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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력서] 전주안디옥교회 원로목사 이동휘 - 교통사고

믿음 통해 내려진 기적

“백 명의 교장보다 한 명의 어머니가 낫다”는 교육 전문가의 말은 실감이 가는 말이다. 위인들의 배후에는 경건한 어머니나 현명한 아내가 있다는 흐뭇한 이야기는 참으로 부러운 말이다. 하지만 그 반대도 있다. 어머니는 훌륭한데 자식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그러한데, 바로 내가 그런 경우이다.

 

지금도 어머니만 생각하면 황송할 뿐이다. 어머니는 전혀 교육을 받지 못했다. 학교와는 거리가 먼 소녀였다. 그러나 결혼 후 훈장인 아버지가 서당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천자문을, 어린 동생을 등에 업고 들은 풍월로 열심히 배웠다고 한다. 한글은 성경을 보기 위해 자습해서 깨우쳤다. 비록 학교 교육을 받지 못했지만, 어머니의 뛰어난 기억력과 성실함은 자녀들을 가르치기에 결코 모자람이 없었으니, 존경스러울 뿐이다.

 

북한의 남침으로 나의 중학시절은 처참했다. 파괴와 숙청, 재산 몰수와 인민재판…. 공산주의는 하나님이 없다는 무신론 위에 세워졌기 때문에 하나님을 두려워하지 않는 저들에게는 양심도 없었다. 천신만고 끝에 전쟁은 휴전되고 다시 학교가 문을 열었다. 학생 신분을 회복할 수는 있었으나 교통이 문제였다. 태어나 장성한 마을 완주군 조촌면 용정리 369번지(구정 마을, 현재는 전주시 편입)는 전주와의 거리가 12km에 달했다. 1935년 8월 1일생인 내가 29세로 고향 마을을 떠나기까지, 이곳은 지금도 꿈속에 나타나는 정겨운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전주에 있는 신흥중학교를 가기 위해 이 먼 길을 걸어야만 했다. 왕복 거리이니 하루 60리(24km)를 걸어야만 했다. 당시는 기차나 버스 등 아무 교통편이 없는 6.25전쟁 직후였다. 걷지 않고 쉽게 오가는 유일한 방법은 지나가는 트럭을 무법자처럼 올라타는 것이었는데, 그것도 재수가 좋아야 가능했다. 하지만 트럭을 잡아 타려다 그만 실수, 끔찍한 사고를 당한 기억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그날 나는 학교 수업이 끝난 후 당회장 목사님께 드렸던 누님 결혼기념 떡 빈 그릇을 찾았는데, 양 손에 빈 그릇과 책가방을 들고 집으로 가던 중이었다. 마침 지나가던 트럭을 만나 올라타는 순간 발을 헛디뎠는지 미끄러졌고, 바닥으로 떨어진 나는 짐을 잔뜩 실은 대형 트럭 바퀴에 깔려 들어가는 사고를 당하고 말았다. 순간 내 가슴을 힘있게 누르는 압박을 느꼈다. 바로 경찰병원으로 실려 갔고, 병원입구에서 들은 “이 사람 곧 죽는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의식을 잃고 말았다. 사람의 청각이 최후까지 남는다는 말을 그 때 체험했는데, 그래서 나는 지금도 운명해가는 사람에게도 끝까지 회개하고 영접하도록 권면하는 ‘운명 전 전도’를 귀중히 여기고 있다.

 

이 아찔한 소식이 담임 선생님의 수고로 시골집까지 비보로 전해졌다. 대난리가 났음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그때 어머니는 놀라시지도 않고 방에 들어가서 한참동안 기도 하고 나온 후, 태연한 음성으로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한다. “우리 동휘 죽지 않습니다.”

 

어머니는 몇 가지 짐을 챙겨 병원에 오셨다. 3개월 동안 기도로서 극진히 간호해 주셨고, 그 덕분에 나는 상처 하나 없이 완전한 몸으로 퇴원하여 바로 복학 할 수가 있었다. 육중한 트럭에 짓눌린 대형사고의 ‘장본인’이 이렇게 깔끔히 회복 되었다는 것은 성경에 나오는 하나님만이 하실 수 있는 기적이고, 그 기적의 은총은 우리 어머니의 믿음을 통로로 하여 내게 미친것이다. 기도사람이었고 말씀의 여성이었다.

 

어머니의 하나님을 위한 헌신은 대단하였다. 삼남매 모두를 신학교에 보냈는데, 누님은 6.25전쟁으로 마치지 못했고, 나와 형님만이 성직자의 길을 걷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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