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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기술자들, 기술사 자격증으로 미래를 열어라

오늘날 우리는 자격증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국가 자격증이든 민간 자격증이든 그 수가 늘어나는 반면, 자격증의 가치는 점차 왜곡되고 형식적인 수단으로 전락할 위험이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공학 분야의 전문 자격증인 기술사는, 기사 자격증 취득 후 실무 경험을 쌓아야 시험 자격이 주어지는 공학 분야 최고의 자격증입니다. 이는 단순한 자격증이 아니라, 해당 분야에서 진정한 전문가로 인정받기 위한 중요한 단계입니다. 과거 1980-90년대에는 자격증이 곧 취업과 성공의 보증서였습니다. 당시 기술사 자격증 소지자는 높은 사회적 예우를 받으며 자격증의 가치는 매우 컸습니다. 그러나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기술의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자격증만으로는 실력을 온전히 증명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젊은 세대는 자격증 취득에 대한 열정을 잃어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지금이야말로 기술사 자격증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고 그 가치를 다시 발견해야 할 때입니다. 우리나라처럼 자원이 부족하고 국토가 좁은 나라는 해외 시장을 개척하고 수출을 통해 경제를 유지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경쟁 국가보다 뛰어난 기술력과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과거에는 기술사 자격증 소지자가 높은 대우를 받았지만, 최근 젊은 기술자들이 자격증 취득을 꺼리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어 매우 안타깝습니다. 30-40대의 젊은 기술자들이 기술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이를 바탕으로 실력을 쌓는 것은 개인의 성장뿐만 아니라 국가의 경쟁력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기술사는 자격증을 취득한 이후의 과정이 더 중요합니다. 자격증을 취득하였다고 안주하지 말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서 자신의 분야에서 진정한 전문가로 성장하기 위해 끊임없이 공부하고 실무 경험을 쌓아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얻는 지식과 경험이야말로 여러분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입니다. 기술사 자격증 취득은 시작에 불과합니다. 젊은 기술자들이 실력을 입증하고 자신의 역량을 극대화하려면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론과 실무를 균형 있게 갖추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과정에서 진정한 실력자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여러분은 개인적인 목표를 이루고, 그 과정에서 얻는 성취감과 행복이 여러분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 것입니다. 더 나아가, 기술사 자격증을 통해 성장한 인재들은 우리 사회를 더욱 공정하고 건강한 사회로 만드는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국가와 사회도 기술사 자격증 소지자를 단순한 자격증 보유자가 아닌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전문가로 지원해야 합니다. 젊은 기술자들이 기술사 자격증을 통해 자신을 발전시키고, 국가 경쟁력에 기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합니다. 지금이야말로 젊은 기술자들이 기술사 자격증의 가치를 깨닫고 이를 통해 자신을 성장시키며, 국가의 미래를 이끌어 가야 할 때입니다. 여러분의 노력과 실력이 대한민국의 경쟁력을 높이고, 더 나아가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정동환 한국폴리텍대학 그린건축과 교수∙전 한국기술사회 전북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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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9.01 15:38

기후소송과 시민이 만드는 변화-헌재 결정이 정부∙시민 모두에게 인식 전환의 계기가 되어야

지난주 헌법재판소가 아시아 첫 기후소송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아온 탄소중립기본법 위헌소송에서 일부 헌법 불합치 판결을 내렸다. 제8조 1항에 대해 2030년 이후의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수립되지 않아 과소보호금지원칙과 법률유보원칙을 위반했다는 결정인데, 이번 재판은 단순한 법리적 판단을 넘어 여러모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선 헌재는 정부의 대응이 ”기후위기라는 위험 상황에 상응하는 보호조치로서 필요한 최소한의 성격을 갖추지 못했다”라고 적시하며 현 정부의 기후위기에 대한 안이한 인식과 정책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기후위기의 심각성에 대한 우려가 날로 커지며 국제사회는 탈탄소 전환을 더 가속하는데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의 대응은 여전히 소극적이며 도리어 시대변화에 역행하는 것에 대한 일침이다. 실제로 현 정부가 발표한 탄소중립 관련 계획을 보면, 2030년까지 산업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비율은 기존의 14.5%에서 11.4%로, 재생에너지 비율도 30.2%에서 21.6%로 되려 축소됐다. 반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국제감축과 CCUS를 통한 감축 목표치는 높아졌으며 온실가스 감축 부담도 다음 정부에 크게 떠넘기고 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어리숙한 정책의 결과로 우리 미래 먹거리의 근간이 되어야 할 재생에너지 기술과 시장이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먼저 태양광의 경우, 2019년 국내 시장 점유율이 50%를 넘던 국산 셀이 지금은 해외 기업에 거의 잠식당한 상태이다. 풍력산업의 현황도 열악해 두산중공업이 10MW 터빈을 개발 중인 가운데, 최근 중국은 이미 20MW급 풍력 터빈으로 전력 생산을 시작했다. 한편, 이번 판결의 가장 고무적인 의미는 시민과 미래세대의 역할과 인식 변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확실히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이번 소송은 청소년 기후소송, 시민 기후소송, 아기 기후소송, 탄소중립기본계획소송 4건을 병합해 심리한 재판이었다. 힘들게 지속해 온 시민과 청소년의 문제 제기와 요구가 한국의 답답한 기후정책에 변화의 계기를 열어 준 것이다. 아울러 문제해결을 진정으로 원한다면 시민 스스로 마주한 현실의 장벽을 극복하려 노력해야 함을 이번 소송을 통해 깨닫게 된다. 실제 정책 오류와 별개로, 지역에는 여전히 이격거리 규제, 주민 수용성 문제, 농촌형/영농형 태양광에 대한 거부감 등과 같이 지역 주민 주도로 풀어야 할 재생에너지 관련 과제가 산적해 있다. 우리 시민에게도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영역이 많다는 의미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영농형 태양광 문제를 들 수 있다. 전북지역 농촌은 이미 인구 고령화, 농업 인구와 경작지 감소, 농업 생산성 하락 등으로 인해 지역소멸 현상이 심각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영농형 태양광은 농업과 태양광 발전을 병행함으로써 농지를 보존하고 농가 소득을 높여주는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농촌으로의 젊은 층 유입 효과도 얻게 된다. 이는 이미 해외에서 충분히 증명된 지역발전 모델이기도 하다. 실례로 최근 중부 유럽지역의 영농형 태양광 잠재량을 실증 조사한 결과, 효율적인 작물 선택에 따라 농업 생산량이 16% 증가하고 재생에너지 생산도 3배로 느는 걸로 나타났다.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빠른 생각의 전환과 과감한 선택이 필요하다. 아무쪼록 이번 헌재의 결정이 정부뿐 아니라 시민 모두에게 적극적인 인식 전환의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임성진 전주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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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9.01 15:38

