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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실효성없는 학교급식법 재개정 마땅 - 이상덕

이상덕(전북교원단체총연합회 정책실장)

보건 당국은 지난달 30일 '급식 대란'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학생들이 식중독에 걸린 24개 학교에서 노로바이러스가 검출됐지만 이 균이 어디서 발생했는지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사고원인 규명에 실패한 것이다. 그럼에도 국회는 그날 학교의 직영급식을 의무화한 학교급식법 개정안을 서둘러 통과시켰다.

 

늑장 대처로 식중독 원인을 밝혀내지 못한 보건당국의 무능도 한심하지만 한 술 더 뜨는 쪽은 '직영급식'만 이뤄지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국회와 정부는 학교급식법 개정안이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각급 학교의 위탁급식이 직영급식으로 바뀌게 된다. 특히 1만780개 초·중·고교 가운데 직영급식 비율이 이미 99.6%에 달하는 초등학교나 75.2% 수준인 중학교에 비해 6.3%로 현저하게 낮은 고등학교 급식체계에 큰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직영급식이냐 위탁급식이냐는 그 다음 문제다. 그럼에도 순서가 잘못됐다. 먼저 원인을 찾아낸 뒤 그에 따른 처방을 마련해야 하는데도 덜렁 대책부터 결론 낸 것이다. 이래서는 사고 재발을 막을 수 없다. 이번에야말로 급식의 모든 과정에서 철저한 위생 점검과 감독이 이뤄지도록 완벽한 시스템을 짜야 한다.

 

개정 급식법은 학교급식의 책임자가 학교장이라는 점을 천명함으로써 직영제가 학교급식의 근간임을 분명히 하되 예외적으로 위탁제를 도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급식사고의 발생요인이 식자재의 유통ㆍ관리, 조리ㆍ배식 등 전 과정에 거쳐 산재해있고 사고발생시 정확한 원인규명이 곤란한 현실에서 학교장과 소속직원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관리 책임을 학교 측에 전가시키는 것이다. 특히 국가가 책임을 다하지 않고 학교급식법 개정안에 따른 추가비용(위탁급식을 직영으로 전환함으로 발생하는 시설ㆍ운영ㆍ인건비와 영양사 및 조리사의 의무교용에 따른 인건비 등)을 국고가 아닌 지방교육청의 지방비와 교부금으로 충당토록 한 것은 현재 지방교육재정의 심각한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현실성이 없는 탁상 행정의 현주소이다.

 

무엇보다 예산확보 문제가 우선 꼽힌다. 위탁급식을 하고 있는 1655개 학교를 직영으로 전환하려면 학교당 시설개선 및 운영비로 2억원씩 모두 3,310억원이 들 것으로 추정되지만 당장은 재원이 확보돼 있지 않은 상태다. 진학지도에 바쁜 교직원들이 급식업무까지 맡아야 하고 문제가 생기면 처벌까지 받게 된다는 점도 교육 현장을 고려하지 않은 논리이다. 더구나 급식 전문가도 아닌 교장과 교사들이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도 부담스럽다.

 

"급식 사고 발생시 학교장이나 소속 직원에게 책임을 전가한다."는 것은 재검토되어야 하며, 현재 지방교육재정이 열악한 점을 감안할 때 심각한 문제인"추가비용을 국고가 아닌 지방교육청의 지방비와 교부금으로 충당토록 한 것"도 얼마나 현실성이 없는 대책인가?

 

이번에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통과된 학교급식법 개정안 중 미흡한 부분은 반드시 바로 잡아 본회의에서 통과되기를 바란다. 특히 이 번 개정안은 학교식중독 사건이 가져다 준 국민적 충격과 분위기 속에서 정치권이 정략적으로 직영급식만이 유일한 해결책인 것처럼 접근하고, 이 법안을 뒷받침할 예산 등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지 않은 것은 졸속으로 귀결될 가능성마저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실효성 있는 재원확보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다.

 

/이상덕(전북교원단체총연합회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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