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진(전주대교수)
지방자치가 다시 시작된 지난 20년 동안 각종 비리에 연루돼 의원직을 상실하거나 사법처리를 받은 의원이 전북지역에서만도 100여 명에 이르고, 자치단체장의 비리와 위법도 끊이질 않고 있다. 현 민선 5기만 해도 그렇다. 첫 발을 뗀지 1년이 채 못 되어 남원시장과 순창군수의 당선이 무효처리돼 오는 26일에 재선거를 치러야 한다. 게다가 지역의 낙후도는 갈수록 심화돼 급기야 전북은 한국사회의 변방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표현까지 등장할 정도다. 도무지 지역정치에서 창조적인 미래의 청사진과 희망은 찾아보기가 힘들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은 우리가 선거를 통해 정치를 바꾸지 못했기 때문에 벌어진 현상이다. 흔히 선거가 후보자 개인에 대한 선택으로 생각되기 쉽지만, 실상 선거는 어떠한 정책을 택할 것인가에 대한 정치적 판단의 의미가 더 크다. 선거를 통해 당선된 공직자는 우리의 삶에 절대적인 영향을 줄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권한을 위임받기 때문이다. 선거에서 정책을 기준으로 후보자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선거를 불과 2주일도 채 안남기고 있는 지금, 아직도 정책대결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채 여전히 비방과 흑색선전, 그리고 온갖 종류의 조직이 총동원된 세 과시가 판을 치고 있다. 유권자들 역시 정치에 대한 변화를 바라면서도 막상 각종 연고주의와 인적 네트워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치를 바꾸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유권자의 변화가 필요하다. 우선 후보자의 공약이 표를 얻기 위해 여기저기에서 짜깁기한 선심성 말잔치인지, 아니면 지역 발전을 위한 진정한 고민의 산물인지를 철저히 따져보아야 한다. 또 토목사업자를 위한 예산낭비형 사업인지, 반대로 지역 서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미래지향적 정책인지도 잘 구분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에게 주어진 권한만을 누릴 후보인지, 주민과 권한을 나누고 봉사하려는 사명감을 가진 사람인지 또한 바로 들여다 보아야한다.
현대 민주사회에서 선거는 정치참여를 위한 최상의 장이자 정치변화의 기회이다. 귀찮고 불편하더라고 내 스스로 시간과 노력을 들여 후보자의 정책을 판단해보고 지역 주민과 열띤 토론을 벌여보자. 판은 우리 힘으로 충분히 바꿀 수 있다. /임성진(전주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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