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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사람에게 띄우는 엽서한장] 서로 닮은 아들 딸들 낳고 사는 모습 보고 싶었는데

조귀례(편지가족 회원)

노란 은행잎들이 쓸쓸함 가누지 못하고 후두둑 소나기처럼 떨어져 쌓인 출퇴근길을 걸으면서 늦가을의 정취에 어찌 취하지 않으리. 이 가을 낭만도 곧 찬바람에 견디지 못하고 앙상한 가지만 남은 은행나무를 홀로 두고 저물어 가겠지.

 

잎을 떨군 나무들은 봄이면 다시 새로운 옷을 입고 돌아오거늘, 어느 날 갑자기 잘 있으라는 인사도 못하고 꽃다운 청춘에 어떻게 떠나갔을까. 봄이면 새 옷을 갈아입고 다시 오지도 못할 그 길을 그렇게 가야만 했는지….

 

바로 위 아래로 태어나, 오빠랍시고 가끔 심술도 부리고 화풀이의 대상으로 삼기도 했지만, 그래도 친구들이랑 극장에 갈 때는 꼭 챙겨서 데리고 다녔던 오빠. 오래도록 서로 미운 정 고운 정 도탑게 쌓으면서 서로를 닮은 아들 딸 낳고 사는 모습 보고 싶었는데 약속에 없었던 이별을 감행한 오빠는 반칙이야. 날 놀리고 울면 달래는 재미로 살았던 오빠. 그 잘잘한 행복을 다 느끼지 못하고 어떻게 가셨을까?

 

모든 만물은 봄이 오면 새 소식을 전해 오지만 영영 우리 곁에 다시 오지 못할 오빠야! 아무리 생각해도 이 동생만큼 편안하고 살가운 동생 없지! 이 세상에서 누리지 못한 모든 것들 천국에서 다 누리고 있어. 이 다음에 만날 때까지. 안녕.

 

/조귀례(편지가족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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