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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도내 쌀 생산량이 지난해에 비해 11.8% 줄었다는 정부의 발표를 놓고 뒷말이 많다. 엄격한 표본조사를 통해 생산량을 산출했겠지만 농촌의 현실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 것이다. 농촌문제에 대해 다소 과장되게 표현할 여지가 있는 농민단체들의 주장이 아니라 농업행정을 직접 담당하고 있는 농업직 공무원들의 생각이다.전북도 농정당국도 15일 강현욱지사에게 농림부가 발표한 도내 쌀 생산량을 보고하면서 도내 농촌의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는 내용을 설명했다.그동안 농촌의 수확현장을 비공식적으로 수시로 확인해본 결과 올해 벼 생산량이 농민들의 주장처럼 15∼20% 감소했다는게 전북도의 믿음이다.사실 전북도는 정부가 9·15 작황조사를 근거로 도내 쌀 생산량이 10.6∼10.8% 감소할 것이라고 발표했을 때만해도 ‘우리는 조사기관이 아니다’며 속내를 숨겨왔다.정부의 추정치가 현실과 거리는 있지만 ‘수확까지는 아직도 시일이 많이 남아있고 일기 등 변수도 있으므로 좀 더 지켜보자’며 입장표명을 보류해 온 것.그러나 정부의 최종 생산량 발표도 작황조사때와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자 전북도는 정부와 농민들 사이에서 난처한 입장이다.‘공무원으로서’ 정부의 공식발표를 믿어야 하겠지만 농촌의 현실과는 거리가 멀어 농민들을 이해시키기 어렵다는 것이다.작황을 굳이 숨길 이유도, 필요도 없는데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모르겠다며 믿기 어려운 쌀 생산량 발표로 인해 농정 전반에 대한 불신만 키운다는 불만이다.잦은 비와 태풍 등 불순한 날씨에 따른 쌀 생산량 감소는 농업정책의 실패와는 관련이 없는 것이다. 한 해 농사의 흉작으로 국민들이 당장 굶어죽는 것도 아니다.그런데도 정부의 발표 내용이 농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것과 거리가 있다면 뭔가 잘못된 것이다. 정확하고 투명한 조사와 결과 발표만이 국민의 신뢰를 얻는 길이다./이성원(본사 정치부기자)
겨울의 문턱에 들어서면 어김없이 철새들이 찾아온다.우리나라엔 약 4백여종에 달하는 조류들이 살고 있는데 그 중 텃새는 1백종도 안되는 반면 대다수가 철새라는 게 조류학계의 통계이다. 그 중에서도 겨울철새가 가장 많다는 것이다.16대 대선을 코 앞에 두고 다시 정치 철새들이 활개치고 있다.으레 선거철마다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그 정도가 너무 심한 것이 정치 불신을 넘어 냉소와 실소(失笑)를 자아내고 있다.엊그제 집권 여당에 몸담아 장관과 당 중역 등 한 자리씩 꿰찼던 금배지들이 헌 신짝버리듯 민주당을 떠나 한나라당으로, 국민통합 21로 우르르 몰려가고 있다.나름대로 ‘국가· 정치안정’과 ‘역사의 대세’라는 명분과 구실을 내세웠으나 국민들은 ‘권력의 단맛’을 좇는 곡예 정치꾼으로 치부할 뿐이다.이같은 철새 정치인의 이동은 전북지역도 예외는 아니다.대선 후보들의 지지도와 당선 가능성에 따라 이 당 저 당 기웃거리는 줄타기행태가 난무하고 있다. 얼마전 모 정당 지구당위원장을 맡아 당 총재의 대통령 당선을 위해 분골쇄신(粉骨碎身)하겠다며 충성서약까지 한 인사가 국민통합 21에 전격 입당함에 따라 주위를 놀라게 했다.반면 국민통합 21의 창당 발기인으로 참여했던 인사들이 13일 한나라당 입당과 함께 이회창 후보의 지지를 선언하고 나섰다. 그들은 한때 민주당과 자민련 공천으로 도의원 배지를 달았었고 도의회 의장과 자민련 사무처장을 역임하기도 했었다.이에앞서 민주당 공천으로 재선한 모 지역구 의원도 후보 단일화라는 명분을 내세워 전격 탈당했고 중진의원 2명도 계속 탈당설이 나돌고 있다.민주 사회에서 정치인이 당을 옮기는 것은 자유의사다.하지만 원칙과 소신없이 양지(陽地)만을 좇는 줄타기 정치는 선택과 결단이 아니라 변신과 변절이라는 꼬리표가 따라 다닐 뿐이다.정치 철새들에 대한 도민들의 시선이 결코 곱지 않다는 사실을 가슴에 새겨야 할 것이다./권순택(본사 정치부)
내장산 단풍관광이 막바지로 접어들고 있다.올해 내장산에는 5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전국 각지에서 몰려 들어 단풍을 즐긴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가을철을 제외하고 파리만 날리던 집단시설지구내 상인과 사찰,국립공원관리사무소, 택시기사들은 단풍덕분에 주머니를 든든하게 채워 얼굴에 웃음꽃이 가득하다.그러나 이 웃음뒤로 단풍구경왔다 바가지만 뒤집어쓰고 "정읍 진짜 형편없구만"이라는 나쁜 인상을 가지고 떠나간 수많은 관광객들의 씁쓰레한 얼굴이 떠올라 괘면쩍음을 금할수 없다.방하나에 최고 20만원까지 바가지를 쓰고 산채정식을 먹고 싶어도 팔지않아 요리가 간편한 비빕밥으로 허기진 배을 채우고 떠나간 관광객들은 지금쯤 내장산 국립공원에 대해, 정읍시에 대해 어떤 인상을 가지고 있을까.주차수입만을 위해 수많은 차량들을 들여보내 온통 주차장으로 변한 혼잡한 내장산 경내를를 보고 관광객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화려했던 내장산은 어디가고 예전같지 않은 단풍에 대해, 수십년이 흘렀어도 구경할 것이라곤 단풍밖에 없는 내장산 관광지에 대해 관광객들은 또 어떤 생각을 했을까. 