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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있는 주말] 산만하고 충동적인 아이, 어떻게 도와줄까

정확한 진단 후 검증된 치료법 선택해야

얼마 전 가까운 광주에서 충격적인 일이 발생했다. 초등학교 4학년 남자아이가 같은 아파트에 사는 두 살짜리 여자아이를 아파트 밖으로 던져 숨지게 한 사건이었다. 가해 아동은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로 치료를 받아오다 1년 전부터 가정형편 때문에 치료를 중단했다고 한다.

 

ADHD는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충동조절의 어려움 등을 주요 증상으로 하는 소아정신과적 장애이다. 집중을 잘 하지 못하기 때문에 학업에 문제가 생기는데, 학년이 올라갈수록 과목이 어려워지고 집중력이 많이 요구되므로 학교 공부가 더욱 더 힘겨워지게 된다. 과잉행동이나 충동조절의 어려움도 학습에 영향을 끼치는데, 수업시간에 돌아다니거나 딴 짓을 해서 학업 성취에 문제가 생기고 교사의 수업 진행을 방해하기까지 한다. 또한 앞뒤 결과를 가리지 않고 충동적으로 행동하기 때문에 또래로부터 환영받지 못하고 때로 교통사고를 비롯한 안전사고를 당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ADHD는 학령기 아동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소아정신과 진단으로 대략 일반 학령기 아동의 5~10%가 ADHD를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ADHD의 원인을 한마디로 요약하기는 어렵다. 현재까지는 유전적 요인을 중심으로 임신 및 출산과 관련된 합병증이나 뇌손상 등 다양한 요인이 관여한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뇌의 신경전달물질 대사 이상이 자주 거론되는데, 치료제인 중추신경 자극제 약물들은 신경전달물질의 대사 이상을 안정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자녀가 ADHD 증상을 보이면 많은 부모들은, "나도 어릴 때 그랬어. 크면 다 좋아질 텐데."라는 생각으로 쉽게 치료를 포기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견해가 전적으로 틀린 것은 아니다. 아이가 성장하면서 아이의 과잉 행동이나 부산한 모습들은 일찌감치 사라지곤 한다. 하지만 아이가 부산하지 않더라도 부주의한 면이나 충동적인 면들은 청소년기와 성인기까지 이어져 학습문제, 학교 부적응, 따돌림, 청소년 비행, 성인기 직장 적응의 실패 등을 초래하거나, 심지어는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하는 사건사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러면 어떻게 ADHD 증상을 치료할 것인가? ADHD의 주된 치료법으로는, 앞서 언급한 약물치료 외에도 인지행동요법, 부모교육 및 훈련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인지행동요법은 집중력 개선 훈련 또는 충동성 조절 훈련이라고도 한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요법을 병행한 경우에 치료효과가 70~8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만하고 충동적인 아이가 모두 ADHD일까? 정답은 '아니다' 이다. 우리 아이가 산만하고 충동적인 것이 정말 ADHD 때문인지 아니면 정서문제, 사회성 부족, 이해력 부족과 같은 다른 문제가 원인인지를 정확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원인이 다르면 치료 방향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아울러 많은 ADHD 아동에서는 ADHD 증상 외에도 우울이나 불안 같은 정서문제, 행동장애, 틱 증상 등 다양한 정신과적 증상을 동반한다. ADHD 증상에 대한 치료뿐만 아니라 이러한 동반 증상을 함께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보다 정밀한 평가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어떤 치료법이든 완벽하고 확실한 방법은 없다. 똑같은 치료법이 모든 아이에게 동일한 효과나 부작용을 보이지도 않는다는 점도 우리를 혼란스럽게 한다. 그러나 비교적 분명한 것은, 우리 아이를 정확하게 평가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시간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이고, 만약 아이를 위해 치료가 필요하다고 결론을 내린다면, 여러 치료법 중에서 과학적으로 보다 검증된 치료법을 선택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사실이다.

 

▲박태원(전북대학병원 정신과)

 

1990년 서울의대 졸업

 

1995년 서울대학병원 정신과 전공의 수료

 

1999년 서울대학병원 소아청소년 전임의 과정 수료

 

2005년~2007년 미국 예일대학교 부속 소아연구센터 방문교수

 

2001년부터 현재까지 전북대학병원 정신과 교수로 재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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