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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개월 발품, 국내 46곳의 단군 사묘 답사기

익산 천진전, 순창 단성전, 군산 옥구향교 단군성묘, 고창남원정읍의 단군성전 등 국내 46곳의 단군 사묘를 담은 답사기가 책으로 나왔다. 윤한주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국학박사가 지난 2017년 1월부터 올해 2월까지 26개월간 전국 방방곡곡에 있는 단군 사묘을 조사한 <한국의 단군 사묘>(도서출판 덕주)를 펴냈다. 사묘(祀廟)는 영정이나 위패 등을 모신 전각으로, 각 지역 단군 사묘에서 개천절마다 제례를 봉행하고 있다. 그러나 전체 개수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 윤 박사는 학계에서 이강오 전북대 교수가 1980년까지 30여 개의 사묘를 조사한 연구가 유일하다. 현장에 가보니 10개 정도는 사라진 상태였다. 안내판이 없거나 내용이 잘못된 경우도 많았다. 새로운 자료를 통해 내용을 바로 잡았다. 1980년 이후에 설립한 단군 사묘도 모두 조사했다고 밝혔다. 윤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국내 단군 사묘는 총 46곳이다. 1909년부터 광복 이전까지 6곳이고 광복 이후부터 1999년까지 31곳이다. 2000년 이후에도 9곳이 더 건립된 것으로 조사됐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전북 10곳으로 가장 많다. 익산 천진전(1951), 김제 증산법종교 태평전(1953), 순창 단성전(1961), 진안 양명마을 단성전(1965)과 진안 은수사 태극전(1987), 군산 옥구향교(1972), 고창 단군성전(1979), 무주 신불사(1984). 남원 단군성전(1993) 등. 대전충청도 14곳, 대구울산경상도 7곳, 강원도 2곳, 광주전남 6곳, 서울 4곳, 경기도 3곳이다. 책은 336쪽에 걸쳐 전국을 4개 권역으로 나눠 총 46곳의 단군 사묘를 소개했다. 4개 권역이 마칠 때마다 쉬어가는 코너로 단군 에피소드를 실었다. 에피소드에서는 임시정부가 단군이 나라를 건국한 10월 3일을 건국기원절로 제정한 내력 등을 소개했다. 윤 박사는 선조들은 단군의 홍익인간 정신을 후손에게 전하기 위해 사묘를 건립했다. 우리 고장의 소중한 문화재인 단군 사묘를 찾아 선조의 뜻을 기렸으면 한다고 밝혔다.

  • 문학·출판
  • 이용수
  • 2019.10.16 19:06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황보윤 소설가 - 서철원 인문소설 ‘혼,백’

정조는 개혁 군주였다. 정치, 경제, 사회, 군사, 문화까지 그의 개혁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었다. 그는 개혁을 견인할 전진기지로 규장각을 설립했다. 그리고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했는데 바로 서얼 출신 학자들을 검서관으로 발탁한 것이다. 서철원의 인문소설 <혼,백>은 글을 사랑했던 정조와 그의 분신이나 다름없었던 규장각 학자들의 이야기다. 정조의 개혁 정책은 벽파와 노론의 반대에 부딪힌다. 그러나 작가는 큰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 칼은 감추어지고 분노는 숨겨진다. 다만 바람이 동에서 서로 불고, 멀리에서 새들이 울고, 전각에 매달린 풍경이 흔들린다.(151쪽) 붕당으로 갈라진 세상에서 죽음은 필연이고, 삶은 우연이다. 작가는 죽이고 살리는 정쟁(政爭)의 본질이 다름 아닌 문체라고 보았다. 청나라의 문장을 잡문이라 규정한 정조는 전통적인 고문을 문장의 모범으로 삼도록 했다. 정조는 말한다. 노론은 조선을 삼킬 식민사관의 핵이다.(129쪽) 이서구는 임금의 교서를 규장각지 서문에 새긴다. 글과 문장은 번다하지만 지루하지 않아야 하고, 수식할 때 거짓이 없어야 하며, 문체는 빼어나야 한다.(131쪽) 정조의 서문은 능동적이었으나 숙고할 문제가 많았다. 그의 문체는 의고였고 성리학의 무늬와 결이 완강했다.(249쪽) 이서구는 문체와 전통으로 이어온 조선의 인문을 염려했다.(134쪽) 그러나 변화의 흐름에 개혁적인 문체로 화답한 이들이 있었다. 허균은<홍길동전>으로 사대의 문체를 꺾고자 했고, 연암은 <열하일기>로 탈식민의 문체를 획득한다. 정조는 허균과 연암의 글을 용납하지 않는다. 임금의 고뇌를 지켜본 유득공은 조선의 문장으로 발해를 일으키고, 왕은 그의 노력을 치하한다. 엄동에 불어온 <발해고>하나가 언젠가 조선의 문장을 일으킬 것이다. 검서관의 문장이 곧 칼이다.(270쪽) 나랏글을 세우고자 했던 정조와 규장각 신하들, 북학파와 18년간 유배지에서 쌓아 올린 정약용의 문장은 이제 국문의 탑을 쌓는 훈민정음(225쪽)이 되어 우리 앞에 무한한 가능성으로 열려 있다. 박제가는 문집 명농초고(明農初稿)에 참다운 시(詩)는 모두 자기 목소리를 낸다고 썼다. 서철원 작가의 <혼,백>은 정조시대의 문체전쟁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서사문학의 본질을 돌아보게 한다. 범람하는 서사의 홍수 속에서 문체의 미학을 다루는 소설과 시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혼불의 작가 최명희는 손가락으로 바위를 뚫어 글씨를 새기듯 문장을 쓴다고 고백했다. 낙숫물이 댓돌에 구멍을 낼 수 있는 까닭은 반복과 집중이다. 흔히들 문체를 작가의 지문이라고 한다. 지문은 각자 다르다지만 그 다름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각고의 노력 없이 자기 문장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의 문장은 홀로 돌올하니, 그가 보낸 시간의 궤적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서철원 작가가 올해 제9회 혼불문학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반갑고 기쁘다. 한편, 그의 우아한 문장을 많은 독자들과 공유하게 되었으니 혼자만의 기쁨을 내어주는 쓸쓸함도 있다. 쓸쓸한 날에는 무엇을 해야 할까. 소설 속 박제가는 이렇게 말한다. 쓸쓸한 날, 붓과 종이를 들고 벼루의 연안으로 나갈 것이었다.(167쪽) * 황보윤 소설가는 2006년 동서커피문학상 대상을 수상하고 2009년 대전일보와 전북일보 신춘문예에 소설이 당선됐다. 창작집으로 <로키의 거짓말>과 <모니카, 모니카>가 있다. 현재 남원의 한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19.10.16 19:04

