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라도 한글을 익혀 사용할 수 있으면 세종대왕의 백성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글발전유공자로 선정돼 9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560돌 한글날 기념식에서 보관문화훈장을 받은 데이비드 맥켄(62) 하버드대 한국학연구소장은 "한국정부로부터 훈장을 받으러 오라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시상식 후 연합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어를 특별히 연구하는 사람이아니라 한국어 시집을 몇 권 번역한 것 뿐인데 과분하게 훈장까지 받게 되었다"면서"세종대왕이 훈민정음 머리말에 언급한 '백성들' 가운데 한 사람으로서 한글로 지은작품을 읽고 그것을 미국사람들에게 알린 작은 공로를 인정해준 것이라고 여기겠
다"고 말했다.
맥켄 교수가 한국과 맺은 인연은 4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 암허스트 대학을 나와 평화봉사단 일원으로 한국땅을 처음 밟은 것은 1966년. 당시 경북 안동농고에서 2년간 영어를 가르쳤던 맥켄 교수는 시내 작은 서점에서 김소월의 시집을 발견한 뒤부터 한국문학에 깊이 빠져들었다.
이후 미국으로 돌아가 하버드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고 1976년부터 코널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한국문학을 가르쳤다. 1997년부터는 하버드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고교생 때부터 시를 썼습니다. 그런 영향 때문인지 한국에 와서도 한국의 시에관심을 갖게 됐죠. 안동농고 선생들과 술자리를 가질 때 노래를 부르는 대신 김소월의 시 '귀뚜라미'를 낭송하곤 했습니다. 왼손으로 김소월의 시를 삐뚤삐뚤 써 보이면 다들 박수를 치며 좋아했습니다." 맥켄 교수는 그동안 김소월 시집 '진달래꽃'을 비롯해 서정주, 한용운, 신경림,김남조, 김지하 시집 등 23권을 번역해 미국에 소개했다. 최근에는 박재삼 시선집 'Enough to say it's far'(아득하면 되리라)를 미국 프린스턴대 출판부에서 펴냈고, 현재 김수영의 시와 황인숙의 시를 번역하고 있다.
그는 박사학위 논문을 쓰기 위해 1973년 서울대와 고려대에서 한국의 고전을 공부하기도 했다. 한국 현대시의 뿌리가 어디 있는지 알기 위해 시조와 가사 등 고전문학을 공부한 것이다.
그는 당시 서울에 머물며 문예지 '창작과 비평'(이하 창비)을 이끌던 문학평론가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를 비롯해 시인 신경림, 김지하 등과 자주 만난 것은 한국 현대시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힌 좋은 기회였다고 말했다.
"미당 서정주의 시를 너무 좋아했고 지금도 좋아합니다. 하지만 어떤 시를 너무좋아하다 보면 번역하기 어려워집니다. 아름다운 시어를 제대로 옮겼을까 하고 겁이나기 때문이죠. 1970년대에 한국에 1년간 머물면서 신경림, 김지하 등 창비 그룹 시인들이 미당의 시를 내가 보던 시각과 다르게 해석하고 비판하는 것을 봤습니다.
그들의 그런 시각을 이해하면서 미당의 시를 좀더 폭넓게 바라볼 수 있었고 이를 계기로 그의 시를 번역할 때도 지레 겁을 먹지 않게 됐습니다." 한편 그는 한국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가능성에 대해 묻자 "고은, 황석영, 이문열 등 훌륭한 작가가 많지만 수상작가 선정은 예측을 불허한다"면서 "작년에도 영국 극작가 헤럴드 핀터가 노벨문학상을 받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2박3일의 방한일정을 마치고 10일 미국으로 돌아간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