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프로야구는 김상현(29.KIA 타이거즈)을 빼 놓고는 말하기 어려울 정도다.
안타를 치는 족족 타점을 올린다. 경쟁 선수보다 10경기 이상 덜 뛰었지만 86개의 타점으로 1위다.
홈런 부문에서도 연일 순위가 뛰어오르고 있다. 이달 들어 홈런 6개를 몰아쳐 22개로 이 부문 2위에 랭크됐다.
김상현의 방망이가 춤추자 팀 성적도 상승세다. 최근 9연승을 올리며 12년 만에 한국시리즈 진출을 노리고 있다.
◆ 욕심을 버리자
2001년 데뷔해 최고의 해를 보내는 김상현. 올해 올린 성적을 내세우며 우쭐해 할만 하지만 오히려 '욕심을 버리자고'며 자제하고 있다.
김상현은 10일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홈런 2위에 타점 1위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일"이라며 "어떻게 하다 보니 한꺼번에 너무 많은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일단은 개인적 욕심보다는 팀을 먼저 생각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 프로 선수라면 개인 타이틀을 차지하고 싶고 골든글러브도 끼고 싶을 것"이라며 "하지만 이런 욕심은 버렸다. 욕심을 부리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이라고 강조했다.
김상현의 방망이가 연일 폭발하자 각 구단에는 비상이 걸렸다. 상대 투수들은 김상현의 타격 습관 등을 집중분석했다. 경기에서는 잇따라 치기 까다로운 공이 날아 들었다.
"지금부터가 중요하지요. 상대 투수들이 제 타격 스타일을 꼼꼼하게 분석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나서서 팀을 이끌겠다는 생각은 버리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냥 방망이 중심에만 맞추자는 생각으로 타격에 임하면 끝까지 잘 될 것 같아요."
◆ 암흑기를 딛고
어느덧 요즘 8개 구단에서 가장 잘 나가는 타자가 된 김상현이지만 올 초에는 암흑 같은 나날이 이어졌다. 소속팀 LG가 자신의 포지션과 겹치는 대형 FA 3루수 정성훈을 영입했기 때문이다.
졸지에 설 자리가 없어진 것. 사이판에서 1차 전지훈련을 마치고 나서는 다음 전지훈련지로 이동할 수조차 없었다.
주전급 선수를 위주로 한 오키나와 전지훈련 참가자 명단에 포함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상현은 쓸쓸하게 귀국 비행기에 올라야 했고 결국 2군에서 시즌 개막을 맞았다.
"LG가 정성훈을 잡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참 서운했지요. 후회도 많이 됐습니다. 여기에 캠프에서마저 탈락하자 야구 경기를 하고픈 마음이 생기지 않았습니다."
김상현은 "김영직 2군 감독께서 '그렇다고 해서 야구를 그만 둘 것은 아니지 않느냐. 이러고 있다고 해서 너를 알아주는 사람은 없다'고 설득해 방망이를 잡았다"며 "다시 올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였다"고 덧붙였다.
◆ 위기가 기회로
결국 김상현은 4월을 넘기지 못하고 KIA로 트레이드됐다.
7년 만에 팀을 떠나게 된 김상현은 무척이나 팀이 야속했다. 동시에 팀에 있을 때 더 잘했어야 했다는 생각으로 자책하기도 했다.
마음속으로 칼을 간 김상현은 팀을 옮기자마자 맹타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5월 한 달 동안 홈런 5개에 27타점을 올리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약점으로 지적된 변화구 대처 능력이 크게 나아졌다. 투수의 심리를 읽는 수싸움도 능해졌다.
"저는 3할 타자가 아니었어요. 다른 것은 몰라도 득점권에서 찬스를 살리자고 다짐했습니다. 우리 팀 투수에게 '이런 상황이면 어떤 공을 던질 것이냐'고 자주 묻는 등 노림수에도 신경을 많이 썼지요. 또 변화구에 속지 않으려고 타격 때 체중이 앞으로 쏠리지 않게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이런 노력은 갈수록 빛이 났다. 6월 2홈런, 12타점을 기록한 김상현은 7월에는 무려 7개의 홈런을 쏘아 올리며 20타점을 따냈다. 찬스 때마다 집중한 결과 올 시즌 만루홈런도 무려 4개나 쏘아 올렸고, 10개의 결승타를 날렸다.
◆ 금의환향
김상현은 지난 8-9일 군산에서 SK와 경기를 치렀다. 군산상고를 졸업한 김상현으로서는 고향으로 금의환향한 것.
8일 경기에서 김상현은 3연타석 홈런을 때리며 고향 팬을 열광케 했다. 이날만 무려 5타점을 올리며 팀의 연승을 이끌었다.
"최고의 경기를 했지요. 사실 KIA에는 군산 출신이 저밖에 없어서 군산경기는 부담이 됐습니다. 또 그동안 군산에서는 좋은 타격을 보이지 못했어요. 하지만 이번에는 '못 치더라도 지금까지 한 게 있으니 인정해주겠지'라고 편안하게 타석에 들어섰는데 결과가 좋았습니다."
2001년 해태 타이거즈에 입단한 김상현은 결국 돌고 돌아 고향팀 유니폼을 다시 입은 셈이다. 그래서 1986년 OB에서 해태로 트레이드되고 나서 '해결사'로 거듭난 한대화 삼성 수석코치와 비교되기도 한다.
김상현은 "나로서는 대단한 영광"이라며 "한대화 코치는 현역 시절 꾸준히 잘하셨지만 나는 올해만 반짝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향팀에 돌아와 부쩍 자신감이 붙은 김상현은 "내가 수비가 약한 편인데 지금은 실책을 해도 누가 뭐라는 사람이 없다. 실책을 해도 타석에서 만회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편하게 넘긴다"고 웃으며 "자신감있게 꾸준히 하다 보면 운 좋게 개인 타이틀도 차지할 수 있을지 모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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