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동기 제2사회부 부장·정읍
한국 기업의 간판인 삼성 이건희 회장은 이달 5일 자신이 주창한 '신(新)경영 선언'10주기를 맞아 계열사 사장단회의를 주재하고 '제 2기 신경영 중점사업'을 발표했다.
삼성은 또 오는 2010년 매출 270조원·세전이익 30조원·브랜드가치 700달러·현재 19개인 세계 1등 제품의 50개 확보를 달성해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으로 성장한다는 장기 비전을 제시했다.
전북, 삼성 짝사랑 외기러기 꼴
삼성그룹은 이를위해 올해 시설투자를 당초 계획 8조8천억원보다 8% 늘어난 9조5천억원으로 상향조정하고 중장기적으로는 △5∼10년 뒤를 대비한 글로벌 인재경영△세계 1등 제품과 서비스 경쟁력 확보△미래성장엔진발굴을 통한 기회선점 경영△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사회친화적 경영 등 4대 핵심전략을 추진키로 했다.
국가경제를 쥐락펴락할 정도의 국내 제 1의 재벌인 삼성의 이같은 원대한 선언은 세계는 물론 국내적으로 주목 받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전북도민들에게는 먼나라의 이야기처럼 공허한 메아리로 들려오고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심정이 씁쓸해지고 가슴 밑바닥으로부터 은근히 부아마저 치밀어 오른다.
왜 그럴까?
그것은 삼성그룹에 있어서 전북은 고도(孤島)였기 때문이다.
삼성계열사들은 전북발전에 도움이 되는 생산적인 사업을 철저히 외면한 대신 삼성 계열사들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데 전북도민들을 이용해왔다.
삼성 계열사들의 전북 투자 현황과 도민들의 소비활동 관련 여러 지표는 이를 너무 잘 드러내주고 있다.
삼성 계열 제조업 분야 23개 대단위 공장의 지역적 분포는 수도권 7개(30.6%), 영남권 8개(34.7%), 충청권 6개(26%), 호남권에는 광주 ·전남에만 2개가 있다.
전북에는 산업 전반에 파급효과를 가져오고 고용창출을 기대할 수 있는 삼성 계열사 제조업 사업장이 전무하다.
삼성 계열사 제조업 분포도에서 전북은 알빼기(?)를 당한 형국이다.
이는 국내 30대 대기업 집단중 12개 그룹이 전북지역에 33개 공장을 두고 있는 것과 대조를 이뤄 삼성이 전북투자에 인색하다는 비난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반면 자금의 역외유출을 부추기는 보험·증권·카드·유통·건설 분야 등에서 삼성 계열사들의 도내 경제활동은 눈부시다.
삼성생명은 도내 전체 보험 시장의 30∼40%를 차지하고 도내 연간 소비하는 삼성 계열사 제품도 연간 수천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며 삼성건설이 지난 10년간 도내에서 수주한 공사실적이 4천3백여억원으로 광주·전남의 5.6배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그야말로 삼성은 전북으로부터 채혈(採血)만 했지 수혈(輸血)없는 기업운영행태를 보여왔던 것이다.
오죽했으면 전북지역 시민단체가 최근 청와대 등에 삼성 전북투자를 촉구하고 나섰겠는가.
노무현대통령은 지난 12일 대구에서 지방과 수도권이 상생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해 나가겠다는 것 등을 골자로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마스터플랜'을 제시한 바 있다.
따라서 정부에서도 삼성이 전국의 2%이하 경제에 머물고 있는 전북지역에서 일정 부분 역할을 하도록 도왔으면 한다.
이제 삼성이 전북지역 짝사랑에 대해 당연히 피드백( feedback) 해야 할때라고 본다.
기업투자의 지역편중성 바꿔야
국가경제에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는 대기업 삼성은 경제의 논리로만 접근하지 말고 사회적 책임측면에서 지역균형발전에도 당연히 관심을 가져 줄 것을 촉구하는 도민들의 여론에 귀기울여야 한다.
삼성전자 기흥공장 증설 허용에 맞춰 지방이전설이 나돌고 있는 일부 반도체 라인부터 우선 전북으로 이전시켜야 한다.
10년전 제 1기 신경영을 선언하면서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고 화두를 던졌던 삼성 이건희 회장에게 지역균형발전과 국민화합을 위해 제 2기 신경영에서는 투자의 지역 편중성을 바꾸라고 주문하고 싶다.
/홍동기(본사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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