올림픽과 페어플레이 정치

얼마 전 끝난 파리올림픽에서 우리 선수단의 눈부신 활약 못지않게 감동적인 장면이 많았다. 그중에서 펜싱 금메달 2관왕 오상욱 선수가 보여준 페어플레이 정신과 글로벌 매너가 눈에 띈다. 그는 결승에서 한 점만 더 내면 금메달을 확정지을 수 있는 순간, 심판이 공격 시작을 외치자 잽싸게 상대 선수에 다가갔다. 그런데 그 선수는 가만히 서 있었다. 사실상 무방비 상태여서 곧바로 공격했다면 득점으로 인정되는 상황이었지만 그는 멈춰 섰다. 상대가 공격 시그널을 듣지 못했다며 머쓱한 미소를 지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이번엔 오상욱의 공격을 파하려다 상대 선수가 넘어졌다. 이번에도 그는 다가가 손을 내밀어 상대를 일으켜 세웠다. 치열한 승부 세계에서 극히 보기드문 광경이다. 이처럼 스포츠는 금메달 보다 값진 뭉클함을 선사할 때가 있다. 구슬땀으로 얼룩진 훈련장 바닥을 닦으며 금메달을 꿈꾸지만, 그래도 경기 과정이 공정하지 못하면 금메달도 부끄럽게 여기는 정신 때문이다. 그렇다면 갈등과 대립으로 점철된 우리 정치권에도 이런 페이플레이 정신이 가능할까. 일단 뿌리깊은 적대감과 진영 논리로 쉽지 않을 거란 관측이 우세하다. 상대를 무조건 깎아내리고, 대화와 소통은커녕 삿대질하고 윽박지르기 일쑤다. 그런 살벌한 정치 풍토가 선의 경쟁 보다는 상대를 악마화해서 반사이익을 노리는 악순환을 부채질한다. 최근 의료 대란이 최악으로 치닫자 악화된 민심을 달래기 위해 여야가 민생에 앞장선 것과는 대조적이다. 22대 국회가 출범한 뒤 여야는 오로지 정쟁에만 몰두할 뿐 민생은 뒷전이었다. 법안 강행 처리와 대통령 거부권 행사의 도돌이표 정치가 게속됐다. 먹고 사는 문제를 최고 가치로 내세운 이재명 대표의 이른바 '먹사니즘' 도 말뿐이다. 16개 중 8개 민생 관련 상임위가 두 달간 단 1건의 법안 심사도 하지 않았다. 배려와 타협보다는 상대를 굴복시키려다 보니 이런 결과를 낳았다. 이 같은 모습은 지방의회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해준다. 지난 도의회 후반기 원구성 때 국힘 이수진 의원은 "소수당에 대한 횡포" 라며 상임위 배정과 관련해 불만을 터뜨렸다. 40석 중 37석을 독차지한 민주당의 일방통행식 의정 활동을 겨냥한 것이다. 민주당의 일당 독주 체제가 견고한 상황에서 소수당과 무소속 의원에 대한 홀대와 설움은 극에 달했다. 당 소속을 떠나 동료 의원으로 최소한의 배려조차 없는 분위기에서 대승적 정치는 실종된 지 오래다. 하물며 같은 당 끼리도 서로 궁합이 안 맞아 논란을 불러일으킨 도의회 원구성과 진안군 의장 선거가 대표적이다. 사실상 결정권을 가진 민주당의 후보 조율 실패가 결국 윗선 개입 논란으로 번지기까지 했다. 이렇듯 중앙이나 지방 정치권의 여야 뺄셈 정치를 보면 한 여름 무더위 보다 더 짜증난다는 지적이다. 김영곤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4.08.29 18:23

김관영 전북특별자치도지사님께 드립니다.

전라북도가 특별자치도로 진입하여 7개월이 지나도록 잘 몰랐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지사님께서 장수군에 방문해 직접 피피티 영상으로 실천적 감동적으로 설명하고 도민과의 대화하는 시간에 함께하면서, 나는 밤잠을 설치며 설레임으로 지사님을 기다렸던 시간이 값지고 내 맘속의 정신·물질적 금송아지로 꿈틀합니다. 2024년 특별자치도의 도정목표를 백년대계로 정하고 모든 간판만 바꾸는데 35억이 들었다하면서 그보다 수없이 많은 배수의 값을 빼내는 일을 해야 한다는 다짐으로 도정의 간절함을 절박하게 느끼도록 해주었습니다. 이러한 절박함으로 긴장도민이 되어 “도전경성(桃戰竟成)”을 구호로 내 세우면서 끝을 이루어 내자고 깃발을 들었습니다. 절박하면 무엇이든지 해보려는 의지가 생기고 또 절박한 마음을 먹으면 도전정신을 갖게 된다며 도민을 일깨워 주었어요. 감사합니다. 전북특별자치도지사님, “도전하는 맘을 먹으면 반은 된다” 하였습니다. 그리고 될 때까지 계속 정성을 다 하면서 끈기를 가지고 이루어질 때 까지 해 나가자고 했습니다. 도지사님께서는 특별자치도로 가는 중핵적 방향을 산악관광 특구로, 농생명 산업특구 등으로 정하고 그것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과거에 중앙의 규제로 못하던 일을 이제 자율적으로 하게 되었다니, 얼마나 희망적입니까? 이는 산악, 농업 중심지대인 우리 장수지역에 합당다고 사료됩니다. 그리고 새만금에 2차 전지 산업의 중심적 사업이 전개 되는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바이오 산업유치를 도전하기위해 그 분야의 전문가들을 도에 초치하여 함께 학습하며 또 하나의 전문성을 가지면서 도전하는 지사님의 교육 정신을 본받고 싶네요. 전북에 위치한 기존사업들의 활용 의지를 가져 보자며 전북이 처한 현실적 특수사안으로 잡아 세워준 설명은 눈에 보이도록 현장적입니다. 특히 “익산의 식품클러스터 등의 활용을 통해 케이 푸드의 특수도 잘 살려 나갈 수 있는 길을 열어가자”는 말씀을 듣고 ‘먹거리는 사람 모두의 관심 사안으로써 가치가 있으며, 구체적으로 사과, 양파 생산이 많아지는 지역으로써 또 새로운 가공의 길을 열어볼 수도 있겠다.’ 고 사적 담론에서 얘기도 해 보았습니다. 김관영 지사님! 큰 그림은 잘 그려주시는데요. 세부적인 색칠은 누가 어떻게 하지요? 도청 직원만으로는 힘드니까 우리 도민이 도청 직원이라는 생각으로 도전정신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일 하나씩 해 보자는 맘이 나는 것도 솔직한 도민 한 사람의 심정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현재 백년대계로 나아가는 특별자치도민으로 살면서 할 수 있는 잔잔한 정신 운동은 없을까? 하고 한 가지 소박하게 제안한 것이 환경운동의 일환인 주방의 수세미를 플라스틱, 나이론 등의 생명∙환경 유해물에서 씨를 심고, 길러 거둔 식물성 수세미 사용을 전북에서 실천하는 도민운동 모델로 앞서 전개하자는 것입니다. 그리고 오늘날 사회의 문제로 등장하고 있는 청소년 학교폭력 등의 예방, 치유책의 일환으로 농촌체험 텃밭 가꾸기의 농촌 운동으로 하나의 실질적인 인성교육의 장이 되도록 하는 일을 전개하자는 것입니다. 전북도가 나서서 조그만한 한국사회의 정신운동을 통해 새로운 물결이 일어나도록 모델을 창출하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끝으로 전북이 특별자치도로 가는데 한 가지라도 “나는 이러한 일을 해 보겠다”는 도민 의지의 다짐을 할 수 있는 공모의 길을 열어 주시면 그에 참여해 특별자치도로 가는데 동참 기회가 되겠습니다. 정말 전북특별자치도의 길이 더욱 크게 열리도록 기원합니다. /장하열 (철학박사, 산서도서관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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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8.29 16:41

