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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마당] 지방선거후 민심읽기 - 김재홍

김재홍(국회의원·열린우리당)

지방선거를 치른 후 민심이 천심이란 말이 새삼 생각난다. 모든 정치지도자들은 그 민심에 따라야 한다. 그러나 민심만으로 민생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 걱정이다. 보통 큰 선거를 치르고 난 뒤 민생이 흐트러지는 것은 전혀 예상외의 일이 아니다. 선거 비용이 정상적인 규모 이상으로 크게 발생하고 또 사회간접 비용도 증대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갖가지 공공요금들도 머리를 쳐들고 있다.

 

그러나 선거는 종류에 따라 의미가 다르고 따라서 거기서 드러나는 민심도 내용은 각기 차이가 있다. 지방선거란 대통령선거나 국회의원 총선거와는 여러 가지로 다르다. 우선 정권교체나 원내 의석분포의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정부나 국회 구조가 바뀌는 것이 아니다. 우리 헌정은 엄연히 대통령중심제이기 때문에 지방선거 결과가 어떻든 정권과 직접 관련이 없다. 정권에 대한 중간 평가라느니, 민심의 현주소라는 등의 얘기는 어디까지나 정치적인 의미일 뿐 구속력을 갖지 못한다.

 

그런데도 마치 정권교체가 일어난 것처럼 떠들어 대는 사람들은 왜 그럴까. 지방선거가 처음부터 정당 중앙지도부간의 대결, 대선 후보간의 대리전 양상으로 치러진 것이 문제였다. 그렇게 치러놓고선 결과에 대해 과잉 해석을 내놓곤 한다. 그래도 오만이 민심을 역전시킬 수 있다는 교훈 때문인지 정치권은 조심한다. 특정 정파를 편드는 어용 지식인과 언론이 더 오버하고 있다.

 

기초단체 의원까지도 정당 공천제가 적용돼서 국민 전체가 정치화되기에 이르렀다. 지방선거의 본질인 지역의 일꾼을 뽑아야 할 선거가 되지 못하고 중앙정치 무대에 종속된 정치인들이 마을 일까지 맡겠다고 나선 셈이다.

 

그 결과 국민 다수가 참여하는 풀뿌리 민주주의가 아니라 ‘나무 꼭대기 민주주의’가 되고 말았다. 뿌리는 별로 없고 나무 꼭대기만 커지면 그 식물은 고사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한국정치의 미래가 걱정된다. 이는 대부분 기성 정치권과 지도자들의 책임이다.

 

특히 공천을 돈으로 팔고 사는 부패선거 양상이 전국화된 것은 정치개혁의 기본이 파괴된 증거로서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과거 공천권을 중앙당이 행사할 때는 당 총재와 계파 보스가 돈을 받았다. 그런데 정치개혁의 일환으로 지방당과 당원들에게 맡겨지자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공천 비리가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정치개혁의 후퇴를 가져 온 선거였다.

 

돈거래 공천 비리가 드러나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정당과 후보조차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은 더 올라가는 혼돈상도 나타났다. 무능한 가장 보다는 부패한 가장이 낫다는 시대어까지 등장했다. 지역주의와 결합된 ‘묻지마 지지’가 판치는 한 합리적 투표나 선진적 정치문화는 요원하다.

 

더구나 유세장의 야당대표 피습 사건은 자유롭고 평화스러워야 할 민주선거를 위협했다. 정책 제시에 의한 득표 경쟁을 불가능하게 했을 뿐아니라, 수준 높은 국민에게 모멸감을 안겨 주었다. 국제적으로도 한국 사회의 후진성을 노출시킨 수치스런 사건이었다. 정부는 그 책임만으로도 치안수뇌부를 엄중 문책하고 야만적 폭력을 규탄했어야 했다.

 

유세장 폭력은 여야 정치인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여야가 공동으로 대처하고 척결해야 할 문제다. 민주화와 자유가 만발했으나 사회윤리와 기강이 뒤따르지 못하는 과도기 현상이라면 더욱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구시대적 권위주의 탈피가 민주사회의 기강 해이를 불러 오는 모순을 시급히 해소해야 할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 후 집권여당이 마치 사라져 버릴 것 같은 분위기다. 어쨌든 지방선거가 전국적 동시선거이니 거기서 분출된 민심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완패한 여당은 밑바닥부터 꼭대기까지 환골탈태한다는 각성을 다져야 한다. 그러나 이 정부의 임기가 남아있는 한 국정주도세력이 주저앉으면 나라는 어떻게 되겠는가. 민생은 어디로 흘러 갈 것인가. 그것을 걱정해야 할 때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불거진 후진적 문제들은 대부분 정치불신에서 비롯된 것이다. 무신불립(無信不立)이라는 공자 말씀이 있다. 믿음이 없으면 나라가 설 수 없다는 뜻이다. 불신은 국민통합을 불가능하게 한다. 무엇보다도 국민통합을 통한 국가발전 동력의 창출이 시대적 과제라는 사실을 모두가 통절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김재홍(국회의원·열린우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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