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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향에서] 어리석은 원숭이 - 박철곤

박철곤(전 국무총리실 국무차장)

원숭이들 잡는 방법중에 쉽고도 특이한 방법이 있다고 한다.

 

작은 나무상자에 원숭이 손이 들어갈 만큼의 작은 구멍을 뚫은 다음 원숭이가 좋아하는

 

견과류를 넣어두는 것이다, 그러면 원숭이가 손을 넣어 이것을 꺼내려고 하지만 당연히 견과류를 쥐고는 손을 뺄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원숭이는 견과류를 포기하지 않고

 

주먹을 쥔채로 손을 빼기위해 애를 쓰다가 결국 사냥꾼에게 붙잡히게 된다는 것이다.

 

나는 이 내용을 이 고장 출신인 고도원씨가 운영하는 아침편지에서 소개된 글을 읽어

 

알게 되었다. 처음엔 원숭이가 참 미련하다고 생각을 했다. 그러나 그 다음에 이어진 촌평을 읽는 순간 망치로 뒷통수를 얻어 맞은 기분으로 한동안 멍하니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원숭이를 비웃을 일이 아닙니다. 우리도 때때로 똑같은 어리석음을 저지릅니다. 아무것도 아닌것을 움켜쥔채 끝내 손을 펴지않아 나락으로 구르는 경우가 참으로 많습니다."라는 글이었다.

 

그렇지! 나는 원숭이와 같은 선택과 행동을 한적은 없었는가? 작고 사소한일에 매달려 더 큰것을 놓친적은 없었는가? 아니, 사소하고 의미없는일에 빠져 인생의 진로에 영향을 주는 더 큰것을 놓치거나 그르치지는 않았는가? 한동안 자문하면서 나도 그 예외일수는 없다고 생각하였다.

 

나는 이것이 나만의 일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항상 원숭이를 미련하다고 비웃을만큼 합리적으로 선택하고 행동하는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연일 사회를 떠들썩하게 하는 큰사건들도 그 동기를 보면 자신을 완전히 망쳐 버릴 수도있 는 위험을 감수할 만큼의 크고 중요한 목적을 위한 것인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 눈앞의 작은 이익을 위해 , 또는 작은 쾌락을 위해 자신의 삶 자체를 망가뜨리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일이 남의 일일때에는 어리석다고 비난하고, 또 자기 스스로도 사냥꾼에게 붙잡힌 원숭이 신세가 된 뒤에야 사소한 이익을 놓지 못한 어리석음을 후회하지만 막상 현실에서는 눈앞에 견과류를 놓지못하는 원숭이의 선택을 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의 혼란도 많은 부분 여기에서 유래한다고 생각한다.

 

무엇이 우리가 진정 추구해야 할 목표인지, 무엇이 더 큰 이익인지, 무엇이 나를 망치게 하는 위험인지에 대한 진지한 사유와 합리적 선택이 부족해져 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다. 이는 사회와 개인의 가치체계가 혼란을 겪고 있고, 이를 정립하기 위한 사회적 노력도 부족한 탓이 아닌가 싶다. 과거 우리 조상들은 윤리와 신념을 위해서는 스스로 목숨도 버릴 만큼 가치체계와 선택의 기준이 뚜렷했었고 자녀의 교육도 이를 우선시했었다.

 

어려서 가장 많이 듣고 자란 말이 "길이 아니면 가지를 마라" 라는 가르침이었다.

 

지금이라도 우리 모두 무엇이 진정 중요한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고 이를 기준으로 합리적 선택을 하는 노력을 해나가야 하지 않을까 ?

 

/박철곤(전 국무총리실 국무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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