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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촌지로 교사들 욕되게 하지 말라 - 이강녕

이강녕(전 전북교육연구원장)

필자가 현직 초등학교 교장시절, 그러니까 80년대 초반 학부모와 교사간의 촌지 수수를 막기 위해서 학년초에 관례적으로 있던 가정방문마저도 중지시켰던 그런 시절이 있었다. 물론 필자는 이런 행정지시를 눈감고 가정방문을 강행했다. 가정방문은 학생이해의 출발이며 이 학생 이해야말로 교육의 시작으로 알고 있었다. 가정 방문 전에 학생을 이해 할 수 있는데 까지 관찰하고, 검사하고, 기록하여 충실한 준비를 가지고 가정방문을 함으로써 가정의 교육에 대한 이해와 가치관을 살피고 상담함으로써 가정 방문이야말로 진실 된 학생교육을 돕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 결과로 가정방문을 마치고 난 교사들은 교무실에 삼삼오오 모여 어제의 가정 방문을 자랑삼아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것은 말 할 것 도 없이 가정 방문시 학부모들이 관례적으로 주는 촌지 등 일체의 향응을 사양하고 왔다는 것이 그 화두였다. 이는 정말 자랑스런 풍경이었다. 이야기 중에는 복장도 단정하고 공부도 잘 하는 어느 학생이 있었다.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학부형이 코도 안보여 조금은 섭섭하게 생각했는데 실제 가정 방문을 나가 보니 단 칸 셋방살이였으며 문은 열쇠로 잠겨져 있었고 엄마는 장바구니 들고 노점상으로 나가고 학생 하나만이 동그마니 마루를 지키고 있었다는 일화도 나왔다.

 

필자는 이 말을 듣고 전 직원에게 이렇게 말한 것이 기억난다.

 

'가정 방문을 가보니 잘 사는 줄 알았던 아이의 집이 단 칸 셋 방에 어머니는 노점상을 나가고 방문은 열쇠로 굳게 잠겨져 있었다. 이 상황을 보고 선생님은 어떤 생각을 했겠는가. 이것만으로도 가정방문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말이다.

 

요사이 스승의 날을 앞두고 귀가 아플 정도로 찢고 바수는 이야기가 많다. 그 대표적 이야기가 스승의 날 선생님에게 주는 촌지 문제인 듯 하다. 그렇다! 스승의 날 촌지야말로 학교 풍토를 좀먹는 병폐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방법을 달리 하면서 교육의 한 방향을 바꿀 수는 없을 까. 필자는 현직 시절 스승의 날이 멀지 않은 자모회 총회에서 이렇게 설파한 바 있다.

 

"여러분! 여러분은 어떻게 자기 자식에게 효도하라 가르치겠습니까, 그 방법이 있다면 그것은 '너를 위해 수고하신 분이 누구냐? 그분의 은혜에 보답하라!' 일 것입니다. 지금 너에게 은혜를 베푼 사람은 선생님이시다. 이번 스승의 날 선생님께 선물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이야기 해 보렴! 이렇게 자녀와 상의하면서 선생님께 조그만 선물을 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부모를 부모답게 알도록 가르치는 것 아닙니까?” 였다. 이런 일이 있은 후 교사들의 분위기도 좋아졌고 학부모들의 의식도 달라진 것으로 기억된다.

 

더이상 교직자들, 특히 일선 교사들을 욕되게 하지 말자. 학부모들이 자기 자식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진실 된 부모입장에서 조그만 선물을 하는 것, 이것이 무엇이 나쁘단 말인가. 다만 돈을 봉투에 넣어 촌지라는 이름의 손쉬운 선물에는 필자도 반대한다.

 

그리고 교사들에게도 부탁이 있다. 지금은 교직이야말로 만인이 원하는 직업이 아닌가. 이제 몸을 바로 잡자. 그래서 스승의 날이 어린이와 부모와 스승 등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는 날이 되고 이런 경험을 통해서 사회가 밝아지는 그런 계기가 되기를 기대 해 본다.

 

/이강녕(전 전북교육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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