내 얼굴 표정

앞산에서 꾀꼬리 한 마리가 울고 있다. 저 울음소리는 무엇인가 정겨운 갈망이 느껴진다. 마을 뒷산에서도 꾀꼬리 한 마리가 앞산 꾀꼬리와 같은 소리로 운다. 울음을 주고받다가, 앞산 꾀꼬리가 내 머리 위를 지나 뒷산으로 노랗게 날아간다. 그때다. 뒷산에서 울던 꾀꼬리가 밤나무 숲에서 나오더니, 둘이 만나 이장네 집 지붕을 넘어 남산으로 날아간다. 새들은 표정이 없다. 몸짓이나 소리로 뜻을 전한다. 강 건너 밭으로 갔다. 고추밭 사이로 걸어갔다. 밭 끝에는 아내가 재작년에 심어놓은 어린 단감나무가 있다. 아내가 감나무가 죽었는지 잘 사는지 궁금해할 때마다, 가보겠다, 가보겠다, 해놓고 또 잊어버리며 한 봄 한여름이 다 갔다. 어린 감나무 두 그루 제법 의젓하다. 길어 나간 새 가지에 감을 몇 개씩 달고 있다. 잎이 두껍고 윤기가 난다. 작년 겨울의 추위로 감나무들이 많이 죽었는데, 어린 감나무 감 얼굴이 볼수록 야무지다. 곧 붉어질 것이다. 자연의 얼굴은 무궁하다. 마루에 앉아 있는데, 뒷산 당산나무에서 꾀꼬리가 운다. 두 마리가 같은 나뭇가지에서 운다. 명랑하다. 아까 그 꾀꼬린가? 꾀꼬리 두 마리는 우리집 가까이 있는 오래된 감나무로 날아와 앉아 자기들끼리 뭐라고 하다가 밤나무 가지로 날아가 앉고, 앉았는가 싶으면 또 다른 나무로 날아가 앉기를 반복한다. 즐거운 놀이다. 밤송이가 주먹처럼 굵어지고 있는 밤나무 숲에서 우는 꾀꼬리의 일은 ‘자연 선택’이다. 자연 선택은 복잡할수록 아름답다고, 그 한계는 없다고 찰스 다윈은 말한다. 방에 들어와 컴퓨터를 켜고 신문을 9개 정도를 클릭해서 본다. 사설, 칼럼, 기획 기사, 건축, 그림 전시 기사, AI 기사, 연예, 영화, 축구 명장면, 인구문제, 지역소식, 정치평론가들의 글이나, 정치인들의 인터뷰 기사들을 챙겨 읽는다. 좋은 글은 복사해 따로 저장해둔다. (이건 내 하루 시작 루틴이다.) 내가 제일 관심이 있게 보는 것은 정치인의 말이다. 정치인의 언어 동원능력과 선택한 그 언어 개념의 범위, 어휘 사용 기술은 그 사람의 정치적인 역량과 능력, 인간성을 가늠하는 잣대다. 그 사람의 인생관과 세계관이, 시대를 읽는 정치 철학과 신념이, 어디까지인지 짐작하게 한다. 정치인들이 입고 있는 옷, 머리 모양, 안경, 얼굴 표정, 걷고 서 있는 자세, 눈빛, 손짓은 그 사람의 정치력 확장 가능성을 믿게 해준다. 이제 일기를 쓰고 내가 써놓은 시를 검토할 차례다. 일기를 쓰려고 화면을 펼치다가 우연히 이런 밑도 끝도 없는 글이 눈에 들어왔다. 페리클레스(BC 495(?)~BC 429)라는 그리스 정치가가 기원전 413년에 전몰자들을 추도하는 장례식 연설문이라고 쓰여 있었다. “우리의 정치체제는 이웃나라의 관행과 전혀 다릅니다. 남의 것을 본뜬 것이 아니고, 오히려 남들이 우리의 체제를 본뜹니다. 몇몇 사람이 통치의 책임을 맡는 게 아니라 모두 골고루 나누어 맡으므로, 이를 데모크라티아(민주주의)라고 부릅니다. 개인끼리 다툼이 있으면 모두에게 평등하게 법으로 해결하며, 출신을 따지지 않고 오직 능력에 따라 공직자를 선출합니다. 이 나라에 뭔가 기여를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아무리 가난하다고 해서 인생을 헛되이 살고 끝나는 일이 없습니다. (⋯⋯) 우리는 전 헬라스(그리스)의 모범입니다.” 출처_ 네이버에서 함규진의 –세계 인물사- 마치 ‘백범일지‘에서 김구 선생님이 우리 소원’을 말하는 것처럼 온화한 표정과 말투가 느껴진다. 자기 진영에 갇힌 철 지난 낡은 말이나, 아는 것 없어 보이는 거친 언사로 남의 흠이나 헐뜯는 거친 말이 아닌, 시대를 ‘정리’한 ‘시대의 말’, 품격 있는 ‘정치적’인 정치인의 말을 우린 기다린다. 우리 인류가 가장 잘 선택한 말 중에 ‘민주주의’라는 말과 ‘정치’라는 말을 대체할 말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자연 선택이 아닌 인간의 선택인 ‘정치인들의 정치적인 표정’은 그 시대를 사는 공동체의 ‘표정’을 결정짓는다. /김용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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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8.29 16:41

좋아하는 일로 살아가기

어쩌다 책방을 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원래 책을 다루던 일을 했는지, 전에 하던 일과 관련이 있는지, 전공은 무엇인지 묻는 사람도 있다. 그러면 좋아하는 것을 업으로 삼게 된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커피를 좋아해서 카페에서 일을 했었습니다. 하고. 꿈으로 삼고 전공만 하면 다 되는 줄 알았다. 그래서 원하던 학과에 진학했는데 내가 가진 재능이나 성향으로는 결코 이룰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른들은 뭐든 대학만 가면 다 된다고 했었다. 그래서 모두 미루고 열심히 공부만 했는데, 그게 아니라는 것을 알았을 때 찾아온 막막함은 해결할 방법을 몰랐다. 대학생활은 짧고, 다음은 취업이었다. 나는 어떤 일을 잘할 수 있는가, 어떤 상황에 취약한가, 무엇을 추구하며 살 것인가 하는 고민은 중요하지 않았다. 회사가 어떤 일을 하는 곳이든, 나는 어떤 일을 잘하든 상관없이 취업의 문만 통과하면 되는 것이었다. 결국 주어진 보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택을 했다. 당연히 계속 부딪혔고 자아실현은 별개로 생각하자 싶어 일은 도구로 여겼다. 서른이 넘어서야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었다. 아무리 오래 해왔더라도 회사를 벗어나면 내게 아무것도 남지 않는 일은 가짜노동에 가깝다. 내가 톱니바퀴가 아닌 일을 하면 똑같이 갈아 넣더라도 내 안에 무엇이라도 쌓이지 않을까. 평소에 좋아하던 것이지만 업으로 삼기에는 가장 뒤로 미루어 놓았던 것을 떠올렸다. 내내 책만 끼고 공부만 하던 사람이 가려고 하기에는 망설여지는 길이기도 했다. 6개월간 핸드드립 전문가 과정을 마치고 커피 전문점에서 일을 시작했다. 이론과 실전이 다르다는 건 말로만 들었지 처음 겪어 봤다. 책상머리에 앉아만 있던 내가 처음 겪은 체험 삶의 현장이었다. 처음 3개월 동안 커피에는 손도 못 댄 채 설거지와 서빙을 했다. 3개월만에 겨우 커피 제조를 하게 되었는데 수십종류가 넘는 커피 메뉴를 숙련된 동료 바리스타와 같은 품질로 만들어내는 일은 여태 해 온 일 중에 가장 힘들었다. 연습하고 평가받기를 수백 수천번 지나 이제 됐다 소리를 들었을 때, 정말로 내가 내린 커피를 돈을 받고 팔아도 된다는 허락을 받았을 때, 남편에게 흐드러지게 자랑을 했다. 좋아하는 것을 잘하게 되어 돈까지 벌다니. 노동강도에 비하면 박봉이지만 출근길에도 퇴근하고 싶던 회사에 다닐 때와는 달리 새벽에 출근을 해도, 한밤중에 퇴근을 해도 좋았다. 내내 톱니바퀴같이 어디에 껴 있는지도 모르게 살던 나는 그제야 내 의지로 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책방은 처음 카페에서 일을 할 때와 같은 마음으로 시작했다. 이왕 삶을 바꾸기로 한 거, 좋아하는 것들만 하면서 살고 싶었다. 그래서 어쩌다 책방을 하게 되었냐는 질문에는 ‘카페에서 일을 했었는데요,’ 다음에 ‘책 읽기를 좋아해서요.’ 라고 대답한다. 이제야 책에 대한 애정을 밝히기는 새삼스럽지만 태어나서 지금까지 좋아서 자발적으로 꾸준히 해 온 일은 사실 책 읽기다. 안 팔리면 내가 읽으려고 한다는 농담 뒤에는 사실 내가 잘해온 것, 잘할 수 있는 것으로 삶을 꾸리려는 마음이 가장 크다. 그렇게 살다 보면 언제든 찾아오고 싶은 취향의 은신처, 소도시에 있을 것 같지 않은데 엄연히 존재하는 공간을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녹슬지 않는 커피 맛과 독서의 경험을 제공하며 오래오래 지낼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 /유새롬 작은새책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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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8.29 16:41

