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리조트서 정읍칠보·능교초·완주비봉초 독서모임 등 운영 사례 발표
정읍 능교초 학부모와 주민들은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학교에 간다. 매 주말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개방되는 능교학교마을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빌리고, 다른 학부모를 만나 책 얘기와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기 위함이다. 평일에도 능교학교마을도서관은 오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열려있다.
예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학교 도서관이 그리 크지 않았고, 학부모가 가기에는 심리적 거리가 너무 멀었다. 설령 갈 수 있다해도 바쁜 농사일을 마칠 때면 학교도 문을 닫았고, 주말에는 도서관이 문을 열지 않았다.
지금 능교초 학부모들은 독서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다. 한달에 두 차례 학교마을도서관에서 정기 모임을 열고 그간 읽은 책에 대한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것이다. 부모를 따라 학생들 역시 책읽기 모임을 꾸렸다. '놀토'인 매달 둘째·넷째 토요일에 초등학생과 중학생이 모여 서로 추천한 책을 읽고 감상평을 나누는 등 자율적으로 독서동아리를 운영하고 있다. 능교초는 주말에만 근무하는 사서도우미를 따로 채용해 학생과 학부모들의 주말 독서·문화활동을 돕고 있다. 또 아동작가 초청 강연회, 주말 영화 상영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같은 변화는 올해 3월부터 진행됐다. 지난해 초 NHN문화재단·전북도·도교육청·전북일보가 MOU(상호양해각서)를 체결하고 도내 학교마을도서관 활성화에 나선 뒤 부터다. 현재는 능교초처럼 학교마을도서관을 운영하며 농산어촌 지역의 문화거점이 되는 학교가 도내에 23곳에 달하고 있다. 전국에는 186곳의 학교마을도서관이 있다.
지난 19~20일 NHN문화재단이 주최하고 전북도청이 후원해 무주리조트에서 열린 '우리학교마을도서관 운영자 워크숍'에는 능교초처럼 학교마을도서관으로 인해 학생과 학부모의 삶, 그리고 지역이 바뀐 전국 초등학교들의 다양한 이야기들이 소개됐다. 이날 워크숍에는 학교마을도서관을 운영하는 전국 학교의 교장·교사·사서도우미 130여명이 모였다. 이들은 학교마을도서관이 농산어촌지역의 문화거점이 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정읍 칠보초도 지난 2008년 9월 학교마을도서관이 생기고 나서부터 많은 것이 변했다. 네이버(주)가 3000여권의 책을 지원하고, 전북도와 도교육청이 시설 리모델링 비용과 운영비 등을 지원하면서 칠보초에 생긴 학교마을도서관은 마을의 문화 중심으로 거듭났다. 학생과 학부모의 삶의 양태도 바뀌었다.
학교마을도서관이 생긴 이래 매달 첫째·셋째 월요일 밤에 학생들이 참여하는 독서토론방이 열리고, 매주 금요일에는 도서관이 영화관으로 바뀐다.
학생들이 학교마을도서관을 놀이터처럼 좋아하고, 변해감에 따라 지역사회도 발 벗고 나섰다. 학부모와 졸업생, 수자원공사 등이 도서를 기증해 현재 보유한 책은 만권이 넘는다. 도서관을 밤늦게까지 개방함에 따라 자치단체는 학교 인근 밤길 안전을 위해 보안등을 설치했고, 경찰관은 매일 정기순찰에 나서고 있다.
올해 초 학교마을도서관을 연 완주 비봉초는 학교가 지식과 문화, 소통의 장이 되고 있다. 독서프로그램 뿐 아니라 아이들을 위한 여름방학 특강, 학부모가 자원봉사자로 나서는 무료 일본어교실 등이 학교마을도서관에서 열리고 있다.
또 이번 여름방학에는 학교마을도서관을 중심으로 학생과 학부모가 함께하는 '한여름 밤의 마을도서관 콘서트'를 열었고, 학생을 대상으로 한 3일간의 독서캠프도 운영했다.
완주 비봉초 박보미 교사는 "지난 3월 비봉학교마을도서관을 개방할 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도서관을 찾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며 "4개월간의 짧은 여정을 거치면서 학교마을도서관은 학생들에게는 꿈을 키워나가는 보물 창고로, 지역 주민에게는 책을 통한 쉼터와 평생학습공간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칠보초 송태신 교장은 "학교마을도서관은 다양한 문예활동과 인성교육의 장이 될 뿐 아니라 도서관 활용 수업도 가능하게 하고 있다"며 "문화시설이 전무한 농촌에서 학생과 주민을 위한 지역사회 문화거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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