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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모악산 휴식년제 앞서 정비 우선해야 - 이강녕

이강녕(평화산악회 고문)

필자는 지난 주말에도 억수로 쏟아지는 빗속에서 모악산을 넘었다. 4000회를 넘어 5000회를 향해 달리고 있는 필자는 ‘비 오는 날이 공치는 날’인데 이 비 오는 날 모악산을 넘은 것이다. 아침부터 비가 오면 ‘공’을 칠 판인데 아침에는 훤한 날씨에 모악산을 오르는데, 도중에 쏟아지는 비는 어찌 할 수 가 없다. 30도가 넘는 더위에 내리는 비는 오히려 시원하다. 그러나 이 비가 시간이 갈수록 더해지면서 산길이 물길이 된다. 내려 갈수록 등산로를 따라 흐르는 물줄기는 굵어져 내려가는 발을 옮길 곳이 없다. 물은 발등을 넘고는 그 길로 등산로를 할퀴면서 속도를 내어 내려간다. 내려 갈수록 물줄기는 굵어지고 이제 내려가는 물은 흙탕물이다. 그러니 모악산도 괴로울 것이다. 이런 상황은 모악산에 수없이 많이 있는 등산로도 같은 상황일 것임에 틀림없다. 이런 물줄기로 인해 등산로는 황폐해지고 시간이 가고 세월이 흐를수록 이 등산로는 소 계곡의 모양으로 바뀌면서 산의 모습이 바뀐다.

 

필자가 등산을 시작하던 30여년 전에는 모악산 등산로는 크게 세 개 뿐이었다. 금산사에서 오르는 길, 구이 상학으로 오르는 길, 그리고 중인리에서 계곡을 따라 오르는 길이고 나머지는 있는 둥 마는 둥 하는 길이었다. 그러던 것이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등산이 비용도 적게 들면서 건강에 최상이라는 개념이 일반화되면서 등산 인구는 30년 전에 비해 100배 이상 늘었고 등산로도 새로운 길이 터지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비단길, 독배능선길, 등 40여 개로 늘었다고 한다. 사람이 다니면 등산로가 되고, 등산로는 비가 오면 빗길 이 되니 이로 인해 모악산은 이를 이기지 못하고 황폐화되고 있는 것이다. 드디어 당국은 이를 이대로 두어서는 안되겠고 무엇인가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 모양이다. 그래서 휴식년제를 하느냐, 아니면 등산로를 정비해야 하느냐를 두고 지금 한창 논의하는 중이라고 한다. 그렇다! 모악산을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데에는 의의가 없다.

 

필자는 전북일보 2003년 11월 7일자 ‘도립공원 관리 이대로 좋은가’의 제하의 글에서 지금의 사태를 예견하고 누누이 지적한바 있다. 그러나 그로부터 4년이 가까워진 지금에 와서야 논의가 이루어지는 것을 보고 만시지탄을 느낀다. 그러나 오늘 시작하면 내일 하는 것보다는 하루가 빠르다는 이치처럼 이번에야말로 실기를 하지 말기 바란다. 문제는 어떻게 하느냐 다. 휴식년제냐, 등산로 정비냐 로 두 갈래인데 휴식년제는 불가하다고 생각된다. 지금도 우리나라 곳곳에서 휴식년제를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제대로 휴식년제를 하고 있는 곳은 한라산 하나뿐이다. 한라산은 관음사 코스, 성판악코스만 놓아 둔 채 어리목코스, 돈내코코스, 영실코스를 완전히 막아 버렸다. 말하자면 등산인구가 많은 쪽은 모두 막아 버리고 등산인구가 적은 두 곳만 열어 둔 것이다. 지리산 같이 등산인구가 많은 백무동 코스나 중산리 코스는 그대로 둔 채 노고단에서 질매재로 해서 피아골로 빠지는 별 볼일이 없는 코스만 형식적으로 휴식년제하는 그런 경우와는 전혀 다른 한라산의 상황이다. 그렇다면 모악산도 사람들이 주로 다니는 상학 수왕사 코스, 금산사 모악정코스, 그리고 중인리 비단길 코스를 막을 수 있는가. 그리고 휴식년제라는 것이 1, 2년으로 될 일도 아니고 10년 이상은 막아야 할 것이며 막는다 하더라도 그냥 막기만 해서는 비가 올 때마다. 그 길은 물길이 되어 침식, 운반, 토적작용이라는 물의 원리에 의해서 더 황폐화 될 것인 즉 일단 정비는 해야 할 것이 아닌가.

 

이런 상황에서 판단한다면 휴식년제보다는 정비의 길, 그리고 관리의 길이 옳다. 그리고 지금 있는 등산로 중에서 길이 좋지 않는 등산로를 좋게 정비함으로서 등산객을 분산시키는 것, 이 길이 가까운 길이 아닌가 한다. 모악산은 도민에게 특히 전주 시민에게는 은혜로운 산이다.

 

/이강녕(평화산악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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