부모님 재산이 10억원 이하라면 미리 증여받지 마세요

여느 매체에서든 미리 자녀에게 증여하는 것이 좋다라는 전제하에 설명을 많이 하는데, 오늘은 이 내용에 대하여 설명을 해볼까 합니다. 과연 자녀에게 미리 재산을 증여하는 것이 과연 좋을까요? 상담사례 하나를 소개해보겠습니다. 의뢰인의 부모님 재산은 10억원입니다. 첫째 형이 사업을 실패하여 생활이 곤란해지자 부친은 도와주기로 하였습니다. 하지만 다른 자녀들과 형평성을 고려하여 삼형제에게 각각 1억원을 주기로 하였는데 증여세에 대한 부담 때문에 상담을 왔습니다. 재산을 미리 줄지 말지는 부모님과 형제들간의 일이기 때문에 상황에 맞게 잘 판단하여야 하지만 세금측면에서는 손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왜냐하면 상속공제와 한도에 대한 규정 때문입니다. 상속세는 기본공제가 5억원이며 배우자가 생존한 경우에는 배우자공제로 최소 5억원을 공제받게 됩니다 따라서 의뢰인의 부친이 자녀에게 증여 후 10년이내 사망할 경우 상속재산이 10억원인데 기본공제와 배우자공제를 합치면 10억원을 공제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내야 할 상속세는 없게 됩니다. 만약 삼형제가 1억원씩 균등하게 증여받는다고 가정하면 증여받는다면 총 1.5억원의 증여세를 내야만 합니다. 상속세의 절감을 위해 사전증여를 하고 증여세를 납부했지만 납부해야할 상속세가 없기 때문에 세금적인 측면으로 손해라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일반적으로 부모님의 재산이 10억원이 넘어 사전증여하고 10년 이후에 상속이 이루어진다면 사전증여의 절세효과는 상당히 크지만 그렇지 않다면 증여세 비과세되는 5천만원 한도로 미리 증여하는 편이 유리할 것으로 보여집니다. 또한 위 사례에서는 사전증여 후 상속 시점까지 증여재산의 가치가 상승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설명을 했지만 대부분의 재산은 시간이 흐르면서 가치가 상승하기 때문에 이 부분도 고려하여 판단하는게 좋습니다. /조정권세무회계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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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8.29 16:41

딥페이크 성범죄 무관용 단속, 처벌을

디지털 성범죄의 대표적 사례는 바로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이다. 소위 '박사방'을 운영하며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해 징역형을 받은 조주빈은 대법원에서 징역 42년이 확정돼 복역 중이나 그 당시 사회적 충격은 엄청나게 컸다. 그리고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 이번엔 온라인 딥페이크 성범죄가 시간, 장소를 가리지 않고 기승을 부리고 있다. 올 상반기 경찰에 접수된 딥페이크 성범죄는 297건이나 된다. 작년 전체(180건), 2021년(160건)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문제는 이러한 범죄의 3분의 2 이상을 10대 청소년이 저질렀다는 거다. 이젠 딥페이크 범죄와의 전쟁을 벌여야 할 때다. 화장실이나 탈의실 성범죄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딥페이크(인공지능(AI) 기반 이미지 합성)로 제작된 음란물에 등장하는 인물의 절반 이상이 한국인이라는 조사 결과는 무엇을 말하는가. 미국 사이버 보안 업체 ‘시큐리티 히어로’는 최근 내놓은 ‘2023 딥페이크 제작물 현황’(2023 State of Deepfakes) 보고서를 통해 세계에서 딥페이크 음란물에 가장 취약한 국가는 한국이라고 특정했다. 정부 차원의 강력하고도 신속한 단속, 삭제, 처벌 시스템이 가동돼야 한다. 전북 또한 예외가 아니다. 영상 속 인물의 얼굴이나 특정 부위를 다른 인물의 얼굴이나 해당 부위로 바꾸는 합성의 결과는 끔찍하다. 전북특별자치도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4년(2021~2024년 7월)간 도내 딥페이크 관련 불법영상물 발생건수는 총 37건으로 집계됐다. 지난 2021년 9건, 2022년 6건, 2023년 1건 이었는데 올들어서는 7월말 기준 21건이나 된다. 학교 현장은 가장 심각한 딥페이크 사각지대다. 철없는 어린 학생이 무심코 한 행동이라고 치부하기에는 피해자의 인격살인은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지난 5월 무주군 한 중학교에서는 2학년 남학생 3명이 딥페이크로 여학생들의 사진을 이용, 합성한 음란물을 만들어 돌려보다가 적발된 바 있다. 드러난 범죄는 빙산의 일각이다. 피해자가 자신이 피해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고 어떤 경우에는 알기도 어려워 신고하기도 쉽지 않다. 설혹 신고를 해도 추적이 쉽지 않은 텔레그램 등 외국계 SNS가 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다. 교육계나 수사기관을 비롯, 범정부차원에서 딥페이크 성범죄를 근절하기 위한 모든 노력이 병행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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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4.08.29 12:56

지방의회, 의원 정수가 부족해서 역할 못했나

전북특별자치도의회 의장단이 지난 28일 국회를 방문해 ‘도의원 정수 확대’를 건의했다. 의장단은 이날 지역구 국회의원과 신정훈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 등을 만나 전북도의원 정수 확대 등 전북특별법 내 도의회 관련 특례 반영, 감사위원회 및 감사관의 소속 도의회로 이관, 지방의회 교육·학예사무의 인사권 독립을 위한 국회 차원의 입법 추진을 요청했다. 문승우 도의장은 “지역 현실에 맞게 의회의 권한을 확대 조정하는 것이 곧 주민들의 목소리를 정부 정책에 더욱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했다. ‘다른 지역에 비해 의원 정수가 적다’는 이유로 지방의원 정수를 확대해 달라는 요구는 최근 수년간 각지에서 잇따라 나왔다. 전북특별자치도의회에서도 최근 문 의장 주도로 정수 확대를 추진해왔다. 전북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자치입법 수요가 늘면서 의회의 역할과 기능을 확대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이유다. 전북자치도의회에서 마련한 의원 정수 확대안이 실현되면 전북자치도의원은 현재 40명에서 최대 55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물론 진정한 지방시대를 열기 위한 ‘자치분권 강화’는 시대의 소명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 우선 의원 정수부터 늘려야 한다는 주장에는 공감할 수 없다. 지방의원 개개인의 역량이 지역발전의 힘으로 이어지는 지방의회가 ‘강한 의회’다. 그런데 전북자치도의회를 비롯한 지방의회는 지금껏 그렇지 못했다. 일당 독점 구도에 따른 폐해를 고스란히 노출했고, 감투싸움과 함께 음주운전 등 의원들의 일탈행위도 끊이지 않았다. 지방의원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에 역량과 자질이 부족한 의원도 적지 않았다. ‘지방의회 무용론’이 끊이지 않았던 이유다. 이런 가운데 자치분권 확대를 골자로 32년 만에 전면 개정된 지방자치법이 지난 2022년 본격 시행되면서 지방의회의 역할과 권한이 강화되고, 위상도 한층 높아졌다. 민선 8기 지방의회는 이전보다 더 많은 권한을 부여받은 만큼 더 강한 책임감과 윤리의식을 갖춰야 한다. 무엇보다 전문역량과 기본 자질을 갖추기 위한 의원들의 노력이 요구된다. 도의회는 지금 의원 정수 확대를 요구하기에 앞서 주민들이 신뢰하는 ‘강한 의회, 건강한 지방의회’를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부터 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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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4.08.29 11:49