[신간] 산 너머 산에는 행복이 기다리고 있을까

청암 김철규 수필가가 80 고개를 넘어가는 현실과 쏙 닮은 에세이집 <봄날은 가고 오네>(수필과비평사)를 출간했다. 평생 언론인, 정치인, 문인으로 살아온 김 수필가는 이번 책에 자연의 순리와 섭리를 추구하는 국민의 마음을 담았다며 민주주의가 화사한 봄날처럼 꽃피우는 세상과 희망의 설렘이 윤회하는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기대하는 마음에서 제목을 정했다고 말했다. 30여 년이 넘는 언론인 생활은 논정필직이라는 언론의 사명을 다하는 일이었고, 그 과정에서 빚어진 사회적 문제와 정치인생 20여년은 국민의 삶을 되돌아보게 했다. 또한, 33여년에 걸친 문인생활을 통해 발간한 12권의 책에는 미숙함에 성찰하게 하는 계기였다고 수필가는 말한다. 김철규 수필가는 이런 연유로 이번 책에서는 수필, 시, 칼럼, 여행기 등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인생의 질곡을 소개한다. 벼가 익어갈수록 고개를 숙이듯 인생도 마찬가지이다. 뒤늦은 깨달음은 성찰의 계기일 뿐만이 아니라 서툰 말씨를 가다듬어 매끈한 말씨로 만드는 심정으로 그동안 살아온 만사를 정리하는 계기라고 생각한다. 자연과 가족, 문학과 지역에 대한 사랑은 활자 하나하나에 깃들어있다. 지역 현안과 국민들의 염원을 실현하기 위한 쓴소리도 마다않는다. 수필가로서의 책무도 다하고 있다. 김 수필가는 지난 2016년 군산에서 열렸던 수필의 날을 언급하며 이 행사가 지역에 새로운 문학의 씨앗을 뿌렸다고 평하고 있다. 더불어 지역출신 문인인 채만식, 문효치의 업적을 재조명하고 문학이 살아 숨 쉬는 군산이 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한다. 김철규 수필가는 전북일보 편집부국장과 논설위원을 거쳐 전라북도의회 의장과 군산문인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한국수필문학상, 세종문학상, 전북수필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수필집 <인연> 등 10여권과 시집 <내 영혼의 밤섬> 등 2권을 펴냈다. 김철규 수필가는 또 자신의 고향인 군산과 전북 문학 발전에 기여한 문인들을 발굴하기 위한 청암문학상을 제정하기도 했다. 오는 19일 오후 4시 군산보훈회관에서는 제2회 청암문학상 시상식이 열린다. 청암문학상운영위원회(위원장 공종구 군산대학교 교수)는 군산문인협회의 추천을 받아 향토문학창작과 문협 발전에 기여한 원로 문인 소영자(83) 수필가와 이양근(78) 시인을 공동수상자로 결정했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19.10.16 18:59