서해안고속도로 개통이후 부안과 고창에는 정읍보다 몇배나 더많은 수백만명의 관광객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부창대교가 건설되고 서해안고속도로와 호남고속도로를 연결해주는 고창~장성간 4차선고속도로가 개통되면 현재보다 더많은 관광객들이 부안과 고창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고창 선운산 인근에 골프장이 들어서고 부안에 영상테마파크가 조성되면 관광객들의 발길은 더욱 바빠질 것이다. 이처럼 인근 부안과 고창이 지역경제활성화를 위해, 관광객유치를 위해 혼신을 다하고 있는 반면 그나마 단풍관광밖에 없는 정읍시는 매년 바가지를 일삼아 관광객을 내쫓고 있다.그야말로 통단할 노릇이다.상인과 시민,정읍시가 하나돼 관광객을 유치하는데 혼신을 다해도 부족한 터에 이들을 내쫓고 있는 상황을 보고 있노라면 안타까움을 금할수 없다.지금 정읍시의 관광정책이 총체적 난국에 빠져 있는 형국이다.이런 상황이 계속해서 되풀이 된다면 지역발전은 고사하고 인근 부안과 고창에 뒤쳐질 수밖에 없다.큰 것을 보지못하고 눈앞의 작은 이익에만 집착하는 상인과 손을 놓고 있는 정읍시,나만 잘살면 그만이라는 시민들이 이같은 위기를 위기로 느끼지 못하는한 지역발전은 정체상태를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이같은 총체적 난국을 타개하려는 정읍시와 상인,시민들의 작은 변화가 있기를 간절히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욕심일까./손승원(본사 정읍주재기자)
“소속단체가 아니라는 이유로 기념행사에서 빠지게 된다면 누가 고운 눈으로 볼수 있겠습니까.”‘군산농업발전을 위한 농업인 화합다짐대회’가 행정기관의 안일한 대처 등으로 반쪽대회로 치러지자 많은 농업인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군산시농업기술센터 주관으로 제7회 농업인의 날 기념 ‘군산농업발전을 위한 농업인 화합다짐대회’가 지난 11일 오전 군산시 소룡동 소재 대우군산직업훈련원 대강당에서 열렸다.농업인의 날은 농민들의 축제의 날이자 1년의 농가를 끝내고 서로의 노고를 치하하고 격려하는 농업인의 잔치날이다.그러나 여기에 농업인단체중 주도세력이라 할 수 있는 한국농업경영인 군산시연합회(이하 농업경영인회)와 농민회 등이 군산시농업기술센터 산하단체가 아니라는 이유로 이날 참석에서 아예 배제됐다.이번 행사를 주관한 시농업기술센터측은 지난해 행사를 치르는 과정에서 우리 산하단체인 농촌지도자 군산시연합회 등과 다른 참석단체와의 불협화음으로 이같은 결정을 불가피하게 내린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이에 농업경영인회측은 “지난해 일반 농업인들 뿐 아니라 대부분의 농업인 단체 협의회원들이 대거 참석, 단결과 화합을 다짐하는 행사로 치렀는데 올해는 기념행사조차도 없이 끝나게 됐다”면서 참담한 표정을 지었다.농업인경영인회는 “행사가 사전에 계획돼있는데다 시간도 어느정도 있었던 만큼 농업인단체 협의회와 같은 조직을 통해 농업인들의 자율적인 결정으로 행사가 치러졌어야 하는 것이 아니었느냐”고 반문했다.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은 수십년간 젖은 관(官)주도적인 습성때문은 아닐까.시농업기술센터는 수십년동안 농업인력 육성과 기술보급등을 담당하는 우리나라 농업현대화에 앞장선 중추농업기관이었지만 시대조류 변화에는 동떨어진다는 세인들의 지적과는 무관한 일은 아닐 것이다. 많은 농업인들은 “앞으로는 농업인간 반목을 조장하는 행사로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선 행정이 갈등적인 접근보다는 화합과 단합을 도모할 수 있는 노력과 함께 시내부의 합리적인 조정이 아쉽다”고 강조했다./정영욱(본사 군산주재기자)
제83회 전국체전이 열리고 있는 제주에 김제시 소속 선수들을 격려하기 위해 곽인희시장및 의원들이 대거 몰려가자 시민들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금번 전국체전에 참여, 김제시와 전북의 명예를 드높이고 있는 김제시 소속 선수들은 필드하키와 태권도 등 6개 종목에 모두 48명.이중 필드하키는 제주에 운동장이 없어 부산에서 게임을 치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필드하키선수 28명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제주에 남아 있는 김제시 소속 선수들은 20명이다.곽인희시장과 김제체육회 임원 등 12명은 지난 10일 2박3일 일정으로 이들 20명의 선수들을 위로 격려하기 위해 제주로 날아갔다.또한 이필선 김제시의회 부의장 등 6명도 11일 2박3일 일정으로 제주로 출발했다.이같이 선수들의 격려를 위해 여러사람들이 다른 일정으로 제주로 향하자 시민들의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리고 있다.한 시민은 ”김제시 소속 선수들의 선전을 위해 시장 등이 제주로 내려가는 것은 당연한 일로 생각된다“면서 ”그러나 여러사람들이 다른 일정으로 제주에 내려가는 것은 혹시 염불보다는 잿밥에 생각이 있어 그러는거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머리를 갸우뚱했다.또 다른 한 시민은 ”제주에만 선수들이 있고 부산에는 선수들이 없느냐“면서 ”부산에 있는 선수들이 이 사실을 알 경우 얼마나 서운하겠느냐“고 반문했다.그러면서 이 시민은 ”차제에는 많은 숫자보다 꼭 가야할 사람들로 격려단을 구성, 일시에 다녀오는게 예산절감 등 효과적이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결국 이번에 제주의 선수들을 위로 격려차 방문한 사람들은 순수한 방문이었음에도 오이밭에서 신발을 고쳐맨 격이 된 것 같아 뒷맛이 씁쓰름할 따름이다./최대우(본사 김제주재기자)
