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종삼(전 진안 마령고등학교장)
지난 82년부터 현재까지 14년간 도내에서 초등학교 290개교, 중학교 14개교, 고등학교 5개교 등 모두 309개교나 폐교되었다고 한다. 정부는 농촌지역 소규모학교 학교 통폐합을 적극 요구하고 있고 전라북도교육청은 학생 수 60명 미만의 133개 초·중·고의 통폐합을 검토 중이라고 하니 앞으로도 문 닫는 학교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시대적·사회적 변화에 따른 폐교는 막을 수 없을지라도 학교의 흔적은 남겨 둘 필요가 있다. 아니 비록 폐교된 학교일지라도 뿌리는 살려 두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교육이고 이 시대의 소명이다. 이 길은 곧 ‘교육박물관’을 세우는 일이다.
박물관은 보존·연구·교육·학술·교양·문화·예술의 산실이자 터전이다. 박물관은 사라져가는 자료를 찾아 생명을 불어넣어 문화재로 재창조한다. 박물관을 가보면 그 나라와 그 고장을 알 수 있다. 곧 박물관은 이 시대 얼굴이고 자존심이다.
현재 대전·제주·경기 등 3곳에 전문‘교육박물관’이 있다. 지난 92년에 개관한 대전의 한밭교육박물관은 2003년에 관람객 100만명을 돌파했다고 한다. 제주 교육박물관은 지난 96년에 개관, 고대부터 현재까지의 제주 교육과 관련자료를 전시하여 관람객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준다고 한다. 참으로 부러움을 살만한 지역이다.
도내에도 국립전주박물관을 비롯 역사박물관, 종이 박물관이 있고, 지난달 진안박물관이 개관되었으며, 군산여상, 전주생명과학고, 전주 풍남초등학교 등 학교박물관이 제법 잘 갖추어져 있어 학교와 지역의 자긍심을 갖게 해주고 있다.
폐교가 급속도로 늘어가고 있는데 그 귀한 교육문화재를 모두 불태워버릴 것인가 심각히 고민할 때다.
교육은 내 뿌리를 찾고 지키고 꽃피우고 튼실한 열매를 맺게 하는 것이다. ‘교육박물관’이야 말로 폐교의 아픔을 씻어주고 교육·문화의 도시 천년 전주의 자존심을 지키는 일이다. 더 늦기 전에 우리 모두 중지를 모아 교육박물관을 세우자.
/은종삼(전 진안 마령고등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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