[신간] 나이테에 그린 꽃무늬

책상 뒷다리를 23.5˚ 쯤 / 높직이 고였더니 // 읽고 있는 시의 행간에 / 고였던 / 당신의 마음이 // 왈칵 내 가슴팍으로 / 쏟아졌습니다 // 그리움이 / 파랗게 번진 자국 / 지울 재주가 없으니 // 그냥 이리 살렵니다. (김계식의 시 꽃무늬 전문) 넓고 깊은 시의 바다에 이르기 위한 작은 불빛이 모여 단시집 <나이테에 그린 꽃무늬>(신아출판사)로 완성됐다. 교원문학 회장인 김계식 시인은 지난 2016년 2월에 편 단시선집 <꿈의 씨눈>과 같은 모양으로 새로운 단시 100여편을 골라 묶었다고 소개했다. 김 시인의 두 번째 단시집인 이번 책에는 별 익는 여름밤, 동심원, 이삭줍기, 연단, 내게로 오오 등 총 5부로 나누어 121편의 글을 수록했다. 특히, 김제예총의 김제김영 회장이 감상평을 각 편마다 짝 지어 담아 감상의 폭을 넓혔다. 김제김영 회장은 김계식 시인의 이번 책에는 <꿈의 씨눈> 때보다 이성적이고 철학적인 시가 훨씬 많아 감상을 위한 공부를 많이 해야 했다며 삶의 모순과 부조리를 천착해서 써내려간 철학적 사유들을 따라잡느라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이 됐다. 최선을 다해 작품을 감상했으나 감각과 지각이 다르다는 걸 다시 확인하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뿐만 아니라 글의 내용을 풀어낸 정겨운 삽화는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는 맛을 돋운다. 봄기운으로 물든 산, 별이 토실토실 익어가는 여름밤, 희꾸무레한 동녘 하늘, 사시사철 풍요로 넘치는 산과 들 등 자연의 선물과도 같은 정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단시이다 보니 호흡이 간결하고 전달하고자 하는 뜻이 명확해 가벼운 마음으로 독서에 나서기 좋다. 동시에 깊이 있고 철학적인 내용으로 독자들을 성찰의 세계로 이끈다. 전주교육청 교육장을 역임한 김계식 시인은 현재 한국문인협회 숲문화개발위원, 전북문인협회 자문위원, 전북시인협회전주문인협회완주문인협회 이사 등으로 문단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성경전서 필사본 간행과 더불어 신앙시선집단시집시선집 등 시집 20여권을 출간했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19.10.16 18:59

[신간] 농촌마을 배경 3편의 동화, 1권의 책으로

30여년간 다양한 농촌동화소설을 써온 황현택 작가가 군산 농촌마을을 소재로 한 동화집 <집오리를 하늘로 날린 십자들 소년>(인문사아트콤)을 펴냈다. 이번 책에는 녹두교장 파랑새를 찾아라, 사옥평화행복동물농장, 집오리를 하늘로 날린 십자들 소년 등 세 편의 동화를 하나로 묶었다. 세 편의 동화에는 각각 농촌을 배경으로 자연과 친구삼고 살아가는 맑고 깨끗한 동심의 세계를 담았다. 특히, 녹두교장 파랑새를 찾아라는 동학혁명 유적지 이평들 아이들과 작가와의 동심의 소통을 형상화했다. 사옥평화행복동물농장 역시 인간의 편견과 욕심으로 동물이 버림받는 요즘 세태를 비판하고 동물을 사랑하는 천사들의 이야기를 녹여냈다. 황현택 작가는 이번 동화는 특히 아이들에게 좀 더 친근감이 가는 언어를 가려가며 쉽게 썼다며 책을 읽는 모든 독자들이 농촌이 꿈과 희망이라는 메시지를 느꼈으면 한다고 전했다. 황현택 작가는 군산 나포 출신으로 임피중학교와 군산고등학교, 전주교육대학교를 졸업했다. 1991년 동화 바다소녀의 꿈으로 등단했으며 2003년에는 표현문학 시 당선과 전라북도 교육대상이라는 겹경사를 안았다. 이후 한국아동문학 작가상, 전북예술문학 도지사상, 군산시민의장, 전북하림문학상, 전북해양문학상, 전북아동문학상, 대한민국지역사회공헌대상, 교원문학상을 수상했다. 군산신흥초등학교 교장을 지냈으며 현재는 평생교육전북독서교육원장으로 있다. 정년퇴임 후 13년 동안 전북의 자랑스러운 인물도서독후감 공모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동화집도 이 대회 필독도서로 채택된 바 있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19.10.16 18:59

