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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자치제 개선안 재고 마땅 - 오태근

오태근(전주 한들초 교장)

국민의 정부 이후 교육경쟁력을 키운다는 명분 아래 지금까지 일련의 교육개혁이 추진되어 왔다. 그러나 정부가 주도하여 추진해 온 교육 개혁 정책이 교육의 문제점을 개선하였다기보다는 오히려 공교육의 위기를 초래하였다고 보는 것이 대다수 국민의 생각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2008년도에 실시할 교육감과 교육위원 선거를 지자체 선거에 포함시키는 방안과 공무원연금을 하향 조정한다는 공무원연금법 개혁안을 내어 놓아 교육계에 다시 한 번 회오리바람을 일으키려 하고 있다.

 

교육감과 교육위원을 주민이 직접 선출하는 것은 얼핏 교육과 행정에 참다운 지방자치를 구현하여 민주주의의 발전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교육을 정치판에 올려놓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이 법안이 시행되면 교육감은 시?도지사의 관할에, 교육위원회는 시?도의회에 속하게 되어 교육이 행정의 시녀로 전락하지나 않을지 걱정이 앞선다.

 

이는 그러지 않아도 명색뿐인 교육부총리의 존재 가치를 희석시키는 일로서 ?교육무용론?을 부르짖는 것과 다름없다고 하겠다. 해방 직후 신탁통치 상태에서 미군정청 치하나 자유당 시절의 교육으로 돌아간 기분이 드는 것은 단순한 우려일까?

 

이 개혁안이 시행된다면 교육인적자원부는 행정자치부로 흡수 통합되라는 말인가. 교육의 특수성을 무시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공무원연금법의 개혁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 무릇 법을 시행함에 있어서는 국민 대다수의 합의를 바탕으로 할 때 마음으로 따르게 된다는 것은 역사가 이를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시간을 갖고 여론을 수렴하는 가운데 최선의 방안을 찾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주춧돌을 잘 놓은 다음에 지은 집이라야 세월을 건너 그 가치를 발휘하게 된다.

 

공무원연금의 하향 조정은 참여 정부 스스로 실패한 정부임을 광고하는 일과 같다. 국가 경제를 일으켜 국민소득 3만불 시대를 열겠다고 호언하던 것은 차치하고라도 국민의 복지 수준을 하향 평준화하겠다는 한심한 발상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을 진정으로 생각한다면 불필요한 예산을 과감히 정리하고, 지하로 스며드는 각종 기금을 양성화하여 국민연금을 공무원 수준으로 끌어올려 국민 모두가 행복한 복지국가를 이룩해야 하지 않겠는가.

 

따라서 이번에 정부에서 내놓은 교육의 특수성을 무시한 졸속한 교육자치제도의 개선안은 재고되어야 마땅하다. 과학 문명이 발달한 오늘날이라고 해서 교육을 시장 논리로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은 위험하기 짝이 없다. 책상 앞에 앉아 손바닥 뒤집듯이 교육 정책을 세우고 바꾸는 사람들이 과연 교육을 생각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이제 교육이 행정만능주의자들의 손에 의해 더 이상 망가지지 않도록 교육 전문가들의 손에 맡겨져야 한다.

 

시장주의의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실적주의와 능률주의에서 벗어나 인간성과 창의성을 앞세우는 풍토가 조성되어야 한다. 우리 교육이 오늘날처럼 황폐해진 원인은 교육을 교원 아닌 사람들의 손에 내어맡긴 데서 찾을 수 있다. 교육은 정치적 협상의 대상도 아니요, 기업 경영의 수단도 아니며, 더구나 행정의 전횡물은 더더욱 아니다. 교육은 말 그대로 교육일 뿐이다. 가르치고, 일깨우고, 보살펴서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기르는 일이다. 아는 것에 앞서 사람이 되게 하는 일이다. 교육에 관한 정책의 수립과 실행이 정권에 따라 흔들리는 일이 없어야 한다.

 

차제에 정부는 행정만능주의에서 벗어나 국가백년대게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교육이 국회, 행정부, 법원에 버금가는 초정권적 기구로 독립할 수 있는 길과 함께 국민연금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발전적인 방안을 모색하기 바란다.

 

/오태근(전주 한들초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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