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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마당] 교권이 무너지면 나라희망도 사라져 - 최병균

최병균(무주교육장)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결혼을 앞둔 젊은 세대들의 결혼상대 배우자의 선호 직업의 1위가 교직으로 나타났다는 발표가 있었다. 교직에 대한 인기가 높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임에 틀림없다. 인기가 높은 직종에는 우수인력이 쏠리게 마련이고 교직에 우수인력이 몰리면 교사의 질이 높아져서 질 높은 교육이 기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한 편으로 교권이 무너지는 소리가 날로 증폭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심각성이 위험수위를 넘나드는 경향이어서 교육과 나라의 장래를 위해 걱정스럽기 그지없다. 교권이 무너지면 교육이 무너질 수밖에 없고 교육이 무너지면 제아무리 경제력이 풍부하다 해도 나라의 희망이 잿빛으로 멍들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교권 없는 교육은 불가능하다. 교사를 신뢰하는 분위기가 교실에 형성되지 않으면 교육효과는 기대할 수 없다. 따라서 교권은 교사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오늘의 교권실추의 원인은 사회적 책임과 학부모 책임, 교사 자신의 책임이 복합되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중에서 교사의 책임에 관해서만 논급하고자 한다. 그렇다고 교사가 교권 실추의 비중이 더 크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교권은 교사로서 자질이나 품성을 가졌을 때 갖게 되는 권위로서 투철한 사명감과 교육애, 전문적 소양과 교육기술 그리고 높은 수준의 도덕성과 인간주의적 가치관이 요구되는 권위이다.

 

특히 교사의 교육애는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교육애를 말함에 있어 양해원의 <맑고 깊은 이야기> 에 나오는 2차대전 당시 독일 점령하의 폴란드 어느 조그만 마을에서 있었던 코르자크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지 않을 수 없다.

 

어느 날 학교에 온 독일군의 모습을 본 유태인 어린이들은 무서워서 선생님에게 달려가 매달렸다. 이 때 코르자크 선생님은 자기 앞으로 다가온 유태인 어린이들을 두 팔로 꼭 안아 주면서 말했다. “무서워 할 것 없다. 선생님과 함께 있으면 마음이 편해질 것이다.”

 

독일군은 코르자크 선생님 곁에서 유태인 어린이들을 떼어놓으려고 했다. 코르자크 선생님은 “가만 두시오. 나도 함께 가겠소” 하고 아이들과 함께 트럭에 올랐다.

 

독일군이 선생님을 끌어내리려 하자 “어떻게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만 죽음으로 보낼 수 있단 말이오”하고 뿌리쳤다. 마침내 수용소의 가스실에 도착한 선생님은 아이들 손을 꼬옥 잡고서 가스실 안으로 앞장서 들어갔다.

 

자신은 유태인이 아닌데도 사랑하는 제자들의 무서움을 덜어주기 위해 함께 목숨을 버린 것이었다. 히틀러에게 학살된 동포들을 추념하기 위해 예루살렘에 세워진 기념관 뜰에 제자들을 껴안고 있는 코르자크 선생님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코르자크 선생님의 제자사랑 앞에 교권실추는 있을 수 없다는 것이 자명하다.

 

요컨대 교육발전 없는 국가발전은 사상누각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맥락에서 오늘날 선진국일수록 교육의 발전에 국가경영의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경향이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에 발맞추어 우리가 명실상부한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기 위해 교육발전은 절박한 국가발전의 과제이며 그 초석인 교권의 신장은 당연한 명제가 아닐 수 없다.

 

교권시장을 위해 한국판 코르자크 선생님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오늘의 시점이다. 그러나 교권의 신장을 교원 자신들의 몫으로만 돌린다면 한국교육의 장래는 아직 암울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최병균(무주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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