중견 서양화가 소훈 개인전, 21일까지 전주 교동미술관

나에게 그림은 그저 멈추기 싫은 몸짓입니다. 주변의 좋은 사람들, 그들의 향기에 물감을 개어 내 캔버스 한가운데에 사람 냄새 각인하며 살고 싶다는 중견 서양화가 소훈 작가. 그의 열여덟 번째 개인전이 월간 <미술세계>의 기획 초대전으로 21일까지 전주 교동미술관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 소훈 작가는 그가 만난 사람들의 초상, 땅과 하늘이 조화를 이루는 풍경이 담긴 작품들을 선보인다. 소훈 작가는 젊은 화가지망생 시절을 회상할 때마다 눈빛이 뿌옇게 흐려짐을 막을 수 없다. 정말 순수했던 그림에 대한 감정도, 세상을 보는 눈빛도 탁해져 버렸다. 그래서 쓸쓸하다. 그래서 더욱더 그 시절에 대한 그리움이 사무친다며 더 늦기 전에 가물가물 보이는 좁은 길을 거슬러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야 할 때다. 다시 한번 내 그림들을 펼쳐 놓아본다고 했다. 소훈 작가는 전북대학교 미술학과와 같은 대학 대학원을 졸업했다. 전주서울러시아를 오가며 개인전을 열었고, 500여 회의 그룹전에 참여하는 등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전북수채화협회장, 전북인물작가회장 등을 지냈으며, 전주시 예술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대한민국미술대전 운영위원, 전북대평생교육원 전담교수 등을 맡고 있다.

  • 문화일반
  • 이용수
  • 2019.10.15 19:57

아내는 그리고, 남편은 글쓰고…부부의 정다운 ‘동행’

아내가 그린 민화와 남편이 쓴 시가 만나 함께 발 맞춰 나아가는 동반자의 삶을 이야기한다. 오는 14일 전북도청 기획전시실에서 첫 선을 보이는 동행展. 전통민화를 그리는 이경숙 화가의 두 번째 개인전으로 23일까지 10여 일간 이어진다. 이번 전시에서는 특별히 이경숙 화가의 남편 안관엽 시인이 쓴 시가 함께 한다. 전시 첫날인 14일 오전, 작품 설치로 분주한 전시실에서 이경숙(65) 화가와 안관엽(69) 시인을 만났다. 80여점에 달하는 민화 작품은 전시실 벽면을 빼곡히 채우고도 미처 다 걸지 못해 바닥에 비스듬히 기대어 있었다. 이경숙 화가는 전통민화를 중심으로 올곧게 작품활동을 이어왔다. 지난 2010년 전북전통민화회원전을 시작으로 지산회, 한국민화진흥협회, 한국미술협회, 한중일예술초대전, 국제초청교류전 등에서 참여했다. 한국미술협회 민화분과 이사이자 전북전통공예협회한국민화진흥협회 심사위원으로 있으며 현재 예진민화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번 개인전에서는 모란책가도, 봉수당진찬도, 낙담헌양로연도, 금강산만물 초승경도 등 세밀한 묘사가 단연 돋보이는 작품을 중심으로 선보인다. 특히, 작업기간만 3년반이 걸렸다는 태조어진은 십장생화, 문인화, 책가도, 문자도, 풍속도 등 민화의 10여장르를 모두 섭렵한 이경숙 화가의 솜씨를 짐작케 한다. "민화는 우리 생활을 진솔하게 담아내요. 색깔과 재료도 자연의 것을 보니 친숙하죠. 제 고향인 전북에서 꾸준히 민화작품을 선보이고 싶어요. 우리 것을 지켜나가는 작업은 오랜 세월이 결실을 맺는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이경숙 화가는 민화 홍보대사로 불릴 만큼 전북지역 민화 보급에 힘을 쏟고 있다. 민화의 매력을 알게 된 지가 16년이 훌쩍 넘었다. 그간 전북전통민화회 활동과 전북대평생교육원 민화 수업, 초대전, 작품활동에 종횡무진하면서도 한시도 붓을 놓지 않았다. 연을 맺고 민화를 가르친 제자들도 100여명에 이른다.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남편 안관엽 씨의 내조 덕분이라고 말했다. 안관엽 시인도 그간 쌓아온 추억과 그리움을 시편으로 풀어냈다. 그것은 때로는 사랑이며, 때로는 이별의 한 장면이었다. 오랜 세월 이해하며 함께 살다보니 외모와 내면이 쏙 닮아버렸다는 부부는 부부시화전으로 새로운 발걸음을 시작했다. 이왕 닮은 것 많으니 / 시답잖은 것까지 닮아보고 / 이왕지사 / 별스럽게 같이해 보자고 / 부부시화전을 열기로 했다. (안관엽의 시 동행 中) 이번 전시에서는 인생고비, 능소화, 아침의 신록, 신호등, 그릇 깨는 소리 등 다섯 편을 선보인다. 보다 많은 글은 전시 책자에 실었다. 안관엽 시인은 제 글은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내 스스로의 감정을 다 드러낼 수 있도록 쓰고 싶다며 아내도 지금껏 해왔듯이 앞으로도 건강을 헤치지 않으면서 민화세계를 올곧게 이끌어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부부의 다정한 면모는 이처럼 전시장 곳곳에 녹아있다. 같은 곳을 바라보고 속도를 맞춰 걸어나가다보니 발걸음마저 닮아버렸다는 말. 부부는 30년 이상 이어갈 앞으로의 동행을 그리며 글과 그림으로 그 약속을 대신했다.