‘개과자신(改過自新)’. 자신을 고치어 스스로 새로워진다는 뜻이다. 자신의 잘못 보다는 남의 잘못이 커보이는, 그래서 자신의 허물은 허물이 아닌 냥 여기는 요즘, 이 단어는 사전이라는 무덤에 갇힌 ‘사어(死語)’에 불과했다.2002년 11월 10일, 민족문학작가회의 소속 2백50여명 민족문학인들이 이 죽은 언어에 훈훈한 숨결을 불어넣음과 동시에 자신들도 새롭게 거듭났다.굴곡으로 가득한 현실을 똑바로 인식하지 못하고 실천문학에의 의지를 고사시켜 놓았던 민족문학인들이 비로소 침묵에서 깨어나 ‘전주선언’을 채택, 천명한 까닭이다.민족문학인 스스로에 대한 다짐이자 수많은 독자와 국민들이 민족문학인의 활동을 감시· 비판·견제하라는 통보나 다름없는 이 선언의 배경은 그동안 걸어온 민족문학인들의 행보에서 읽을 수 있다.유신독재와 맞서 처절하게 싸우며 실천문학을 굳건하게 다졌던 자유실천문인협의회의 맥을 계승했다는 작가회의와 민족문학인들은 80년대 이후 나라와 민족을 위한 ‘실천성’을 잃어버린채 방황하고 말았다. 본질적인 문제는 언급을 회피한 채 미시적인 문학소재에 빠져버린 민족문학인들은 바르지 못한 현실에 한번도 대응하지 못하고 성명서 하나 제대로 내지 못했다. 민족문학인들의 이같은 침묵은 극우이데올로기 강화에 힘을 실어준다는 비판까지 받았다.독자들의 외면과 문학의 위기를 스스로 자초한 민족문학인들은 이곳 전주에서 ‘곪아야 터지는’것 처럼 오랜 침잠(沈潛)을 되풀이한 끝에 ‘전주선언’을 탄생시켰다.한반도와 세계평화, 그리고 대선정국에 대한 입장을 밝힌 ‘전주선언’은 비록 아쉬움이 없지 않지만 74년 유신독재에 맞선 자유실천문인협의회가 터트린 시국선언의 의미와 비견될 만하다. 더욱이 대선을 불과 한달여 앞둔 정치·사회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발표한 정치적 선언은 ‘사회참여형 문인’으로 거듭나겠다는 민족문학인들의 의지를 읽어내기에 충분하다.민족문학인들이 보여준 자신(自新)이 자신감(自信感)으로 이어져 사회를 올바르게 바꾸고 한반도와 세계 평화를 이끌어내는 큰 물결을 만들어내길 기대해 본다./임용묵(본사 문화부기자)
입시 대장정, 이젠 대학차례다. 수능시험때면 해마다 거르지 않고 계속되던 ‘입시추위’가 올해는 비켜갔지만 입시철 대학가에 불어닥칠 한파는 어느해보다 혹독할 것으로 전망된다.6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지면서 이제는 각 대학이 수험생 처지가 됐다. 특히 2003학년도에는 사상 최초로 대학입학 정원이 수험생 수보다 많은 ‘대입정원 역전시대’가 열림에 따라 대학측에서는 신입생 모시기에 사활을 걸어야 할 형편이다.내년 2월말까지 1백여일동안 계속될 입시기간 내내 대학 담당직원들은 시험을 치르는 수험생 못지않게 긴장된 나날을 보내야 한다.앉아서 수험생을 기다리던 시대는 이미 오래전에 지났고 이제 대학이 직접 나서 학생들을 모셔와야만 존립 기반을 유지할 수 있게됐다. 우수 신입생 유치도 문제지만 상당수 대학은 모집정원을 채우는 일 자체가 더 시급하다.더욱이 최근에는 수도권대학 미달사태가 편입을 통한 지방대생 추가이탈로 이어지면서 지방대학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지방대학이 이같은 총체적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적 발전의 토대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범도민 대책위원회를 구성, 지역사회가 힘을 모아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방대학이 황폐화된다면 진정한 지방자치나 지역활성화는 결코 기대할 수 없다. 중앙집권적 국정운영에 따른 지역사회 파괴현상을 가속화시킬 뿐이다. 수차례에 걸쳐 지방대학 육성방안을 발표한 정부도 정작 실효성있는 정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당장 가시적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겠지만 지방대학이 적어도 20∼30년전의 위상을 되찾을 수 있도록 지역사회의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최근 광주·전남을 시작으로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지방분권국민운동의 중심에 지방대학육성 특별법제정 운동이 포함된 것은 이같은 맥락에서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김종표기자 (교육문화부)
개교 83주년을 맞은 고창지역의 명문 G고등학교도 학생 유치활동을 일컫는 ‘입학작전’이란 전쟁터에서 예외일 수 없다.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어본 적이 없는 이 학교가 지난해 입학작전에 불참한 대가는 혹독했다. 개교 이래 첫 미달사태. 학교 관계자는 물론 동문들이 술렁거렸다.이 학교는 지난해 사태를 막기 위해 올해는 일찌감치 입학작전에 나섰다. 교장과 교사들이 직접 나서 관내 중3생들에게 입학을 독려했다. 치욕적이지만 어쩔 수 없는게 농촌학교의 현실이다.학생 모셔오기 경쟁은 이농이란 사회현상으로 해를 거듭할수록 야위어가는 농촌 공동사회의 공통현상이다. 고창 지역의 경우 올해 중학교 졸업예정자는 7백70여명. 하지만 관내 7개 고등학교에 필요한 학생수는 1천1백10명에 이르러 관내 중학교 졸업생이 모두 관내 고교로 진학한다고 가정해도 무더기 미달사태는 어쩔 수 없다.