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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석정(夕汀)탄생 100주년

“한국 근대 시사(詩史)에서 단 하나의 뿌리의 시인” “시의 사상적 깊이와 진폭에 있어서는 만해, 지용, 영랑을 능가한다”. 문학평론가 김윤식과 시인 박두진이 신석정(辛夕汀 1907-1974) 시인의 시세계를 한 문장으로 요약한 글이다.

 

석정은 일생동안 자연을 품에 안고 살았던 천성적 시인으로 평가된다. 특히 전주와 부안 등 전북의 산천과 바다에 터잡아 오롯이 이곳에서 평생을 보냈다. 그래서 그의 시는 곧 전북의 산이요, 자연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또한 그는 평생 이 지역 교직에 몸 담아 문단 안팎에 숱한 제자들을 길러냈다.

 

다음은 그의 제자들이 전하는 일화 몇가지. 한번은 고교 교사로 재직하는 교무실로 어린 중학생이 찾아왔다. 그 학생은 “애들헌테 들으니께 선생님이 시를 잘 짓는다는데 한번 봤으면 해서요”하고 엉뚱한 주문을 하더라는 것이다. 어처구니 없었지만 그는 선선히 자신의 시집을 꺼내 보여주었다. 그랬더니 그 녀석이 진지한 표정으로 몇 편인가를 읽는 시늉을 하더니만 “아닌게 아니라 잘 지었네요”하지를 않은가. 그를 보낸 뒤 시인은 “내 참, 시작생활 40년 남짓에 처음으로 실력을 인정받았다”면서 껄껄 웃었다.

 

또 하나. 그는 아이들을 무척 좋아했다. 술이라도 얼큰히 마신 날이면 소년의 볼에 뽀뽀하기를 즐겨했다. 이를 당한(?) 귀여운 소년은 깜짝 놀라 도망가기 바빴고 파출소 순경이 무슨 영문인지 모르고 쫒아오는 경우도 있었다.

 

또또 하나. 그는 나무중 태산목을 유난히 좋아했다. 그래서 꽃이 필 무렵이면 가까운 친구나 제자들을 집으로 불렀다. 그리고 태산목 잎에 술을 부어 마시는 풍류를 즐겼다.

 

석정과 교유했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그의 문학과 삶이 일치하는데 놀란다고 한다. 큰 시인은 자연과 인간에 대한 사랑도 큰 것이 아닐까 싶다.

 

올해는 그의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다. 제자와 지역문학단체가 나서 그의 광활한 문학세계를 기리는 추모문학제를 14일부터 20일까지 갖는다. 이번 행사에는 심포지엄을 비롯 ‘석정 대표시 가곡의 밤’, 문학기행 등의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올해 안에 1000여 편의 시와 260여 편의 산문, 일기와 단편소설 등을 집대성한 전집 간행과 부안에 석정문학관이 들어선다는 점이다. 그의 예술혼이 재조명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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