기후위기 등 복합적 위기에 대응하고 국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곳에 돈을 분배해야한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국민들의 경고,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다. /지용승 우석대 교양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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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9.09 15:34

예술가의 창작, 재능 기부가 아닌 정당한 보상이 필요하다

예술가들은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고 무언가를 창조하는 사람들이다. 한 점의 그림, 한 편의 소설, 한 곡의 음악이 만들어지기까지 그들은 많은 시간과 열정을 쏟아낸다. 그런데도 종종 그들의 노력은 '재능 기부'라는 명목 아래 너무 쉽게 요구된다. 예술가의 창작이 단순한 나눔으로 소비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예술은 결코 단순한 취미가 아니다. 그것은 진지한 노동이며, 감정을 담은 창작의 결과물이다. 예술가들이 작품 하나를 완성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의 고민과 수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하다. 그들의 창작 과정은 단순히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매일매일 자신과의 싸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가의 작업이 재능 기부로 취급된다면, 그들은 자신이 쏟은 노력을 온전히 인정받지 못하게 된다. 재능 기부라는 개념은 선의를 기반으로 하지만, 예술가들에게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 예술가들이 경제적 안정 없이 창작은 지속 가능하는 쉬운 일이 아니다. 바로 이점이 예술가에게 정당한 보상이 필요한 첫 번째 가장 중요한 이유다. 창작 활동은 단순한 ‘해주기’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생계와 직결된 일이기도 하다. 경제적 안정이 없으면 예술가는 창작에 전념하기 어려워진다. 예술가들은 생계를 위해 다른 일을 해야 하고, 이는 창작의 시간과 에너지를 빼앗는다. 결과적으로 창작의 질과 양이 줄어들며, 예술가들은 점점 더 창작에서 멀어진다. 정당한 보상이 없으면 예술가들은 경제적 불안 속에서 창작을 포기할 위험에 처한다. 이는 예술의 다양성과 깊이를 잃게 만들고, 우리 사회는 삶의 건강하고 중요한 도구를 잃게 되는 것이다. '재능 기부'로 예술이 쉽게 소비되면, 예술의 가치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 예술은 단순한 소비의 대상이 아니라 사회를 풍요롭게 하고, 사회적 문제를 비판하며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래서 예술가들이 그 역할을 온전히 수행하도록 지원하는 것은 중요하다. 만약 창작이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한다면, 예술의 힘은 점차 약화될 수밖에 없다. 예술의 힘은 단순한 상품의 소비가 아니라, 사회적, 문화적 맥락에서 형성된 가치 있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예술가들이 창작의 자유를 유지하려면 경제적 자립이 필수적이다. 경제적 독립 없이는 외부의 압박이나 상업적 요구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없다. 창작의 자유와 자율성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예술가의 노동은 정당하게 보상받아야 한다. 예술이 주는 감동과 위로, 그 안의 메시지는 결국 자유로운 창작에서 나온다. 예술가들이 경제적 안정 속에서 자유롭게 작업할 수 있어야, 그들의 창작물은 깊이와 진정성을 지킬 수 있다. 이것은 예술가 개인에게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문화적 풍요로움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결국, 모든 노동은 정당한 대가를 받아야 한다는 원칙은 예술 분야에도 적용되어야 한다. 예술가의 창작이 재능 기부로만 소비되는 것은 이 원칙을 어기는 것이며, 그들이 창출한 가치에 대해 보상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예술가들이 존중받고, 그들이 가진 창의성과 열정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사회적 구조가 필요하다. 그것이 예술의 가치를 지키고, 우리 사회가 문화적 풍요로움을 지속하는 길이다. 예술가의 작업을 단순한 재능 기부로 여기는 태도에서 벗어나, 그들의 작품과 노동에 대한 공정한 대우와 보상, 예술의 가치를 온전히 이해하고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한 때다. /임진아 전북특별자치도문화관광재단 문화예술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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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9.09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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