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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소음도시' 전주

조상진(논설위원)

"내가 일찌기 문을 닫고 누워서 소리 종류를 비교해 보니, 깊은 소나무가 퉁소 소리를 내는 것은 듣는 이가 청아한 탓이요, 산이 찢어지고 언덕이 무너지는 듯한 것은 듣는 이가 분노한 탓이요, (중략) 천둥과 우뢰가 급한 것은 듣는 이가 놀란 탓이요, 거문고가 궁우(宮羽)에 맞는 것은 듣는 이가 슬픈 탓이요, 종이창에 바람이 우는 것은 듣는 이가 의심나는 탓이니, 모두 바르게 듣지 못하고 특히 흉중에 품은 뜻을 가지고 귀에 들리는 대로 소리를 만든 것이다."

 

이는 박지원의 '열하일기(熱河日記)'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듣는 사람의 마음가짐에 따라 소리가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 아닌가 한다.

 

이와 함께 '떠들기는 천안 삼거리다'는 말이 있다. 예전 천안 삼거리는 경기 충청 호남 3도(道)로 통하는 교차점이었다. 길 가는 이를 위하여 술집, 밥집이 즐비했다. 따라서 매우 시끄럽고 언제나 소란스런 것을 그렇게 일렀다. 또 '아동 판수 육갑외듯'이란 말도 있다. 어린 소경 무당이 육십갑자를 욀 때는 꽤나 시끄러웠던 모양이다. 그래서 악성(惡聲)을 거듭하거나 고함을 지름을 비유할 때 이런 말을 사용했다.

 

전주시의 도로변 소음이 전국에서 두번째라고 한다. '천안 삼거리'도 '아동 판수'도 아닌, 조용하고 고전적인 도시로 알려진 전주가 시끄럽다니 의외다.

 

이러한 사실은 이번 국정감사에서 드러났다. 환경관리공단이 올 1월부터 6월까지 전국 도로변 592곳의 소음환경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62곳이 기준(주간은 65㏈, 야간은 55㏈)을 넘었다. 이 가운데 전주시 백제로변인 효자동 성원골드맨션과 효자파출소 등 2곳의 도로변 환경소음이 주간 72.9㏈, 야간 69.4㏈로 나타났다. 주간은 원주의 73.5㏈, 야간은 서울 이태원의 70.2㏈에 이어 가장 높다는 것이다.

 

소음은 청력 저하나 스트레스, 불쾌감을 느끼게 한다. 또 업무나 학습 등 생활방해, 고협압, 출산율 저하나 사산율 증가 등을 가져온다. 나아가 갑작스럽게 70㏈ 이상의 소음에 노출될 경우 심장질환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한다.

 

공장·교통·생활·항공기 소음 등이 발생 원인이며 전주의 경우 교통소음이 가장 크다. 이는 시민들의 운전 습관과 무관하지 않으며 가로수를 심거나 방음벽을 설치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아트폴리스에 앞서 소음부터 해결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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