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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이 먼저일까? 달걀이 먼저일까?

을유년의 새날이 밝았다. 옛날 사람들은 하루 일과를 닭 울음으로 시작했고, 또 닭이 횃대에 올라가는 시간으로 하루를 마감했다.

 

새벽을 알리는 우렁찬 닭울음 소리는 어둠이 물러가고 밝음이 다가옴을 알려주는 신호로 여겼으며, 또한 한 시대의 시작을 상징하는 서곡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우리 조상들이 닭에게서 어떤 의미를 찾았는지는 삼국사기에 나오는 김알지 이야기나 고구려벽화와 조선시대 그림을 보면 알 수 있다. 즉, 닭은 하늘의 뜻을 전하는 전령 구실을 하거나 사람들에게 벼슬길을 보장하는 동물로 여겼었다.

 

뿐만 아니라 닭은 인간에게 질병과 재앙을 주는 귀신들을 능히 제압하는 능력이 있는 상서로운 동물이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닭은 언제부터 우리 나라에서 길러졌을까? 삼국사기에 닭의 얘기가 나오는 것으로 보아 우리 나라에서는 삼국시대 이전에 이미 사육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닭이라는 동물은 맨 처음 어떤 형태로 지구상에 나타난 것일까? 닭이 먼저일까? 아니면 달걀이 먼저일까?

 

새해 벽두부터 해답이 없는 논쟁거리를 꺼내는 이유는 어느 것이 먼저인지를 가려보려는 의도보다는 지난 10년간 생물학 분야의 빠른 발전으로 생명을 바라보는 우리의 견해가 어떻게 변했는지를 이야기해 보기 위함이다.

 

일찍이 아리스토텔레스는 생명체는 형상·질료, 그리고 생기의 3요소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예를 들어 붕어빵을 생각해 보자. 붕어 모양의 틀이 있고 붕어빵을 만드는 재료가 있지만 틀에 찍혀 나온 붕어빵은 살아있는 붕어는 아니다.

 

여기에 생기가 들어가야지 비로소 생물로서의 생명력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생명을 바라보는 사람들에게는 닭이 먼저라는 답이 나오게 될 것이다. 신이 모든 생물을 만들어 이들에게 생기를 불어넣어 주었으니 당연히 닭이 먼저이리라.

 

그러나 유전학과 분자생물학 분야의 연구가 눈부시게 발전하게 되면서 생명을 보는 시각은 달라져 버렸다.

 

서울대학교의 최재천 교수는 ‘알이 닭을 낳는다’는 책에서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사람들은 닭이 알을 낳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알이 닭을 낳는 것인지도 모른다. 닭은 잠시 이승에 나타났다 달이 차면 사라져버리는 일시적인 존재에 불과하지만 태초에서 지금까지 면면히 숨을 이어온 알 속의 DNA야말로 진정 닭이라는 생명의 주인이다.’

 

최근에 인간배아 복제의 성공 소식은 과학계와 윤리학계 및 종교계의 반발과 탄식을 동시에 불러일으키고 있다. 물론 현재의 의료기술로는 치료가 불가능한 난치병 환자와 그 가족들에게는 기적 같은 소식이겠지만. 생명공학이 눈부시게 발전한 현재의 기술이라면 다른 생물에서 얻은 알의 핵을 제거한 후 닭의 체세포에서 얻은 핵을 옮겨 심는 방법으로 똑 같은 유전자를 가진 닭을 무한정 복제해 낼 수도 있으리라. 그렇다면 닭이 먼저인가?

 

생물학 분야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 들 때마다 생명을 보는 시각이나 생명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져 왔다. 이와 같이 시대와 학문의 발전에 따라 생명관이 달라질 수는 있지만 한 가지 변할 수 없는 사실은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고 귀하다는 것이다.

 

닭의 해에 해묵은 논제를 꺼내보았는데 올 한해에는 생명을 보는 시각에 어떤 변화가 있게 될까? 닭이 먼저 일까? 달걀이 먼저일까?

 

/박경화(전북대 과학교육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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