  • 문화일반
  • 김태경
  • 2019.10.15 19:57

‘한국의 몽마르뜨’ 전주 치명자산, 무용극으로

강명선현대무용단(대표이사예술감독 강명선)이 오는 18~19일 전주한벽문화관 한벽공연장의 저녁을 사랑의 몸짓으로 밝힌다. 이번 공연의 주제는 백년의 조각들 - 치명자의 몽마르뜨로, 강명선 예술감독의 야심작이다. 2019 상주단체 우수 레파토리로 선정된 것을 보완해 두 번째 무대를 선보인다. 연출 김영진, 조안무 강소영한솔김수지, 지도 고현정노우리가 참여했다. 뮤지컬 수 컴퍼니 대표인 박근영 배우가 특별출연하며, 양수지 시낭송가가 해설을 더한다. 전주한벽문화관 상주단체로 활동하고 있는 강명선현대무용단은 들꽃, 달, 첫눈, 바다, 별 등 자연의 소재를 빌려와 순수예술로 녹여내왔다. 이번 공연 또한 전주 한벽루 주변을 에워싸고 잇는 흩어진 역사적 공간을 한 곳에 모으는 과정에서 치명자산이라는 자연 환경에 주목한 결과물이다. 한국의 몽마르뜨라고 불리는 치명자산은 천주교가 박해받던 조선말기, 신앙을 지키다가 목숨을 바친 천주교 순교자 7명이 묻힌 장소로, 박해와 죽음 앞에서도 믿음을 버리지 않았던 이들의 정신이 깃들어있다. 특히, 동정녀 부부로 널리 알려진 유중철(요한)과 이순이(루갈다) 부부의 삶과 사랑이 꽃피운 곳이기도 하다. 이번 작품에서는 치명자산 성지에 담긴 순교자들의 사랑과 믿음의 이야기를 현대무용으로 현대무용으로 풀어냄으로써 절대적인 사랑을 지켜내기 위해 자신을 불태웠던 진정한 영성(靈性)을 이야기한다. 이를 통해 자극적인 현대사회에서 진정한 사랑의 모습을 되돌아보는 시간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강명선 예술감독은 동정녀 부부의 거룩한 사랑의 비밀은 작품을 준비하는 과정과 글을 쓰고 있는 현재까지도 저 스스로에게 지속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며 진정한 사랑에 대한 답을 이번 공연을 찾아주시는 여러분과 함께 찾으려고 한다. 전북지역 현대무용을 지켜나가고 있는 제자들과 단원들에게도 힘찬 응원 보내주시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작품은 전북문화관광재단 2019 상주단체 육성 지원사업에 선정돼 작품제작 지원을 받았다. 18일 오후 7시 30분, 19일 오후 6시 두차례 공연한다.

  • 문화일반
  • 김태경
  • 2019.10.15 19:57

박물관과 함께하는 국악향연

국립전주박물관의 정기공연 박물관과 함께하는 국악향연이 전북도립국악원의 공연으로 관객들과 만난다. 오는 18일 오후 3시 박물관 2층 로비에서 열리는 이번 공연은 박물관과 함께하는 국악향연을 주제로 퓨전국악과 전통연희 등 국악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무대로 꾸민다는 계획이다. 지난달 국립전주박물관과 국립민속국악원, 전북도립국악원이 맺은 업무협약에 따른 것으로 이날 공연에는 도립국악원의 창극단, 무용단, 관현악단, 공연기획팀 등 총 18명의 출연진이 참여한다. 프로그램은 △영화음악 메들리 △아리랑변주곡 △판소리 춘향가 △무용 꽃춤 △재즈장구 등 국악의 참 멋을 풀어내기 위한 다채로운 장르로 구성했다. 가야금, 해금, 대금, 피리, 신디 등 전통 악기의 환상적인 하모니를 감상할 수 있는 세계 명화기행 영화 음악 메들리와 우리 민요 중 가장 대표적인 아리랑을 새롭게 해석한 아리랑 변주곡을 선보일 예정이다. 또한 춘향과 몽룡의 애절한 이별을 노래한 판소리 춘향가 중 오리정 이별대목과 봄의 기운을 여인의 아름다운 몸짓으로 그려낸 무용 꽃춤, 태평소와 장구가락이 어우러져 신명난 한판을 벌이는 재즈장구까지 다채로운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전주박물관 관계자는 오는 12월까지 이어질 국악향연을 통해 무대와 객석이 가까워지는 체험을 제공, 국악공연이 활성화하는 데 힘을 보태겠다며 동시에 문화예술이 살아 숨 쉬는 박물관의 친근한 이미지를 조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문화일반
  • 김태경
  • 2019.10.15 19:57