살림 좀 나아지졌습니까

살림 좀 나아지셨습니까? 과거 어느 정치인의 인사말이지만, 요즘 안녕이라는 인사말 대신, 자주 여쭙는 인사말씀입니다. 시내를 돌아보면 불 꺼진 상가에는 공실 안내문이, 시장에 가면 시민들 얼굴에 근심이 한가득입니다. 가계부채, 고금리, IMF 때보다 더한 불경기, 민생위기, 열대야, 모두가 힘들게 견디는 여름입니다. 이럴 때, 용산 대통령실은 관저에 드레스룸과 사우나 증축 공사를 했다는 보도는 우리 국민들을 더 화나게 합니다. 우리 서민경제에 숨통을 트일 방법이 없을까? 그 방안으로 그간 정치권에서 말하는 ‘기본소득’ 제도를 생각해봅니다. ‘기본소득’은 말 그대로 모든 국민에게 기본적인 삶에 필요한 최소한의 생계비를 지급하는 제도입니다. 코로나19로 어려울 때, ‘긴급재난지원금’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지난 정부에서 ‘긴급재난지원금’이 지급된 적이 있는데, 바로 기본소득과 같은 효과를 경험했습니다. 일상생활과 지역경제가 크게 활성화되는 것을 피부로 느꼈습니다. 가족과 함께 동네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미뤄두었던 새 안경을 맞추며, 전통시장과 동네 마트에서 생필품을 사면서 일상의 활기도 되찾았습니다. ‘기본소득’ 제도는 어느 날 갑자기 튀어나온 이야기가 아닙니다. 수십년 전 독일과 캐나다, 유럽연합에서 기본소득제도를 실험하거나 도입하려고 했습니다. 벨기에의 판 파레이스(Philippe Van Parijs, <21세기 기본소득>) 교수는 기본소득제를 “점진적인 시행착오를 겪겠지만, ‘뒷문으로 슬쩍’ 들어올 수밖에 없는 제도”라고 했습니다. 기본소득은 경제적 불평등과 양극화를 해결하기 위한 거스를 수 없는 현시대적 과제라는 뜻이겠지요. 비단, 경제적 효과만 있는 건 아닙니다. 핀란드에서 기본소득 실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 결과, 기본소득을 수령한 사람은 사회에 대해 신뢰감, 사회생활에 활력과 자신감이 높아졌다고 평가되었습니다. 기본소득이 국민의 정신 건강과 존엄성 회복이라는 긍정적 부작용을 낳은 것입니다. 최근 민주당에서 전 국민에게 25만 원을 지역상품권으로 지급하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지금 당장 지급해도 부족하고 늦은 감이 들 정도로 민생이 피폐해진 상황에서 매우 적절한 법안이었습니다. 하지만, 여당은 ‘현금살포법’이라며 반대했고, 윤석열 용산 대통령도 결국 그 법안을 거부했습니다. 현재의 어려움에 처한 민생을 생각하지 않은 답답한 결정입니다. 시름이 가득한 시민들과 동네 시장 상인들의 표정과 마주합니다. 너무나도 힘들고 절망스러운 상황에 가슴이 미어집니다. 가만 앉아 있을 수만 없습니다. 이 어려운 민생 상황을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거리에 나가 시민께 묻고 또 듣습니다. 오늘도 다시 여쭙습니다. “살림 좀 나아지셨습니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챙기겠습니다. 반드시, 그 해답을 찾아내겠습니다. 전북도민의 민생회복, 자긍심 회복에 함께 하겠습니다. /이성윤 국회의원(민주당·전주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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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8.28 17:44

전기차 포비아?

원인을 알아야 대책을 세울 수 있고, 정확한 진단이 있은 후에야 처방이 있을 수 있다. 재난이 발생하면 흔히 ‘왜?’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사건이 일어난 경위, 원인, 직접적인 이유가 재난이라는 상황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난이 일어나고 피해를 입히며 사그라지는 모든 과정은 하나의 띠와 같다. 모든 재난이나 재난에 준하는 대형사고들은 마치 하나의 생명이 일정한 주기를 갖는 것과 같이 일련의 정한 과정들을 거치게 된다. 사건의 발생이 예상되고, 혹은 예견 되는 대다 수 많은 원인이 중첩되면 기어코 발생하고 만다. 그 원인이 사회 전반에 내재해 있고, 수면 아래 잠복해 있다가 방아쇠가 당겨지는 계기적 사건을 통해 발현될 뿐이다. 그러다 보니 ‘원인을 안다’, 혹은 ‘원인에 접근 한다’는 것이 진정한 의미를 가지려면 방아쇠를 누가 당겼는지가 아니라 수면아래 잠복했던 조직과 제도, 구습 혹은 사회 구성원의 태도에 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방아쇠를 당긴 사람을 찾는 것에만 집중하면 책임을 개인 탓으로 돌리게 된다. 세월호 참사에 왜 수학여행을 갔느냐, 이태원 참사에 왜 놀러갔느냐, 산재 사고에 왜 부주의했느냐, 전기차 화재에는 왜 전기차를 타느냐 까지... 흔히 사람들은 대형화재, 붕괴, 폭발 교통사고 등 인간의 행위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재난 보다 태풍, 홍수, 지진과 같은 자연현상으로 발생하는 자연재난을 받아들일 때 비교적 온건한 태도를 취한다고 한다. 불행을 이해하기 위한 최소한의 요건이 충족된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 발생하는 많은 재난 형태들은 직접적 원인이 불분명하고 다양한 이유들이 겹쳐진다는 점에서 발생원인 중심으로 재난을 예시하는 현재의 분류가 자칫 희생양을 찾기에만 골몰하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지금 우리 주변의 많은 재난은 예측할 수 없는 범위에서 발생하고 있고, 재난을 발생케 한 원인 제공자를 특정 하는 것도 결코 쉽지 않다. 지난 8월 1일 인천 청라의 아파트 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 이후, 전기차 위험성에 대한 관심이 높다. 그간 전기차 화재에 대한 우려는 있었지만, 사건이 발생하고 특히 그 장소가 아파트 지하주차장이라는 것에서 일종의 경각심이 생겨난 것은 어쩌면 불행 중 다행한 일이다. 그럼에도 전기차 배터리에 모든 이슈가 집중되다 보니 아파트 주민들이 전기차량의 주차장 진입을 막는 주민 간 갈등까지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아파트 전체를 연기로 뒤덮고, 폭염 속에 단전·단수 사태로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지는 화재가 어디 전기차 하나에만 있을까? 아파트 시공사가 지상 차량 출입을 막고 모든 차량이 출입구 진입과 동시에 지하주차장으로 미끄러지듯 빠져들게 만든 구조는 명품아파트 광고처럼 어린이들이 마음껏 뛰놀고 교통사고 위험을 피하게 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고도제한을 풀어 층수를 높이고, 동간 거리를 좁혀 더 많은 세대를 좁은 면적에 구겨 넣음으로서 최대의 이윤을 달성하려는 숨은 뜻이 더 컸다. 지하 주차장은 택배용 탑차가 진입하지 못할 정도로 낮았다. 이렇게 낮은 지하 주차장으로 소방차량의 진입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었다. 하지만 ‘설마 지하주차장에서 불이 나겠어?’ 하는 방관과 ‘그렇다고 아파트를 새로 지을 수도 없잖아’ 하는 안일함이, ‘피곤하게 분란을 일으킨다’는 식의 눈감음으로 방치되었다. 아파트만이 아니다. 아울렛 지하주차장, 물류창고 주차장, 스포츠센터 주차장 등등 수많은 지하공간에서 어떤 원인에서든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 이제는 ‘무엇 때문에’에 집중하기보다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에 집중했으면 한다. /조성 원광대학교 소방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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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8.28 15:30