신입생 모집에 나서는 요즘 농촌지역 학교는 ‘사느냐 죽느냐’는 결사항전을 연상케 한다. 상대를 죽이지 못하면 내가 죽는 처절한 전투일 뿐이다.생사를 건 전쟁터인 만큼 이곳을 뛰는 전사들은 페어플레이란 단어는 내던져 버리기 일쑤다.상대 학교 헐뜯기·상대편 학생 빼오기는 기본. 페어플레이를 가르쳐야할 교육현장에 레드카드를 들 수밖에 없는 대목들이 잇따른다.더욱이 신입생 유치경쟁이 궤도를 이탈하면서 금품제공설까지 불거져 나오고 있다. 또 특정 학교를 겨냥한 폐교설을 흘리는 악의적인 흑색선전도 마다하지 않는다.중3생들은 하교길이나 방과후 가정을 찾아 오는 교사들을 잇따라 부딪친다. 교사들의 방문에 이골이 난 학생들도 슬그머니 먹고싶은 음식을 들먹이며 잔꾀를 부리기 시작한다. 교육이 무너지는 굉음이 곳곳에서 들리고 있다.올 신입생 유치전쟁도 이젠 막바지. 이 전쟁터의 승자와 패자 모두를 기다리는 것은 유혈이 낭자한 상처뿐이다. /김경모(본사 고창주재기자)
“누군가가 경찰에게 빼앗은 총기를 품고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는 생각도 끔찍한데 이제는 경찰관이 무고한 시민을 강도로 오인사살했다니 이럴 수가 있습니까”전주시 삼천동에 사는 강모씨(39)는 본사에 전화를 걸어 작심한 듯 분노를 쏟아냈다. 강씨는 “최근 전북경찰이 보여준 실망스러운 모습에 ‘이제는 누구를 믿고 살아야하는가’라는 자괴감만 가득하다”며 한숨을 내쉰 뒤 말꼬리를 흐렸다. 강씨뿐만아니라 지금까지 경찰을 민생치안의 보루로 굳게 믿었던 시민들이라면 누구나 마찬가지 심정일 것이다.경찰에게 총기는 공권력의 상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북경찰은 그러나 총기와 관련된 잇따른 실수로 인해 되레 ‘민생치안을 어지럽히고 있다’는 비난과 분노에 직면해 있다.지난 9월 경찰관이 파출소내에서 근무하다 괴한에 피살되고 총기를 잃어버린데 이어 지난 3일 새벽에는 전주중부서 삼천1파출소 소속 김모경사(45)가 강도를 쫓던 시민을 오인사살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더욱이 경찰은 사후 대응과정에서 정직성마저 내팽겨치는 우를 범했다.경찰은 당초 김경사가 범인을 2백여m를 뒤쫓다 추격전에 가세한 시민 백씨를 범인으로 착각, 권총을 발사해 숨지게 한 것으로 발표했지만 불과 하룻만에 김경사가 3m 거리에서 백씨를 쏘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단순히 ‘과잉진압’이나 ‘경찰의 축소·은폐아니냐’는 논란을 떠나 이번 거짓말은 공직자의 신뢰성에 씻을 수 없는 상처만 각인시켰다는 점에서 치명적이다.이같은 거짓말이 결국 기강해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경찰관이 살해당하고 총기가 탈취되는 사건 발생 당시 수뇌부가 엄중한 책임을 제대로 물었다면 이같은 어이없는 일이 또다시 발생했을 것인가라는 비난도 일고 있다.무엇보다 전북경찰은 스스로 민중의 지팡이를 부러뜨리는 자충수를 두었다. 시민들이 ‘누구를 믿어야하는가’라는 극단적인 분노가 팽배해진 지금, 전북경찰이 분골쇄신(粉骨碎身)의 의미를 곱씹어야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안태성(본사 사회부기자)
“사람 죽여놓고 의인으로 만든다니 말이나 되는 소리입니까. 공범으로 몰았던 억울함 때문에 제대로 눈도 감지 못할 것 같습니다.”백철민씨가 강도사건 현장에서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새벽녘 정신없이 시신이 안치된 병원을 찾은 유족들은 연신 허공을 두리번거리며 망연자실했다. 그들은 ‘경찰이 백씨를 의인에 선정되도록 노력하고, 국가적 보상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소식에 어이없다는 표정이었다.이날 새벽 백씨의 집에 찾아와 공범 운운했던 경찰 관계자나 사건발생 직후 파출소를 찾았을 때 ‘나가 있으라’며 수모를 겪었던 가족들에게 이제와서 ‘의인 추천’과 ‘국가 보상’을 들고 나온 경찰의 ‘발빠른 수습책’은 또다른 충격을 주었다. 경찰은 사고경위조사를 신속히 마무리하고 ‘의사상자 예우법’에 따른 보상과 함께 지방청 차원에서의 별도의 보상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그러나 사건 발생이후 한동안 공범의 가족으로 몰리면서 당해야 했던 유족들과 현장에서 친구의 죽음을 지켜봐야 했던 사람들에게 경찰의 이같은 대응은 분노로 달궈지기에 충분했다. 특히 현장에 있었던 친구들은 총격을 받은 백씨에 대한 응급처치의 미흡과 경찰이 총기를 사용한 당시 정황 등에 대해 여전히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죽이고 의인 만들겠다’는 경찰의 입장에 유족들이 반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진상규명보다는 ‘유족 달래기’에 매달리는 듯한 경찰의 자세에서 유족들은 실망을 금할 수 없다는 것. 이들 유족들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보상과 예우’도 중요하지만 철저한 진상조사와 사죄가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강도를 잡으려는 의로운 시민을 강도로 오인한 판단력과 사태를 가능한 빨리 매듭지으려는 순발력 사이에 ‘경찰, 과연 당신의 능력은 무엇인지’궁금해질 뿐이다./이성각(본사 사회부기자)
