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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마당] 긴꼬리투구새우가 보내 온 메시지 - 김낙빈

김낙빈(전주지방환경청장)

며칠 전 무주군농업기술센터로부터 멸종위기종인 “긴꼬리투구새우”가 다수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반가운 마음으로 현장으로 향했다. 학계에 의하면 농약이 보급되기 시작한 1970년대 이후 전북지역에서 긴꼬리투구새우가 사라졌다는데, 다시 발견되었다니 매우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긴꼬리투구새우는 무척추동물로서 경상도와 전남 일부지역에 서식하고 있으며 환경부가 멸종위기종 2급으로 지정?관리하고 있다.

 

현장에 당도하여 확인해 보니 그간 화보집에서 보아 온 긴꼬리투구새우가 분명했으며, 0.5m×0.5m 방형구 측정결과 평균 서식개체수 40여마리로 서식밀도도 매우 높았다.

 

우선 서식지 위치를 놓칠 새라 GPS를 이용하여 생물상 위치를 표시하였고, 가까이서 찬찬히 살펴보니 긴꼬리투구새우들이 물 속에서 여유롭게 배영을 즐기고 있었다. 배영을 하는 이유가 궁금하여 자료를 찾아보니 4~5회의 탈피를 통하여 성장해 가는 과정에서 껍질을 벗을 때마다 몸 상태를 바로 잡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런데 그간 보이지 않았던 이 생물이 대체 어떻게 갑자기 나타난 걸까? 해답은 간단했다. 무주군 유속마을에서는 수년 전부터 논에 농약을 쓰지 않고 있으며 우렁이농법 같은 친환경농업을 실천해오고 있다고 한다.

 

긴꼬리투구새우는 주로 논 토양 속에서 알 상태로 수년간 묻혀 있다가 서식환경이 양호해지는 5~6월경 벼 생육초기에 맞추어 알에서 깨어나는 생태적 특성을 갖고 있으므로, 이 마을의 서식환경이 이 새우들의 생육에 적절하게 개선되었음을 알 수 있다. 긴꼬리투구새우는 땅 바닥을 즐겨 파는데, 이유는 토양 속 유기물 등 먹이를 찾거나 알을 낳기 위해서라고 한다.

 

이 새우가 발견되지 않은 다른 마을 농가에서는 농약을 써서 수확량을 다소 늘리려다 더 크고 중요한 것을 잃고 있다고 안타까워하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이번 일만 보아도 농약 사용을 억제함으로써 토질도 좋아지고 건강한 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명약 관하하며, 자연과 더불어 인간이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야 할지 새삼 깨닫게 해준다.

 

현재 지구환경은 온난화 등에 의해 향후 50년 내에 생물종의 1/4이 멸종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그간 생태계를 고려하지 않은 개발로 인한 생물서식지 훼손과 무분별한 남획 등으로 수많은 생물종과 개체수가 감소하고 있다. 환경부에서는 멸종위기종 보전을 위하여 2006~2015년 까지 10년에 걸쳐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증식?복원 장기종합계획을 수립하여 시행해 나가고 있다. 생물종의 새로운 생태특성 규명과 서식지 위협요인 해소 및 서식환경 개선을 위해서는 멸종위기종에 대한 지방환경청과 지자체간 상시 모니터링체제 확립, 지역 환경단체 및 서식지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과 학계를 연결하는 유기적인 네트워크 구축, 그리고 이를 지원할 수 있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긴꼬리투구새우가 살 수 있는 물과 서식환경이야 말로 우리 인간이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다. 이 새우의 일생은 약 한달에 불과하여 얼마 후에는 보이지 않게 되겠지만, 내년 이맘 때 쯤 또다시 나타나 주길 기대하면서, 그들이 전해 온 메시지를 되새겨 본다. “조화와 균형을 이룬 건강한 생태계를 만들어 우리 함께 살아가요 !”

 

/김낙빈(전주지방환경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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