만복사저포기, 천년 남원을 품다

가을이 오면 그곳에 가고 싶다. 산들바람 따라 상큼한 솔향과 감 익어가는 그곳은 어머니 품과 같다. 무더위 지나니 들판이 제법 누렇다. '남원산성 올라가 이화문전 바라보니, 수진이 날 진이 해동청 보라매...' 노랫가락에 발걸음도 가볍다. 누구는 남한산성 아니냐고 말한다. 남원성 너머 교룡산에 천년을 머금은 천혜의 요새 교룡산성이 남원산성이다. 그 옛날 남원에 용이 승천하기 전 교룡(蛟龍)이 살았다. 백제시대 518m 높이의 교룡산에 성곽을 3.12km 쌓았다. 성 안에 우물이 99개와 계곡마다 수문이 3개나 있던 철옹성이다. 교룡산성 동쪽 홍예문에 옹성이 있어 지금 보아도 튼실하다. 과연 누가 성을 쌓았을까? 홍예문 지나 비석들도 오랜 흔적을 보여준다. 별장과 장군의 이름이 커다란 느티나무 아래 즐비하다. 계곡 따라 오르면 선국사 대웅전 아래 보제루가 시간이 멈춘 듯 서 있다. 동학농민혁명군 김개남 장군이 머물던 곳이다. 그는 전봉준 장군과 뜻을 같이했지만, 미래를 바라보는 철학이 약간 달랐다. 누구의 영향이었을까. 동학의 시작을 알린 수운 최제우가 머물며 '동경대전'을 쓰고, '칼노래'를 부르며, 검무를 추었다고 한다. 남원은 그냥 남원이 아니다. 춘향이가 살던 광한루, 이도령과 만난 오작교, 여뀌꽃 피는 요천(蓼川)이 흐르는 남원은 사랑을 간직한 도시이자 천년 역사를 품은 도시다. 남원은 천년 전에도 남원(南原)으로 불리었다. 통일신라 5소경 중 남원경처럼 옛 이름을 간직한 곳은 남원이 유일하다. 백제의 문화도시, 신라의 역사도시에 남원성과 교룡산성 옆에 선원사와 만복사가 있다. 고려 사찰과 탑들이 지리산과 섬진강변에 많다. 고려 말 왜구 침입에 이성계 장군과 포은 정몽주 그리고 만육 최양 종사관이 황산대첩을 이룬 곳도 남원이다. 남원 운봉과 인월에 가면 역사 속 이야기가 전설처럼 전해오고 있다. 태조 이성계는 피바위와 인풍리에서 황산대첩 후 남원성 옆 만복사가 있는 왕정동에서 머물렀다. 그리고 남원성 안 용성관에서 미래를 기획한다. 그 후 황희 정승이 남원에 귀양 와 광한루를 짓고, 정인지가 오작교와 삼신산에 정자도 꾸민다. 또한 매월당 김시습은 최초의 한문소설 '만복사 저포기(萬福寺樗蒲記)'를 남원성 서문 옆 만복사에서 구상한다. 삶과 죽음에 얽힌 사랑 이야기가 음악과 함께 내려온다. 남원은 춘향가와 흥보가 판소리가 있지만, 더 깊은 역사 속 정유재란 만인의총 이야기가 남아 있다. 가을에 꼭 한번 가야할 도시가 남원이다. 지리산 오르기 전 섬진강 따라 뱃놀이 하기 전 남원성 옆 만복사지에 꼭 가보자. 만복사지에 가면 눈에 보이는 보물이 많다. 만복사 규모를 알려주는 만복사지 당간지주, 오층석탑과 석조대좌 그리고 석조여래입상이 시간이 멈춘 듯 서 있다. 만복사 석인상 얼굴에 미소가 머문다. 김시습의 '만복사저포기'에 나오는 양생처럼 살포시 웃는다. 남원역에서 5분 거리에 만복사지가 있다. 광한루까지 걸어서 10분이면 족하다. 남원성 북쪽 만인의총도 걸어가보자. 427년 전 정유재란 때 스러져간 우리의 조상도 만날 수 있다. 그날의 함성을 들었다면 술 한잔 올린 후 교룡산성으로 가자. 성안 보제루에 앉으면 지리산과 요천이 보인다. 가을에 남원은 언제나 엄니 품과 같다. 남원에 가면 따뜻한 온기를 꼭 담아 오자. 가을이 주는 힐링 도시, 남원~ /최철호 성곽길역사문화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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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8.28 15:15

고시엔대회와 전북체육의 지향점

1970년대와 80년대 고교 야구의 열기는 가히 상상을 초월했다. 향토애와 동문의식으로 똘똘뭉친 광팬들로 인해 ‘성동원두(城東原頭=성 동쪽 들판이라는 뜻)는 항상 만원이었다. 오늘날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가 있는 곳이 바로 서울운동장 야구장, 소위 성동원두 아니던가. 이름있는 상업계 고교는 물론, 내로라하는 인문계 명문고들은 고교 야구팀을 운영하며 성가를 톡톡히 누렸다. 고교야구 톱스타들은 대부분 투수와 4번타자를 겸한 대형 스타였고 요즘으로 치면 프로축구, 프로야구, 프로농구 스타를 합친것 만큼이나 엄청난 인기를 구가했다. 고교야구 전성시대 초대 한화그룹 회장이자 천안북일고 설립자인 김종희 이사장은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경향 각지의 선수들을 영입, 창단 3년만인 1980년 이상군 투수를 내세우며 첫 전국대회(봉황대기) 우승을 만들어낸다. 고교 야구는 대부분 지역 예선을 거치게 되나 봉황대기의 경우 전국 모든 팀이 본선에 참가하기에 가장 권위있는 대회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과거 봉황대기 참가팀은 전국적으로 50개 안팎이었으나 이달말 폐막하는 이번 제52회 봉황대기 고교야구대회에는 스포츠클럽 25개팀을 포함해 역대 최다인 전국 103개 고교팀이 출사표를 던졌다. 때마침 봉황대기에 참가한 전주고가 선전하고 있어 최종 결과가 주목된다. 봉황대기 야구를 지켜보면서 최근 일본 고시엔대회가 떠오른다. 1915년에 시작돼 올해로 106회를 맞은 고시엔대회는 일본의 가장 대표적인 고교야구대회인데 올해엔 일본 전역에서 무려 3957개 학교가 출전했다. 마침내 우승컵을 거머쥔 교토국제고의 교가를 부르는 모습이 전국에 생중계됐다. ‘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도(야마토)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 아침 저녁 몸과 덕 닦는 우리의 정다운 보금자리, 한국의 학원’ 재일 한국계 민족학교인 교토국제고의 교가 일부다. 외국계 학교의 우승은 처음이라고 하니 참으로 감개무량하다. 한국계 민족학교의 고시엔 본선 진출은 교토국제고가 처음이나 멀리 일제강점기때로 거슬러 올라가면 스무 번에 걸쳐 조선 대표가 고시엔 본선에 출전했다고 한다. 최고 성적은 휘문고보(현 휘문고)가 1923년 기록한 8강인데 당시 휘문고보는 선수 전원이 조선인이었다. 며칠전 파리월드컵에서 선전한 전북 선수들의 환영식이 열렸다. 이번 파리올림픽에 전북자치도를 대표해 출전한 선수단은 선수 9명, 임원 6명 15명인데 특히 임실군청 소속 김예지 선수는 10m 공기권총 종목에서 은메달을 획득하면서 국제적인 관심을 끌기도 했다. 문제는 대회가 열릴때만 반짝해서는 미래가 없다는 거다. 이미 쇠락할대로 쇠락한 전북을 살리려면 초대형 국제대회라도 유치해야 할 모양이다. 지난해 새만금잼버리의 여진이 아직 남아 있기에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미래 먹거리는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복합리조트와 초대형 국제체육행사가 그 해법이 될 수 있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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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24.08.28 15:01

