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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사람에게 띄우는 엽서한장] 물통에 불린 침대막대는 떡메처럼 살갗을 찢었죠

이화재(전 서해대 교수)

이따금씩 생각나는 백대위님

 

지금은 어디에서 무얼하며 살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이제는 세월이 많이 흘렀기 때문에 기력이 쇠하셔서 그 옛날의 기백을 다시 볼 수 있을지 고개가 갸웃해집니다.

 

대위님. 1965년 어느 겨울밤 제가 불었던 취침나팔소리가 종종 귀바퀴를 스치지 않으십니까.

 

그날 차가운 밤하늘에 총총히 뿌려진 별들을 바라보면서 제가 불었던 취침나팔은 울분과 고통과 눈물이 범벅된 신음의 소리였습니다.

 

취침나팔 준비로 다른 병사에게 맡겼던 야간점호가 화근이 되어 저는 백대위님으로부터 엉덩이와 허벅지를 수도없이 맞았습니다. 물통에 불린 침대막대는 떡매처럼 살갗을 찢었습니다. 팬티는 온통 피가 배었었습니다. 그리고나서 대위님은 병사들을 재우라고 명을 내렸습니다. 저는 비틀거리는 몸을 이끌고 트럼펫을 들었습니다. 연병장 끝자락으로 걸어가 흐르는 눈물을 훔치면서 한번은 서울남산 안테나를 향해 불었고 또 한번은 미8군 사령부를 향해 힘껏 불었습니다. 대위님, 기억나십니까. 구슬피 들린 취침나팔소리에 마음이 울컥해진 대위님은 저에게 술을 따르면서 화해하셨죠.

 

마치 몽고메리가 불었던 “지상에서 영원으로”보다 더 감명 깊었다면서.

 

/이화재(전 서해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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