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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판도라의 상자

 

 

성경에서는 '이브'가 이 세상 최초의 여자이지만 그리스로마신화에선 '판도라'가 세상 최초의 여자이다. 판도라는 하늘에서 땅위로 내려올때 제우스가 준 상자하나를 가지고 왔다. 제우스는 판도라에게 이 상자를 주면서 "이것은 인간에게 신이 주는 선물이다. 그러나 네 손으로 이 뚜껑을 열면 절대 안된다”고 경고를 했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이란 하지말라고 하면 더욱 하고싶어지는 법. 대체 무엇이 들어 있길래? '속에 무엇이 있는지도 모르고 남에게 주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는 일이야'라는 자기합리화 까지 해가며 그녀는 결국 상자를 열고 말았다. 순간 "펑”하는 소리와 함께 슬픔과 질병, 가난과 정쟁, 증오와 시기 같은 온갖 악(惡)들이 쏟아져 나왔다. 다행히 놀란 파도라가 황급히 뚜껑을 닫아 '희망'이라는 고귀한 선물은 빠져나오지 못하고 인간의 삶을 지탱하주는 힘이 돼주고 있다. 그래서 '판도라의 상자'는 인류의 불행과 희망의 시작을 나타내는 상징으로 곧잘 비유되곤 한다.

 

대북송금 특검에서 비롯된 '불법 정치자금 모금'에 대한 수사가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현대로 부터 '100억+α'의 비자금을 받았다며 수사의 고삐를 죄던 검찰이, 이번에는 권노잡 전 민주당 고문을 현대 비자금 200억원 수수혐의로 구속했다. 검찰은 또 이와는 별도로 청치인 8∼9명이 현대측으로 부터 직접 비자금을 받은 단서를 포착하고 이번 주 부터 소환 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현대가 뿌린 비자금의 최종 사용처가 모두 밝혀진다면 정치권에 메가톤급 충격을 가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더구나 지난 2000년 총선때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총선자금 모금에 관한 보고를 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노무현 대통령 또한 4·13총선자금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만은 없을 것이라는 설이 떠도는 것을 보면 '현대 비자금'은 '판도라의 상자'와 같은 위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

 

사실 정치권이 음성적 정치자금으로 정치를 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기업에 손내미는 것은 이미 고전에 속하는 일이요, 공천때 특별당비에다, 비례대표 공천헌금까지 그 수법도 가지가지다. 오죽하면 전국구를 ???라 했을까? 차제에 정치자금에 관한 특별법이라도 제정하여 구악(舊惡)은 모두 털고 갔으면 하는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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