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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칼럼] 희망은 가난함에서부터 - 송년홍

송년홍(전주 동산동성당 주임신부)

저번 토요일에 우리 성당에서 우리지구 성당의 청년들이 모여서 “일어나라 청년예수여!”라는 주제로 청년의 밤을 가졌다. 각 성당의 청년 성가대들이 모여서 준비한 노래와 율동을 공연했다. 우리 신부들도 찬조출연을 했다. 신부들이 바빠서 모여서 노래할 시간이 없어서 딱 두 번 밤 9시에 모여서 연습을 했다. 신학교에서 매일미사와 기도를 하면서 노래를 해서인지 금방 호흡을 맞출 수 있었다. 연습이 끝나고 맥주 한잔을 기울이면서 이런 시간이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신부들이 다 돌아간 후에 잠을 자려고 침대에 누웠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새벽 1시가 넘었는데 누가 전화를 하나 하고 봤더니 2년차 후배신부였다. 그 신부는 울면서 지금 만나서 술 한잔하자고 오라고 한다. 급히 일어나서 옷을 챙겨 입고 택시를 타고 가는 동안 온갖 생각이 머리를 스쳐갔다. ‘무슨 일이 생겼나? 혹시 본당신부님하고 관계가 안 좋은 것은 아닌가? 아니면 무슨 사고를 쳤나?’ 그런 생각을 하고 가는 동안에 택시는 팔복동에 도착했다. 그런데 지갑을 놓고 온 것이었다. 그래서 팔복동 신부에게 전화를 해서 택시비 달라고 하고 아파트 밑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택시에서 내리자 전화했던 신부도 도착을 했다.

 

셋이서 함께 사제관에 들어가자마자 후배신부가 팔복동 신부를 끌어안고 우는 것이었다. 울고 있는 그 신부를 우선 진정시키기 위해서 술 한 잔 권하면서 무슨 일이 일어났느냐고 물어보았다. 그 신부는 신자들을 위해서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자신이 참 잘못 살았다는 것을 알았다는 것이다. 환자들과 나이 드신 어르신을 방문하면서 가난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았던 것이다. 그래서 그들을 보면서 마음이 무척 아팠다고 했다. 그 말에 나는 우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기쁨의 웃음을 지었다. 가난한 사람을 보고 눈물을 흘리면서 마음 아파하는 그 순수함에 너무나 아름다운 한 사제의 모습을 보았다. 그 후배신부에게서 사람을 사랑하면서 살아가는 희망을 느낄 수 있었다.

 

요사이 자살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자살은 대게 희망이 없을 때 절망의 상태에서 시도하게 된다. 그리고 희망을 발견하지 못하면 죽음에 이르는 병에 걸린다. 이런 병에 걸리지 않기 위해선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아야 한다. 그것도 가난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아야 한다.

 

우리 주위에 가난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눈에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그들이 우리와 함께 살고 있다는 것을 의식하지 못한다. 연말에 잠깐 이웃돕기 할 때만 우리의 관심이 그들에게 쏠리고 그 외는 별 관심이 없다. 가난한 사람들이 우리 주위에 있다는 것을 우리가 의식하고 살아갈 때 우리는 희망을 가지게 된다. 곧 그들을 위해서 일하면서 그 일을 통해서 우리는 희망을 발견하게 된다. 왜냐면 가난한 사람들은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그들의 가난함을 통해서 우리에게 희망을 주기 때문이다.

 

/송년홍(전주 동산동성당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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