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종삼(전 마령고 교장)
정읍고등학교 이갑상 운영위원장의 ‘교장공모제를 반대하는 사람들’이라는 시론을 읽고 전직 학교장으로서 참으로 씁쓸한 웃음과 함께 연민의 정이 솟구쳤다.
이 위원장은 “근평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줄서기를 하는 동안 학생들의 가슴은 멍들어 가고 소신대로 교육활동을 하는 교사는 모난 돌로 낙인 되어 결국에는 무소신 무사명 무신경으로 일관하지 않는다고 누가 큰 소리 내어 말할 수 있을까.”라고 개탄조로 주장했다. 그러면서 “학교운영위원회에서 공모한 개방형 자율학교 교장으로 평교사가 임용되었다며 아침마다 제일 먼저 출근하여 전교생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교사들에게는 상향식 리더십을 발휘하며 솔선수범한다”고 자화자찬했다. 좀 꿀리는 데가 있는 지 그분을 아무도 무자격교장이라고 부르지 않는다”라고 강조도 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교장자격증(?)을 가지고 계신선생님은 가슴깊이 생각보라고 충고 했다. (?)의 의미는 무엇일까. 알만하다.
말하자면 지금까지의 교장들은 학생 교육보다는 줄서기를 잘해서 되었고 교장공모제로 임용된 무자격교장이 무너진 공교육을 살릴 수 있는 진짜 교장이라는 논리다. 참으로 개탄스럽다. 지금까지의 교장을 이렇게 싸잡아 매도하고 이제 불과 교장노릇 3개월밖에 안된 공모제 교장을 극찬하는 이런 교육풍토가 우리 교육을 망치고 있다는 엄연한 사실을 깨우쳐야 한다.
나라가 이만큼 발전한 것은 강한 교육력이 뒷받침되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그 중심에는 단위학교 교장이 있었음을 부인 할 수 없다. 최근 한 중앙 언론사의 권위 있는 ‘한국교육자 대상’을 받은 교장, 시골 통폐합학교를 살려내어 교육부로부터 상을 받은 교장 등 사표가 될 만한 교장들이 참으로 많다. 이분들은 대개 평교사 시절부터 교육활동에 적극적이었고 자기연마를 게을리 하지 않은 분들이다. 교직사회에서 은어로 통용되는 ‘교포교사’가 있다. 말인즉슨 교장 교감 포기교사다. 이들의 무기력, 명분 없는 불평불만은 교육현장의 암적 요소다. 이런 교사들이 노동단체의 우산을 받고 교육현장에 발붙이고 있는 한 우리교육은 장래가 없다.
현재 교원 승진제도는 60여 년간 수정 보완하면서 교육 발전에 기여해온 제도다. 이를 무시하고 하루아침에 돌파리교장에게 학교를 맡기겠다니 이게 혁신인가. 참으로 웃기는 일이다. 저회끼리 참여정부는 교직의 전문성을 저버린 돌팔리교장을 양산하는 무자격교장 공모제를 국민의 합의 없이 공약사항이라고 밀어 붙이고 있다. 9월부터 교육감 직권으로 41개교에 시범적용학교를 지정 실시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는 헌법에 명시된 교육의 전문성을 무시하는 처사다. 당장 철회해야 한다. 교원들의 83.7%가 반대하고 80%가 학교의 정치판을 우려하고 있다. 지각 있는 분들은 평교사가 하루아침에 교장의 자리에 앉았을 때 그 학교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실제로 정읍고등학교는 교사가 갑자기 교장이 되자 학기 초 교원인사에서 정원의 3/1이 떠났다고 한다. 이는 무자격교장 공모제에 대한 무언의 항거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시대의 추세에 맡게 교장자격요건을 다양화 한다는 것은 이해 할 수 있다. 그러나 교육전문성 신장보다는 어떤 특정 이익집단의 정치적 야합이나 개인적 인기 친분 관리로 아무나 교장이 되는 길은 막아야 한다. 돌파리교장이 득세하면 교육계는 돌파리선생이 판을 칠 것이다.
교장공모제 무자격교장 시대가 열렸다. 하지만 평가는 아직 이르다. 4년 후 임기만료가 되어야 비로소 성패를 알 수 있다. 다만 시험대에 오른 학교 학생들이 안타까울 뿐이다.
/은종삼(전 마령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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