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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마주보기] B급 문화일꾼

무모한 일을 하나 붙들었다. 나무를 도끼로 눕혀 다듬고 있다. 그 나무는 아카시아나무다. 자주 산보가는 골짜기의 길목에 서 있던 두 번 굽은 나무다. 산보하며 그 나무를 볼 때마다 ‘너는 어찌 굽었니?’ 하다가 ‘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킨다’는 말을 실감하기도 했더랬다. 엔진톱도 함께 있었지만 눈 깜박 할 사이에 베어 눕히기가 참 그랬다. 그래 도끼로 도끼로만 눕혔던 것이다. 지금 그 나무로 손니어커를 도모하고 있다.

 

읍내를 갔더니 ‘사람이 없다’한다. 전주문화판에서도 많이 들었던 소리다. 가만보면 이게 학생 때 성적순이다. 성적을 A급, B급, C급으로 나눠 A급이 없다는 소리다. 거의 대도시로 갔다. 그러고 보면 B급, C급만 남아 있다. 이걸 보고 ‘사람이 없다(?)’한다. 이런 소리도 있다. ‘A급이 머무르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니다. 그럴 일이 아니다. 나갈 사람, 나가고 싶어 하는 사람, 나갈 수 있는 사람은 나가게 하자. 결국 그게 우리 지역의 외연을 넓히는 일이 되니 말이다. 남은 B급과 C급에서 C급은 자기 자신의 생활에 충실한, 또 그만큼 뿐이니 이제 우리 B급에 주목하자.

 

그동안 시험성적을 가지고 일자로 줄을 세워 매겨진 등급으로 B급은 그 어느 경계, 그러니까 진학이나 입사, 결혼 따위에서 커트라인에 걸쳐져 왔다. 그러다 보니 아슬아슬한 상황으로 인하여 오히려 섬세함과 담백함을 갖게 된다. 그 뒤로 골방의 제한된 공간을 이리저리 뒹굴며 체득한 공간인지력, 뭘 어째야 겠다는 것을 초월한 강박 없는 자유로움은 문화일꾼으로 매우 긍정적인 자질이다. 이기적이고 획일적이며 자기목적적인 A급은 분명 문화일꾼으로 적합하지가 않다.

 

이제 우리 사회가 군사독재정권 덕(?)에 먹고 살만 해졌고, 문민 국민 참여정권 덕에 민주화가 되었으니 일상의 미학을 완성시키는 문화사회로 나아가야 하지 않겠는가? 이러한 때에 우리 지역사회가 근대 산업화 과정에서의 소외로 인하여 상대적빈곤이 있다하나 문화의 세기에는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할 것인 만큼 불평과 불만의 에너지를 지역사회의 문화화로 돌려야겠다.

 

먼저 우리의 여건을, 우리 자신을 긍정하자. 모든 문화적 창조행위는 바로 이러한 믿음위에 가능할 것이다. 메시야를 기다리던 유대민족이 예수를 십자가에 매달았던 오류처럼 A급이 돌아오시기(?)를 기대하기보다 이미 우리와 함께하고 있는, 또 우리 자신이기도 한 B급 문화일꾼에 주목하자.

 

/이현배(옹기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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