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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력서] 전주안디옥교회 원로목사 이동휘 - 살아있는 양심

이기필 장로님

가운데가 이기필 장로님. (desk@jjan.kr)

만남 같이 중요한 것이 없는 것 같다. 35살에 부임해간 곳이 임실군에 있는 오수교회였다. 10년간 있으면서 하나님의 은혜를 톡톡히 받았고 훈련도 받았다. 오수는 개가 그 주인을 살렸다 하는 전설과 함께 의견비가 있어 의미있는 고장이고, 또한 면소재지로서도 작지 않은 고을이다.

 

당시 오수교회에서 함께했던 이기필 장로님은 지금도 기억이 선하다. 양약방을 하시는 분인데 면이나 군의 유지로 대단한 존경을 받았다. 그 지역의 불신자들도 한결같이 존경하고, 양심적으로 돈 번 사람은 이기필 장로 한 사람밖에 없다고 말할 정도로 모든 사람이 신임했다. 이 장로님이 나를 ‘사람으로 만들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팔남매를 두어 당신도 힘이 들어겠지만, 항상 소외된 이웃들을 돌보는 데 힘을 기울였다.

 

이 장로님은 그 사위하고 나하고 신학교 동창이니, 아버지 같은 연세다. 그러나 성직자에 대한 그 분의 겸손함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설날이었다. 장로님 내외분께서 우리 집에 선물을 들고 오셨는데, 앉으시라고 하는데도 서 계시더니 세배 받으라고 하시는 것이었다. 나는 깜짝 놀라며 “자식같은 사람에게 무슨 말씀이냐”며 극구 만류했다. 하지만 다음 해에 또 그런 일이 벌어졌다. 그것은 성직자에 대한 절대적인 존경의 표현이었다. 이 장로님은 과연 거인이었다. 당시는 버스 사정이 좋지 않아 만원버스 일색이었다. 시골교회 어떤 목회자가 서 있는 것을 보면 이 장로님은 기어코 자기가 앉은 자리에 앉히고, 당신은 서서 갔다. 좌석보다는 입석을 택하실 줄 아는 분이었다.

 

나는 처음 오수에 갈 때 건강이 아주 좋지 않았다. 이 장로님의 부인 오봉순 집사님은 장날마다 먹기 좋은 중닭 두 마리씩 꼭 갖다 주었고, 나는 빠른 속도로 건강을 회복할 수 있었다. 당시 교회에 그 장로님과 내가 모여 결정하고 추진해야 하는 일이 거의 대부분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30대의 젊은 목사가 얼마나 철부지의 생각을 했겠는가 싶어 고개를 들 수가 없다. 장로님은 모든 일에 “아니오” 란 말이 거의 없었다. 목사의 의견을 존중하고, 절대적으로 순종하려는 태도였다. 터무니없는 의견일 때는 “그것 될까요?”하는데, 아마 절대적으로 될 수 없는 상식 밖의 일이었을 것이다. 그래도 목사가 하자는 일이니 긍정적으로 결정해 주었다. 일을 결정한 이튿날. 장로님은 그 일을 추진하기 위해 제일 먼저 나와 삽이다, 연장을 들고 나와 사람들 잘 웃기시는 평소의 기질을 발휘하여 교인들을 격려하시며 일을 진행시켰다. 그러니 안 된다고 생각하는 일도 하면 될 수밖에 없었고, 잘 결정된 일은 더 잘 되었다. 장로님 덕분에 교회가 참으로 평안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때 오수교회의 지역은 참으로 넓었다. 사람들이 사방으로 4km 거리에서 교회에 왔다. 지금은 봉고차가 두루 보급되어 자동차로 수송하면 되지만, 그때는 모두 걸어 다니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먼거리 지역에 교회당을 지어 분립교회로 세우고자 기도하고 결정하였다. 1975년에서 1979년까지 5년 동안 세개의 교회를 분립시켰다. 봉천교회, 둔기교회, 그리고 계산교회다. 교회당과 사택을 건축했고, 교역자까지 모시어 완전한 교회로 출발케 했다. 이 장로님의 적극적인 협력이 아니었다면 도무지 될 수 없는 일이었다. 이 땅에 이기필 장로님 같은 장로와 성도들이 많이 배출되기를 소망하면서 천국에 계신 그분께 혹시나 누를 끼치는 글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러운 마음이다. 항상 겸손을 좋아하셨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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