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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칼럼] 부처님 오신 날 - 김경일

김경일(원불교 중앙중도훈련원 교무)

오늘이 초파일 부처님 오신 날이다. 길거리마다 오색찬란한 연등이 길을 밝히고 있다. 꽃은 아름답고 나무는 푸르고 춥지도 덥지도 않은 계절의 왕 봄철에 사람들은 차분하게 성탄절을 맞고 있다. 불교에서는 부처님을 의왕(醫王)이라고도 하고 왕중왕(王中王)이라고도 한다. 삼계(三界)의 가없는 중생을 인도하시는 위없는 스승이시며 사생(四生)의 자비하신 어버이시다. 서가모니 부처님 가르침에 의하면 이미 이전에도 과거 일곱 부처님이 계셨다고 한다. 결국 부처님이란 특정한 우상이 아니라 말세(末世)가 되어 중생이 고통의 바다 속에 들게 되면 그 원인인 무명(욕심의 어두움)을 물리쳐 진리의 빛으로 세상을 구원하시는 분이시다.

 

부처님의 무상대도(無上大道)는 한량없이 높고 한량없이 깊고 한량없이 넓어서....(중략)..... 만유의 이치를 통달하시며 다생(多生)의 이치를 아시고 악도(惡道) 중생을 선도(善道)로 제도하시는 능력이 계시며 복락(福樂)이 다하면 다시 오게 하는 능력이 계시며 지혜가 어두워지면 다시 밝게 하는 능력이 계시다(대종경 서품 중에서)

 

현대 사회의 가장 큰 비극은 한마디로 말하면 돌아가 의지할 곳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오늘날 인류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문명한 세상을 경험하고 있다. 과학문명의 성취는 놀랍고 경제발전의 풍요와 편리는 대단하다. 이런 문명의 흐름은 상당기간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는 우리 삶이 좀처럼 행복하지 못하다는데 심각성이 있다. 문명의 탑은 높아만 가는데 심리적 허무는 깊어만 간다. 욕심의 갈증은 더하고 우리네 인생은 바쁜 이유도 모른 체 헐떡거리며 숨을 몰아쉬고 있다.

 

세상을 비추는 빛이어야 할 종교조차 물욕 충만한 이 세상의 값없는 재물이 되고 있다. 건물은 웅장해졌지만 마음 안은 텅 비어있다. 화석화된 교리와 제도는 더 이상 중병에 든 세상을 치료할 약재(藥材)와 의술(醫術)이 되지 못한다. 그래서 기독교에서는 예수 재림을 기다리고 불교에서는 미륵불의 출세(出世)를 기다리고 동학(東學)에서는 수운(水雲)의 갱생(更生)을 기다리는지 모르겠다. 어린 아이가 질고(疾苦)가 있으면 어머니를 찾듯 중생의 고통이 깊어지면 우리는 거룩하신 부처님을 찾아야 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성인(聖人)의 가르침이 쇠하면 인류의 아픔은 깊어진다.

 

현대 물질문명과 과학이 우리의 온전한 행복을 지켜주지 못함은 이미 증명된 사실이 되었다. 우리가 행복하려면 삶의 방식이 지금과 같아서는 안 된다는 것도 어슴프레나마 짐작하는 세상이 되고 있다. 진정 행복하고자 하면 우리가 거듭나야 한다. 우리가 거듭나려면 옛 성인들의 가르침이 온전해져야 한다. 그러기로 하면 종교가 새로워져야 한다. 뭇 중생들에게 믿음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믿음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모든 것을 맡길 수 있는 어머니 품이 되어야 한다. 부처님 오신 이 화창하고 밝은 날, 마음의 등불을 켜고 맞이하는 거룩한 성탄일이었으면 좋겠다.

 

나무본사(南無本師) 서가모니불. 거룩하신 서가모니 부처님께 귀의합니다.

 

/김경일(원불교 중앙중도훈련원 교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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