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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수은(水銀)

수은(水銀, Hg)은 상온상태에서 유일한 금속이다. 기원전 1500년전 이집트의 분묘에서 발견된 정도로 고대로 부터 오래동안 유용하게 사용돼 왔다. 액체라는 점과 여러가지 금속으로 녹여 아말감을 만든다는 점에서 특히 연금술사들의 주목을 받았다.

 

불로장생을 추구한 도교(道敎)가 유행했던 중국에서는 수은과 유황(S)을 혼합하여 황금으로 변화시킨 것이라고 믿은 금단(金丹)을 불사약이라고 생각했다. 당대(唐代) 6명의 황제가 영생을 꿈꾸며 금단을 먹고 중독사했다고 한다. 항생제가 개발되기전 유럽에서는 수은이 매독 치료제로 사용되기도 했다. 이 병에 걸린 베토벤을 비롯 고야등 많은 예술가들이 수은중독으로 귀머거리가 되거나 요절했다.

 

근세에 들어 수은으로 인한 중독이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게 일본의 유명한 공해병인 미나마타병이다. 1953년 미나마타만의 어패류를 먹은 어민에게서 처음 발생한 이 괴질은 중추신경 침해로 인한 언어·시각장애가 정신이상과 사망으로 이어지는 무서운 병이다. 부근 화학공장에서 유출된 폐수 가운데 포함된 유기수은이 바다로 흘러들어가 어패류를 오염시킨게 원인이었다. 1987년 말까지 2871명이 발병해 1030명이 숨졌다.

 

최근 환경부가 우리나라 성인남녀 2300명을 대상으로 조사 발표한'유해물질 실태조사'결과 혈중수은 농도는 평균 3.80㎍/L로 독일 인체모니터링 위원회의 권고기준(15㎍/L)보다는 낮았지만 미국(0.82㎍/L)이나 독일(0.58㎍/L)보다는 훨씬 높게 나타났다. 특히 해안 인접지역 주민들의 체내 수은농도가 일반지역 보다 높은 사실로 미뤄볼 때 어패류의 섭취가 원인으로 보인다. 실제 미국 환경청에서 어패류 섭취를 한주당 170g(생선 약 3토막 분량)으로 제한하고 있는 사실이 이같은 추론을 뒷받침해준다.

 

레이젤 카이슨이 지적한 '침묵의 봄'이나 미나마타병은 결코 인간이 의도한 것은 아니다. 그같은 환경재앙은 서서히 다가왔다. 오늘 우리가 안전하다고 믿었던 것이 내일 어떤 위험을 가져올지 모를 일이다. 특히 농약이나 오염물질에 비교적 자유롭다고 믿고 있는 어패류에 까지 적지 않은 수은이 함유돼 있다면 먹이사슬에서 최상위에 있는 인간은 과연 무엇을 먹여야 할지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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