[리뷰] 생텍쥐페리 소설 어린왕자 스토리, 발레극으로 재해석

손윤숙 이마고발레단(Imago Ballet)의 2019년 전라북도 무대지원 선정 작품 Orbit the Star공연이 9월 4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서 성황리에 개최됐다. 이번 작품은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왕자를 발레극 형식으로 재해석해 진실을 찾아가는 여정을 신비롭고 순수한 발레 몸짓으로 그려냈다. Orbit the Star는 어린왕자 스토리에 상상력을 보태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일까? 라는 질문을 출발점으로 해답을 찾아가는 발레극이다. 총 3막 3장이며, 첫 장면은 극장 메인막의 홀로그램막에서 투영되는 어린왕자의 영상과 함께 사막에 불시착하는 비행기에서 탈출한 조종사와 어린왕자, 권위, 허영, 술꾼, 사업가, 법률가, 여우와 뱀 그리고 사랑의 꽃과의 만남과 헤어짐으로 별여행의 여정을 떠났다. 이번 작품에서 주목할 부분은 발레극의 효과를 한층 더 살리기 위해 많은 고심과 시도 끝에 선택된 영상디자인과 무대디자인 및 음악의 협업작업이다. 관객들이 작품의 몰입하고 만족할 만한 성취를 이뤄냈으며, 기존 발레가 표현해낼 수 있는 제한된 영역을 설득력있고 탄탄하게 구성, 군무속에서도 발레의 유려한 아름다움을 뽐냈다. 특히 기존 고전발레 테크닉과 안무구조의 틀을 완전히 허물어 감각적이고 모던한 움직임과 연극적 마임의 조화로움으로 역동적이며 동시에 서정적인 분위기로 무대를 장악해나갔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극의 후반부 이뤄진 어린왕자와 꽃(손윤숙 교수)의 만남과 헤어짐이었다. 고유한 빛을 고고히 내며 한송이 꽃과 함께 이루어진 두 사람의 춤은 숨을 참고 봐야 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긴 세월 끊임없는 노력과 훈련으로 다져진 발레리나의 아름다운 몸짓은 따스한 위안과 어린왕자의 순수한 마음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극의 전체적인 전개도 지루할 틈 없이 상당한 속도감을 보였다. 뱀의 유혹과 여우의 섬세하고 다이나믹한 움직임의 표현은 기존 고전발레 동작의 나열이 아닌 새로운 동작을 개발한다는 신선함을 안겨줬다. 여기에 대사없이 이뤄지는 각 캐릭터의 직관적이며 독특한 움직임은 대중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만큼 가까이 다가와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안무의 구성은 대칭과 비대칭의 조화를 이루고 있었으며, 구간별 군무장면과 함께 울려퍼지는 음악의 반복적인 사용은 리듬감을 돋보이게 했다. 이러한 음악의 반복적인 사용은 동작의 익숙함 속에 또 다른 다양한 이미지와 분위기를 보여줬다. 또한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음악의 주제 테마를 중심으로 확장되는 조율은 웅장하면서도 섬세한 발레극을 보는 재미를 더했다. 손윤숙 이마고발레단(Imago Ballet)은 발레 불모지와 다름없는 전북지역 발레예술의 저변확대와 일반인들의 예술향유의 기회를 주고자 1993년부터 작품 창작활동을 시작했다. 손윤숙 예술감독 또한 전북대학교 예술대학 무용학과 발레전공교수로서 26년여년간 발레예술의 발전과 후학을 양성하며 창조적인 무용예술인육성을 위해 노력해왔다. 이번 작품은 근래 관람한 공연작품 중에서 손꼽히는 수작으로서 전북지역내 발레인구의 축소라는 고민에 대한 명확한 대안을 제시하기에 충분했다. 추후 전북지역의 발레 활성화를 위한 노력이 쉽지는 않겠지만 손윤숙 이마고 발레단의 창의적 안무의 시도는 전라북도 무용예술의 발전에 새로운 계기를 마련하리라 기대해본다. /문정근 산조전통무용단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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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0.14 17:44

전북예총 회장 선거 앞두고 문화예술계 ‘폭풍전야’