임금체불 근절이 시급한 민생대책이다

추석을 코앞에 두고 임금체불이 늘고 있다. 경기불황이 원인이라고 하지만 임금체불은 심각한 민생범죄다. 노동부는 근로 감독을 강화하고 상습체불자에 대해서는 엄벌에 처해야 할 것이다. 또한 지자체와 금융당국은 일시 어려움에 빠진 업체에 대해 금융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올해 상반기 체불임금은 1조43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8%인 2204억원이 급증했다.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섰다. 피해 노동자는 15만503명으로 14.1%인 1만8636명이 늘었다. 전북지역의 경우 7월말 기준 임금체불은 279억원이며 피해 노동자는 4269명에 이른다. 체불 사업장은 1834곳이다. 이는 지난해 8월 기준 266억원을 상회한다. 체불업종은 건설업과 제조업으로 경기불황이 원인이다. 건설업종의 경우 호남지방통계청의 2분기 지역경제동향에 따르면 전북지역 건설수주액은 4532억원으로 전년 동분기 대비 61.7% 가량이 줄었다. 자재값 상승과 고금리, 신용경색이 겹치면서 건설업 불황은 심각하다. 사용자가 노동자에게 일을 시켰으면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지급하는 게 너무도 당연하다. 그런데 당연히 받아야 할 임금을 받지 못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임금체불은 노동자의 피땀어린 수고를 빼앗는 범죄행위다. 노동자에게 눈앞의 생계는 물론 가정경제를 파괴하고 사회에 대한 불신 등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준다. 나아가 소비 저조로 인한 내수 부진과 국가경제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피해자는 노인이나 여성, 청소년, 외국인 등 사회적 약자가 대부분이어서 더욱 그렇다. 또 임금체불은 절반 이상이 상습적이다. 영세사업장에서 어쩔 수 없는 경우도 있지만 지급 여력이 있음에도 배짱을 부리는 부도덕한 경우도 있다. 그런데 가해자에 대한 처벌은 솜방망이에 불과하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이 고작이다. 이마저도 피해자가 중간에 합의하면 처벌을 받지 않는다. 임금체불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상시 근로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또 일시적으로 경영이 악화돼 임금체불을 하는 경우 정부와 지자체 차원에서 금융부담 경감 같은 정책적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체불 피해자와 같은 약자 보호가 곧 민생대책이기 때문이다. 신속한 체불 해결로 피해자가 편안한 추석을 보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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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4.08.28 14:48

9조 반영된 전북 국가예산 부끄럽다

정부가 내년 국가예산 규모를 올해보다 3.2% 늘어난 677조원으로 편성했다. 전북지역 예산은 9조600억원이 반영됐다. 전북특별자치도가 목표액으로 설정한 10조원에 9400억원이나 모자란다. 도내 지자체들이 건의한 사업비에서 10%가량이 삭감된 것이다. 정부 예산안만 들여다보면 역대 최고액이고, 전년(7조9215억원)에 비해 14.3% 늘었다. 전북특별자치도는 역시 이 점을 부각시켰다. ‘2025년 국가예산 정부안에 역대 최대 9조원대 반영’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성과를 내세웠다. ‘쾌거를 이뤘다’는 표현까지 나왔다. 부끄러운 일이다. 지난해 발표된 2024년 전북 국가예산 정부안은 새만금잼버리 파행을 빌미로 크게 삭감됐고, 그나마 국회 단계에서 9조164억원까지 늘렸지만 전년(2023년) 대비 ‘국가예산 사상 최초 감소’라는 기록을 남겨야 했다. 그러니 그 수치만으로 예산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숫자놀음에 불과하다. 다른 시·도와 비교하는 게 현실적이다. 게다가 파급효과가 큰 신규사업의 경우 요구액(7244억, 580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1412억원(215건)만 반영됐다. 또 대통령 공약이었던 국제태권도사관학교 설립 예산은 한푼도 반영되지 않았고, 윤석열 대통령이 민생토론회에서 신속 추진을 언급했던 전북권역 통합재활병원 건립 예산도 요구액의 절반 수준인 55억 원에 그쳤다. 정부의 국가예산안은 다음달 초 국회에 제출돼 심의를 받는다. 이제 ‘국회의 시간’이 열린다. 국회 심의 단계에서 전북 예산 증액이 절실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다. 정부가 여전히 긴축재정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데다 지역간 치열한 예산 경쟁도 이겨내야 한다. 국회 심의 단계를 거쳐 정부예산안이 최종 확정되는 연말까지 전북 예산 증액을 위한 지자체와 정치권의 적극적인 공조가 필요하다. 특히 지역 국회의원들이 이번에 정치적 역량을 제대로 보여줘야 한다. 지난해 새만금잼버리 파행에 따른 예산삭감과 새만금 개발사업 전면 재검토 등으로 다시 부각된 ‘전북 홀대’의 원인을 지역의 정치력 부재로 연결하면서 지난 4월 제22대 총선을 통해 대거 국회에 복귀한 중진의원들의 정치력이 첫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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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4.08.28 14:41

도민들의 전북 사랑이 시들고 있다

'장강의 뒤 물결이 앞 물결을 밀어낸다'(長江後浪推前浪). 만물은 끊임없이 새로워지는 법. 개인이나 집단의 생각, 가치관은 쉽사리 변하지 않는다지만 이것 역시 세월 따라 변하기 마련이다. 나는 지난 30여 년 동안 전북도민들의 의식을 주기적으로 조사한 바 있다. 그중에서 1992년, 2011년 조사 결과와 여기에 전북연구원의 ‘2022 전라북도민 의식구조조사’(이중섭, 최윤규, 성지효) 결과를 가지고서 30년의 의식 변화를 분석해보았다. 그 결과 세월의 흐름에 따라 도민들의 의식과 기질도 적지 않게 변했음을 알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전북도민들이 다른 지역으로 떠나고자 하는 비율이 30년 동안 꾸준히 줄어들었다. ‘다른 지역으로 옮기고 싶지 않다’는 의견이 1992년 45.7%, 2011년 52.2%, 2022년 57.1%였다. 얼핏 겉으로 보면 희망적인 변화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2022년 조사를 연령별로 분석해보면 40대 이하 젊은 연령층에선 여전히 다른 지역으로의 이주 의사가 절반을 넘는다(20대 59.2%, 30대 51.5%, 40대 58.0%). 대조적으로 50대 44.1%, 60대 이상은 22.7%만이 이주 의사를 보였다. 이렇게 젊은 층에서 이주 의사가 여전히 높음에도 지난 30년 동안 전체적으로 이주 의사가 줄어든 것은 전적으로 인구의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이주 의사가 낮은 50대 이상의 고연령층이 18세 이상 전체 인구의 56%를 차지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이주 의사 비율이 줄어든 것이다. 하지만 젊은 층에서 전북을 떠나고자 하는 비율이 여전히 높은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다른 지역으로 옮기고자 하는 이유도 세월 따라 달라졌다. 1992년에는 ‘자녀나 본인의 교육 문제’와 ‘문화시설과 혜택 부족’이 1, 2위를 차지했다. 2011년엔 ‘문화시설과 혜택 부족’, ‘직장이나 사업 문제’가 주된 이유였다. 2022년엔 ‘문화시설과 혜택 부족’, ‘전북이 낙후되어서’가 가장 많았다. 30년 전에 가장 큰 이유였던 교육 문제가 급격히 줄어든 것은 젊은 층이 크게 줄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도민들의 자긍심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는 점 역시 문제다. ‘전북 사람인 것이 자랑스럽다’라는 긍정 응답이 2011년 60.8%에서 2022년 45.0%로, ‘전북이 살기 좋은 곳이라고 생각한다’는 74.6%에서 52.8%로 크게 줄었다. ‘전북인은 인심이 좋다’는 응답 역시 1992년 83.2%, 2012년 77.9%, 2022년 60.7%로 큰 변화를 보였다. 전반적으로 30여 년 동안 인구의 고령화로 인해 도민들이 전북을 떠나고자 하는 전체 비율은 줄었다. 그러나 젊은 층에서는 지역을 떠나고자 하는 비율이 여전히 높다. 또한 지역에 대한 자긍심과 생활 여건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이러한 도민들의 의식 변화는 전북의 현재와 미래 삶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크기 때문이다. 이대로는 전북의 미래에 희망이 없다. 떠나려는 사람부터 잡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자리 창출, 문화시설과 혜택 확충, 도민들 간의 신뢰와 유대 강화 등을 통해 전북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줘야 한다. 긍정은 긍정을 낳고, 부정은 부정을 키운다. 일단 전북의 현실과 미래에 대한 도민들의 부정적 인식을 긍정으로 바꿔 희망을 심어주어야 한다. 국회의원, 도지사, 시장, 군수들의 적극적인 개선 노력만이 희망의 홀씨가 될 수 있다. 희망의 홀씨가 널리 퍼져 긍정 에너지가 넘실대는 행복의 땅 전북에서 살아보고 싶다. / 권혁남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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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8.27 15:38

