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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연말과 술

 

구한말 우리나라를 답사한 후 '조선과 그 이웃나라들'이라는 책을 펴 낸 이사벨라 비숍여사가 한국인들의 음주습관에 대해 이런 말을 했다. '조선 사람들은 과음하는 관습이 유난스러워 주정뱅이들이 보이지 않는 날이 없었다.(중략) 이 나라에서는 어떤 사람이 이성을 잃을 정도로 술을 마셨다해도 아무도 그를 비난하지 않는다'

 

이미 1백여년전 파란 눈의 서양인이 본 우리나라 사람들의 음주습관이 이랬음에도 불구하고 지금이라고 그때에 비해 크게 달라졌다고 보여지지 않는다. 서양인들이 술을 사회생활이나 인간관계에 필요한 윤활유로 즐기면서 마시는데 비해 우리는 거기 덧붙여 취할때까지 죽기살길 퍼마시는 폭음습관이 남 다르다. 그러니 흔히 말하는 '술이 술을 마시고 술이 사람을 마시는' 꼴불견 주정뱅이 양산국 반열에 드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술을 가장 많이 마시는 나라중의 하나이다. 한 통게에 따르면 성인중 87.5%가 술을 마시며 일주일에 5일이상 마시는 사람이 10.6%에 달하고 음주인구의 50%가 과음을 하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이와같은 과음의 원인으로 강압적인 술잔 돌리기, 원샷, 갖가지 폭탄주, 사발주등 폭음을 유발하는 가부장적 음주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대학생들의 동아리 모임이나 신입사원 미팅에서의 음주 사고도 이런 문화와 무관하지 않다. 더욱 우려스러운것은 이런 사회분위기 탓에 음주인구는 줄지 않고 최근에는 오히려 청소년과 여성음주인구가 증가하는 추세라는 점이다. 10대 청소년들이 만취상태에서 차를 몰다가 사고를 내는 일이 다반사고 대낮에 음주운전에 적발되는 여성운전자가 늘어나는것도 예삿일이 아니다. 이러다가 가히 '음주공화국' '음주망국'이라는 개탄의 목소리가 빈말이 아닌때가 오지 않을까 두려울 정도다.

 

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결과로는 음주로 인한 우리사회의 경제사회적 손실은 생산성 감소나 의료비등을 포함해 연간 10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또한 해가 저물어가면서 요즘 망년회다 송년회다 해서 술자리가 자주 벌어지는 때다. 살기가 어렵고 불황이라 예년만 못하다해도 우리의 음주문화는 여전할 터, 즐거워서 마시는 술이나 세상 돌아가는 꼴이 한심ㅎ서 마시는 술이나 그저 자신의 건강을 챙기는 일만은 잊지 말아야 한다. 과음이나 폭음은 손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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