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헌 변호사 1주기 추모식, 광주5·18 민주묘지, 진안 마이산서 엄수
 군사정권 시절 양심수와 시국 사범을 변호하며 ‘1세대 인권변호사’로 불린 전북 출신 故 한승헌 변호사의 1주기 추모식이 20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와 진안 마이산 명인명품관에서 열렸다. 이날 광주의 추모 행사에는 고 한 변호사의 배우자 김송자 여사와 가족들이 참석했다. 또 한 변호사와 함께했던 이들이 그의 호 산민(山民)을 따서 만든 ‘산민회’ 회원들과 조영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회장, 서창훈 전북일보 회장, 윤석정 전북일보 사장, 장영달 우석대 명예회장, 천정배 전 국회의원, 김용택 시인 등 50여 명이 함께해 고인의 1주기를 기렸다. 행사는 유석성 목사(전 서울신학대 총장)의 예배를 시작으로 장영달 우석대 명예회장의 추모 기도, 조영선 민변 회장의 추모사, 김용택 시인의 추모시 낭송, 고 한 변호사 장손의 평전 증정 및 헌화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유 목사는 추모예배에서 “지금이라도 한 변호사님이 손을 잡아주실 것 같고 따스한 말을 해주실 것 같아 무척 그립다”며 “한 변호사님이 민주화를 위한 삶을 살아오신 만큼 그분의 뜻을 받아 우리가 삶을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기도를 올렸다. 한승헌 변호사의 차남 한규무 광주대학교 교무처장은 “마음이 울적하고 아버지가 보고 싶으면 강의 도중에라도 아버지를 찾아 인사를 드렸다”며 “(국립 5·18 민주묘지는) 아버님과 함께 평생 민주화 운동에 헌신하셨던 광주 영령들이 계시는 곳으로 이곳을 저 또한 떠나지 않고 모시겠다. 오늘 잊지 않고 찾아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했다. 같은 날 오후 3시 진안 마이산 명인명품관 야외무대 문화마당에서도 한 변호사의 추모식이 열렸다. 한 변호사를 추모하는 진안지역 인사들이 주축이 된 '산민 한승헌 선생 기념사업회'(회장 윤석정 전북일보 사장, 이하 기념사업회) 주최로 열린 이날 추모식에는 배우자 김송자 여사와 유가족, 진안 역 기관 및 사회단체장 등 500여 명이 참석했다. 행사는 국민의례와 분화·헌화, 내빈소개, 한승헌 전 변호사 약력소개, 영상시청, 경과보고, 기념사, 추모사, 회고사, 추모무, 추모가, 추모시, 기념촬영, 폐회선언 순으로 진행됐다. 윤석정 기념사업회장은 기념사에서 “1세대 인권변호사로 가시밭길을 걸으며 불의에 필봉으로 맞서며 세상이 어지러울 때 온몸을 던지셨다”며 “‘자랑스럽게 살지는 못하더라도 부끄럽게 살지는 말자’던 그 말씀이 혼탁한 세상에서 더욱 가슴에 와 닿고 빛을 발한다”고 밝혔다. 진안 출신인 한 변호사는 전주고와 전북대 정치학과를 졸업했으며 1957년 고등고시 사법과에 합격(8회)했다. 군법무관을 거쳐 법무부 검찰국 검사와 서울중앙지검·부산지검 검사로 잠시 재직하다 1965년 변호사로 개업했다. 독재정권 시절 양심수를 변호하다 두 차례 옥고를 치르는 등 민주화와 정의를 위해 일생을 헌신했다. 김대중 정부 시절에는 감사원장을 노무현 정부 때는 사법제도 개혁추진위원장 등을 지냈다. 광주=엄승현 기자∙진안=국승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