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맘때만 되면 지역 인재육성론이 경칩의 개구리소리처럼 자주 들려온다. 대학입시의 결과가 드러나고 한해동안 치러진 각종 국가고시의 결과가 집계되기 때문이리라.
그런데 이런 푸념 어린 ‘타령’에는 불가해한 이율배반이 숨어 있다. 한 입으로는 서울지역에 있는 소위 명문대학에 많은 합격생을 배출하는 것이 이 지역 인재육성의 지름길이라고 거품을 물고, 다른 한 입으로는 이 지역 대학출신의 국가고시 합격자가 많지 않다며 인재육성의 실패를 한탄하는 것이다.
성적우수 고교졸업생들이 타지역으로 많이 진출하면 할수록 이 지역 대학의 ‘실력’은 저하될 수 밖에 없다. 이 지역대학 출신자들의 합격률이나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우수한 자원의 확보가 선행되어야 한다. 부실한 파종을 선동적으로 부추기다가 부실한 결실을 매도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더 심각한 것은 편향된 통계수치만으로 ‘실력’을 평가하는 일이다. 국가고시에 합격을 해야만 인재인가? 다양화시대에 일정 분야만을 중시하는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일이다. 또 서울중심문화의 극복이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마당에 수도권 지역의 ‘명문대 타령’도 지방화시대에 걸맞지 않는 일이다.
출신지역을 중시하는 것도 전근대적이라 할 수 있다. 이 지역의 진정한 인재는 이 지역을 위해 자신의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이지 지역입지를 자신의 입신도구로 활용하려는 이 지역출신의 정치가나 판·검사가 아니다. 지난 시절 지역연고주의의 피해를 가장 심하게 겪었으면서 지연을 강조하는 것은 참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출세 좀 했다고 고향집에 손님처럼 찾아와 거들먹거리는 자식보다 집안 궂은 일 마다 않고 부모 모시는 자식이 더 효자일 수 있음을 상기하며, 진정 이 지역을 위해 땀흘릴 수 있는 인재 양성을 위해 힘쓸 것을 제안하고 싶다. ‘타령’만 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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