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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마당] 다시 살아나는 동학농민혁명 - 강광

강광(정읍시장)

113년 전 1894년 정읍, 탐관오리의 학정과 외세의 침략에 대항, ‘반봉건, 반침략’을 외치며 분연히 떨쳐 일어난 농민들이 있었다. 그들은 가난했지만 하늘의 이치를 거스르지 않았고 서로를 도우면서 살아가는 순한 농민들이었다.

 

당시는 막 세계화가 진행되고 있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조선 후기의 위정자들은 이런 변화의 물결을 읽지 못했다. 근대화는 뒤처지고, 자국의 이익을 위해 식민 정책을 추구하며 조선에 밀려든 세계 열강들의 총칼 앞에 우리는 무력할 수밖에 없었다.

 

아름다운 금수강산은 그들 강자들의 힘겨루기를 위한 각축장이 되어버려 극심한 혼란상을 드러냈고 조선의 일부 관리들은 이런 사정을 틈타 자신의 치부를 쌓는 행위에만 열중했다. 견디다 못한 민초들이 봉기했고, 자주와 밝은 세상을 외치며 세상을 바꾸려는 노력이 시도됐다. 모두 조국이 가난하고 힘이 없었기 때문에 빚어진 현상이었다.

 

113년이 지난 지금, 조국은 눈부신 경제발전을 거듭하면서 세계의 주목을 받는 국가가 되었다.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은 그야말로 국가 구성원 하나, 하나의 피와 땀으로 일구어진 노력의 결과였다. 오직 성장일변도의 경제 드라이브 정책을 펼쳐오던 대한민국은 어느 순간 뒤를 돌아보게 되었고, 고도 성장 속에 가려진 여러 가지 아픔을 목격하게 되었다.

 

교육문제는 그 중 하나이다.

 

대한민국의 교육판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야말로 거대한 ‘입시 지옥’에 다름 아니다. 초등학교, 아니 유치원 시절부터 시작되는 선행학습은 이미 도를 넘어선지 오래다. 오로지 경쟁만이 존재하는 듯하다.

 

한 과목에 수십만 원씩 하는 고액 과외가 주위의 평상 풍경이고, 중학교에 들어서면 ‘전인교육’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안타까운 광경이 연출되고 있다.

 

커다란 톱니바퀴에 매달린 톱니처럼 우리의 아이들은 그저 하루하루를 끄덕이며 학교와 학원으로 내몰리며 밤늦게까지 활동하는 부엉이가 되고 있다. 거친 품성에 증오만을 키워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아쉽다.

 

이런 이유로 뜻있는 선각자들은 전인교육을 다시 꺼내 들었다. 더 늦기 전에 균형 잡힌 교육을 실시하자는 것이다.

 

동학농민혁명은 학정(虐政)에 따른 당연한 결과로, 사회 변혁을 바라는 민족운동이었다. 올바르지 않음을 바로잡으려는 민초들의 외침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동학의 사상은 ‘올바른 교육관을 다시 세우려는 요즘 선각자들의 사상’과 맥을 같이 한다.

 

동학농민혁명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고, 선양하는 작업들이 시작된 지 오래다. 그러나 조국의 근세사에 커다란 획을 그은 사건치고는 그 기념이 극히 미미했다. 때로는 사상적으로 배격 당하고, 때로는 일천한 사건으로 치부되기도 했다.

 

다행이 참여정부 들어 특별법이 제정되고 동학농민혁명에 대한 국가적 재정립이 진행되고 있다.

 

이와 때를 같이 하여 정읍시는 올해를 정읍동학농민혁명의 선양사업을 벌이는 새로운 원년으로 선포하고자 한다. 40회에 이르는 동안 매년 지방의 기념식 정도에 머물러 있던 ‘정읍동학농민혁명기념제’의 규모와 틀을 바꿔 전국적인 ‘황토현 동학축제’로 거듭 나려 한다.

 

그래서 그 속에 담겨진 동학의 숭고한 정신을 아이들에게, 그리고 대한민국의 구성원들에게 축제적 성격으로 전달하려 한다. 지난 113년 전 정읍이 민족정신을 다시 일으키는 성지가 됐듯이, 오늘에 와서도 그 맥과 전통을 이어 받아 조국의 정신을 바로 세우는 중심지로 거듭나려 한다.

 

시작은 미미하다. 그러나 온 시민이 합심하고, 그런 정신에 동참하는 국민들이 늘어난다면 못할 것도 없다. 그 시작이 오는 5월 10일이고, 그 날이 벌써 기다려진다.

 

/강광(정읍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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