성서중 마르코복음 12장 41절을 보면 예수가 제자들에게 ‘과부의 헌금’에 대해 말씀하신 내용이 나온다.부자들 여럿이 와서 많은 돈을 헌금궤에 넣는데 가난한 과부 한 사람은 겨우 렙톤 두개를 넣었다. 이것은 동전 한 닢 값어치에 불과했다.그러나 예수는 제자들을 불러“저과부가 어느 누구보다도 더 많은 돈을 헌금궤에 넣었다.저 과부는 전재산을 다 털어 넣었으니 모두를 바친 셈이다”지난달 29일 흑염소 57마리(2천만원상당)을 도난당한 장수군 번암면 교동리 금천마을의 이승철씨(39).2천만원이 비록 적게 비쳐질지 몰라도 도난당한 흑염소는 이씨에게 성경에 나오는 과부의 헌금처럼 전재산이자 인생의 희망이었다. 이씨는 고2때 아버지를 여의고 가난속에 홀어머니와 함께 살다보니 30살에 가깝도록 신부감이 없어 애만태우다 멀리 중국 심양으로 장가를 들게 된다. 이후 이씨 부부는 어렵게 흑염소를 사육, 가난을 벗어날 희망에 부풀어 있었다. 호사다마라했던가. 2000년2월 금이야 옥이야 했던 염소 53마리를 도둑 맞았다.이씨는 흑염소를 도둑맞고 하늘이 무너지는 절망에 빠졌지만 자라나는 자녀들을 바라보며 그냥 주저않을수 없다는 생각에 소득금고자금 1천만원을 융자받아 새끼염소 1백마리를 구입, 재기에 나섰다.그러나 2년만에 또다시 수십마리의 흑염소를 도난당하는 날벼락을 또 맞았다.2년여의 갖은 고생끝에 흑염소 60마리가 분만을 목전에 둔 상태였다.흑염소값이 강세를 유지하고 있어 새끼를 낳을 경우 한몫 잡을수 있어 5년동안 가보지 못한 처가집에 다녀오자고 약속했었는데 도둑은 희망과 약속을 송두리째 빼앗아 가버린 것이다.이씨는 이젠 고향을 떠나고 싶단다.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심을 울리는 도둑도 문제지만 농축산물을 맘놓고 키울수 없는 농촌치안상태가 심각게 아닌가 한다.소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옛말도 있듯 이제라도 철저한 방범순찰과 경찰력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는 경보시설비지원 등을 통해 농촌주민들이 도둑걱정없이 생업에 종사할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실현되길 기대해본다./우연태(본사 장수주재기자)
날씨가 추워지면서 노숙자도 덩달아 늘고 있다. 그동안 날품팔이를 하면서 근근히 생활해오던 사람들이 영농철이 끝나고 건설현장의 일자리가 끊기면서 길거리로 내몰리고 있다.전북도가 노숙자 쉼터 관계자 등과 함께 지난달 30일 밤 전주역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을 돌아본 결과 한동안 보이지 않던 노숙자가 10여명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이들 대부분은 역이나 병원 응급실 등에서 노숙하고 있으며 일부는 역 주변의 허름한 여인숙이나 심야목욕탕, 비닐하우스 등을 이용하여 잠자리를 해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문제는 지금부터다. 날씨가 더욱 추워지면 공원이나 빈집 등에서 살아가던 사람들이 더 따뜻한(?) 기차역이나 병원 응급실을 찾을 것이다. 역 근처 여인숙이나 심야 목욕탕 등에서 잠자리를 해결하던 사람들도 주머니가 비게 되면 기차역 등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IMF 이후 매년 겨울마다 되풀이 되는 현상이다. 나와는 상관없는 남의 일로 치부해 버릴 수도 있다. 오죽하면 게으르면 요즘 세상에 자기 한 입 해결하지 못해 노숙하느냐며 매몰차게 비난할 수도 있다.그러나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다. 노숙자가 증가하면 결국 각종 사회문제가 발생하게 되고 그 비용은 우리 사회가 떠안게 된다. 더욱이 이들중 상당수는 개인의 잘못 보다는 IMF에 따른 희생자라는 점이다.다행히 전북도는 내년 2월말까지 각 시·군에 노숙자 보호 상황실을 설치해 야간 순찰활동과 노숙자 상담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노숙자가 발생하면 노숙자 보호 쉼터로 안내하여 보호조치를 취한뒤 가정복귀를 유도하고 가정 복귀가 여의치 않을 경우 사회복지 시설에 입소 시킨다는 것.그러나 이들중 상당수는 빚장이에게 쫒기고 가족에게 버림받아 돌아갈 곳 없는 사람들이다.어차피 돌아갈 곳이 없다면 단순히 거쳐가는 쉼터가 아니라 장기 자활 프로그램을 마련해 사회복귀를 돕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이성원(본사 경제부기자)
파출소 경찰관 피살사건이 사건발생 40일이 지났다. 추석연휴 첫날 새벽에 발생한 이번 사건은 치안의 최일선이 뚫렸다는 상징적인 이미지에다 동료가 희생됐다는 조직의 동료애까지 더해지면서 초동수사에 대규모 인력이 투입됐다. 이팔호 경찰청장이 곧바로 사고 현장을 찾았고 지방청 수뇌부도 잇따라 사건해결에 대한 단호한 의지를 피력했다.실제 사건발생 한달 가량 지날 무렵 이용상전북청장은 “수사본부 해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배수진을 치고 ‘필검’의 의지를 다졌다.그러나 사건발생 상당 시일이 경과한 지금, 아주 조용히 수사팀이 절반으로 줄었다. 현재 배치된 수사요원 1백40여명 가운데 일선 경찰서로부터 수사요원들이 대거 지원되는 바람에 상대적으로 각 경찰서의 치안공백이 우려됐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내부적으로 적은 인력에 비춰 어쩔 수 없는 불가피한 고육지책이라는 것이다.수사가 장기화되면서 일선서 형사반의 업무에 적잖은 차질이 발생한 게 사실. 