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환 전북교육감
정부는 학교폭력 종합대책을 발표했고,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라 한다)는 시·도 교육청에 잇달아 지침과 지시를 내려 보내고 있다. 지침 중에는 교육청에 학교폭력근절과를 한시조직으로 신설하라는 내용도 있다.
나는 지난 1월 12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에 출석해서 다음과 같은 답변을 했다.
첫째, 학교폭력에 대한 문제인식의 관점을 바로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 아이들이 '왜 이러나' 라는 관점이 아니라, '누가 우리 아이들을 이렇게 만들어 놓았나' 라는 관점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학생에 대한 인식을 올바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생을 관리와 통제의 대상이 아니라, 보호의 대상으로 보자는 것이다.
셋째, 교사에 대한 인식을 올바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사를 평가의 대상이 아니라, 지원의 대상으로 보자는 것이다.
넷째, 학생들의 자율영역을 넓혀주자는 것이다. 학생들에게서 발생하는 문제를 교사들이 나서서 해결하려 하지 말고, 학생들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맡기자는 것이다. 그 예로 전주동암고등학교의 학생자치법정을 들었다.
위 두 번째, 세 번째와 관련해서는 교과부의 정책전환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미 유럽에서는 완전히 실패한 것으로 확인된 경쟁교육을 교과부는 마치 금과옥조라도 되는 것처럼 붙들고 있다. 전국의 모든 학교와 학생을 줄 세우기 하는 정책을 고집하고 있다. 교과부가 경쟁교육에서 협력교육으로 정책을 전환하지 않는 한, 학교는 끝없는 경쟁의 공간으로 내몰리고, 교사의 수업피로와 학생의 학습피로 모두 누적될 수밖에 없다.
교과부는 <2009 개정교육과정>을 전국의 모든 학교에 적용하면서, 집중이수제를 강요해 왔다. 그 결과 음악과 미술 및 체육 수업이 크게 위축됐다. 집중이수제란 특정 과목을 한 학기에 집중적으로 이수하면 나머지 학기에는 이수할 필요가 없도록 하는 제도다. 예를 들어 체육을 중학교 1학년 1학기에 집중이수하면 졸업 시까지 나머지 다섯 학기에는 체육수업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아이들의 인성계발 여지를 교과부 스스로 없애 버린 것이다.
그러던 교과부가 학교폭력 대책을 내놓으면서 중학교 체육시간을 현재 8시간에서 4시간 더 늘리라는 지시를 하고 있다. 금년 1학기 교육과정이 이미 확정돼 있는데도, 교과부는 이런 지시를 하고 있다. 문제의 근본원인은 제거하지 않고 땜질식 처방에 의존하고 있다. 교과부가 잘못한 것이나 바꿀 것은 아무 것도 없으니, 시도 교육청은 교과부가 시키는 대로 따르라는 것이다.
우리는 이 지점에서 학교폭력 문제를 어떻게 볼 것인지 고민해 봐야 한다. 학교문화의 개선 없이는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경쟁교육을 강화하는 제도나 관행을 폐지하고 협력교육으로 나아가야 한다. 교사들에 대한 압박을 거두고 학생지도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전주, 익산, 정읍, 순창 등에서 학교폭력이 전혀 없거나 거의 없는 학교들이 있다. 이 학교들의 공통점은, 학생 생활과 관계되는 사안을 학생 스스로 결정하도록 하고, 학생들을 질책·체벌하기보다 따뜻하게 감싸준다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채찍이 아니라 따뜻한 관심이다. '아이들은 교사의 눈에서 흐르는 뜨거운 사랑의 눈물을 먹고 자란다'는 말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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