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대표팀 사령탑인 허정무 감독은 득점할 수 있는 기회에서 확실하게 골을 넣어줄 해결사 부재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허정무 감독은 1일 경기도 김포시 사우동 사우문화체육광장에서 열린 이회택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의 흉상 제막식에 참석해 한국 축구의 '원조 스트라이커'인 이 부회장을 화제로 올렸다.
이회택 부회장은 1960-70년대 빠른 몸놀림과 날카로운 슈팅, 환상적인 드리블 실력으로 차범근-최순호-김주성-황선홍-안정환으로 이어진 한국 스트라이커 계보에 시발점이 됐다.
허정무 감독은 "이 부회장의 순간적인 스피드와 폭발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작은 키지만 큰 체구의 수비수들을 따돌리고 돌파해 해결하는 능력이 뛰어났다. 요즘 분들은 잘 모르겠지만 다른 선수들과 비교할 수 없는 뭔가가 있었다"고 이 부회장의 전성기 시절을 회상했다.
허 감독은 그러나 대표팀 공격수들의 골 결정력 부족에는 쓴 소리를 했다. 그가 이끄는 대표팀은 지난 달 26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2차전이던 북한과 경기에서 득점없이 0-0으로 비겼다.
그는 "축구 환경이 나아졌고 체격도 좋아졌지만 개인 기술이나 축구에 대한 열정은 예전만큼 못한 것 같다"고 꼬집은 뒤 "팀 플레이는 발달했지만 1대 1 상황에서 공격수들이 해결하는 능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보더라도 공격수들이 수비수들을 돌파하는 등 해결했을때 찬스가 난다. 빠른 스피드와 공격 전환을 통해 해결한다면 전술 활용도도 훨씬 높아질 것"이라면서 "선수들이 개인 훈련을 통해 끊임 없이 연마해야 한다"고 일침을 놨다.
허 감독은 "박주영(서울)은 고등학교 시절에는 해결하는 능력이 뛰어났지만 지금은 예전과 다른 것 같다"고 지적했고 "박지성(맨체스터)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라이언 긱스를 보면서 배우는 게 많을 것이다. 개인 기술 훈련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메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해외파들의 부진 지적에는 "한 경기를 보고 판단할 수 없다. 어려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며 뒤늦은 대표팀 합류에 따른 컨디션 저하 등을 원인으로 꼽으면서 변함없는 신뢰를 나타냈다.
그는 또 안정환(부산)이 최종 엔트리에 들지 않은 것에 대해 "안정환은 그래도 해결 능력이 있는 선수다. 황선홍 감독과 두 차례 상의를 거쳐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뽑지 않았다"며 아쉬움을 표시하고 "조동현은 인상적이지만 꾸준한 활약을 보여줘야 하고 김은중은 올림픽팀에서 데리고 있어 잘 알지만 몸이 더 좋아져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한편 이날 흉상 제막식의 주인공인 이회택 부회장도 "스트라이커라면 볼을 뺏기지 않고 오히려 살아난다는 믿음을 동료에게 심어줘야 한다"면서 "스트라이커의 한 장면 한 장면에 국민의 시선이 쏠려 있는 만큼 활약에 따라 한국 축구가 살아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며 해결사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