군산에서 발생한 3건의 택시강도 사건이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일부 형사계 업무가 조사계에서 대신 처리되고 있는 실정이다.다만 현시점에서 분명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 있다. 중대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중간수사 결과에 대한 발표도 없이, 또한 이청장의 공언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수사본부팀을 축소하는등 스스로 슬그머니 뒤바꾸는 상황을 바라보는 시선은 결코 곱지 않다.수사가 얼마나 이뤄지고 있는지, 용의선상에 오른 용의자는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수사의 어려움은 어떤 것들인지 속시원하게 털어놓는 사람은 없다.사건 발생후 몇차례 ‘유력한’ 용의자라는 표현을 써가며 언론에 제기했던 용의자들은 하나둘 혐의점 없는 것으로 드러났고 누구도 이에 대한 공식 답변을 하지 않았다. 사건 조기해결하겠다며 자신감을 드러내던 수사팀은 어느곳에 있는가. 누구 한사람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고 있는 분위기가 시간이 갈 수록 더욱 이상할 정도이다. 며칠이 지나 수사본부가 더 줄고 형식적인 전담반만 남은 채 미제사건으로 남았을 때 그 책임은 어디에 있는지 당장 곱씹어봐야 할 일이다. 시민들은 경찰관이 피살되고 총기를 피탈당하는 불안감에서 언제나 벗어날 수 있는지 묻고 싶을뿐이다./이성각(본사 사회부 기자)
“한국내 빙어의 원조가 일본사람인 까닭에 특히 옥정호에 대한 그리움으로 오랫동안 선호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지난 70년대부터 옥정호에서 빙어사냥꾼으로 유명해진 박승용씨(57·운암면 마암리)는 임실에서 생산된 빙어에 대한 일본인들의 사랑을 두고 이렇게 말한다.당초 운암호로 불렸던 현재의 섬진댐은 일정때인 지난 1931년 남조선수력전기<주>가 1차 댐공사 완공했다.이후 한국정부가 65년 2차 댐막이 공사를 완료, 현재의 옥정호가 탄생됐다.운암호가 완공되면서 일본인들은 다양한 어족자원을 저수지에 방류했는데 그중에서도 일본에서 가져온 빙어가 그들의 입맛을 돋우는 별미로 각별히 사랑을 받았다.해방되면서 국력회복과 함께 당시 옥정호의 빙어를 잊지 못했던 그들은 70년대 초부터 훈제방식으로 가공된 빙어를 연간 3억여원씩 수입해 갔다.당시 임실군 운암면에는 새마을사업의 일환으로 빙어훈제 가공공장이 들어선 가운데 박씨를 비롯 일부 주민들에 의해 생업수단으로 자리잡았다.지난 97년 10월 이형로 전임군수와 수행원들은 일본의 배스낚시 클럽으로부터 특별초청을 받고 후지산 아래 야마나시현 가와구치 호텔에 묵으면서 진한 감동을 받았다.전국에서 알아주는 관광호텔인 이곳 진열대에‘임실군 옥정호 빙어훈제’라는 상품이 중앙에 자리한데다 높은 가격으로 걸려 있었기 때문.배스협회 야마시다 시게루 회장에게 설명을 요구하자 “옥정호의 빙어는 일본에서 유명한 식품으로 알려졌다”며“값도 비싸기 때문에 고급호텔 등지에서만 취급한다”고 말했다.현재도 빙어훈제를 일본에 수출하고 있는 박씨는“일본인들은 옥정호의 빙어를 최고로 알아주고 전량을 수입한다”며“다른 지역에서 생산된 것은 인기는 물론 값도 떨어진다”고 지적했다.그는 또“옥정호의 빙어잡이를 전북도가 상수원임을 들어 불허하고 있다”며“지금은 타지에서 빙어를 들여와 소량만 수출해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고 아쉬워 했다./박정우(본사 임실주재기자)
지난 10일 부안군 위도면 진리에 서있는 위령탑. 지난 93년 위도앞바다에서 2백92명의 목숨을 앗아간 서해훼리호 사고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한 조촐한 자리가 마련됐다. 사고 9주기를 맞은 위령제. 하지만 참사의 기억 자체가 악몽과도 같을 사고생존자나 유족들의 발길은 뜸했다. 부안군 관계자들 몇몇과 유족 등 30여명이 참석했을 뿐이다. 생존자들 역시 당시 사고로 숨진 주변사람들의 기억 때문에 여전히 ‘아픔을 간직한 채’살아가고 있다.서해훼리호 사고는 당시 정원 2백여명을 훨씬 넘긴 3백62명을 태운 상태였으며 구명동의 등 안전장비를 제대로 갖추지않은 상태에서 침몰하면서 사상 최악의 인재(人災)라는 지적을 받았었다. 사고 이후 행정당국은 정원초과와 어선불법개조, 불법어로행위에 대해 강력한 단속에 나서기도 했다.그러나 꼭 9년 사흘만에 우리들은 기억하고 싶지않은 악몽을 다시 더듬거리고 있다. ‘정원의 2배 승선…사망·실종 5명, 6명 중경상’이라는 13일 군산앞바다 낚싯배 충돌로 인한 전복사고는 많은 부분 서해훼리호 기억에 오버랩되고 있다. 10월 바다낚시 시즌이라는 점이나 정원규정을 무시한 무리한 선박운행 등이다. 낚시객들이 몰리는 10월에는 이들 낚싯배 선주들에게 대목과도 같은 시기여서 사실상 정원초과는 예사로 받아들여 왔다. 허술한 절차도 문제지만 정원을 초과해 무리한 운행에 나선 선장이나 이를 형식적으로 점검한 해경측의 안이한 근무태도 역시 적잖은 문제이다. 이 때문에 이번 사고 역시 인재라는 지적을 면키 어렵게 됐다.또 낚시시즌에는 해경에 신고된 낚싯배 외에도 선외기와 고기 운반선 등도 불법영업에 나서는 일도 비일비재하다는 것 역시 관련 기관이 반드시 현장을 통해 진단해야 할 일이다.대형사고 때마다 되풀이되는 ‘안전불감증’ ‘인재’라는 말이 이번 사고에도 예외는 아닌듯 싶다. 사고원인이나 경위 등은 해경의 조사에 의해 밝혀지겠지만 이번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은 모두의 안전불감증에 의해 출발했음을 깊이 인식해야 할 것이다.