그림 사는 재미

2022년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 컬렉션 전시를 보러 갔다. 입장을 위해 몇 시간을 기다리는데 굽이굽이 이어진 줄이 앞으로 조금씩 이동할 때마다 곧 작품을 볼 수 있겠구나 싶은 마음에 지루한 줄도 모르고 참으로 설레었다. 몇 시간 후 드디어 전시장에 입장했을 때 가슴이 벅차 올라왔다. 한 개인이 오랜 시간에 걸쳐 수집한 작품들에서 느껴지는 시간의 흔적들과 극히 일부의 작품이라 하지만 소장자의 노고와 안목에 위대함을 느꼈다. 집 안에 걸려 있는 그림 한 점은 내 삶에 여유와 쉼을 줄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이라면 더더욱 그러할 것이다. 그러나 그림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도 막상 미술품을 구매하는 데 있어서는 선뜻 용기 내기가 쉽지는 않다. 자기만의 기준이 있으면 작품 선택에 어려움이 없겠지만 그러지 못한 경우에는 내가 과연 이 작품을 구입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생각하게 된다. 예술품을 보는 시각은 너무나 주관적일 수밖에 없기에 또한 정해진 답이 없다. 그러나 한 번이라도 그림을 구매해 본 사람이라면 다른 작품들도 갖고 싶은 욕구가 생기기 쉽다. 그림을 보는 안목이 싹트면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들이 생기게 되고 이러한 미적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그림에 더 가깝게 다가간다. 그림을 구매하게 될 때 작품을 소장한다는 표현을 한다. 그리고 그림을 구매하는 사람을 컨슈머(consumer, 구매자)라고 하기보다는 컬렉터(collector, 소장자)라고 말한다. 조금은 다른 표현, 그 이유는 무엇일까. 미술 작품에는 작가의 시간, 노력, 생각이 담겨 있어 일반적인 물건을 사는 경우와는 다르다. 이러한 예술적 가치를 가격으로 책정하기도 어렵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에 부여된 작품 가격을 믿고 결정한다는 것도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그림을 취한다는 것은 작가의 지나온 시간과 작업을 함께 공유하고 느끼는 것이다. 작가와 작품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작품에 내재된 예술적 가치를 느끼게 될 때 작품 소장으로 이어지게 되고 작품을 작가만큼이나 아끼는 진정한 컬렉터가 될 수 있다. 컬렉터 중에는 작가의 경제적 지원을 위해 작품을 구입해 오다가 작품을 보는 안목이 생겨 차츰 더 많은 작품을 소장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작가가 작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힘을 불어 넣는 역할을 하면서 작가와 함께 성장하는 기분을 느끼며, 좋아하는 작품들을 하나둘 수집하게 된다면 이 또한 그림 사는 재미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최근에는 투자 목적으로 미술 작품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러나 실제로 투자 수익을 기대할 만한 작품은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작가의 작품으로 고가의 작품들이 많아 쉽게 접근하기는 어렵다. 또한 그림이 투자의 대상으로 인식될 뿐 미술 작품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므로 지속적인 구매로 이어지기도 어렵다. 그러므로 막연히 투자를 위해 그림을 구매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자주 접하면서 작품을 보는 안목을 키웠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다양한 전시를 보면서 여러 작가들에 대해 알아갈 필요가 있다. 내 마음에 위안을 주는 작품이 보인다면 크게 부담이 되지 않는 범위에서 구입해 보고 한 두 점씩 모으다 보면 나의 성향과 취향에 맞는 작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미술 작품이 주는 힘은 체험하기 전에는 그 위대함을 잘 모른다. 하지만 그 느낌을 한 번 알게 된다면 그림 사는 재미가 무엇인지 알게 되고, 어느 사이에 컬렉터가 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유가림 유휴열미술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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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8.27 15:38

전주와 새만금은 홍콩 마카오가 정답이다

올해 여름 홍콩과 마카오로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홍콩은 중화인민공화국 홍콩 특별행정구이다. 홍콩은 세계 3대 금융중심지이며, 물류유통의 거점지이다. 홍콩에는 세계적인 금융기관들이 빌딩숲을 이룬다. 홍콩은 세계적 물류기업 중심도시이다. 각국의 컨테이너선박이 빅토리아 항으로 줄지어 들어오고 나간다. 물류와 금융이 홍콩경제를 견인하고 있다. 홍콩에서 마카오까지 여객선으로 주강 하구를 건너는데 1시간 정도 걸린다. 마카오반도는 타이파섬과 코타이섬을 간척 매립하여 대단위 카지노리조트가 조성되어 있다. 마카오반도와 타이파 코타이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카지노 도시가 마카오경제를 이끌고 있다. 그럼 홍콩과 마카오를 전북특별자치도에 비춰보자. 불과 100여년전 조선후기 전주는 물류유통과 금융산업의 거점지였다. 전북 전남 제주도의 행정을 관장하는 전라감영이 전주에 있었다. 전주부성의 사대문 밖 장시(場市)는 호남 최대의 물류유통센터였다. 만경강 하구 신창진(新倉津)에 대형선박이 들어오고 중선배들이 완주 회포(回浦)까지 들어오고 물류유통의 최종 기항지가 덕진나루터와 모래내 배멘바위였다. 서해의 바닷길과 만경강 물길따라 수많은 상선(商船)들이 전주에 들어오고 나갔다. 허목(許穆, 1595~1682)의 미수기언(眉叟記言)에 “전주는 江海都會이고 재화와 물자를 실어 나르는 길목이며 상인들이 모여드는 곳(全州江海之都會 物貨之途 商賣之所)”이라 하였다. 전주부는 바닷길과 물길의 교통이 발달된 재화와 물류유통의 중심이었다. 또한 <신증동국여지승람> 전주부에 서거정(1420〜1488)의 글을 인용하여, 화물을 싣는데 수레를 사용하고, 저자는 가게들이 줄지어 상품교역을 한다(任載用車 列肆交易)고 하였다. <숙종실록>에 전주에는 시전이 아주 많기에 물화유통이 아주 쉽다(全州市廛甚多 通貨最易)고 하였다. 불과 100여년전 전주는 물화유통의 중심이었는데 지금 전주경제는 싸늘하게 식었다. 홍콩과 마카오가 1시간 거리이듯이, 전주에서 새만금까지 1시간 거리이다. 마카오반도를 매립하여 확장하였듯이, 새만금은 바다를 간척한 방조제이다. 역대 정권과 도지사들은 황금알을 낳을 듯이 새만금팔이를 해왔다. 말만 무성할 뿐 속빈강정이다. 그 정답은 홍콩과 마카오에 있다. 전주가 조선시대 물화유통의 중심이었듯이, 금융자본을 유치하여 금융산업도시를 조성하자. 새만금방조제와 연결된 고군산도는 마카오반도와 타이파 코타이섬과 닮았다. 마카오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카지노산업도시가 들어섰는데, 새만금은 불모지 상태로 텅 비어 있다. 새만금은 1991년에 착공되었고, 마카오는 1997년에 중국에 이양되었는데, 두 지역 간의 발전 모습은 천양지차(天壤之差)다. 새만금에 아시아 최대규모의 복합리조트를 조성하자. 복합리조트는 오락과 쇼핑, 휴양과 해양관광을 즐길 수 있는 대단위 호텔 숙박 오락단지다. 세계적인 카지노그룹과 손잡자. 카지노의 도박공포증은 우물안개구리식 낡은 사고다. 아시아는 복합리조트가 대세다. 중국 마카오, 말레이시아 켄팅월드, 싱가폴 마리나 배이 샌드 등 아시아권의 복합리조트사업이 경쟁적이다. 동북아시아에서 새만금은 복합리조트의 최적지이다. 새만금은 기업 유치보다 자본 유치가 정답이다. 복합리조트는 황금알낳는 미래산업이다. 복합리조트는 하루 저녁에도 수십 수백억의 자금이 유통된다. 전주와 새만금의 경제성장력은 홍콩 마카오가 본보기다. 김관영 도지사는 국회의원 시절 새만금복합리조트 개정안을 발의한 적이 있다. 그런데 뒷심이 조금 약하다. 전북특별자치도를 이끈 김관영 도지사의 뚝심을 기대해본다. /송화섭(전 중앙대 교수, 호남문화콘텐츠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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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8.27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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