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1-07 23:59 (Fri)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타향에서
일반기사

[타향에서] 전북이 아직 정신 못차렸다고? - 김대곤

김대곤(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이사)

논객(論客)들이 바빠졌다. 눈 앞의 대선을 앞두고 후보 선택에 머리가 아픈, 혹은 관심이 없는 유권자들을 위해 금과옥조 같은 글을 생산해낸다. 어느 후보가 우리를 사람답게 살 수 있게 해줄지, 지갑을 두툼하게 채워줄 수 있을지, 나라 발전의 보증수표인지를 예리하게 분석해준다. 후보들의 정책을 비판하고, 언행을 관찰해 대통령으로서의 자질을 갖췄는지도 알려준다.

 

그런데 이들의 노고에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은 생각이 별로 안든다. 속이 보인다고 할까, 의도하는 바가 뻔히 드러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나는 새도 떨어뜨릴 정도의??세도??를 부리는 몇몇 신문의 논객들 글이 그렇다. 그들의 글을 읽다 보면??이번에도 한나라당 후보를 당선시키지 못하면, 우리는 완전히 망한다??는 절박감까지 묻어난다.

 

논객들의 글이야 의견이라고 넘길 수도 있지만, 공정을 최대가치로 표방하는 기사에까지 그런 냄새가 풍기는 건 문제다. 새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이라며 내세우는 정책이 한나라당 후보의 그것과 비슷하다거나, 여당 후보의 새로운 정책을 노무현 정부의??실정??과 연관시켜 비판에 주안점을 두는 것이 우연의 일치인지 궁금하다. 부정부패를 절대로 용납하지 못하는 그들이??불법과 투기의 백과사전??인 한나라당 후보에게 어떤 비판을 했는지, 노무현 대통령 시절 더욱 어려워진 서민들의 삶을 어쩔 수 없이 인계 받아야 하는 여당 후보의 책임은 왜 그리 강조하는지,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속이 보인다는 말 밖에는 할말이 없다. 외국의 경우 신문사가 지지하는 후보를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한다. 그렇지만 기사는 공정하게 쓴다. 그래서 세계적으로 존경 받는 매체로 꼽힌다.

 

지식인이 지식인 다우려면 우선 판단기준이 명확해야 된다. 사람을 평가할 때의 자(尺)가 일정해야 한다는 얘기다. 어떤 사람을 평가할 때의 기준인 1cm가 다른 사람을 평가할 때는 1m가 돼서는 안된다. 같은 말이나 행동에 대해 누구는 비판하고, 누구는 이해해주는 태도는 논객의 자세가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말실수를 대통령으로서의 기본도 돼 있지 않다는 식으로 날카롭게 꼬집는 논객들이 한나라당 후보의 숱한 말실수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를 우리는 보고 있다. 여당 후보가 그런 식의 말을 했다면, 벌떼처럼 들고 일어났을 것이라는 불만이 근거 없는 불평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대통령이나 후보나 모두 대통령으로서의 자질을 검증 받아야 하는 대상이다.

 

문제는 글에도 마약과 같은 흡인력이 있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비판적으로 보지만, 읽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그 논조를 따르게 되는 경우가 있다. 지식인을 자처하는 전북 인사들 중에 전북 발전에 관심이 없는 신문사들의 논조를 자신의 의견인 양 내세우는 경우를 보게 되는 게 한 예다. 이미지에 불과한??경제대통령??주장에 동조하면서, 그들이 만들어 놓은 이미지로??고향의 아들??임을 호소하는 여당 후보에 냉소하는 모습도 좋은 예가 된다. 지역성을 거부하는 지식인임을 자부하지만, 남들도 그렇게 봐주는 지는 별개다.

 

더욱이 그 결과에 대해서는 입을 다무는 게 더 문제다. 제일 한심한 얘기가??어떻게 돼도 요즘보다 못할 수는 없다??이다. 분명하게 얘기하지만, 선거 결과에 따라 전북은 지금보다 훨씬 못해질 수 있다. 전북만 생각하자는 편협한 고향사랑을 주장하는 게 아니다. 전북을 살리는 길이 곧 나라를 부유하게 만드는 길이다.??전북은 아직 정신 못차렸어. 더 고생 해봐야 돼??라는, 생각만 해도 끔찍한 말이 왜 나올까?

 

/김대곤(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이사)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