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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사람에게 띄우는 엽서한장] 밭갈고 씨뿌리는 너를 보고 돌아오는 길 아픔의 눈물이

박성숙(수필가)

귀범아, 차가운 베란다의 유리창 곁에서 겨울을 지내던 군자란이 요즘 꽃대를 올리고 있다. 봄이 온게야. 하지만 그곳 청평은 아직도 겨울이지?

 

네가 그곳에서 정년을 맞고 청평에 정착하겠다고 했을 때, 내가 반대했던 것도 그곳의 추위와 의료시설이 빈약함 때문이었어. 그때 너희 부부의 건강상태도 불량하지 않았니?

 

하지만 너는 그곳에 터를 잡고, 묵묵히 밭 갈고 씨 뿌리는 농사꾼으로 변신을 했지. 케일도 깻잎도 배추도 벌레가 다 파먹은 잎새들을 따다가 쥬스를 만드는 너를 보고 돌아오는 길엔 눈물 조차 흐리지 않는 아픔만이 있었다.

 

그러나 어느 날엔가 밭은 너의 편지에 “집에서 기른 채소와 산나물을 주식으로 먹고 약수만 길어다 마신 탓인지 내 혈압도 많이 조절되고 그 사람의 당도 많이 잡힌 것 같고 시력도 많이 좋아졌거든” 하는 글귀가 있어 홀로 만세를 부르며 기꺼워했다.

 

교사에서 농민이 된지 어언 10년. 손톱은 쪼개지고 기미투성이의 얼굴이 되었지만 네가 얻은 낸 값진 인간승리.

 

귀범아, 너의 지칠줄 모르는 헌신과 하늘이 감동할 지성에서 나는 진정한 인생의 행복을 본다.

 

/박성숙(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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