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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사람에게 띄우는 엽서한장] 굵은 주름 감추고 서있는 아내 지난 날 소홀하게 가슴저려

이현도(수필가)

세상을 오랜동안 살아오면서 지난 세월 한가로이 뒤돌아보면서 내 주변에 누가 있었던가(?) 둘러보니 굵은 주름 감추려고 짙은 화장하고 서 있는 아내가 보이네요.

 

아차! 저 착하고 사랑스러운 아내가 그 다소곳하고 청론하며 겸손하기만하더니 이젠 표정도 거의없고, 웃음도 인색해진 잔소리 꾼으로 변해 있구나.

 

지난 세월, 사업에 학문에, 이 사회에 쏟아 부은 그 열정의 반 만큼이라도 내 아내와 내 가정에 왜 쏟아붓지 못했던가. 백만장자 되느니 보다는, 온 세상에 이름을 떨치느니 보다는 착한 내 아내와 평화롭고 행복하게 가정을 꾸려 가는 것이 내겐 훨씬 더 의미가 있고, 소중한 일이었는데도. 그걸 외면하고 너무도 소홀히 해 왔던 지난 날들이 이렇게 미안하고 마음 저릴수가 없네요. 자식이 최고인 줄만 알고. 그 작은 사랑과 정의 대부분을 그들에게만 쏟아 부었건만 그들은 다 간게없고 나이 들어간 무표정한, 조금은 원망의 눈초리만 보내면서, 가을 문턱에 와 있는 눈물마른 아내만 서 있네요.

 

이를 어쩌나, 너무도 잘 못 했구나. 너무도 미안하구나.

 

그래서 오늘, 전북일보의 작은 지면에 얼굴을 가리고 “여보, 미안합니다”

 

/이현도(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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