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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시와 원광대 인문학

▲ 장세균 한민족 대외관계사 이사장

최근 전주시는 '인문학도시 전주'협력 협약을 서울 소재 대학과 체결했다. 전주 특성에 맞는 인문학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인문학 중심도시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인문학 도시 추진은 전국에서 최초의 일로서 이 사업을 통해 시민의 행복지수를 높이려고 한다는 것이 시 관계자의 포부다. 바람직한 일이다.

 

그렇지만 이 보도를 접하면서 어딘지 빈 구석을 느끼는 것은 비단 필자만의 감상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전주시나 도내 대학의 인문학적 역량이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고려하지 않고 서울 소재 대학과 협약을 체결했다는 점이다.

 

전주시가 판단하기에 지역 소재 대학들의 인문학 역량이 모자란다고 판단했기 때문일지 모른다. 만약 그런 판단이라면 한참 잘못 되었다고 본다.

 

지역 소재 대학들은 정부나 여러 기관에서 발주하는 인문학 관련 프로젝트를 수주하여 진행하는 우수한 연구기관과 연구인력을 확보하고 있다. 전주시가 인문학도시를 선포하는 것은 참신하고 훌륭한 발상이며 바람직한 것이지만 지역 소재 대학들과 함께 하지 못한 것은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더욱이 인문학은 사람에 대해 이해하고 사람과의 관계를 발전시키는 학문이라고 할 때, 인문학은 삶의 직접적 현장으로 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본다. 그런데 바로 그러한 삶의 현장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제외하고 타지역 연구자들을 참여 시킨다면 자칫 개념으로만 흐르지 않을까 염려한다.

 

또 하나의 허전한 보도를 접한다. 원광대학교가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가운데 철학과도 폐과를 고려하는 학과에 포함되었다는 소식이다. 철학은 인문학의 중심에 서있고 모든 학문의 기초가 된다는것은 모두가 다아는 상식이다. 원광대학교가 학교 발전을 위해 구조조정을 한다는 계획에 대해 도내 대학의 발전을 염원하는 한 사람으로서 반대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폐과의 명분이 취업도 안 되고 돈도 안 된다는 기업 평가 방식으로 평가하여 진행된다고 하는 점에서는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대학의 경쟁력이 국가의 경쟁력이라고 하는 것은 설사 돈을 쓰기만 할지라도 대학의 연구와 교육이 장기적으로 인재를 양성하고 국가의 발전동력을 만들어 낸다는 이유에서 일 것이다. 전세계에서 가장 실용주의를 숭상한다는 미국에서도 대부분의 대학이 철학과를 설치하여 연구와 교육을 지원하고 있는 것은 현실적인 측면에서도 철학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할 것이다. 그것에 비해서 우리나라의 중앙이나 지방정부, 기업이나 학교의 경영에서 눈앞의 현금 수입으로만 평가의 기준으로 삼는 것은 장기 발전 안목을 상실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원광대학은 도덕 대학을 표방하며 우리 지역에서도 인문학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인문학 거점대학의 하나로 알고 있다. 그러한 대학에서 기업평가식 구조조정으로 철학과 폐과를 예정하고 있다는 것은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로 생각된다. 원광대 당국자들이 재고해 주어야 할 사항이다.

 

인문학은 단순한 고전독서가 아니다. 사람을 이해하고 삶을 이해하는 것이다. 고전 읽기는 그것을 위한 수단일뿐이다.전주시 관계자가 말하는 것처럼 시민의 행복지수를 높이는 인문학 프로그램을 실천한다면 지역 그 자체의 삶의 터전을 주요시하고 그 기본인 철학이라는 학문영역을 중요시해야 한다. 전주시와 원광대학, 인문학을 표방하는 두 기관이 성숙되고 실천하는 인문학을 완성하기 위해 고려할 사항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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