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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인상깊은 결혼예식 - 오석주

오석주(전라북도 문화유산 해설사)

금년은 세칭 ‘쌍춘년’이라 하여 유난히 결혼식이 많다. 24절기의 시작인 입춘이 한해에 두번 있어 금년에 혼인하여 가정을 이루는 신랑·신부에겐 풍성복락이 따른다는 것이다.

 

이 여름이 지나고 결실의 계절이 오면 또 다시 수많은 결혼예식이 진행될 것이다. 그러다 보니 제한된 공간에서 여러 쌍의 결혼식이 겹치기로 진행되어 하객들마저 혼란스럽고 불안할 때가 많다.

 

신랑 신부에게는 평생에 한번 있는 성스런 예식이고 양가에서도 일생일대의 중대사라 볼 때 될 수 있으면 넉넉한 시간을 잡아 시간적, 공간적으로 여유 있는 예식을 진행함이 바람직스럽지 않을까 싶다.

 

얼마 전 시내의 한 호텔에서 토요일 저녁시간에 이루어진 결혼식에 참석했다. 신부의 부친이 고교 동창생으로써 존경 받는 의사이고 평소 각계 각층에 많은 덕을 베풀어 하객도 많았다. 또한 신랑 신부 모두 장래가 촉망되는 의사들이어서 이들을 아끼는 친구, 친척, 지인들로 훈훈한 분위기였다. 이 결혼 예식의 순서는 타인들의 예식순서와 큰 차이가 없었는데 하객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안기고 아름다운 인상을 새겨준 3가지가 있었다.

 

첫째는 예식의 주례로 신랑의 고교시절 담임교사를 세웠다는 점이다. 흔히 명문가 결혼식을 가면 유명 정치인이나 대학 총·학장 또는 사회저명인사나 지방자치 단체장 등을 주례로 모셔 가세를 과시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신랑의 고교 재학시절 대학입시를 앞두고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고락을 함께했던 스승이자 젊은 은사를 주례로 모셨다는 자체가 평범 속의 비범이 아닐 수 없었다.

 

둘째는 축가를 불러준 성악가의 선곡이 좋았다. 결혼예식에 빠지지 않는 축가의 경우 알아들을 수도 없는 외국가곡이나 난해한 명곡을 부르는 경우가 많은데 이 예식의 성악가는 저명한 지휘자 임에도 불구하고 귀에 익은 대중가요를 약간 편곡하여 정성스럽게 불러줌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셋째는 예식이 끝나고 피로연이 진행되는 동안 신랑, 신부를 앞세우고 신랑의 부모와 신부의 부모가 동시에 테이블을 돌면서 다정한 인사를 나눔으로써 화기애애한 피날레를 장식한 점도 참으로 좋았다.

 

몇 해 전 어느 결혼식에서 있은 일이 이와 비교 대조대면서 오버랩 되어온다.

 

교직 생활하는 선배의 아들 결혼식이었는데 주례로 퇴직하신 교장 선생님을 모셨다. 주례 선생님은 삼강오륜에 근본을 둔 충·효·예 사상을 시종일관 강조하였다. 전통적인 유교사상을 주입코자 하심이다. 그런데 주레사가 끝나고 신부측에서 모신 어느 교회 목사님의 축복기도가 있었고 5~6명으로 구성된 중창단의 복음성가가 축가로 이어졌다.

 

또한 예식이 끝난 후 베풀어진 피로연 회장이 신랑측은 예식장 부근의 한식집이었고 신부측은 결혼식장 내에 있는 뷔페 식당이었다. 신랑측 하객이 신부측 피로연 회석으로 왔다가 퇴장 당하는가 하면 신부측 하객이 신랑측으로 와서 “아무데서나 먹으면 어떠냐”고 목청을 높이며 실랑이 하는 모습도 연출되었다.

 

마냥 흐뭇하고 훈훈함이 감돌아야 할 중대 경사가 이래서야 되겠는가 생각되면서 돌아서는 발걸음이 유쾌하지 못했다.

 

누구의 가정이고 결혼예식은 성스럽고 기쁘며 경하하고 축하받을 성례식이며 하례식인데 기왕지사 여러 하객들을 모신 가운데 이뤄지는 예식인 바에 이모저모를 보다 정성 드려 선별하고 보는 이의 가슴에 잔잔한 감동과 담고 싶은 인상을 안겨서 주와 객을 함께 아우르는 성혼예식이 된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오석주(전라북도 문화유산 해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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