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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노인 손발된 '효자목사'

[전북, 전북 사람들]부안 거령교회 김규엽 목사

김규엽 목사 부부가 노환으로 시력이 좋지 않은 한 어르신을 부축하고 있다.../이강민기자 (desk@jjan.kr)

오늘부터 격주로 월요일 아침에 독자여러분을 찾아가는 ‘전북, 전북사람들’은 이웃에 비춰본 내 자신의 이야기입니다. 인간은 피부색이 다를 뿐, 핏빛은 같습니다. 성격이 다를 뿐 인간의 본성은 비슷합니다. 이웃의 이야기는 어쩌면 내 삶 자체일 수 있습니다. 평범한 삶의 현장 속에서 묵묵히 일하는 사람들, 그들의 애환, 즐거움, 역경을 헤치고 방긋 짓는 웃음…. 그들의 이야기 속에서 내일의 희망을 발견했으면 좋겠습니다. <편집자주>

 

 

지난 주말에 한 마을을 찾았습니다. 부안군 백산면 거룡 마을입니다. 동진강이 스쳐 흐르는 마을 앞에 펼쳐진 광활한 들녘에는 벼가 파릇하고, 텃밭에서는 오이와 가지, 고추가 먹음직스럽습니다.

 

그러나 마을 군데 군데 눈에 띄는 빈집은 이농의 폭격을 맞아 폭삭 가라앉았습니다.

 

상당수 어르신들에게는 어느새 ‘독거노인’이라는 딱지도 붙었습니다. 갑작스럽게 병원으로 실려가는 사람도 끊이질 않습니다.

 

하지만 이 마을 어르신들에게는 언제부터인가 ‘배 다른 아들’이 하나 있어 외롭지 않습니다. 김규엽 목사(46·거령교회)가 그 주인공입니다.

 

그는 지난 1992년 부인 변미자씨와 함께 거령교회에 부임했습니다. 거령교회는 거룡과 산전, 용출 그리고 오곡 등 4개 마을 약300여명의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작은 교회입니다. 30대 젊은 목사의 농촌 목회는 가시밭길이었습니다. 가난한 가운데 교인 사이의 갈등, 교회를 외면하는 주민…. 김 목사는 먼저 주민들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하나님을 앞세우면서도 사람의 정을 나누었습니다. 어르신들에게 봉사를 다한 14년. 지금 김 목사는 주민들에게 인정받는 목사입니다.

 

그는 말 합니다. “어르신들이 많은 시골 목회는 복지 외에 대안이 없습니다. 교회가 세상 속으로 들어가 그들을 어루만져주어야 합니다”

 

김 목사는 지난 2001년 사회복지사 1급 자격증도 땄습니다. 기대에 부푼 그의 앞을 예산 문제가 가로막았습니다. 그래서 많은 돈이 없어도 가능한 재가복지활동을 택했습니다.

 

그의 재가복지는 새벽기도 준비부터 시작됩니다. 새벽 3시40분에 기상하는 김 목사는 12인승 승합차를 운전하고 마을을 돌며 어르신들을 태워 교회로 돌아옵니다. 빈차로 돌아올 때도 있지만, 8년전 차량을 구입한 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한번도 빠뜨리지 않는 일입니다. 그러나 새벽 2시, 3시에 일어나 환자를 싣고 응급실로 달려가는 일도 많습니다. 한밤중에 고열, 복통을 호소하는 어르신들이 그에게 곧장 전화를 하는 까닭입니다. 그는 믿음직한 119구급대원인 셈입니다. 그는 환자 자제들과 통화, 진료와 입원 절차까지 마치고 비로소 귀가합니다. 낮에는 마을 어르신들을 승합차에 태우고 간밤에 생긴 환자 문병을 갑니다. 멀리 사는 자식들이 못하는 일을 친자식처럼 꼼꼼하게 챙기는 그에게 하루는 너무 짧습니다.

 

김목사는 멀리 사는 자식들의 처지를 이해하려고 합니다. 멀리 있는 그들에게는 현실적 한계가 있고, 가까이에 있는 사람이 어르신을 먼저 챙기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얼마전에는 교회에 드럼세탁기도 들여놓았습니다. 힘든 이불 빨래를 해드리기 위해서입니다. 그를 ‘효자 목사’라고 부르기에 어색함이 없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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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호 jhkim@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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