전국연극제가 지난달 26일부터 13일까지 전주 소리문화의 전당에서 성년식을 치르고 있다. 다른 축제들과 달리 초대권의 비상식적인 남발도 없었고 ‘동원’된 관객도 없었지만 올해 전국연극제는 공연 30분전 객석 대부분이 채워질 만큼 몰려드는 관객으로 환호를 지르고 있다.하지만 행사기간 두 번 있었던 세미나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지난달 28일 한국연극교육학회와 제20회전국연극제 집행위가 공동 주최한 ‘해외와 국내 초·중등 연극교육과 교육연극’ 세미나는 6시간에 걸친 마라톤 행사였지만 유동 참여자를 합쳐 채 50명도 되지 않았고, 끝까지 자리를 지킨 사람은 10여명에 불과했다. 그리고 지난 5일. ‘전국연극의 경영성과와 한국연극의 발전좌표’ 세미나 참여자는 고작 15명 정도. 다른 지역 연극계 관련인사는 찾을 수 없었고 도내 연극인조차 대여섯명, 발제자들에게 민망할 정도였다. 물론 다른 축제에서도 세미나는 외면 받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번 세미나는 전국연극제의 20년을 되돌아보고 국내 연극의 현재를 가늠해 보는 흔치 않은 기회, 현장에서 활동하는 연출가·평론가와 허심탄회하게 연극인의 삶을 논하는 자리였다. 지난 세월을 돌이켜보고 과거를 정리하는 시간은 미래를 설계하는 것 못지 않게 중요한 일이다. 그것은 곧 역사가미래의 거울이 된다는 사실과도 같다.하지만 연극인들은 산해진미 가득 했던 이 영양가 있는 진수성찬을 놓쳐버렸다. 이러한 상황은 이날 연극의 위기가 인식의 부재라기 보다는 연극인들 스스로의 실천 부재 때문이라고 지적한 발제자의 주장과 맞물려 더욱 확실한 생각을 갖게 했다.‘연극인들이 주변장르에 대해 이해가 부족하고 자가 능력 증진을 위한 노력이 부족하다’는 주장도 그대로 증명된 셈이 됐다. 주최측은 기록으로 남은 세미나 발제문을 널리 유통시켜 많은 연극인들이 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보는 것’과 ‘읽는 것’, ‘듣는 것’의 분명한 차이를 아는 연극인들이 현장의 느낌을 되살릴 수 있을지는…. 글쎄- 의문이다./최기우(본사 뉴미디어부 기자)
무주군 편입(본보 5일자 1.3면 보도)을 요구하고 있는 충남 금산군 방우리마을을 찾아가던중 길에서 만난 농원마을 할아버지는 아침 일찍 집을 나서서 부리면사무소에 다녀오는 길이라고 했다. 다리가 불편해 지팡이에 의지하고 있는 몸으로 10리를 걸어나가 두번이나 버스를 갈아타고 22㎞의 먼 여정을 다녀오는 할아버지는 매우 피곤해 보였다.그는 “오늘은 다행히 운이 좋아 차를 얻어 탔지만 평시에는 자갈길 10리를 걸어서 오가야 한다”고 설명하며 “언제까지 이런 불편속에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쉬었다.이장 댁에서 홀로 집을 지키고 있던 팔순 노모도 주민들이 행정구역 변경을 원하느냐는 물음에 ‘주민들 모두 무주군으로 가기 원하는데 쉽지 않는 모양’이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사실 금산군 방우리 주민중 무주군 편입을 원하지 않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다. 어려서부터 무주 시장을 오가며 살았고 무주로 학교를 다니며 무주친구를 사귀었고 무주 사람들과 사돈을 맺고 살아와 무주가 생활의 터전이 되었다.이와는 반대로 면소재지인 부리면에 가면 아는 사람도 없고 모든 것이 낯설다. 학교나 혈연 등 공통점이 거의 없고 무주를 거치지 않고는 마을에서 직접 연결되는 도로도 없어 평소 교류가 끊겨있다. 오지라는 이유로 그동안 개발에서도 소외돼 생활여건도 열악하기 그지없다.주민들은 당연히 오래전부터 행정구역을 무주군으로 변경해줄 것을 요구해 왔고 지난 2000년에는 충남과 전북에 청원서까지 접수했다.이같은 주민들의 염원은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허공의 메아리다. 현행 지방자치법은 원칙적으로는 행정구역 변경을 허용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이를 원천 봉쇄하고 있기 때문이다.이해당사자 양방의 기초자치단체와 기초의회, 광역자치단체와 광역의회의 의결을 반드시 거쳐야 하지만 소속 자치단체에서 이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주민들의 생활편익 보다는 인구와 땅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행정기관의 이기주의가 우선 작용하는 것.그러나 언제까지나 행정의 논리에 밀려 주민들의 생활편익이 무시될 수는 없다. 행정은 주민들에게 어두운 곳을 밝혀주고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막힌 곳을 뚫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주민에 대한 봉사와 서비스를 최상의 가치로 삼아야 하며 더이상 주민을 통제하고 억압하는 수단이 돼서는 안된다.따라서 주민의 ‘무한고통’을 요구하는 현행 지방자치법은 주민의 뜻을 우선할 수 있도록 시급히 개정돼야 한다./이성원(본사 정치부 기자)
“연례행사로 추진한 소충·사선문화제가 임실군의 지역홍보와 군민화합·문화창달에 기여한 공로를 생각하면 격년제는 말도 안됩니다”.임실군이 문화행사를 격년제로 치르고 수해복구를 주장한데 대해 소충·사선문화제 양영두 위원장의 반발섞인 어투다.올해로 두 행사가 통합된지 4년밖에 안됐지만 군민의 날을 기념키 위한 소충제는 40주년을 맞았고 사선문화제도 17주년에 이르렀다.소충제는 관비를 들여 치르는 행사인 만큼 그렇다 치고 사선문화제의 경우는 좀 특이한 양상으로 발전해 온것만은 사실이다.임실군민 치고 사선문화제가 오늘에 있기까지 양위원장의‘절대적인 공헌’이라는 표현에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이는 문화제 프로그램의 기획과 행사비 조달까지 그가 벌여온 활동상은 어떻게 보면 처절하리 만큼 가슴아픈 구석도 많다.항간에서 흔히 말하는‘정치적 도구’라는 지적도 없잖아 있으나 그가 사선문화제에 쏟아온 애정을 생각하면 이를 충분히 상쇄하고도 남음이 있다.또 사선문화제가 역사는 짧지만 방송과 신문 등 언론매체를 통해 전국에 임실을 알린 것과 문화계승·주민화합 등에도 일조한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최근 임실군은 재정여건을 감안해 연례행사인 소충·사선제를 격년제로 치르고 기존의 편성된 1억원의 예산을 수해복구 사업에 쓴다고 발표했다.이에 제전위원회는‘행사의 프로그램 자체가 격년제로 치를 경우 연계가 되지 않아 중단위기’라며 강하게 반발했다.급기야 이철규 군수는 16일 군의회에 자문을 구했고 의원들도‘축소진행’에 찬성하는 분위기다.기실 연례적으로 실시해온 문화행사가 갑자기 격년제로 전환된다면 특성상 치명타를 입는 것은 자명하다.반면에 임실군이 재정여건을 감안하고 군민의 안위가 우선이라는 군정에 대해서도 박수를 보내고 싶다.그러나 지금까지 행사를 발전시켜온 관계자와 지역발전에 끼친 공헌도를 살펴보면 격년제 운운도 그렇게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느낌이다.행사도 중요하고 군민을 위한 행정의 충정도 이해가 가지만 원만한 협의를 통해 서로의 입장을 만족시키는 윈-윈전략은 어떨까 하고 제안해 본다.