(사)한국예총 전북연합회(이하 전북예총, 회장 선기현) 제24대 회장 선거를 3개월 앞두고 지역 문화예술계가 뜨겁다. 누가 출마할 것이고, 누가 적임자인지. 내년 1월 17일 치러지는 전북예총 회장 선거는 3연임을 한 현 선기현 회장을 이어 전북문화예술의 미래를 이끌어갈 수장을 뽑는 만큼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유력 후보군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고, 후보 간 물밑경쟁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상황이다. 출마 의지를 밝힌 후보군은 전 전북소설가협회장인 김상휘 소설가, 전북예총 부회장인 안도 시인, 이석규 전 전북사진가협회장, 최무연 전북예총 부회장(이름순) 등 네 명이다. 이외에 표현문학회장을 맡고 있는 소재호 시인이 마땅히 출마해야 할 잠룡으로 거론되고 있다. △유력 후보군에게 들어 본 전북예총 운영 계획 먼저 김상휘 소설가는 한국예총 대외협력부원장을 맡아 일한 경험을 살리겠다. 전북예총의 변혁과 개혁, 중앙으로부터 예산을 더 받아오기 위해 노력하겠다. 젊은 예총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또한 중앙 공모에 적극 참여해 전북예총 회원의 활동영역을 확대하고, 무주장수순창예총 설립도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안도 시인은 보여주기, 실적 위주의 고답적 구태에서 벗어나 시대의 변화에 맞는 획기적인 변화를 추구하겠다며 지역문화 거버넌스 체제를 구축하고 지역기업과 예술단체의 메세나 운동을 전개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이어 예술인력 뱅크 운영과 함께 무주장수순창예총 설립 계획도 언급했다. 이석규 전 전북사진가협회장은 수준 높은 전통문화예술을 유지발전 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 문화예술인과 도민이 함께 소통하며 창작예술을 발전시켜나가도록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전북예술인 복지향상, 문화예술인대회 개최 등도 계획하고 있다. 최무연 전북예총 부회장은 예총의 변화는 곧 예술인들의 변화와 경제적인 문제 해결이 우선이라 여겨진다며 회원들의 상호정보교환을 통한 유대강화, 창의적인 작품활동 방안, 기업과의 유대 등을 모색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개발, 원로예술인에 대한 노후대책 등을 고민하고 있다. △뜨거운 감자 전북문인협회 후보군 단일화와 새 인물론 이번 선거에서 가장 뜨거운 쟁점은 전북문인협회 소속 후보군의 단일화다. 전북문인협회 소속인 김상휘 소설가와 안도 시인이 나란히 출마 의지를 밝혔고, 문인협회 회원들은 후보 단일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기 때문이다. 김상휘 소설가는 전북문협 회원으로 여러 명이 후보로 나설 경우, 단일화에 찬성한다. 다만 흠결이 있는 후보라면 단일화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김 소설가는 금전출납부 파쇄와 단체기록 훼손 등을 흠결로 들었다. 이어 후보 단일화를 위한 정책토론을 제안했다. 안도 시인은 후보 단일화와 관련 단일후보 조정위원회를 구성하자고 제안하고, 조정위 결정에 따르겠다고 밝혔다. 전북문인협회 후보 단일화가 쟁점으로 떠오르며 지역 문인들 사이에서는 제3의 인물론도 나오고 있다. 전북예총 회장에 걸맞은 사람이 후보로 나서야 한다는 것. 이와 관련 거론되는 인물은 소재호 시인이다. 그러나 소재호 시인은 이번 전북예총 회장은 문인이 맡았으면 좋겠다. 문인협회 후보를 단일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한편 전북예총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소속 협회장의 추천을 받거나, 협회 대의원 또는 이사 1/5의 추천 서명을 받아야 한다. 또한, 소속 협회장은 복수 후보를 추천할 수도 있다. 따라서 문인협회 소속 후보가 단일화에 실패할 경우, 류희옥 전북문인협회장의 추천을 받거나 이사 약 20명의 서명을 받아야 선거에 나설 수 있다. △차기 전북예총 회장이 갖춰야 할 덕목과 선거 일정 차기 전북예총 회장은 어떤 덕목을 갖춰야 할까. 선기현 현 회장은 포용력과 자기희생을 강조했다. 10개 협회와 시군지부를 아우를 수 있는 포용력 있는 사람, 자신을 낮추는 희생정신으로 교통정리를 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죠. 선기현 회장은 지역 예술인들이 전북을 떠나는 현상이 있다며 차기 회장은 예향 전북에 걸맞게 예술인들이 머물고 안정적으로 창작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예비 예술인들이 꿈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 주춧돌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북문화예술의 발전과 회원 화합을 위해 말뿐이 아니라 진실로 자신을 내려놓을 수 있는 사람이 적임자라는 것이다. 한편 전북예총 제24대 회장 선거관리위원회는 오는 11월께 구성될 전망이다. 선거인단은 각 시군지부 회장 및 협회 지부장 83명과 10개 협회 83명 등 166명이다. 협회 대의원 수는 시군지부 대의원 수와 동수로 한다는 규정에 따라 83명으로 정했으며, 협회 창립년도에 따라 추가 대의원이 배정됐다. 백봉기 전북예총 사무처장은 11월 중순이나 늦어도 12월 초 예총회장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하고 후보 접수 등 선거절차를 밟을 예정이다며 선거일은 규정에 따라 내년 1월 17일에 치러지고, 선거인수는 166명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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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용수
  • 2019.10.14 17:33

