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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마당] '자녀교육' 시장ㆍ군수에 맡길 것인가 - 은종삼

은종삼(전 마령고등학교장)

지금 전라북도 교육계는 도의회의 학원관련 조례 개정을 앞두고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방자치와 교육자치는 민주주의의 두 개의 수레바퀴다. 흔히 지방자치를 민주주의의 풀뿌리라고 한다. 교육자치도 마찬가지다. 교육자치 없는 민주주의는 있을 수 없다. 그런데 작금 지방자치단체가 교육자치를 침해하고 있어 안타깝다. 참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대표적인 예가 순창의 ‘옥천인재숙’이다. 지방자치단체가 공교육을 무시하고 스스로 교육을 하겠다니 말이 되는가. 지방자치단체는 지역학교를 보다 좋은 학교가 되도록 지원해야지 ‘시장?군수’가 나서서 교장?교육장 노릇해서는 안 된다. 시장?군수가 할 일은 지역학교를 돕는 일이다. 교육은 전문가인 교육자에게 맡겨야한다. 공교육을 살려야 한다. 그게 지역을 발전시키는 일이다. 자기 고장의 명문학교를 만들어야지 학교를 무시하고 몇 명의 인재를 기르기 위해서 지방자치단체가 스스로 교습학원을 만들고 외부강사를 불려 들여 교육한다는 것은 먼 장래로 보아 명문학교 없는 고장이 될 것이다.

 

순창의 ‘옥천인재숙’은 연간운영비가 11억원이라고 한다. 이 돈으로 순창지역 중?고등학생 1,552명중 겨우 198명이 수강혜택을 보고 있다고 한다. 시설투자를 제외하고도 학생 1인당 오백만원이 넘게 교육비가 소요 된다. 이야말로 교육수혜 양극화가 아닐 수 없다. 이 돈으로 순창의 유치원?초?중?고등학교에 지원한다면 아마도 순창은 교육 명소가 될지도 모른다.

 

공교육과 교육자치를 해치는 지방자치단체들의 과외교습소 난립의 심각성을 알게 된 정부는 드디어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법률 과 그 시행령?을 만들었다. 그 주된 내용은 ‘학교에 재학하는 학생은 숙박시설을 갖춘 학원에서 교습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곧 공교육을 살리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담겨져 있다.

 

지방자치단체는 지역학교를 도와야 한다. 지역학교를 살려야 한다. 지역학교를 명문학교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지역이 발전한다. 기숙학원 만들어서 외부강사 끌어들여 극소수 인재를 육성한다면 모교를 무시하는 지역주민이 될 것이며 소수 인재숙 출신과 대다수 지역학교 출신사이에 갈등도 있을 수 있다.

 

또한 인재숙에 들어간 학생들은 이미 유치원과 학교의 공교육에서 길러낸 인재들이다. 이들 중 극소수 학생을 선발하여 낮은 지방재정 자립도에 비해 분에 넘치는 고액과외로 서울 명문대학에 몇 명 합격시켰다고 해서 자랑할 만은 아니다. 순창에도 자랑스러운 고등학교가 있다. 이런 학교에 교육투자를 한다면 굳이 말썽 많은 ‘옥천인재숙’이 아니더라도 더 큰 교육성과를 얻을 것이며 순창은 전국적인 명문 고등학교 고장이 될 것이다. 예컨대 이웃 고창은 인재숙이 없더라도 ‘고창고등학교’는 전국적인 명문학교로 꼽히고 있으며 인재유출도 없다고 한다. 서울 소재 명문대학 진학률도 손꼽을 만하다. 이는 고장의 공교육을 살리려는 지방자치와 교육자치의 절묘한 협조 체제에서 이루어졌다고 본다. 고창 교육을 귀감으로 삼아봄직하다.

 

모름지기 지방자치단체장은 지방 행정가이지 교육자는 아니다. 교육을 지원해야지 공교육이 부실하니 직접 나서서 교육하겠다는 것은 교육자치를 무시하는 것이며 교원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결국 교육을 망치는 일다. 자녀교육을 시장 군수에게 맡길 것인가. 교육자에게 맡길 것인가.? 전라북도 의회는 중대한 기로에 서있다.

 

/은종삼(전 마령고등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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