무주군 4백여 공무원들은 참으로 복이 많다고 해야할 지!지난달 23일 개막, 27일 폐막한 제6회 반딧불축제의 성공개최에 따른 성과에 대한 기쁨을 나누기도 전인 지난달 31일 사상최대의 폭우를 쏟아부은 태풍‘루사’는 이들에게는 아픔과 고난을 안겨주었다.반딧불축제 폐막식을 마친 3∼4일만에 밀어닥친 엄청난 수해는 이들에게 숨쉴 여유도 주지않은 잔인함이었다.비상소집하에서 전직원들은 현장에 투입됐다.가슴까지 목까지 차오르는 급물살 속에서 한사람의 인명피해도 줄여보겠다는 마음으로 긴박한 순간을 맞았을때 이들 무주군청 공무원들은 또한번 탁월한 대응 능력을 보여 주었다. 31일밤 남대천 제방이 범람위기에 처했을때 김세웅 군수의 선봉지휘와 여직원들이 들어나른 모래자루는 그리 무겁게 보이지 않았다.무풍면 금평리 마덕산 산사태로 일가족이 매몰되었을때 신발끈을 졸라매고 유실된 도로 5km이상 새벽길을 걸어 도착한 김군수의 현장 지휘는 귀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 이번 수해시 보여준 무주군 공무원들의 모습은 주민을 주인으로 섬기고 책임감이 강하고 창의력·단결력이 강한 또 다른 공무원상을 심어주었다는 평가를 받을 만 했다.이들에게 아낌없는 격려와 찬사를 보내도 지나치 않을 듯 싶다. 지난 13일 오후 김군수는 전직원들에게“토요일과 일요일을 교대하여 하루만이라도 옷가지라도 갈아입고 못다한 벌초와 집안을 돌아보도록 하라”고 지시했다.그러나 군수의 솔선적인 행동은 공무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가족들과 함께 하지 않고 수해복구에 임하토록 했다.이들 4백여 공무원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지난 보름간은 정말 고통스런 시간이었으며 반면 제일 보람을 느낀 시간이었다”고 털어놓은 설천면 김종흔 계장은“악몽의 순간에서도 희망을 잃지않은 수재민들을 보며 의욕이 생겨났다”고 말했다.이어 “각지에서 몰려온 자원봉사들과 구호물품 답지를 보며 시름에 차 있는 수재민들과 우리 공무원들은 그동안의 고통을 모두 잊고 삶의 터를 재건하기 위한 희망에 넘쳐 있다”고 덧붙였다.며칠후면 민족의 대명절인 추석이다.이때가 곧 이들과 같은 마음으로 우리 주변과 이웃의 아픔을 돌아볼 때라는 것을 다시한번 생각해 보자.
소리전당이 시끄럽다. 소리전당을 수탁받아 운영하고 있는 중앙공연문화재단의 내부갈등이 표출되면서부터다. 더이상 상황을 묵과할 수 없었다는 일부 직원들이 이사장의 도덕성 시비와 전횡을 문제삼아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고, 양승룡 이사장은 제기된 문제가 사실과 전혀 다르다며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맞서고 있다.이들의 공방은 시간이 흐를 수록 적나라해지고 치열해져 어느 주장이 옳은가에 대한 진실의 규명조차 쉽지 않은 지경에 이르렀다. 이사장의 도덕성을 둘러싸고 불거진 행태도 모양새가 좋지 않다. 도덕성을 거론하는 자리에 ‘불륜’이 빠질 수 없고, 사실이라커니 아니라커니 온갖 의혹과 변명이 난무한다. 개인 사생활이 들춰지고 상대방에 대한 인격모독의 갖가지 험담이 공개되는 이 과정을 지켜보고 있자니 취재의 경계가 어디까지여야 하는가에 대한 자괴심까지 갖게 된다. 그럼에도 담당기자들이 이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관심을 갖는 이유는 소리문화의 전당이 갖고 있는 의미와 역할 때문이다. 그런데 더욱 한심한 일은 전북도의 미지근한 입장이다. 도의 담당부서는 단체 내부의 일이므로 간섭하지 않는 것이 마땅하단다. 시시콜콜 내부 인사에까지 끼어드는 것은 민간위탁의 본래 취지와도 어긋난단다. 백번 옳은 이야기다. 그러나 문제는 이번 상황이 단순히 내부 인사 차원에서 불거진 것이 아니라는 점에 있다. 지금 당장 어떤 대책을 낼수 없다손 치더라도 그 어느 문제보다 더 큰 관심으로 사태를 수습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은 ‘이사장의 개인회사나 다를 것 없는 재단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혐의가 짙다. 그런점에서 본다면 전북도는 더욱 자유로울수 없게 된다. 지난해 소리전당 위탁을 위해 양 이사장이 급조한 중앙공연문화재단은 비록 재단 형식을 띠고 있지만 법인체가 아닌 임의단체다. 대부분의 권한을 이사장 개인이 갖고 있는데다 법적 구속이 없기 때문에 개인회사나 다를바 없다. 재단 내부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스스로 정화하는 기능이 그만큼 미약하다는 이야기다. 혹시 지난해 전북도가 위탁과정 초기에 들끓었던 시시비비를 묵살한 채 잘 꿰지 못한 첫 단추의 뒤틀림이 1년만에 내홍으로 드러난 것은 아닌가 점검해 볼 일이다. 소리전당 운영에 문제가 없는 한 간섭하지 않겠다는 도의 도덕적인(?) 입장과 태도가 고름터지고 흉터가 남은 후에야 사후약방문 격으로 수습, 숱하게 질타를 받아왔던 뒷북 문화행정을 그대로 답습하는 구태가 아니길 바랄 뿐이다./임용묵(본사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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