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전기안전 관리체계 구축, 전북혁신도시 이전도 차질없이"
어린 시절 지긋지긋할 정도로 가난했다. 굶기를 밥 먹듯 했고, 한겨울 냉방에서 잠을 자야했던 탓에 아침이면 굳어버린 손가락을 펴는 일은 일상이었다. 하지만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목표의식만은 잃지 않았다.
30대에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30여 년 동안 공직에 몸담으면서 치열한 하루하루를 살아왔다. 그리고 지난 6월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국민의 안전과 재산을 지켜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지는 공사 사장으로 취임한 것이다.
제14대 한국전기안전공사 박철곤 사장(59)이 지난 26일과 27일 1박 2일 동안의 일정으로 고향인 전북을 찾았다.
▲지난 6월 1일 한국전기안전공사 14대 사장으로 취임했습니다. 3개월의 시간이 지났는데요.
-벌써 백일이나 됐나 싶습니다. 공사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정하고, 직원들이 저와 같은 눈을 갖도록 하기 위해 분주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총리실에서 근무할 때는 정책을 입안하면 관련부처나 일선기관을 통해 일이 시행되기 때문에 국정 전체를 거시적으로 보면서 일을 했다면 지금은 국민 생활과 직접 관련이 있는 미시적이고 구체적인 일을 하고 있습니다. 많은 변화가 있지만 재미있게 일하고 있습니다.
▲한국전기안전공사에 대해 생소하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어떤 역할을 하는 기관인지요.
-한마디로 전기의 안전한 사용을 책임지는 '종합병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으면 국민은 한전을 찾지만 사실 전기안전공사 직원들이 달려갑니다. 전봇대로부터 인입된 가정, 빌딩, 아파트, 공장, 발전소까지 전기 고장과 안전 문제는 우리가 책임집니다. 한국 최고의 전기 기술자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취임 100일을 맞아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는데요.
-모두 세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전기안전을 선도하는 기업을 만들자는 것입니다. 시대 변화를 미리 내다보고 선도하는 기업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눈부신 기술의 진보를 우리 공사만의 것으로 만들어 새로운 신 전기안전 관리체계를 선제적으로 구축, 공사의 전기안전 기준이 곧 글로벌 기준이 되는 전기안전 중추기관으로 자리매김 하도록 하겠습니다.
두 번째는 행복한 고객입니다. 공사의 존립목적은 전기재해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일입니다. 고객인 국민이 공사의 서비스와 역할에 감동할 때 우리의 존재는 빛이 나고 존립 의의는 더욱 커질 것입니다.
세 번째는 신명나는 일터입니다. 무슨 일이든 마음에서 우러나 스스로 즐거운 마음으로 하지 않으면 성과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공사 직원 모두가 즐겁고 신나게 일하지 않으면 전기안전의 선도도, 고객감동도 한낱 공허한 바람에 그치고 말 것입니다. 우리 일터가 즐거운 곳이 될 수 있도록 사장으로써 최선을 다할 계획입니다.
▲20여 년간 국무총리실에서 근무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나 보람 있었던 일이 있다면.
-그동안 해왔던 일 하나하나가 잊혀 지지 않습니다. 정말 열심히 일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사스 공포가 불어 닥칠 때, 일선에서 국내 창궐을 막아내는 수비대장 역할을 했습니다.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국민의 건강을 지켜낼 수 있었던 것을 큰 보람을 느낍니다.
또 총리실에서 근무할 때 '먹거리 안전 확보 TF', '기후변화 대책 기획단' 등 국정현안 해결을 총괄 담당해왔는데, 기후변화대응과 같은 경우는 기후변화에 '적응'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녹색성장으로 '관점'을 바꿔서 산업의 흐름을 주도한 경우는 우리나라가 처음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이 분야는 향후 60년 이상 우리경제를 먹여 살릴 수 있는 무궁한 산업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오랜 시간 공직생활을 해왔습니다. 남다른 경영철학이 있을 것 같은데요.
-행정고시 합격 후 공무원 연수원에 들어서면서 '내가 여기 왜 있나'를 곰곰이 생각했었는데, 부나 권력, 명예는 모두 부질없어 보였습니다. 그 때 스스로 '소신 있게 살자'라는 각오를 다지고, 원칙과 일관성 있는 업무처리를 비롯해 잘못된 관행과 문화에 대해 지속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약 30여 년간의 공직생활 경험으로 비춰 볼 때 자신에게 가장 튼튼한 자본과 힘은 노력입니다. 저마다 타고난 능력은 차이가 있지만, 노력은 자신의 의지에 달려 있습니다. 노력은 성과를 낳고, 이는 자신의 가치를 높이게 됩니다. 늘 이와 같은 초심을 잃지 않고 생활하기 위해 솔선수범해왔습니다.
▲어려운 환경을 이겨내고 현재의 자리에 올랐는데, 어려운 환경에서 생활하는 학생들에게 하고싶은 이야기는.
-저는 '고시 3관왕 출신'입니다. 검정고시를 두 차례 합격했고, 행정고시를 거쳐 공직에 입문했습니다. 고시 3관왕이라는 타이틀만 봐도 그동안 무슨 일이 얼마나 있었을지는 미뤄 짐작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어릴 적부터 지긋지긋한 가난과의 싸움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굵기를 밥 먹듯 했습니다. 어려운 시간을 지내온 저에게 큰 힘이 됐던 것은 시험제도입니다.
저는 시험제도가 굉장히 유용한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시험은 어려운 환경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하나하나 단계를 넘어갈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저도 이 과정을 밟아왔고요. 결국 본인의 노력에 모든 것이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호랑이를 그리기 위해 준비하다 잘못되면 고양이라도 그릴 수 있지만 아무것도 그리려고 하지 않으면 이룰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어떠한 경우에도 목표의식을 잃지 않았습니다. 우리 청년들도 뚜렷한 목표의식을 갖고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 주길 바랍니다.
▲재임기간 중 전기안전공사 본사가 전주·완주 혁신도시로 이전합니다. 준비는 잘 되고 있는지요.
-취임하고 보니 저희 공사가 고향으로 이전을 하는 것으로 돼 있더군요. 다른 분들보다 책임감을 더 느낍니다. 현재 공사 건물을 짓는데 많은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저희 공사 건물은 외관부터 미래지향적이고, 진취적이면서 상징적인 건물이 되도록 할 것입니다. 모든 사람들의 생각 속에 전주·완주 혁신도시, 전주하면 전기안전공사 사옥을 떠올리도록 할 것입니다. 2013년 말까지 차질 없이 공사 이전을 완료할 수 있도록 공정관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끝으로 도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어렵지만 열심히 하면 반드시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는 말씀을 먼저 드리고 싶습니다. 도민들이 힘을 합쳐 노력하면 전북의 밝은 미래가 있을 것입니다. 특히 단군 이래 최대의 역사인 '아리울'에 관심을 많이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리울은 대한민국의 역사를 바꾸는 일이 될 것입니다. 아리울은 잘 만들면 대한민국 발전의 거점이면서 모든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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