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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마당] 거꾸로 가는 전인교육 - 신국중

신국중(전라북도교육위원회 의장)

교육인적자원부는 지난 6월14일 ‘체육·예술교육 내실화를 통한 인성과 창의성 교육의 비전제시’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놓았다.

 

내실화 방안으로서 첫째 인성과 문화적 창의성 교육에 충실할 수 있는 학습 환경 개선을 위한 획기적인 재정 투자로 금년부터 5개년간 1000억원을 투자하고, 둘째 체육 예술교과의 특성을 살리면서도 내신 활용성을 고려한 평가 기록 방식을 3등급 절대 평가로 개선하며, 셋째 고교 선택과목 증대를 통한 학생들의 체육 예술교과 이수 시간 및 선택 기회 확대를 통하여 체육 예술교육을 강화한다고 했다. 예체능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발전 지향적인 프로젝트로 보이나 핵심내용은 상급 학교 진학 시 내신 성적에서 예체능 과목을 제외시켜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줄인다는 것이다.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줄이고 예체능 교육을 강화하겠다는데 반대할 사람이 어디 있으리오만 이 계획은 교육 본질적인 문제점과 계획자체의 논리적 모순점이 있어 시행하는데 우려되는 부분이 많다. 우선 교육 본질 면에서 첫째 전인 교육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정책이다. 지덕체를 고루 갖춘 전인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교육에서 절대 가치로 인정되며 우리나라도 교육법에 명시하여 초중등 교육에서 추구하고 있다. 학교 교육과정의 내용은 주지주의 교과인 지적 영역, 예능교육 중심의 정의적 영역과 체육 등 신체적 영역으로 대별된다. 이것을 조직화하고 체계화하여 학생들의 전인으로서의 균형 잡힌 성장을 도모하는 것이 학교교육의 역할이고 목표인 것이다. 그런데 세 가지 영역 중 두 가지 영역을 내신 성적 산출에서 제외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했으니 전인교육을 포기한다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요즘 논란의 쟁점이 되고 있는 일부 사립대학의 내신 반영률 논쟁에서 교육인적자원부가 대학의 주지 교과 편중의 입시제도의 요구에 전가의 보도처럼 내놓는 ‘고교 교육과정운영의 정상화’ 논리는 바로 균형잡힌 전인을 강조한 것인데 결국 교육인적자원부는 이번 조치로 스스로 모순점을 드러낸 것이다.

 

둘째, 교육과정 운영의 파행이 우려된다. 입시 과목인 주지 교과에 대한 학부모들의 열망은 항상 목말라있다. 사교육의 번창은 이 갈증을 해결하고자하는 학부모들의 몸부림이다. 소위 교육수요자라고 하는 학부모와 학생이 목전에 다다른 입시를 앞두고 정상적인 학교교육과정 운영에 만족할 것인가? 또 학교당국은 교육수요자의 요구에 따른 탄력운영(?)이라는 요령을 발휘할 경우 수업 파행과 교과 붕괴 현상으로 나타날 것이다.

 

다음으로 계획자체의 논리적 모순점을 말하고자 한다.

 

첫째 이번 개정의 이유를 설문에 의한 것처럼 발표했으나 설문의 내용이 내신 반영과는 상관없는 문항으로 돼있어 개정을 위한 구색 맞추기식이라는 의혹을 풍긴다. 체육,예술교과 주요쟁점에 대한 국민 의식조사의 설문내용은 ‘체육 예술교과의 생활기록부 기록방식이 타 교과와 같거나 달라야 하는 이유와 어떻게 달라야 하는가?’ ‘서열화를 완화하면 학습 흥미가 떨어지겠느냐?’ ‘중고생들의 체육?예술 교과에 대한 부담은?’ 등 내신과 상관없는 부분을 개선의 쟁점인양 물었다.

 

둘째 인성교육과 창의성교육을 강화하기 위하여 획기적인 재정 투자를 제시 했다. 21세기 교육에 있어 최대 관심은 인성교육과 창의력 신장이다. 예체능 교육이 인성과 창의성 교육의 중심이라는데 착안했음은 옳다. 그러나 내신 제외의 조건이 아니라면 하필 왜 이때 1000억원이라는 거창한 재정 투자를 약속하는가. 국가 예산은 장단기 계획을 가지고 필요한 곳에 적기에 지속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셋째 고등학교에서의 예체능 교과 이수시간과 선택기회를 확대하여 체육예술교육을 강화한다고 하였다.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줄이는 효과를 내세우며 이수시간과 선택기회의 확대는 앞뒤가 맞지 않다. 해마다 다른 기준으로 입시생을 혼란하게 한다고 국민적 원성을 사왔던 교육부가 입시 개선책의 일환으로 내놓은 학습부담 줄이기에 체육예술교과 이수시간 확대, 체육예술교과 선택기회 확대 등 모순 된 발표는 선문답 같기만 하다.

 

교육의 근간이 되는 교육부의 기본 계획은 시행착오가 없거나 최소화되어야 한다. 예체능 교육의 비전 제시라는 거창한 계획이 교육 본질적인 문제와 계획 자체의 모순점이 있는 이 계획은 빨리 수정되어야 한다.

 

/신국중(전라북도교육위원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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