[박물관 유물로 읽는 옛 이야기] 청자 국화무늬 잔과 잔받침

이규보李奎報(1168~1241)는 고려 시대의 대문인이었다. 그의 본관은 황려, 호는 백운거사이며, 시‧거문고‧술을 좋아하여 삼혹호三酷好선생으로 불렸다. 그는 글과 시에 대한 재주가 탁월하였고, 늘 술과 시를 오락 삼아 침상에 누어서도 시를 끊임없이 읊었다고 한다. 문집으로는 『동국이상국집』이 남아 있다. 그가 쓴 시 가운데 청자술잔에 관한 시가 있다. 청자술잔을 예찬하며 그로 인해 술에 탐취貪醉하는 내용이다. 그의 호를 떠올려보면 이런 소재로 시를 썼다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가 청자 제작 과정과 청자의 특성을 아주 정확히 파악하여 표현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를 짓게 된 계기는 김군金君이 녹색 자기[綠甆] 술잔을 두고 시를 지어 달라는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다. 청자술잔을 함께 완상할 사람이 있었던 것이다. 시상詩想은 청자의 제작으로 시작하여, 청자의 특성, 솜씨와 문양 예찬으로 이어졌다가 술잔으로 인한 술의 탐취로 끝을 맺는다. 앞의 세 부분을 자세히 살펴보자. 남산에서 많은 나무를 베어[落木童南山] 연기가 해를 가릴 정도로 가마에 불을 지펴서[放火烟蔽日] 청자를 구워내었다[陶出綠瓷杯]. 많은 땔나무가 필요한 것은 청자는 이전 도기와 달리 1100-1200도의 높은 온도에서 구워 내기 때문이다. 또한 열에서 우수한 하나를 골랐다[揀選十取一]고 할 정도로 질 좋은 청자를 얻기가 쉽지 않았다. 그렇게 얻은 청자술잔은 선명하게 벽옥빛이 나고[瑩然碧玉光], 영롱하기가 수정과 같으며[玲瓏肖水精], 단단하기가 돌과 맞먹는다[堅硬敵山骨]고 하였다. 이 시구들보다 청자의 특성을 더 정확히 간파하여 말하기는 어렵다. 청자색은 옥에서 유래하였다. 이 선명한 벽옥색을 고려인들은 보통 비색翡色이라 불렀다. 수정과 같은 영롱함은 유약이 유리질화 된 자기표면을 가리키고, 돌 같은 단단함은 강한 경도를 말한다. 이 같은 유약 상태와 경도는 높은 기술력으로 제작되는 자기의 특성이다. 또한 술잔을 만든 솜씨는 하늘의 조화를 빌려 왔고 [酒知埏塡功 似借天工術], 가늘게 꽃무늬를 놓았는데[微微點花紋] 묘하게 화가의 솜씨와 같다[妙逼丹靑筆]고 하였다. 아! 고려 시인 이규보가 그토록 아름답다고 찬탄한 청자술잔은 어떤 것일까? 아쉽게도 시를 짓게 한 그 술잔의 행방을 알 수 없다. 그러나 그가 예찬했을 법한 종류의 청자술잔(혹은 찻잔)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여러분이 국립전주박물관 미술실에 오셔서 이런 청자술잔을 찾아보시길 바란다. /김현정 국립전주박물관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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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 2019.10.14 17:01

“진한 묵향 속으로” 2019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한달간의 향연 시작

제12회 2019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조직위원장 이선홍, 집행위원장 윤점용)가 지난 12일 전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국제회의장에서 개막식을 열고, 묵향의 향연을 시작했다. 자연정신과 서예를 주제로 펼쳐지는 이번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에서는 11월 10일까지 한 달간 6개 분야 31개 행사가 진행된다. 이날 개막식에서는 이선홍 조직위원장의 인사말, 송하진 전북도지사의 환영사, 내빈 축사에 이어 2019 비엔날레 기념공모전과 국제학술공모전 입상자에 대한 시상식이 열렸다. 올해 처음 제정된 2019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학술상 시상식에서는 이필숙 씨(성균관대)가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필숙 씨의 대상 수상 논문은 추사서예미학의 역리적 사유와 체현. 이밖에 장지훈 씨(경기대)가 우수상, 김백련 씨(서원대)가 장려상을 각각 수상했다. 또한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가 선정위원회를 꾸려 출품작 중에서 엄선하는 그랑프리의 영예는 왕위에촨 중국 북경대학교 서예예술연구소 소장의 작품이 꼽혔다. 그랑프리 시상식에서는 왕위에찬 소장을 대신해 구어자친 작가가 송하진 지사로부터 상장과 상금 1000만 원을 받았다. 시상식에 이어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해 기미독립선언서 전문을 붓글씨로 쓰는 퍼포먼스도 열렸다. 한편 이날 개막식에는 전북일보 윤석정 사장을 비롯해 송하진 지사,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 김광수 의원, 산민 이용 선생, 권창륜 서예총연합회장, 천진기 국립전주박물관장, 유재도 농협 전북본부장, 김동창 전북은행 부회장 등 2000여 명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 문화일반
  • 이용수
  • 2019.10.13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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