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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역린의 정치

한비자(韓非子)는 중국 전국시대의 법가(法家)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법가는 군주의 덕치(德治)를 우선시 하는 유가(儒家)와 달리 ‘법에 의한 통치’를 내세운다. 백성들의 마음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믿을 것이 못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엄격한 법집행을 통해 질서를 유지하고 통치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봤다. 통치력의 근간은 경제력과 군사력이다. 당시 7웅이 할거하는 살얼음판 같은 시대상황을 잘 반영한 사상이 아닐까 한다.

 

그는 말더듬이어서 이러한 사상을 글로 썼다. 그의 글을 읽어 본 진시황은 그를 높이 평가해 곁에 두고자 할 정도였다.

 

그는 당시 많은 왕들이 반역으로 왕권을 잃는 문제에 대해서도 관심을 쏟았다. 다스리는 자와 다스림을 받는 자의 이해관계는 일치할 수 없다. 위에 있는 자와 밑에 있는 자는 하루에도 100번씩 싸운다. 그러므로 군주는 아무도 믿지 말고 아첨꾼을 경계할 것이며, 누구라도 지나치게 많은 권력을 가지게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의 사상을 담은 책 ‘한비자’ 세난편(說難篇)에는 반역과 관련해 역린(逆鱗)이라는 말이 나온다. “무릇 용(龍)이란 짐승은 잘 길들이면 올라탈 수 있지만 그의 목 아래 있는 직경 한자 길이의 비늘, 즉 역린을 건드리면 반드시 사람을 죽인다. 임금도 역시 역린이 있으니 유세(遊說)하는 자가 임금의 역린을 건드리지 아니하면 거의 화가 없다.” 여기서 용은 임금을 비유한 것이요, 역린은 임금의 분노를 일컫는다.

 

며칠 전 유시민 보건복지부장관이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오프 더 레코드(非報道)를 전제로 한 말이 화제가 되고 있다. “열린우리당이 분당으로 곧 사라질 것” “한나라당 집권 가능성 99%” 등이 그것이다. 여기에 덧붙여 유장관 특유의 ‘국민 역린론’을 폈다. “국민들은 참을성이 많지만 역린이라는 걸 가지고 있다. 용을 타고 놀다가도 딱 그 부위만 건드리면 죽는, 그래서 촉망받는 정치인들이 여럿 죽어 나갔다.”

 

그는 현대 민주정치에 있어 ‘역린’을 ‘국민의 분노(민심)’으로 이해하는듯 하다. 제대로 본 것이다. 요즘 계속되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 관련 폭로사건도 국민의 역린을 건드릴지 흥미거리다. 하지만 정작 유장관 자신도 그동안 노대통령의 역린을 건드리지 않았지, 국민의 역린을 건드린 경우가 많았음을 아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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