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균(전라북도교육위원)
며칠 전 우리나라 연례 중요 교육행사의 하나인 대학입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났다. 그동안 이 시험을 치르기 위해 몸과 마음 고생이 격심했을 수험생과 그 뒷바라지에 온갖 정성을 다 해 오신 학부모님들에게 마음 속 깊이 뜨거운 위로와 격려의 인사를 보낸다. 또한 곧이어 치러지는 논술고사 대비를 충실히 해서 모두 지원하는 학교에 진학할 수 있게 되기를 마음모아 기원한다.
하지만 수능시험으로 야기되는 몇 가지 병폐현상의 문제에 대해 소회를 밝히고자 한다.
1994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수능시험의 근본 취지는 대학 교육에 필요한 수학 능력을 측정하고, 학생의 능력, 진로, 필요, 흥미를 중시하는 제7차 교육과정의 기본 정신에 따라 시험 영역과 과목을 전부 또는 일부를 선택할 수 있게 함으로써 대학수학 적격자의 선발 기능을 제고하고 고교교육 정상화에 기여하며 학생 선발에 공정성과 객관성이 높은 자료를 제공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수능시험이 목적한대로 제대로만 이루어진다면 고교교육이 정상화 되고 학생의 선발기능이 제고되어 온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교육풍토가 조성되었음에 틀림없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에는 아이러니하게도 ‘교육이민’이라는 신조어가 아직도 팽배한 것이 사실이다. 교육이민은 국내에서의 교육에 대한 불만 때문에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 해외로 이주하는 경우를 말한다.
교육이민의 성공률은 지극히 미약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한국에서 못하는 아이들이 이민 가서 잘 하는 경우가 10%이고 여기서는 잘 한 아이가 못하게 되는 경우도 10%이며 나머지 80%는 한국에서의 성적이 이민 가서도 그대로 유지된다는 조사가 있다.
우리 사회에 명문대학 입학이 안락한 인생을 보장한다는 의식이 만연되어 있는 것이 엄연하다. 그래서 수능시험이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결정적 관문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어 학벌이 취업, 승진은 물론 심지어 배우자 선택에도 중요 조건일 뿐더러 명예, 재산형성, 사회생활의 모든 것이 학벌에 좌우된다는 병리현상이 심각하다.
지금 우리는 2만불 시대에 진입하고 있으며 3만불 시대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도 겨우 7000~8000불 시대에 팽배했던 돈이면 무엇이든 되고 돈이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황금 물질만능주의와 한탕주의, 진정한 성공과 행복의 개념이 전도된 출세에 매달리는 출세지상주의, 그리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학벌지상주의가 수능시험이 시작된 지 10여년이 지난 지금 수능시험 본연의 목적에서 일탈하여 학력고사의 폐단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걱정스런 병폐의 관념을 치유하는 것이 오늘 우리 사회의 최우선적인 과제이다.
이에 덧붙여 수능시험의 결과에 대한 수험생과 사회 그리고 언론의 잘못된 시각을 고치는 것도 매우 절실하게 요구된다.
수험생에게는 수능시험이 인생의 전부가 아님을 인식하여 자신의 새로운 인생 영역을 스스로 열어가는 신세대다운 의연한 자세를 당부하며 사회에서는 마치 수능시험이 교육의 근간인 것처럼 보는 안경을 벗어 던져 버려 주기 바란다. 언론에서는 수능시험 결과의 취재와 보도에 새로운 변화의 시도와 접근이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수능시험은 교육의 한 가닥일 뿐 결코 교육의 근간도 몸통도 아니기 때문이다.
수능시험에서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문제는 수능시험 후의 수험생 지도에 대한 학교와 교육행정 당국의 치밀하고 폭넓은 지도계획으로 수험생과 사회공감대가 이루어지는 또 하나의 진로지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예년의 흐름을 보면 마치 수능시험이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최종 종착지인 것처럼 착각되는 현상이 비일비재 하였기에 금년에는 이 같은 불미스런 모습이 나타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최병균(전라북도교육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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